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약 14분 · 총 7,069자

120kg의 오만

주인공: 서은채

새벽 네 시, 이불 위에 거인 네 명이 누워 있었다.

"하, 진짜 이거 개웃긴데."

박지원이 천장을 보며 웃었다. 킹사이즈 이불이 네 명의 몸으로 빵빵하게 채워져 있었다. 각자 120kg. 곱하기 넷. 480kg.

"우리를 들고 산을 올라간다고?"

최서연이 옆구리를 긁으며 말했다. 목소리가 낮고 느렸다.

"그것도 저 두 명이."

강민혁이 턱으로 문 쪽을 가리켰다. 복도 끝에 서은채와 한소미가 서 있었다.

서은채는 무표정으로 이불 위의 네 몸을 훑었다. 시선이 어깨에서 허벅지로, 다시 발목으로 내려갔다. 계산하듯 천천히.

"뭘 봐, 아줌마."

박지원이 발로 이불을 툭 찼다. 천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480kg이야. 들어올릴 수 있겠어?"

서은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박지원의 종아리 두께를 한 번 더 봤다. 근육 밀도, 체지방률, 중심 이동 패턴. 머릿속에서 숫자가 돌아갔다.

"저, 저기요."

한소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손에 쥔 메모지가 구겨져 있었다.

"혹시 몸무게 배분을... 제 쪽으로 좀 더 나눠주시면..."

"닥쳐."

박지원이 웃으며 말했다.

"배분? 우린 네 명 다 똑같아. 120kg씩. 공평하게 가져가."

최서연이 몸을 뒤집었다. 이불이 삐걱거렸다.

"내일 아침 여섯 시. 우리 몸으로 산 올라봐."

서은채의 눈이 가늘어졌다. 입술이 살짝 비틀렸다.

'쯧.'

혀를 차는 소리가 작게 새어나왔다.

"됐어."

서은채가 돌아섰다. 한소미가 황급히 뒤따랐다.

복도가 어두웠다. 비상등만 깜빡였다.

"저, 선배님."

한소미가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정말 가능할까요? 480kg을..."

"가능한지 따질 시간 없어."

서은채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해야 하니까 하는 거야."

"그래도 우리 둘이서..."

"둘 아니야."

서은채가 멈췄다. 한소미를 돌아봤다.

"나 혼자 할 거야."

"네?"

"넌 짐 챙기기나 해. 로프 꼬이지 않게."

한소미의 얼굴이 굳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저도... 도울 수 있어요. 체조 할 때 배운 기술이..."

"필요 없어."

서은채가 다시 걸었다. 한소미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

새벽 네 시 삼십 분.

서은채는 훈련원 뒤편 창고에 있었다. 로프 다섯 줄, 카라비너 열두 개, 확보기 세 개. 손으로 하나씩 만지며 무게를 가늠했다.

'480kg. 네 번 나눠서 120kg씩.'

계산이 돌아갔다. 암벽 구간 세 곳, 능선 두 곳. 왕복 거리 총 12km. 평균 속도 시속 2km. 6시간 곱하기 넷.

'24시간.'

불가능했다.

서은채는 로프를 어깨에 걸쳤다. 무게가 목덜미를 눌렀다. 익숙한 압박감이었다.

'그럼 방법을 바꿔.'

그녀는 창고 문을 열고 나갔다. 시련봉이 어둠 속에서 검게 솟아 있었다.

---

새벽 다섯 시.

서은채는 시련봉 등반로 입구에 서 있었다. 손전등 하나만 켜고. 바람이 차가웠다.

첫 번째 구간. 경사 45도의 흙길. 문제없었다.

두 번째 구간. 좁은 능선. 폭 1m. 양옆이 낭떠러지였다. 로프 고정 지점이 세 곳 보였다.

'여기서 한 명씩 끌어올린다.'

세 번째 구간.

수직 암벽이었다.

서은채의 발이 멈췄다. 손전등 빛이 바위 표면을 훑었다. 높이 15m. 홀드가 거의 없었다.

'여기.'

과거가 떠올랐다.

3년 전, 구조대 시절. 이 암벽 아래에서 동료 한 명이 추락했다. 로프가 끊어졌다. 서은채는 그때 위에 있었다.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120kg.'

그 동료의 몸무게였다.

서은채는 암벽에 손을 댔다. 차가운 돌이 손바닥에 닿았다. 심장이 한 번 쿵 했다.

"선배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서은채가 돌아봤다. 한소미가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등에 배낭을 메고.

"왜 왔어."

"저도... 봐야 할 것 같아서요."

한소미가 암벽을 올려다봤다. 목이 뒤로 젖혀졌다.

"여기를... 어떻게 올라가죠?"

"도르래."

서은채가 배낭에서 확보기를 꺼냈다.

"한 명씩 매달아서 끌어올린다."

"그럼 힘이..."

"내가 당긴다."

"하지만 120kg을 혼자..."

"됐어."

서은채가 로프를 암벽 위 고정 지점에 걸었다. 손놀림이 빨랐다. 매듭이 단단하게 조여졌다.

"넌 아래서 로프 풀어주기만 해."

한소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손이 주먹으로 쥐어졌다.

"저... 제가 체조 할 때 배운 방법이 있어요."

서은채가 고개를 돌렸다. 눈빛이 차가웠다.

"무슨."

"사람을 들어올릴 때요. 중심을 이용하면..."

"네 방법은 필요 없어."

"하지만..."

"넌 60kg도 안 될 거야."

서은채가 한소미를 위아래로 훑었다.

"120kg 들어올려 본 적 있어?"

한소미가 고개를 숙였다. 대답이 없었다.

"없지."

# 120kg의 오만 (Part 2)

서은채가 로프를 다시 당겼다. 매듭이 조여졌다.

"올라가."

"네?"

한소미가 고개를 들었다.

"넌 위로. 로프 고정 지점 확인해."

"저, 저요?"

"15m. 3분이면 돼."

서은채가 한소미에게 안전벨트를 던졌다. 천이 공중에서 펼쳐졌다.

"못 해."

한소미가 뒤로 물러섰다.

"전 암벽등반 해본 적이..."

"배웠잖아. 체조."

서은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중심 잡는 거. 그거면 돼."

한소미의 손이 떨렸다. 안전벨트가 바닥에 떨어졌다.

"선배님은요?"

"난 아래서 확보한다."

서은채가 안전벨트를 주워 한소미의 허리에 둘렀다. 손놀림이 거칠었다. 버클이 찰칵 소리를 냈다.

"3분. 그 안에 못 올라오면 내가 올라간다."

"그럼 저는..."

"쓸모없어."

한소미의 얼굴이 하얘졌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서은채는 그녀를 밀어냈다. 한소미가 비틀거리며 암벽에 손을 짚었다.

"움직여."

---

한소미의 손이 첫 번째 홀드를 잡았다. 돌이 차갑고 거칠었다. 발이 미끄러졌다.

'안 돼.'

숨이 목까지 차올랐다. 아래를 보니 서은채가 로프를 쥐고 서 있었다. 표정이 없었다.

'3분.'

한소미는 이를 악물었다. 두 번째 홀드. 세 번째. 손가락에 힘이 빠졌다. 몸이 뒤로 젖혀졌다.

"중심."

서은채의 목소리가 아래서 들렸다.

"배꼽 쪽으로 당겨."

한소미가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발이 바위에 붙었다.

'할 수 있어.'

네 번째 홀드. 다섯 번째. 숨이 거칠어졌다. 손바닥에서 땀이 났다.

7m 지점에서 홀드가 끊겼다.

한소미의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몸이 흔들렸다. 로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서, 선배님!"

"발로 밀어."

서은채의 목소리가 차갑게 올라왔다.

"바위 틈. 오른쪽 15cm."

한소미가 고개를 돌렸다. 바위 표면에 실금이 보였다. 발끝을 밀어넣었다. 돌이 깨질 듯 삐걱거렸다.

"더."

한소미가 온 힘을 다해 밀었다. 몸이 위로 떠올랐다. 손이 다음 홀드를 잡았다.

15m.

한소미가 정상에 올라섰다. 다리가 풀렸다. 그대로 주저앉았다.

"고정 지점!"

아래서 서은채가 소리쳤다.

한소미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쇠 고리가 보였다. 녹슬어 있었다.

"여, 여기요!"

"로프 걸어!"

한소미가 떨리는 손으로 로프를 고리에 통과시켰다. 매듭을 지으려는데 손가락이 꼬였다.

'이게 아닌데.'

체조 할 때 배운 매듭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8자 매듭!"

서은채의 목소리가 정확했다.

"로프 끝을 고리 밑으로. 한 바퀴 돌려서 위로!"

한소미의 손이 움직였다. 로프가 8자 모양을 그렸다. 매듭이 조여졌다.

"됐어요!"

아래가 조용했다.

한소미가 고개를 내밀었다. 서은채가 로프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확인하듯 세 번.

"내려와."

---

오전 다섯 시 사십 분.

두 사람은 암벽 아래로 돌아왔다. 한소미의 손바닥에서 피가 났다. 서은채가 그걸 보고 배낭에서 붕대를 꺼냈다.

"손."

한소미가 손을 내밀었다. 서은채가 붕대를 감았다. 힘 조절이 정확했다. 너무 느슨하지도, 너무 팽팽하지도 않았다.

"선배님."

"뭐."

"아까... 제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아셨어요?"

서은채가 붕대 끝을 묶으며 대답했다.

"몰랐어."

"네?"

"안 되면 내가 올라갈 생각이었어."

한소미의 눈이 커졌다.

"그럼..."

"넌 시험이었어."

서은채가 배낭을 메며 일어섰다.

"쓸모 있는지 없는지."

한소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손이 주먹으로 쥐어졌다.

"그럼 저는요? 이제 쓸모 있는 건가요?"

서은채가 돌아봤다. 눈빛이 흔들리지 않았다.

"아직 몰라."

---

오전 여섯 시.

출발선에 여덟 명이 모였다.

박지원이 하품을 하며 목을 돌렸다. 최서연은 팔을 쭉 뻗어 스트레칭을 했다. 김하늘과 이지수는 옆에 서서 속삭였다.

"진짜 저 둘이 우릴 들고 간대?"

"미쳤나 봐. 우리 한 명이 120kgin데."

훈련원 직원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규칙 확인합니다. 네 명의 선수를 두 명의 민간인이 정상까지 운반. 제한 시간 12시간. 실패 시..."

"알아요."

박지원이 손을 휘저었다.

"국가대표 박탈. 지겹게 들었어요."

직원이 서은채를 봤다.

"준비됐습니까?"

서은채는 대답 대신 박지원 앞으로 걸어갔다. 박지원이 비웃음을 지었다.

"어디 한번 들어봐, 아줌마."

"누워."

"뭐?"

"바닥에 누우라고."

박지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옆에서 최서연도 낄낄거렸다.

"야, 진짜 들 거야? 120kg을?"

"누워."

서은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박지원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 120kg의 오만 (Part 3)

서은채가 박지원의 허리에 안전벨트를 채웠다. 버클이 찰칵 소리를 냈다.

"뭐 하는 거예요?"

"들고 가는 거 아니야."

서은채가 로프를 벨트에 연결했다.

"끌고 간다."

박지원의 얼굴이 굳었다.

"미친..."

"출발."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서은채가 로프를 어깨에 걸고 걷기 시작했다. 박지원의 몸이 질질 끌렸다. 흙바닥에 긴 자국이 그어졌다.

"야! 잠깐만!"

박지원이 소리쳤다. 등이 돌에 긁혔다. 서은채는 멈추지 않았다.

한소미가 뒤따라오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까지...'

---

첫 번째 구간 300m 지점.

박지원의 등산복이 찢어졌다.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아파! 진짜 아프다고!"

서은채가 멈췄다. 돌아보지 않았다.

"일어나."

"뭐?"

"걸을 수 있으면 걸어. 못 걸으면 계속 끌린다."

박지원이 이를 갈았다.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 이게 무슨..."

서은채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로프가 팽팽해졌다. 박지원이 따라 걸었다. 발이 비틀거렸다.

뒤에서 최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야, 박지원. 끌려가는 거 개웃기다."

"닥쳐!"

한소미가 최서연 옆으로 다가갔다. 두 번째 안전벨트를 들고.

"누워요."

"뭐?"

"누우라고요."

최서연이 뒤로 물러섰다.

"야, 나도 저렇게 끌고 갈 거야?"

"아니요."

한소미가 벨트를 바닥에 내려놨다.

"제가 들고 갈게요."

최서연의 눈이 커졌다.

"너... 60kg도 안 되잖아."

"중심만 잘 잡으면 돼요."

한소미가 쪼그려 앉았다. 등을 내밀었다.

"업혀요."

---

오전 일곱 시 삼십 분.

능선 구간이 시작됐다. 폭 1m. 양옆이 낭떠러지였다.

서은채가 박지원의 로프를 고정 지점에 묶었다. 박지원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이 거칠었다.

"여기서... 쉬어야겠어요."

"안 돼."

서은채가 로프를 당겼다. 박지원의 몸이 앞으로 끌려왔다.

"일어나."

"못 일어나요! 다리가..."

"그럼 기어."

박지원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 입술이 떨렸다.

"제발..."

서은채가 쪼그려 앉았다. 박지원과 눈높이를 맞췄다.

"120kg."

"뭐?"

"네가 나한테 한 말. 기억나?"

박지원이 고개를 돌렸다. 대답이 없었다.

"'120kg짜리 짐덩이가 뭘 안다고.' 그렇게 말했지."

서은채가 로프를 한 번 더 당겼다.

"이제 네가 짐이야."

---

오전 아홉 시.

능선 끝 지점. 수직 암벽이 나타났다. 높이 50m.

네 명의 선수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박지원은 등을 긁힌 채로, 최서연은 한소미에게 업혀 온 탓에 다리가 저린 채로. 김하늘과 이지수는 겁에 질려 있었다.

서은채가 암벽을 올려다봤다. 손전등으로 확인했던 그 구간이었다.

'15m.'

아니었다.

'50m.'

계산이 틀렸다.

한소미가 옆으로 다가왔다.

"선배님... 저기."

"봤어."

"어떻게...?"

서은채가 배낭에서 도르래를 꺼냈다. 두 개.

"한 명씩 매달아서 올린다."

"혼자서요?"

"너도 당긴다."

한소미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붕대가 피로 젖어 있었다.

"제가... 120kg을요?"

"네가 60kg 당기면, 도르래가 반으로 줄여줘. 30kg이 돼."

서은채가 도르래를 로프에 연결했다.

"넌 30kg만 당기면 돼."

한소미의 손이 떨렸다. 로프를 잡았다. 거칠었다.

"할 수 있어요."

---

첫 번째.

박지원이 공중에 매달렸다. 안전벨트가 허리를 조였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서은채가 로프를 당겼다. 한소미도 함께 당겼다. 박지원의 몸이 1m 올라갔다.

"내려줘! 제발!"

서은채는 대답하지 않았다. 로프를 한 번 더 당겼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5m. 10m. 15m.

박지원의 비명이 점점 작아졌다. 목소리가 쉬었다.

30m 지점에서 로프가 끊어질 듯 삐걱거렸다.

한소미가 손을 놓칠 뻔했다.

"선배님!"

"놓지 마."

서은채의 목소리가 낮았다. 떨리지 않았다.

"지금 놓으면 떨어진다."

한소미가 이를 악물었다. 로프를 다시 잡았다. 피가 붕대를 뚫고 흘렀다.

50m.

박지원이 정상에 닿았다. 그대로 기절했다.

---

두 시간 후.

네 명 모두 50m 지점에 도착했다.

김하늘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우리 진짜 정상까지 가는 거예요?"

서은채가 처음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당연하지."

그 순간이었다.

위에서 낙석 소리가 들렸다.

우르르르.

박지원이 매달린 로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고정 지점의 쇠 고리가 흔들렸다. 녹이 떨어졌다.

서은채의 눈이 위로 향했다.

'끊어진다.'

로프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박지원이 10m 아래 바위 지대를 내려다봤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야. 놓지 마."

총 7,069자 · 약 14분

- 1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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