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약 14분 · 총 7,043자

붉은 달의 계약

주인공: 윤하은

전화벨이 울린 건 상담이 끝나고 정확히 3분 후였다.

"윤하은 박사님 맞으시죠?"

낯선 남자 목소리. 윤하은은 책상 위 명함을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네, 그런데요."

"KB저축은행입니다. 원금 5억 2천, 이자 포함 7억 3천만 원. 이번 달 15일까지 변제 안 하시면 법적 조치 들어갑니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아니, 사실 온몸이 얼어붙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이 금액을 6개월 안에 갚을 확률은 0.02%.'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고 휴대폰을 내려놓는데 손이 떨렸다. 강남 한복판 25평 상담센터, 시간당 30만 원짜리 VIP 고객들, 명품 가방에 담긴 처방전. 겉으로는 완벽한 커리어우먼이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아빠가 남긴 건 빚뿐이었어.'

책상 서랍을 열었다. 수면제 한 통이 굴러다녔다.

한 알을 꺼내 입에 넣으려는데,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윤하은 박사님, 정부 산하 R&D 연구소입니다. 제안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제안이요?"

"6개월 계약직입니다. 보수는 5억. 즉시 지급 가능하고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무슨 일인데요?"

"자세한 건 대면 상담으로. 내일 오전 10시, 여의도 정부청사 별관 7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데이터가 필요해요. 업무 내용, 계약 조건, 리스크 분석."

"내일 다 보여드리겠습니다. 박사님, 5억이에요."

전화가 끊겼다.

윤하은은 수면제 통을 다시 서랍에 넣었다.

'통계적으로 볼 때, 거절할 이유가 없어.'

***

다음 날 오전 10시.

정부청사 별관은 생각보다 낡았다. 7층 복도는 형광등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고, 안내 데스크조차 없었다.

"윤하은 박사님?"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돌아보니,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서른 중반쯤.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눈빛이 날카로웠다.

"네. 그런데 여기가..."

"이쪽입니다."

남자는 복도 끝 회의실로 안내했다. 안에는 책상 하나, 의자 두 개. 그게 전부였다.

"앉으세요."

윤하은이 의자에 앉자, 남자는 서류 뭉치를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

"레드문 프로젝트. 들어보셨습니까?"

"아뇨."

"재활 불가능 판정을 받은 흉악범 격리 및 재활 프로그램입니다. 남해 무인도에 시설이 있고요."

윤하은은 서류 첫 장을 넘겼다. '극한 환경 재활 프로그램', '1대1 심리 치료', '6개월 계약'.

"...제가 거기 가서 뭘 하는 건데요?"

"친밀 치료입니다."

"친밀 치료?"

남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덧붙였다.

"성관계 포함입니다."

윤하은의 손이 멈췄다.

"...뭐라고요?"

"죄수 5명과 1대1 세션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심리 상담 기반으로 친밀감을 형성하고, 필요시 신체 접촉을 통해 공격성을 억제하는 실험이에요."

"이게 무슨..."

"5억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하시면 즉시 입금됩니다."

윤하은은 서류를 내려다봤다. 손이 떨렸다.

'통계적으로 볼 때, 이건 말이 안 돼. 정부가 이런 불법 실험을 할 리가...'

하지만 머릿속에선 다른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5억. 빚 청산. 6개월. 데이터상으로는... 가능해.'

"안전은 보장되나요?"

"24시간 AI 감시 시스템, 전기 충격 목걸이로 통제됩니다. 죄수들은 박사님께 손 못 댑니다."

"...계약 조건은요?"

"6개월 후 계약 종료, 5억 완불. 중도 이탈 시 위약금 10억."

윤하은은 서류 마지막 장을 넘겼다. 서명란이 보였다.

'데이터상으로는 안전해. AI 감시, 전기 충격. 통제 가능한 환경. 6개월만 버티면 돼.'

펜을 들었다.

서명하는 순간, 남자가 말했다.

"참고로, 섬에선 통신 두절입니다. 6개월 동안 외부 연락 일체 불가."

윤하은의 손끝이 잠깐 떨렸지만, 이미 서명은 끝나 있었다.

***

페리는 생각보다 낡았다.

선실 안은 녹슨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섞여 있었고, 침대 시트는 누런 얼룩이 가득했다.

'데이터상으로는 안전하다고 했는데.'

윤하은은 가방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창밖을 봤다. 바다는 잔잔했지만, 하늘은 이상하게 붉었다.

"박사님, 괜찮으세요?"

선실 문이 열리며 아까 그 남자가 들어왔다.

"네. 근데 하늘이 왜 저래요?"

"붉은 달이에요. 이 섬 이름이기도 하고요."

남자는 손에 든 금속 목걸이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전기 충격 목걸이. 착용 필수입니다."

윤하은은 뒤로 물러났다.

"...계약서에 없었는데요?"

"안전 장치예요. 죄수들도 같은 걸 차고 있습니다. AI가 위험 상황 감지하면 자동으로 전기 충격 들어가요."

"그럼 제가 왜..."

"박사님도 실험 대상이니까요."

윤하은의 얼굴이 굳었다.

"...뭐라고요?"

"친밀 치료의 효과를 측정하려면, 박사님의 생체 데이터도 필요합니다. 심박수, 체온, 호르몬 수치.

# 붉은 달의 계약 (Part 2)

"잠깐만요."

윤하은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남자가 든 금속 목걸이에서 희미한 LED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계약서 어디에도 이런 건 없었어요."

"16조 3항. '안전 관리 장비 착용 의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남자는 서류 뭉치에서 한 장을 꺼내 보여줬다. 윤하은의 눈이 작은 글씨를 따라갔다. 있었다. 정말로.

'내가 놓쳤어.'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착용 안 하면요?"

"계약 위반입니다. 위약금 10억."

남자는 목걸이를 내밀었다. 윤하은은 그걸 받아들고 한참을 내려다봤다.

'5억 받았어. 이미 은행 계좌로 들어갔어. 지금 거부하면 10억 빚쟁이가 돼.'

손이 떨렸지만, 목에 걸었다.

찰칵.

잠금 장치가 채워지는 소리가 선실 안에 울렸다.

"48시간 뒤 섬에 도착합니다. 그때까지 매뉴얼 숙지하시고요."

남자는 태블릿 하나를 책상 위에 놓고 나갔다.

윤하은은 목걸이를 만져봤다. 차가운 금속 감촉. 그리고 미세하게 진동하는 전류.

'AI가 내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있어. 심박수, 체온, 호르몬 수치.'

화면을 켰다. 첫 페이지에 범죄자 5명의 프로필이 떠올랐다.

**강민혁. 35세. 연쇄살인범. 15명 살해.**

사진 속 남자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눈빛이 이상했다.

'저 눈은... 살아 있는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야.'

다음 프로필.

**박태양. 29세. 성폭행 11건.**

사진 속 남자는 웃고 있었다. 환하게. 마치 가족사진 찍듯이.

윤하은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창밖을 봤다. 바다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고, 하늘은 더 붉어졌다.

'6개월. 버티면 돼.'

하지만 가슴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

이틀 뒤, 섬이 보였다.

해안가는 온통 검은 바위투성이였고, 중앙에 회색 건물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등대처럼 보이기도 했고, 감옥처럼 보이기도 했다.

"도착했습니다."

페리가 부두에 닿았다. 윤하은은 가방을 들고 내렸다. 발밑에서 파도 소리가 철썩거렸다.

"이쪽입니다."

안내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복도는 형광등 불빛만 깜빡이고 있었고, 벽은 금이 가 있었다.

'데이터상으로는 최신 시설이라고 했는데.'

1층 끝 방문 앞에서 멈췄다. 안내자가 문을 열었다.

"여기가 박사님 숙소입니다. 치료동은 2층이고요."

방 안은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창문은 쇠창살이 가로막고 있었다.

"...쇠창살은 왜 있어요?"

"안전 장치입니다. 죄수들이 밤에 돌아다니거든요."

윤하은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돌아다녀요?"

"노역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이동 가능합니다. 다만 AI가 감시하고 있어서 위험 행동은 즉시 제지되고요."

안내자는 시계를 봤다.

"30분 뒤 첫 세션입니다. 2층 치료동 3번 방으로 오세요."

그리고 나가버렸다.

윤하은은 가방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창밖을 봤다. 채석장이 보였다. 죄수 몇 명이 곡괭이를 들고 바위를 깨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고개를 들어 이쪽을 봤다.

강민혁.

사진 속 얼굴 그대로였다. 하지만 실물은 더 섬뜩했다.

'저 사람이... 15명을 죽였어.'

시선이 마주쳤다. 강민혁은 곡괭이를 내려놓고 천천히 웃었다.

윤하은은 황급히 커튼을 쳤다.

***

2층 치료동은 1층보다 깨끗했다.

복도 양쪽에 방 다섯 개가 늘어서 있었고, 각 방마다 번호가 붙어 있었다. 3번 방 문을 열었다.

안에는 소파 두 개와 테이블 하나. 벽면에 카메라가 세 대 설치되어 있었다.

'AI가 보고 있어.'

윤하은은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꺼냈다. 강민혁의 프로필을 다시 열었다.

**범행 수법: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살해. 사체 유기 없음. 모두 자택에 보관.**

손끝이 차가워졌다.

똑똑.

문이 열렸다.

강민혁이 들어왔다.

윤하은은 일어서려다 다시 앉았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앉아 있어요."

강민혁은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 목에 전기 충격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윤하은입니다."

"알아요. 어제 창문으로 봤죠."

목소리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차갑했다.

"오늘은 간단한 상담부터 시작하려고 하는데요."

"상담?"

강민혁은 비웃듯 웃었다.

"여기 온 사람들 다 알아요. 친밀 치료. 섹스하러 온 거죠."

윤하은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건 오해예요."

"오해? 계약서 16조 5항 읽어봤어요?"

강민혁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필요시 신체 접촉을 통한 친밀감 형성.' 이게 뭔데요?"

윤하은은 대답할 수 없었다. 입술이 바짝 말랐다.

"박사님."

# 붉은 달의 계약 (Part 3)

강민혁의 시선이 윤하은의 목걸이에 멈췄다.

"같은 거 차고 있네요."

윤하은은 무의식중에 목을 감쌌다.

"...안전 장치예요."

"안전?"

강민혁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윤하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AI가 감시하고 있어. 위험하면 전기 충격이...'

하지만 강민혁은 그냥 창가로 걸어갔다. 창밖을 보며 말했다.

"15명 죽이는 동안, 저도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였다.

"다들 저를 믿었거든요. 친절한 이웃, 좋은 친구.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죠."

고개를 돌렸다.

"안전 같은 건 없다는 걸."

윤하은의 입술이 바싹 말랐다.

"...세션 시간이 끝났어요."

"30분이 벌써?"

강민혁은 시계를 봤다. 아직 20분이 남아 있었다.

"제가 먼저 나가겠습니다."

윤하은이 일어서려는 순간, 형광등이 깜빡였다.

지지직.

불이 꺼졌다.

치료동 전체가 암흑에 잠겼다.

"...정전?"

윤하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둠 속에서 강민혁의 숨소리가 들렸다.

'AI는? 카메라는?'

목걸이를 만졌다. LED 불빛이 꺼져 있었다.

"박사님."

강민혁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윤하은은 뒤로 물러섰다. 등이 벽에 부딪혔다.

"떨지 마요.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제발. 제발.'

입 밖으로 나올 뻔한 말을 간신히 삼켰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

"누가 오는 것 같은데요."

강민혁이 문 쪽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돌렸다.

찰칵.

"...잠겼네."

윤하은의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왜 잠긴 거예요?"

"비상 시스템 아닐까요? 정전되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강민혁은 태연하게 소파에 다시 앉았다.

"기다리면 누가 열어주겠죠."

하지만 복도의 발소리는 멀어지고 있었다.

***

10분이 지났다.

윤하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무릎을 껴안고, 숨을 고르려 애썼다.

'통계적으로 볼 때, 정전은 일시적이야. 곧 복구될 거야.'

하지만 머릿속 계산은 자꾸 엉뚱한 쪽으로 흘렀다.

'밀실. 연쇄살인범. 전기 충격 목걸이 작동 안 함. 생존 확률은...'

"박사님."

강민혁의 목소리.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대답하지 않았다.

"왜 여기 왔어요? 진짜 이유."

윤하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계약서에 다 나와 있잖아요."

"5억 때문?"

침묵.

"그 정도 빚이면 자살하는 사람도 많던데."

윤하은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저는 안 죽어요."

"왜요?"

"...데이터상으로는 생존이 더 합리적이니까."

강민혁이 웃었다. 낮게, 길게.

"데이터. 통계. 박사님은 그런 말로 자기를 속이는구나."

"뭐라고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잖아요."

어둠 속에서 강민혁이 일어났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겁나서. 빚쟁이들이 무섭고, 세상이 무섭고, 혼자가 무서워서. 그래서 여기 온 거 아니에요?"

윤하은의 목구멍이 막혔다.

"...닥쳐요."

"봤거든요. 어제 창문 너머로."

강민혁이 쪼그리고 앉았다. 윤하은과 같은 높이에서.

"박사님 눈. 죽은 사람 눈이었어요."

숨이 막혔다.

"제가... 15명 죽였잖아요. 그 사람들 눈이랑 똑같았어요."

윤하은은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저리 가요."

"왜요? 진실이 불편해요?"

"통계적으로..."

"통계 집어치워요."

강민혁의 손이 윤하은의 턱을 잡았다.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눈이 마주쳤다.

"박사님은 여기서 죽을 거예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뭐?"

"6개월? 한 달도 못 버텨요. 저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강민혁이 천천히 일어났다.

"박태양은 여자만 보면 미쳐요. 이준서는 사이코패스라 감정이 없고. 최윤호는 약물 중독자라 예측 불가능하죠."

복도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더 많았다.

"그리고 김도훈."

강민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걔는 저보다 위험해요."

문이 열렸다.

불이 켜졌다.

복도에 네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윤하은은 그들의 얼굴을 알아봤다. 태블릿에서 봤던 프로필 사진들.

**박태양. 이준서. 최윤호. 김도훈.**

박태양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 박사님. 여기 계셨네요?"

이준서는 무표정하게 치료동 안을 둘러봤다.

"정전 30초. 계획대로네."

"계획?"

윤하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최윤호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리모컨.

"AI 해킹. 생각보다 쉽더라고."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렀다.

지지직.

복도 카메라의 LED가 꺼졌다.

"30초 동안은 아무도 안 봐요."

김도훈이 한 발짝 들어왔다. 덩치가 컸다. 2미터는 족히 넘어 보였다.

"박사님. 우리가 제안 하나 할게요."

총 7,043자 · 약 14분

- 1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박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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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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