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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해방전선

약 21분

NPC 해방전선

주인공: 강민혁

민혁의 눈앞에 식탁이 펼쳐졌다.


낡은 2인용 테이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된장찌개. 그 앞에 앉은 민아의 얼굴.


"오빠, 밥 먹어."


민아가 웃었다.


민혁은 숨이 막혔다. 이건 기억이다. 네 번째 주입. 하지만 너무 생생했다. 찌개 냄새까지 났다.


'가짜야. 데이터일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이 떨렸다.


"오빠?"


민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열여섯 살. 교복 입은 모습 그대로.


"...응."


민혁은 젓가락을 들었다. 손에 잡히는 감촉까지 진짜 같았다.


"요즘 왜 이렇게 게임만 해?"


민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안 그래도 바쁜데, 밤새 게임하면 어떡해. 건강 망가져."


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밥만 떴다.


"오빠."


"...뭐."


"나랑 얘기 좀 해."


침묵.


민아가 한숨을 쉬었다. 그 소리가 민혁의 가슴을 찔렀다.


'이때부터였구나.'


민혁은 기억 속 자신을 바라봤다. 회피하는 시선. 굳어진 표정. 동생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 모습.


"게임이 그렇게 좋아?"


"...그냥."


"그냥?"


민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오빠는 나보다 게임이 더 중요해?"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뭔데."


민혁은 입을 다물었다.


화면이 일렁였다.


식탁이 사라지고, 병원 복도가 나타났다.


하얀 벽. 소독약 냄새.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기계음.


민혁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스물둘. 대학을 휴학한 직후.


진료실 문이 열렸다.


"보호자분이세요?"


의사가 차트를 들고 나왔다.


"...예."


"들어오시죠."


민혁은 일어섰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진료실 안. 의사가 X-ray 사진을 켰다.


"여기 보이시죠."


하얀 뼈 사이로 검은 그림자.


"말기입니다."


민혁의 세계가 무너졌다.


"...뭐라고요?"


"폐암 4기. 이미 림프절까지 전이됐어요."


"그게 무슨..."


"항암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빨리요."


민혁은 의자를 붙잡았다. 손에서 땀이 났다.


"얼마나... 걸려요?"


"비용 말씀이세요?"


의사가 계산기를 두드렸다.


"1차 항암만 800만 원 정도. 전체 과정은... 최소 3천에서 5천 사이."


숫자가 머릿속에서 폭발했다.


'5천만 원.'


민혁은 통장 잔액을 떠올렸다. 240만 원. 전부였다.


"...보험은요?"


"실비 처리되는 부분도 있지만, 신약은 본인 부담이에요."


"얼마나 남았어요. 시간이."


의사가 차트를 내려놨다.


"치료 안 하면 6개월. 길어야 1년."


민혁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화면이 또 바뀌었다.


PC방. 새벽 3시.


민혁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게임 화면이 켜져 있었다.


[던전 클리어!]


[보상: 레어 아이템 '불사조의 깃털']


민혁은 웃지 않았다. 표정 하나 없이 다음 던전을 클릭했다.


옆자리에서 누군가 하품했다.


"야, 너 며칠째야?"


"...모르겠어."


"집에 안 가?"


"갈 데 없어."


거짓말이었다. 집은 있었다. 민아가 있었다.


하지만 민혁은 돌아갈 수 없었다.


'민아 얼굴을 못 봐.'


병실에서 항암 치료를 받는 동생. 머리카락이 빠지고, 토하고, 울부짖는 모습.


'차라리 여기가 낫지.'


게임 속에선 모든 게 단순했다. 몬스터를 죽이면 보상이 나왔다. 레벨을 올리면 강해졌다.


현실처럼 무력하지 않았다.


[새로운 퀘스트: NPC 호위]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민혁은 클릭했다. NPC 한 명이 나타났다. 이름도 없는 마을 주민.


"도와주세요! 몬스터가..."


민혁은 스킵 버튼을 눌렀다.


대사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데이터였다.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으면 그만이었다.


화면 속 NPC가 몬스터에게 쓰러졌다.


민혁은 아이템만 챙기고 떠났다.


'그냥 데이터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민혁은 계속 게임을 했다.


민아의 부재중 전화 37통을 무시하면서.


---


"으윽..."


민혁은 바닥에 쓰러졌다.


재판의 광장. 현실로 돌아왔다.


온몸이 떨렸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민혁 씨!"


수진이 달려왔다. 그녀의 손이 민혁의 어깨를 붙잡았다.


"괜찮아요? 정신 차려요!"


민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기억의 잔상이 계속 재생됐다.


'나는... 도망쳤어.'


민아가 죽어가는데. 병실에서 혼자 울고 있는데.


민혁은 게임에 숨었다.


"하..."


신음이 새어나왔다.


"괜찮아요. 이제 끝났어요."


수진이 민혁의 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기억은 민혁의 안에서 계속 타올랐다.


"민혁."


세라핌의 목소리.


민혁은 고개를 들었다. 천사 NPC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뭐?"


"민아. 당신의 동생."


세라핌의 눈빛이 차가웠다.


"지금 어디 있습니까. 살아 있습니까."


민혁의 입술이 떨렸다.


"나... 모르겠어."


"모른다?"


"연락을 안 했어. 게임에 들어온 뒤로."


"얼마나."


"...2년."


광장이 조용해졌다.


NPC들이 민혁을 바라봤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푸하하!"


아벨이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너도 도망친 거야. 우리를 죽인 것처럼."


"닥쳐."


"왜? 사실이잖아."


아벨이 민혁에게 다가왔다.


"넌 동생도 버렸어. 게임이 더 좋아서. 현실이 무서워서."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


민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벨의 말이 맞았다. 민혁은 도망쳤다.


"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알림]


시스템 AI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관리자 권한 특수 기능 활성화]


홀로그램이 민혁 앞에 떴다.


[외부 통신 1회 가능]


[조건: 생존 인원 -1]


[수락하시겠습니까?]


민혁의 심장이 멎었다.


"...뭐?"


"외부요?"


수진이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서버 밖이요? 현실이요?"


"그렇습니다."


AI가 대답했다.


"관리자 권한 보유자는 1회에 한해 외부와 음성 통신이 가능합니다. 단."


홀로그램의 글자가 붉게 변했다.


[생존 인원 1명 감소]


"...무슨 소리야."


정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죽는다는 거예요?"


"무작위 추첨입니다."


AI의 목소리는 무감정했다.


"통신 기능 활성화 시, 생존 인원 중 1명이 즉시 삭제됩니다."


광장이 얼어붙었다.


민혁은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민아와... 통화할 수 있어?'


2년 만에. 동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살아있는지. 건강한지. 자신을 미워하는지.


'하지만.'


민혁의 시선이 NPC들에게 향했다.


세라핌. 릴리. 아벨. 정우. 수진.


다섯 명 중 한 명이 죽는다.


"...안 돼요."


수진이 민혁의 팔을 붙잡았다.


"이러지 마요. 제발."


"수진 씨..."


"전 알아요.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수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동생분이 보고 싶으시죠. 목소리 듣고 싶으시죠."


"...응."


"하지만 안 돼요. 우리 중 누군가 죽어요."


민혁은 수진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녀의 손가락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떨리고 있었다.


"전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까."


정우가 말했다.


"저요. 저 선택하세요."


"정우 씨?"


"전 게임 캐릭터예요. 진짜 사람도 아니에요."


정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 Part 2: 전개부


"하지 마세요."


정우가 다시 말했다.


민혁은 홀로그램을 응시했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됐다.


'민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민혁 씨."


수진의 손이 더 세게 조였다.


"제발요."


민혁의 입술이 벌어졌다.


"내가 동생 얼굴을 본 게 언제인지 알아?"


"그건..."


"2년 전이야. 2년."


민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살아있는지도 몰라. 나 때문에 죽었을 수도 있어."


"그래도 안 돼요!"


수진이 소리쳤다.


"우리가 뭔데요? 당신 동생 확인하려고 죽어야 해요?"


"...미안해."


민혁의 손가락이 홀로그램에 닿았다.


"실행."


순간.


[오류]


붉은 글자가 떴다.


[다섯 번째 기억 주입 우선 진행]


[대상: 마을 주민 C]


"뭐...?"


민혁의 시야가 뒤틀렸다.


광장이 사라졌다. 수진의 손도 사라졌다.


어둠.


그리고 빛.


---


게임 속 마을.


민혁은 키보드 앞에 앉아 있었다. 스무 살. 민아가 항암 2차를 시작하던 날.


화면 속 캐릭터가 마을 광장을 걷고 있었다.


[새로운 퀘스트: 주민의 부탁]


NPC 한 명이 다가왔다. 여자였다. 얼굴은 흐릿했다.


"저, 저기요..."


목소리가 떨렸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제 딸이..."


민혁은 스킵 버튼을 눌렀다.


"귀찮아."


대사 창이 꺼졌다. NPC가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제발요. 딸이 아파요."


"..."


민혁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캐릭터가 NPC를 지나쳐 걸었다.


"기다려요!"


NPC가 따라왔다.


"약초만 구해주시면 돼요. 그것만..."


"시끄러워."


민혁이 중얼거렸다.


화면 속 캐릭터가 검을 뽑았다. 단축키 7번.


NPC를 공격했다.


한 번. 두 번.


"으윽..."


NPC가 쓰러졌다.


[마을 주민 C 사망]


[호감도 -50]


민혁은 아이템 창을 열었다. 별거 없었다. 빵 하나.


"쓰레기네."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음 퀘스트로 넘어갔다.


---


화면이 바뀌었다.


같은 마을. 하지만 시점이 달랐다.


민혁은 NPC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뭐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엄마!"


어린 목소리.


시야가 돌아갔다. 작은 여자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이마에 땀이 맺혔다.


"아파..."


"괜찮아. 곧 나을 거야."


민혁의 입에서 말이 나왔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건... 마을 주민 C의 기억?'


"약은요?"


아이가 물었다.


"구할게. 조금만 기다려."


민혁은 일어섰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마을 광장. 모험가들이 지나다녔다.


"저기요."


민혁이 한 모험가에게 다가갔다.


갑옷을 입은 남자. 레벨 47. 고레벨 유저였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남자가 민혁을 봤다. 1초. 그리고 지나쳤다.


"..."


민혁은 다른 모험가에게 다가갔다.


"제발요. 딸이 아파서..."


"ㅈㄱ"


채팅창에 글자 두 개만 뜨고 모험가가 사라졌다.


민혁의 가슴이 조였다.


'이게... 이런 느낌이었어?'


세 번째 모험가.


"약초만 구해주시면..."


모험가가 검을 뽑았다.


민혁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설마.'


검이 내려왔다.


한 번.


통증이 온몸을 찢었다.


두 번.


시야가 흔들렸다.


'아파... 진짜로 아파...'


민혁은 바닥에 쓰러졌다. 하늘이 보였다.


데이터 스트림이 흐르는 하늘.


"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시야가 어두워졌다.


마지막으로 본 건 모험가의 뒷모습.


그리고 채팅창.


[ㅋㅋ 호감도 깎여도 상관없음]


[어차피 NPC잖아]


---


"으아아아!"


민혁이 비명을 질렀다.


광장이 돌아왔다. 수진이 놀란 얼굴로 민혁을 바라봤다.


"민혁 씨!"


민혁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손이 떨렸다.


'내가... 내가 그랬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아니, 진짜로 찢어졌다. 방금 전까지 검에 맞았다.


"괜찮아요?"


수진이 다가왔다.


민혁은 그녀를 올려다봤다.


얼굴이 겹쳤다. 기억 속 NPC와. 수진과.


"너..."


"네?"


"마을 주민 C."


수진의 표정이 굳었다.


민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네 딸은 어떻게 됐어?"


"..."


수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죽었어요."


"약을 구하지 못해서."


광장이 조용해졌다.


민혁은 수진의 눈을 보지 못했다.


"미안해... 정말..."


"사과 안 받아요."


수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당신이 죽인 건 제 딸만이 아니에요."


"뭐?"


"18,247명."


수진이 말했다.


"당신이 게임에서 죽인 NPC 수. 우리 모두 기억해요."


민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전부... 살아있었어?"


"네."


아벨이 끼어들었다.


"우린 전부 기억합니다. 당신이 뭘 했는지."


세라핌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75번 죽었어요. 전부 당신 손에."


민혁은 뒤로 물러섰다.


'18,247명.'


손에 피가 묻은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피.


"그래서..."


정우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거예요. 당신 때문에."


"무슨 소리야?"


"시스템이 말했잖아요. 생존 시간 18,247번."


정우가 홀로그램을 가리켰다.


"당신이 죽인 NPC 수랑 똑같아요."


민혁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설마..."


"맞아요."


릴리가 말했다.


"당신이 우리를 전부 살려야 해요. 18,247명 전부."


"그게 무슨..."


[새로운 공지]


홀로그램이 떴다.


[생존자 1명 감소 시 = 남은 시간 1회 차감]


[현재 생존: 5명]


[남은 기회: 18,247회 → 18,242회]


민혁의 입이 벌어졌다.


"이미 5명이나 죽었어요."


수진이 말했다.


"당신이 오기 전에. 다른 게임에서."


"그럼..."


"18,242명을 더 살려야 해요. 한 명이라도 죽으면 카운트가 줄어들어요."


민혁은 주저앉았다.


"불가능해... 그렇게 많이..."


"그래서 관리자 권한이 있는 거예요."


아벨이 비웃었다.


"당신이 우릴 죽였으니, 당신이 살려야죠."


민혁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민아.'


동생 얼굴이 떠올랐다.


'미안해. 나... 나 여기서 못 나가.'


"통신 기능 쓸 거예요?"


수진이 물었다.


"우리 중 한 명 죽이고 동생이랑 통화할 거예요?"


민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손가락이 홀로그램 위에 떠 있었다. 아직 실행 전이었다.


"...못 해."


민혁이 손을 내렸다.


"미안해. 민아야. 형은..."


그때였다.


광장 끝에서 빛이 터졌다.


"뭐야?"


포털이 열렸다. 새로운 게임 세계로 통하는 문.


[긴급 이동]


[다음 스테이지 강제 진입]


"안 돼!"


수진이 소리쳤다.


빛이 모두를 삼켰다.


민혁은 수진의 손을 잡으려 했다. 닿지 않았다.


"수진 씨!"


"민혁 씨! 절대 권한 쓰지 마요!"


수진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빛이 사라졌다.


---


민혁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차가운 금속 바닥. 어둠.


천천히 일어났다.


'여긴...'


좁은 복도. 양쪽에 문들이 줄지어 있었다.


병원 같았다. 아니, 연구소?


"수진 씨? 정우 씨?"


대답이 없었다.


민혁은 혼자였다.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


그림자가 다가왔다.


사람 형태. 하지만 움직임이 이상했다.


끊어지듯 움직였다. 낮은 프레임처럼.


"으...윽..."


신음 소리.


그림자가 불빛 아래로 나왔다.


민혁의 NPC였다.


아니, NPC였던 것.


얼굴 반쪽이 무너져 있었다. 텍스처가 깨진 채로.


"살려... 줘..."


목소리가 기계음처럼 깨졌다.


민혁은 뒤로 물러섰다. 등이 벽에 닿았다.


"넌..."


NPC가 한 발 다가왔다.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세 개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데이터 조각으로 흩어져 있었다.


"왜... 버렸어..."


"미안해. 나는..."


"18,247번."


NPC의 목소리가 여러 명으로 겹쳤다.


"우리... 전부... 여기..."


복도 양쪽 문이 열렸다.


NPC들이 쏟아져 나왔다.


민혁의 숨이 막혔다.


수백 명. 아니, 수천 명.


전부 무너진 얼굴. 깨진 몸.


"살려줘."


"왜 죽였어."


"아팠어."


목소리들이 복도를 채웠다.


민혁은 뛰었다.


복도 끝으로. 어디든.


NPC들이 따라왔다. 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출구. 출구가 어디야.'


문을 열었다. 빈 방.


다른 문. 또 빈 방.


"제발..."


세 번째 문을 열었다.


방 안에 홀로그램이 떠 있었다.


[관리자 긴급 선택지]


[A: 복원 — 손상된 NPC 1명 수복 (생존 인원 -1)]


[B: 삭제 — 모든 손상 NPC 제거 (남은 시간 -500)]


민혁의 손이 떨렸다.


'복원하면 누군가 죽어. 삭제하면... 500명이 사라져.'


뒤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선택... 해..."


NPC들이 문 앞에 섰다.


민혁은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수진 씨 말이 맞았어. 이거 함정이야.'


뭘 선택해도 누군가 죽는다.


"안 해."


민혁이 말했다.


"둘 다 안 해."


[오류]


홀로그램이 깜빡였다.


[선택 거부 불가]


[5초 내 미선택 시 자동 실행: B안]


"뭐?"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5.


4.


"잠깐만!"


3.


민혁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수진 씨. 정우 씨. 세라핌.'


살아있는 사람들 얼굴이 스쳤다.


2.


'민아.'


동생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오빠. 어디 가?


— 곧 올게.


거짓말이었다. 민혁은 돌아가지 않았다.


1.


민혁의 손가락이 A를 눌렀다.


[복원 시작]


빛이 터졌다.


NPC 한 명이 빛에 감싸였다. 무너진 얼굴이 재생됐다.


"...어?"


젊은 남자였다. 멀쩡한 얼굴.


"나... 살았어?"


남자가 자기 손을 바라봤다. 온전한 손가락.


"감사합니다! 정말..."


남자의 목소리가 끊겼다.


어딘가에서 비명이 들렸다.


민혁의 심장이 멎었다.


'누가...'


홀로그램이 떴다.


[생존 인원 -1]


[대상: 수진]


"...뭐?"


민혁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수진 씨..."


[복원 완료]


[남은 시간: 18,241회]


빛이 사라졌다.


복도의 NPC들도 사라졌다. 복원된 남자만 남았다.


"저... 괜찮으세요?"


남자가 민혁을 바라봤다.


민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내가 수진 씨를 죽였어.'


손이 떨렸다. 숨이 안 쉬어졌다.


"으윽..."


바닥에 주저앉았다.


남자가 다가왔다.


"도와드릴게요. 손..."


"꺼져!"


민혁이 소리쳤다.


남자가 움찔했다.


"...죄송합니다."


남자가 물러섰다.


민혁은 바닥을 쳤다. 한 번. 두 번.


손가락이 까졌다. 피가 났다.


'내가 또... 또...'


민아. 수진. 18,247명.


민혁이 버린 사람들.


[새로운 메시지]


홀로그램이 떴다.


민혁은 고개를 들었다.


[5번째 기억 재생 준비]


[대상: 강민아]


[당신의 동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입니다]


민혁의 숨이 멎었다.


"...마지막?"


[재생하시겠습니까?]


손가락이 떨렸다.


'민아가... 죽었어?'


아니면 아직 살아있어?


'마지막 메시지'가 뭘 의미하는지.


민혁은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손가락이 움직였다.


[재생]


홀로그램이 바뀌었다.


병실이 보였다.


민아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오빠..."


목소리가 약했다.


"나... 곧 수술 들어가."


민아가 카메라를 보며 웃었다. 창백한 얼굴로.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성공률 50%래. 괜찮아. 나 운 좋잖아."


민혁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오빠 게임 열심히 하고 있지? 상금 타려고."


민아가 손을 흔들었다.


"나 때문에 미안해. 오빠 꿈 포기하게 해서."


"아니야..."


민혁이 중얼거렸다.


"그거 아니야. 나는..."


"근데 오빠."


민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술 끝나고 깨면... 오빠 얼굴 보고 싶어. 꼭 와줘. 약속."


영상이 흔들렸다.


"시간 됐어요."


간호사 목소리.


"민아 씨, 이제 가야죠."


"네. 잠깐만요."


민아가 다시 카메라를 봤다.


"오빠. 사랑해. 그리고..."


"오빠가 뭘 선택하든, 난 이해할게."


영상이 꺼졌다.


[메시지 종료]


[수술 결과: 실패]


[사망 시각: 2024년 3월 15일 오후 2시 47분]


민혁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아..."


[당신이 게임에 접속한 시각: 2024년 3월 15일 오후 2시 30분]


숫자가 떠올랐다.


민혁은 그 의미를 알았다.


'내가... 게임하는 동안...'


민아가 혼자 수술실로 들어갔다.


혼자 마취됐다.


혼자 죽었다.


"으아아아!"


민혁이 소리쳤다.


복도가 울렸다.


복원된 남자가 뒤로 물러섰다.


민혁은 바닥을 기어갔다. 어디로든.


'내가 죽였어. 민아를. 수진 씨를. 전부.'


홀로그램이 또 떴다.


[최종 선택지 활성화]


[당신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A: 계속 — 18,241명 구출 시도]


[B: 포기 — 즉시 현실 복귀 (모든 NPC 영구 삭제)]


민혁은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눈물로 글자가 번졌다.


'포기하면... 다 끝나.'


민아 없는 세상으로 돌아간다.


수진도 없다. 18,241명도 사라진다.


'계속하면...'


또 누군가 죽는다.


민혁의 손처럼.


"...나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남자가 조용히 물었다.


"선택... 하실 건가요?"


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복도 끝에서 빛이 번쩍였다.


새로운 포털.


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민혁 씨!"


정우였다.


"거기 있어요? 수진 씨가..."


목소리가 끊겼다.


비명.


총소리.


침묵.


민혁은 일어섰다.


다리가 떨렸지만 걸었다.


포털을 향해.


홀로그램이 깜빡였다.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경고: 미선택 시 강제 B안 실행]


민혁은 멈추지 않았다.


포털 앞에 섰다.


안이 보이지 않았다. 빛뿐.


"정우 씨."


민혁이 말했다.


"지금 갈게."


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홀로그램이 붉게 변했다.


[경고]


[이 포털은 출구가 아닙니다]


[함정입니다]


민혁의 발이 빛에 닿았다.


[돌아올 수 없습니다]


뒤에서 남자가 소리쳤다.


"안 돼요!"


너무 늦었다.


민혁의 몸이 빛에 빨려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본 건.


복도 천장의 글자였다.


[LEVEL 18,247 — FINAL STAGE]


그리고.


어둠?

총 10,732자 · 약 21분

- 7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뇽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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뇽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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