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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들의 밤

약 22분

도망자들의 밤

주인공: 이유민

방과 후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유민은 가방끈을 천천히 조이며 창밖을 봤다. 겨울 해는 벌써 기울어서, 운동장 한쪽이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유민아."


뒤돌아보니 한결이 서 있었다.


교복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모습. 겨울인데도 더워 보이는 애였다.


"응?"


유민은 웃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속도까지 계산된 웃음.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가. 엄마가 찜닭 해놨어."


"아, 괜찮아."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엄마가 기다려. 미안."


한결의 시선이 유민의 손끝으로 내려갔다.


가방끈을 쥔 손가락. 하얗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진짜 괜찮아?"


"응, 완전. 걱정해줘서 고마워."


유민은 한결의 어깨를 톡 치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복도를 걸으며 숨을 내쉬었다. 가슴속에서 뭔가 조여 오는 느낌.


'괜찮아. 괜찮아.'


속으로 되뇌며 계단을 내려갔다.


신발장 앞에서 실내화를 벗을 때,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한결이 3층 창가에 서 있었다.


유민은 손을 흔들었다. 밝게.


한결도 손을 들었지만, 표정은 무거웠다.


* * *


집까지 가는 버스는 40분.


유민은 맨 뒷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았다. 음악은 틀지 않았다.


창밖으로 도시가 흘러갔다. 빌딩, 아파트, 상가.


그러다 풍경이 바뀌었다. 낡은 빌라, 골목, 꺼진 가로등.


유민의 동네였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을 걸었다.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곳이었다.


3층까지 계단을 올라가며 가방끈을 다시 조였다.


현관문 앞.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


문을 열었다.


냉기가 얼굴을 때렸다.


거실은 어두웠다. 불도 켜지지 않았고, 보일러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파에 엄마가 앉아 있었다.


멍하니. 허공을 보고.


"엄마, 저 왔어요."


유민의 목소리는 밝았다. 연습된 밝기.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식탁 위에 며칠 전 밥그릇이 그대로였다. 국그릇엔 하얀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유민은 웃음을 유지한 채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았다.


잠갔다.


그제야 표정이 무너졌다.


침대에 쓰러져 천장을 봤다.


숨소리만 들렸다. 자기 것인지 엄마 것인지 구분이 안 됐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속으로 되뇌다 눈을 감았다.


* * *


다음 날 아침, 한결은 평소보다 일찍 나왔다.


유민의 집 앞 골목.


6시 20분. 겨울 새벽은 아직 어두웠다.


골목 모퉁이에 서서 기다렸다.


6시 40분쯤, 유민이 나왔다.


교복 위에 걸친 카디건. 어제 본 것과 같은 회색이었다.


"유민아."


유민이 깜짝 놀라 돌아봤다.


"한결아? 왜 여기서..."


"어제 지나가다 봤거든. 불 꺼져 있던데, 괜찮아?"


유민은 웃었다.


"응, 일찍 잤어. 피곤해서."


한결은 대답하지 않고 유민을 봤다.


카디건 소매가 늘어나 있었다. 손등까지 덮을 만큼.


"같이 가자."


"...응."


둘은 나란히 걸었다.


한결이 편의점 앞에 멈춰 섰다.


"아침 먹었어?"


"응, 먹었어."


"뭐 먹었는데?"


"...밥."


한결은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삼각김밥 두 개와 따뜻한 우유를 샀다.


"하나 먹어."


"아, 괜찮아. 진짜 먹었어."


"그럼 나 혼자 두 개 먹기 미안하니까 하나만."


한결이 유민 손에 김밥을 쥐여줬다.


따뜻했다.


유민은 김밥을 들고 걸으며 한 입 베어 물었다.


"...고마워."


목소리가 작았다.


한결은 옆얼굴을 봤다.


한결은 옆얼굴을 봤다. 유민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씹고 있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 * *


점심시간.


한결은 교실에서 유민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갔다. 옥상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문틈 사이로 유민이 보였다.


난간에 기대어 앉아 삼각김밥 하나를 꺼내고 있었다.


한결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


"여기 있었네."


유민이 고개를 들었다.


"응. 바람 쐬려고."


"같이 먹을래?"


한결이 도시락을 들어 보였다.


유민은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나 곧 교무실 가야 돼. 선생님이 부르셨어."


"무슨 일인데?"


"진로 상담. 별거 아니야."


유민은 일어서며 김밥을 가방에 넣었다.


"먼저 갈게."


"응."


유민이 계단으로 사라졌다.


한결은 그 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펼쳤다.


바람이 불었다. 차가웠다.


난간 옆에 뭔가 떨어져 있었다.


삼각김밥 포장지.


한결은 그걸 집어 들었다.


포장지는 뜯어져 있었지만, 김밥은 한 입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 * *


방과 후, 한결은 교실에 남아 있었다.


창가 자리에서 운동장을 내려다봤다.


5시 10분쯤, 유민이 정문을 나섰다.


한결은 가방을 메고 뛰어 내려갔다.


유민은 버스 정류장으로 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한결은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유민은 상가 골목을 지나 주택가로 들어갔다.


그러다 한 건물 앞에 멈췄다.


24시간 카페.


유민이 안으로 들어갔다.


한결은 길 건너편 편의점으로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카페 유리창 너머로 유민이 보였다.


구석 자리. 노트북도 없이 그냥 앉아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났다.


두 시간이 지났다.


유민은 움직이지 않았다.


밤 9시.


카페 불빛만 환했다.


한결은 핸드폰을 봤다. 엄마한테 문자가 와 있었다.


'저녁 안 먹어?'


'밖에서 먹을게.'


답장을 보내고 다시 창밖을 봤다.


유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밤 11시.


편의점 알바생이 한결을 쳐다봤다.


"손님, 계속 여기 계실 거예요?"


"아, 네. 친구 기다리는 중이에요."


"음료 하나 더 사주세요."


한결은 캔커피를 하나 더 샀다.


자정이 넘었다.


카페에서 유민이 나왔다.


한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민은 골목을 걸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새벽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결은 가로수 뒤에 몸을 숨겼다.


버스가 왔다.


유민이 올라탔다.


한결도 뛰어가 같은 버스에 올랐다. 맨 뒷문으로.


유민은 앞쪽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버스는 40분을 달렸다.


유민의 동네에 도착했다.


유민이 내렸다.


한결도 몇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서 따라갔다.


유민은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현관문 앞에 섰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몇 분이 지났다.


유민은 문을 열지 않고 계단에 앉았다.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떨렸다.


한결은 골목 어귀에 서서 숨을 죽였다.


유민이 천천히 일어났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불은 켜지지 않았다.


* * *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한결은 유민을 따라갔다.


24시간 카페. 새벽 버스. 계단 앞에서 망설이는 뒷모습.


유민은 집에 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가기 싫어했다.


3일째 되는 날 밤.


한결은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유민의 맞은편에 앉았다.


유민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한결아?"


"응."


유민은 웃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떨렸다.


"왜 여기..."


"너 3일째 여기 있더라."


유민의 얼굴이 굳었다.


"...따라온 거야?"


# 도망자들의 밤 — Part 2


"응."


한결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유민은 입술을 깨물었다.


"...왜?"


"너 걱정돼서."


"걱정?"


유민이 웃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 괜찮은데. 그냥 공부하러 온 거야."


"노트북도 없이?"


유민의 웃음이 멈췄다.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빈 물컵 하나.


"...집에 두고 왔어."


"3일 연속?"


유민은 대답하지 못했다.


한결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유민아, 너 집에 안 가잖아."


"가."


"새벽 2시까지 여기 있다가."


유민의 손이 떨렸다.


"...그건."


"왜 안 들어가? 문 앞에서 10분씩 서 있더라."


유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거기까지 봤어?"


"응."


유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나 가야 돼."


한결이 유민의 손목을 잡았다.


"유민아."


"놓아줘."


"집에 뭐가 있는데."


유민이 손을 뿌리쳤다.


"아무것도 없어."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으로.


"그냥... 평범한 집이야. 엄마 있고, 나 있고."


"그럼 왜 안 들어가?"


"...추워서. 보일러 고장 났거든."


"3일 내내?"


유민은 입을 다물었다.


한결은 천천히 일어섰다.


"나 오늘 너희 집까지 같이 가도 돼?"


"안 돼."


"왜?"


"...그냥."


유민은 가방을 메고 카페를 나갔다.


한결은 계산을 하고 뒤따라 나왔다.


* * *


버스 정류장.


유민은 벤치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한결이 옆에 섰다.


"앉아도 돼?"


유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한결은 그냥 앉았다.


바람이 불었다. 12월 새벽 공기는 날카로웠다.


유민의 어깨가 떨렸다. 카디건 하나로는 부족했다.


한결이 패딩 지퍼를 내렸다.


"입어."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진짜 괜찮아."


한결은 패딩을 벗어 유민 어깨에 걸쳤다.


유민이 몸을 움츠렸다.


"왜 이래."


"추우니까."


"나한테 왜 잘해줘."


한결은 잠깐 멈췄다.


"...친구니까."


유민이 고개를 돌렸다.


눈가가 붉었다.


"친구는 이렇게까지 안 해."


"나는 해."


"왜?"


한결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유민을 봤다.


유민도 한결을 봤다.


두 사람 사이로 버스 소리가 들렸다.


새벽 첫차였다.


유민이 일어섰다.


"나 갈게."


"같이 가도 돼?"


"...집까지는 안 돼."


"정류장까지만."


유민은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 * *


버스 안.


유민은 창가에, 한결은 그 옆에 앉았다.


유민은 패딩을 벗으려 했지만 한결이 말했다.


"그냥 입고 있어. 내릴 때 줘."


"...응."


유민은 패딩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따뜻했다.


한결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가슴이 조였다.


'왜 이러는 거야.'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줘.'


창밖으로 도시가 흘러갔다.


점점 어두워졌다.


가로등도 줄어들었다.


유민의 동네가 가까워졌다.


유민은 눈을 감았다.


'집에 가기 싫어.'


처음으로 인정했다.


'엄마 보기 싫어.'


눈꺼풀 뒤로 눈물이 고였다.


'나 때문에 힘들다는 말 더 이상 못 들어.'


한결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민아."


유민은 눈을 뜨지 않았다.


"...응."


"다 괜찮아질 거야."


유민이 웃었다. 눈물이 흘렀다.


"그런 말 하지 마."


"왜?"


"...거짓말 같아서."


한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유민의 손을 잡았다.


유민은 손을 빼지 않았다.


차가운 손이었다.


한결은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유민의 어깨가 떨렸다.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 * *


40분 후.


버스가 멈췄다.


유민은 눈물을 닦고 일어났다.


"고마워."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한결은 고개를 저었다.


"천천히 가."


유민은 패딩을 벗어 돌려줬다.


한결이 받아들었다. 아직 따뜻했다.


유민이 버스에서 내렸다.


한결은 창가로 몸을 기울여 유민을 봤다.


유민은 걷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버스 문이 닫혔다.


출발하려는 순간.


한결이 벨을 눌렀다.


문이 다시 열렸다.


한결이 뛰어내렸다.


"유민아."


유민이 돌아봤다.


"...왜."


"오늘은 내가 같이 가줄게."


"안 돼."


"문 앞까지만."


"그것도 안 돼."


한결은 한 걸음 다가섰다.


"혼자 가기 싫으면 말해."


유민의 입술이 떨렸다.


"...말 안 해도 알잖아."


"그래서 온 거야."


유민은 고개를 떨궜다.


"엄마한테 들키면 안 돼."


"안 들키게 할게."


"...약속해?"


"응."


유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 * *


골목은 어두웠다.


가로등 두 개 중 하나는 꺼져 있었다.


유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한결은 말없이 옆에서 걸었다.


유민의 집이 보였다.


3층짜리 빌라. 2층 끝 집.


창문에 불이 켜져 있었다.


유민이 멈췄다.


"...엄마 깨어 있네."


목소리가 작아졌다.


한결이 유민을 봤다.


유민은 계단을 올라가지 못했다.


"유민아."


"응."


"엄마가 뭐라고 해?"


유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한결이 다시 물었다.


"집에 가기 싫은 이유가 뭐야."


유민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엄마가."


목소리가 끊겼다.


"엄마가 어떻게 하는데."


유민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젖어 있었다.


"나만 보면 우는 거 같아."


한결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왜?"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어."


유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냥... 내가 들어가면 엄마가 눈물 닦고, 웃으려고 하고,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데."


"그게 왜..."


"눈이 빨개."


유민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 때문에 우는 거 같아서... 들어가기가 무서워."


한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유민은 계단에 주저앉았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거 알아. 근데 나한테는 괜찮다고만 해."


"..."


"내가 뭘 잘못한 건지도 모르겠어."


유민은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래서 집에 늦게 가. 엄마 자고 나서."


한결은 유민 옆에 앉았다.


"유민아."


"응."


"너 잘못한 거 없어."


유민이 고개를 저었다.


"있을 거야. 분명히."


"없어."


"그럼 왜 엄마가..."


한결이 유민의 어깨를 잡았다.


"엄마도 힘든 거야. 근데 그게 네 탓은 아니야."


유민은 한결을 봤다.


"...어떻게 알아?"


"몰라."


한결이 솔직하게 말했다.


"근데 네가 이렇게 떨면서 집에 못 들어가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유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 이상한 거 맞지?"


"아니야."


"맞아. 엄마도 나 이상하게 봐."


"안 봐."


"봐. 나만 보면 표정이 달라져."


유민은 얼굴을 묻었다.


한결은 유민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말없이.


유민의 어깨가 흔들렸다.


울음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냥 떨고 있었다.


한참 후.


유민이 고개를 들었다.


"...들어가야 돼."


"같이 올라가줄까?"


"안 돼. 엄마 놀라."


유민은 일어섰다.


눈물을 닦았다.


"고마워."


"천천히 들어가."


"응."


유민은 계단을 한 칸 올라갔다.


멈췄다.


뒤돌아봤다.


"한결아."


"응."


"...내일도 와줄 거야?"


한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유민이 작게 웃었다.


"미안해."


"괜찮아."


유민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2층 복도 끝.


현관문 앞에 섰다.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다시 들었다.


문고리를 잡았다.


차가웠다.


유민은 숨을 들이켰다.


문을 열었다.


* * *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


엄마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TV는 꺼져 있었다.


"...엄마."


엄마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붓어 있었다.


"늦었네."


"응. 친구랑 있었어."


거짓말이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밥은?"


"먹었어."


또 거짓말.


엄마가 일어섰다.


"방 들어가."


"...응."


유민은 신발을 벗으려다 멈췄다.


엄마 손에 뭔가 들려 있었다.


약통.


수면제였다.


"엄마, 그거..."


"괜찮아."


엄마가 웃었다.


"요즘 잠이 안 와서."


유민의 가슴이 조였다.


'내 탓이야.'


엄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물 끓이는 소리가 들렸다.


유민은 가방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냥 서 있었다.


엄마가 컵을 들고 나왔다.


"유민아."


"응."


"...힘들지?"


유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엄마의 눈가가 붉어졌다.


"미안해."


"왜?"


"엄마가... 너한테 잘해주지 못해서."


유민의 손이 떨렸다.


"그런 거 아니야."


"맞아."


엄마가 컵을 내려놨다.


"엄마는 네가 태어난 게 후회돼."


유민의 숨이 멎었다.


"...뭐?"


"후회돼. 매일."


엄마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네가 없었으면 엄마도 이렇게 안 힘들었을 거야."


유민은 뒤로 물러섰다.


"엄마..."


"미안해. 진짜 미안해."


엄마가 얼굴을 감쪽 같이 가렸다.


"근데 못 견디겠어. 너 보면 네 아빠 생각나고, 그 사람 생각하면 미치겠고..."


유민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만해."


"유민아."


엄마가 손을 뻗었다.


유민은 피했다.


"...나 방 들어갈게."


"유민아!"


유민은 뛰었다.


방문을 닫았다.


숨이 막혔다.


무릎이 풀렸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 때문이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가 힘든 게 다 나 때문이야.'


핸드폰이 울렸다.


한결이었다.


-잘 들어갔어?


유민은 답장을 못 했다.


손이 떨려서.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괜찮아?


유민은 핸드폰을 던졌다.


이불을 뒤집어썼다.


숨을 참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 * *


다음 날.


유민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한결은 점심시간 내내 복도를 서성였다.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다. 읽지 않았다.


방과 후, 한결은 유민의 집으로 갔다.


2층 복도.


현관문 앞에 섰다.


벨을 눌렀다.


대답이 없었다.


다시 눌렀다.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유민의 엄마였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유민이 친구예요."


엄마의 표정이 굳었다.


"유민이는 아파서 쉬고 있어요."


"괜찮으세요? 제가 노트 전해드릴까요?"


"아니요."


엄마가 문을 닫으려 했다.


한결이 말했다.


"유민이 괜찮은지 확인만 하고 갈게요."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문이 닫혔다.


한결은 복도에 서 있었다.


창문으로 유민의 방이 보였다.


커튼이 쳐져 있었다.


한결은 핸드폰을 꺼냈다.


-유민아. 나 밖에 있어.


-창문 좀 열어줘.


10분이 지났다.


커튼이 살짝 열렸다.


유민이 보였다.


얼굴이 창백했다.


한결이 손을 흔들었다.


유민은 고개를 저었다.


입 모양으로 말했다.


'가.'


한결은 고개를 저었다.


유민이 다시 말했다.


'제발.'


커튼이 닫혔다.


한결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해가 졌다.


밤이 왔다.


한결은 계단에 앉아 기다렸다.


새벽 1시.


유민의 방 불이 켜졌다.


창문이 열렸다.


유민이 밖을 내다봤다.


한결과 눈이 마주쳤다


유민의 입술이 떨렸다.


"...왜 아직도 있어."


목소리가 갈라졌다.


한결은 일어섰다.


"너 안 보고 못 가."


"바보야."


유민이 눈을 감았다.


"나 때문에 시간 낭비하지 마."


"낭비 아니야."


"맞아."


유민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나 같은 애 신경 쓰는 거 낭비야."


한결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유민아."


"엄마 말이 맞아. 나 없었으면 다들 편했을 거야."


"그런 소리 하지 마."


"왜? 사실인데."


유민이 창틀을 잡았다.


손등에 힘줄이 섰다.


"엄마가 그랬어. 나 보면 아빠 생각난대. 그래서 힘들대."


한결의 숨이 막혔다.


"...그게 네 잘못이야?"


"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이유민."


한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런 말 다시 하면 진짜 화낸다."


유민이 웃었다.


눈물 범벅인 얼굴로.


"화내. 나한테 화내도 돼."


"화낼 일이 아니잖아."


"그럼 뭐야."


유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너는 왜 나한테 화를 안 내? 왜 매일 찾아와? 왜 나 같은 애를..."


목소리가 끊겼다.


한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민이 고개를 숙였다.


"...가줘. 제발."


"싫어."


"한결아."


"너 혼자 두고 못 가."


유민의 어깨가 떨렸다.


"나 괜찮아."


"안 괜찮잖아."


"괜찮다고!"


유민이 소리쳤다.


안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유민아?"


엄마 목소리였다.


유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괜찮아요."


"누구랑 통화해?"


"아무도 아니에요."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유민이 황급히 창문을 닫으려 했다.


한결이 말했다.


"내일 학교 나와."


유민은 고개를 저었다.


"못 나가."


"왜?"


"...무서워."


"뭐가?"


유민이 한결을 봤다.


눈빛이 텅 비어 있었다.


"나 자신이."


방문이 열렸다.


유민이 재빨리 창문을 닫았다.


커튼이 쳐졌다.


한결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가슴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나 자신이 무섭다고?'


핸드폰을 꺼냈다.


유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무슨 뜻이야.


-유민아.


-대답해.


읽음 표시가 떴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한결은 계단에 다시 앉았다.


새벽 3시가 됐다.


유민의 방 불이 꺼졌다.


한결은 일어나지 않았다.


* * *


다음 날 아침.


한결은 교문 앞에 서 있었다.


학생들이 지나갔다.


유민은 보이지 않았다.


1교시 종이 쳤다.


2교시 종이 쳤다.


점심시간.


한결은 다시 유민의 집으로 갔다.


벨을 눌렀다.


대답이 없었다.


문고리를 잡았다.


잠겨 있지 않았다.


'이상해.'


문을 열었다.


"유민아?"


거실이 텅 비어 있었다.


식탁 위에 약통이 널려 있었다.


수면제. 항우울제. 이름 모를 약들.


한결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유민아!"


유민의 방문을 열었다.


침대가 비어 있었다.


이불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책상 위에 핸드폰이 놓여 있었다.


한결이 핸드폰을 집었다.


화면에 메모가 떠 있었다.


**'미안해. 나 좀 쉬고 올게.'**


한결의 손이 떨렸다.


"어디로 간 거야..."


현관문이 열렸다.


유민의 엄마였다.


"...누구세요? 어떻게 들어왔어요?"


"유민이 어디 갔어요?"


엄마의 얼굴이 굳었다.


"유민이 방에 있을 텐데요."


"없어요. 핸드폰도 두고 갔어요."


엄마가 유민의 방으로 뛰어갔다.


"유민아!"


대답이 없었다.


엄마가 집 안을 뒤졌다.


화장실. 베란다. 창고.


없었다.


엄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디 간 거야..."


한결이 물었다.


"유민이 자주 가는 곳 어디예요?"


"...모르겠어요."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총 10,775자 · 약 22분

- 1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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