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약 14분 · 총 6,937자

잊혀진 혈통의 귀환

주인공: 유카리엘

관 뚜껑이 닫히는 순간, 유카리엘의 손이 멈췄다.

"안녕, 할아버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술만 움직였다.

검은 천으로 덮인 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유카리엘은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턱 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닦지 않았다.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셨어.'

고아원 마당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평소라면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소리쳤을 시간이었다. 지금은 모두 건물 안에 숨어 있었다.

"태상황 폐하께 경의를."

낮고 무거운 남자 목소리가 마당을 가득 채웠다.

유카리엘이 고개를 들었다. 시야가 흐려져 있었지만, 앞에 선 사람들의 윤곽은 보였다.

제복.

금색 장식.

검.

'뭐야, 이 사람들.'

제국군 정복을 입은 남자가 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뒤로 수십 명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 소리가 들렸다. 땅이 울렸다.

유카리엘은 눈을 깜빡였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누구세요?"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마을 입구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민들이었다. 멀찍이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저 사람들 누구래?"

"황실 사람들 아니야?"

"미쳤나, 여기가 어디라고."

유카리엘은 다시 관을 바라봤다. 할아버지가 누워 있는 곳.

'이게 무슨 일이야.'

정복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일어났다. 키가 컸다. 얼굴은 차가웠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유카리엘 양."

그가 말했다.

"장례가 끝나면 잠시 시간을 내주십시오."

존댓말이었다. 유카리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요?"

"전해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남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묵념에 들어갔다.

유카리엘은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왜 할아버지 장례식에.'

이해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고아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유카리엘을 손녀처럼 키웠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뭐지.

황실?

말도 안 돼.

장례식은 길게 이어졌다. 신부가 기도문을 읽었고, 사람들은 하나씩 관 앞에 꽃을 놓았다. 유카리엘은 끝까지 무릎을 꿇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마지막 조문객이 떠나고, 마당에는 유카리엘과 정복을 입은 남자만 남았다.

"따라오시죠."

남자가 말했다.

유카리엘은 일어났다. 다리가 저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남자를 따라 고아원 건물 뒤편 천막으로 걸어갔다.

천막 안은 어두웠다. 촛불 몇 개만 타오르고 있었다.

남자가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십시오."

유카리엘은 앉지 않았다.

"누구세요?"

"황태자 아르만도입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황태자?'

유카리엘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아르만도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 여기 오신 거예요?"

"태상황 폐하의 유언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태상황이요?"

유카리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할아버지랑 무슨 상관이…"

말이 끊겼다.

아르만도가 품에서 봉투를 꺼냈다. 황금색 인장이 찍혀 있었다.

"클라우디오 폐하는 제국의 선선대 황제이십니다."

숨이 멎었다.

"…뭐라고요?"

"70년 전, 황위를 물려주신 후 태상황으로 계셨습니다. 그리고 15년 전, 이곳으로 오셨죠."

유카리엘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요."

"유언장입니다."

아르만도가 봉투를 내밀었다. 유카리엘은 받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고아원 원장이었고, 저를 키워주셨고…"

"그분은 황제였습니다."

아르만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리고 당신은 프로미넌스 대공 가문의 마지막 혈통입니다."

프로미넌스.

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역사책에서.

'70년 전 멸족당한 가문.'

유카리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증거가 있어요?"

"유언장을 보십시오."

아르만도가 봉투를 펼쳤다. 양피지가 나왔다. 촛불 아래서 글씨가 드러났다.

*'나 클라우디오는 이 유언을 남긴다. 유카리엘을 황궁으로 데려가라. 프로미넌스 가문을 부흥시켜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명령이다.'*

유카리엘의 손이 떨렸다.

글씨체가 익숙했다. 할아버지가 쓰던 그 글씨.

"거짓말이에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할아버지는 그냥… 그냥 할아버지였어요."

아르만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왜 아무 말도 안 하셨을까요."

유카리엘이 물었다.

"왜 저한테 아무것도 안 알려주셨어요."

"모르겠습니다."

아르만도가 말했다.

"하지만 폐하는 당신을 지키려 하셨습니다."

"뭐로부터요?"

"루나틱으로부터."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천막 안 공기가 차가워졌다.

"70년 전, 프로미넌스 가문을 멸족시킨 조직입니다.

# Part 2/3: 전개

"루나틱."

유카리엘은 그 이름을 되뇌었다. 입안이 말랐다.

"왜 그 사람들이 저랑 상관이 있어요?"

아르만도가 천막 밖을 바라봤다.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활동 중입니다."

"70년이 지났는데요?"

"조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르만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오히려 더 깊이 숨어들었죠. 귀족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유카리엘은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저를 숨기신 거예요?"

"그렇습니다."

"왜 진작 말씀 안 하셨어요."

목소리가 떨렸다. 참으려 했지만 안 됐다.

"제가 알았어야 했잖아요. 준비라도 할 수 있었잖아요."

아르만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폐하께서는 당신이 평범하게 자라길 바라셨습니다."

"평범하게요?"

유카리엘이 비웃었다.

"고아원에서 자라는 게 평범한가요?"

"적어도 목숨을 걱정하진 않았을 겁니다."

아르만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루나틱은 프로미넌스의 혈통을 완전히 지우려 합니다.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믿죠."

"왜요?"

"모릅니다."

아르만도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들은 70년 전 대공 가문을 하룻밤 사이에 전멸시켰습니다. 갓난아기까지 남기지 않았죠."

유카리엘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한 명을 구했다고요?"

"예. 당신의 할머니입니다."

유카리엘은 숨을 들이켰다. 할머니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어떻게 됐어요?"

"30년 전 돌아가셨습니다."

"어떻게요?"

아르만도가 입을 다물었다. 대답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말씀하세요."

유카리엘이 한 발 다가갔다.

"제가 알아야 할 권리가 있어요."

"…암살당했습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루나틱이요?"

"확실하진 않습니다. 증거가 없었으니까요."

아르만도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폐하께서는 확신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어머니를 더 깊이 숨기셨죠."

"엄마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유카리엘은 엄마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들었다.

"어머니는 출산 중 돌아가셨습니다."

아르만도가 말했다.

"자연사였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는 당신마저 잃을까 두려워하셨죠."

유카리엘은 뒤로 물러나 의자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저를 고아원에.'

이해가 됐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해가 됐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황궁으로 가셔야 합니다."

"왜요?"

"폐하의 유언이니까요."

유카리엘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안 가요."

"거부할 수 없습니다."

"강제로 데려가시려고요?"

아르만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폐하께서 당신을 지명하셨습니다. 황립 아카데미 아르케비스에 입학하라고."

"…아카데미요?"

"귀족 자제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마법과 검술을 배우고, 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죠."

유카리엘은 비웃었다.

"제가 귀족이에요?"

"프로미넌스 대공 가문의 후손입니다."

"증거도 없잖아요."

"혈통 감정을 받으시면 됩니다."

아르만도가 품에서 작은 수정구를 꺼냈다.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이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싫어요."

유카리엘이 고개를 돌렸다.

"저는 그냥 여기서 살 거예요. 할아버지가 그러셨듯이."

"루나틱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겁니다."

"그럼 싸우면 되죠."

"혼자서요?"

아르만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당신은 마법도 검술도 모릅니다. 그들은 제국 최고의 암살자들입니다."

유카리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황궁에 가시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보호요?"

유카리엘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감옥에 가두겠다는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믿을 수 없어요."

아르만도는 한숨을 쉬었다. 처음으로 감정이 드러났다.

"저도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가지 마세요."

"폐하의 명령입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유카리엘이 일어났다.

"이제 저한테 명령할 사람은 없어요."

천막을 나가려는 순간, 아르만도가 말했다.

"폐하께서 남기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유카리엘이 멈췄다.

"뭔데요?"

아르만도가 품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낡았지만 정교하게 조각돼 있었다.

"이걸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상자를 건네받은 유카리엘은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반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나무로 만든 반지.

너무 소박해서 값어치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안쪽에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프로미넌스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유카리엘의 손이 떨렸다.

"이게 뭐예요?"

"대공 가문의 문장입니다."

# Part 3/3: 위기-클리프행어

유카리엘은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봤다. 약지에 딱 맞았다.

'왜 나무로 만들었을까.'

귀족이라면 금이나 은으로 만들었을 텐데. 나무는 너무 초라했다.

"이걸 왜 주신 거예요?"

"모르겠습니다."

아르만도가 고개를 저었다.

"폐하께서는 '때가 되면 안다'고만 하셨습니다."

유카리엘은 반지를 빼지 않았다. 손가락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착각일까.

"내일 아침 마차가 옵니다."

아르만도가 말했다.

"준비하십시오."

"거부하면요?"

"그럴 수 없습니다."

아르만도가 천막을 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유카리엘은 혼자 남았다.

촛불이 타들어갔다. 그림자가 벽에 일렁였다.

'황궁.'

가본 적도 없는 곳. 할아버지가 평생 숨어 지낸 곳.

'왜 저를 보내려는 거지?'

유언장의 글씨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프로미넌스 가문을 부흥시켜라.'*

말도 안 됐다. 유카리엘은 마법도 모르고 검도 쥐어본 적 없었다. 귀족 사회의 규칙도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가문을 부흥시켜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나무 표면이 부드러웠다.

그때였다.

반지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유카리엘은 손을 들어 올렸다. 촛불 아래서 반지를 자세히 봤다.

아무 변화도 없었다.

'착각이었나.'

하지만 진동은 계속됐다.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반지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미약한 금빛.

유카리엘은 숨을 멈췄다.

빛이 손등을 타고 올라갔다. 팔을 지나 어깨로, 가슴으로 퍼져나갔다.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했다.

'이게 뭐지?'

빛은 곧 사라졌다. 반지도 원래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뭔가 달라진 게 느껴졌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잠들어 있던 게 깨어나는 느낌.

유카리엘은 손바닥을 펼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막 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아니, 바람이 아니었다.

발소리.

여러 명.

유카리엘은 몸을 일으켰다. 촛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천막 입구를 바라봤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다섯 명쯤 되는 것 같았다.

'아르만도가 돌아온 건가?'

아니었다. 발소리가 너무 가벼웠다. 군인의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천막 밖에서 속삭임이 들렸다.

"안에 있나?"

"확실해. 감지됐어."

"조용히 해. 들키면 안 돼."

유카리엘의 심장이 빨라졌다.

'루나틱?'

이렇게 빨리 올 리 없었다. 아르만도가 방금 떠났는데.

하지만 다른 설명이 없었다.

천막 입구가 열렸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 얼굴에 천을 둘렀다. 눈만 보였다.

뒤따라 네 명이 더 들어왔다.

유카리엘은 뒤로 물러났다. 천막 벽에 등이 닿았다.

"누구세요?"

목소리가 떨렸다. 참으려 했지만 안 됐다.

검은 옷의 사람이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올렸다.

손바닥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마법.

유카리엘은 숨을 들이켰다.

"프로미넌스의 마지막."

검은 옷의 사람이 말했다.

"오늘로 끝이다."

불꽃이 커졌다. 천막 안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유카리엘은 도망칠 곳을 찾았다. 없었다. 천막은 사방이 막혀 있었다.

'어떡하지.'

손이 저절로 반지를 만졌다.

그 순간.

반지에서 다시 빛이 터져 나왔다.

이번엔 미약하지 않았다. 천막 전체를 뒤덮을 만큼 강렬했다.

검은 옷의 사람들이 뒤로 물러났다.

"이건…!"

"대공가의 인장이야!"

"어떻게…"

유카리엘도 놀랐다. 빛은 그녀를 중심으로 회오리쳤다. 바닥이 진동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 목소리.

*'유카리엘.'*

"할아버지…?"

*'반지를 부숴라.'*

"뭐라고요?"

*'지금 당장. 바닥에 내리쳐라.'*

유카리엘은 반지를 뺐다. 손이 떨렸다.

검은 옷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불꽃이 날아왔다.

유카리엘은 반지를 바닥에 내리쳤다.

쨍그랑.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폭발.

금빛 빛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천막이 찢어졌다. 검은 옷의 사람들이 날아갔다.

유카리엘은 바닥에 쓰러졌다. 귀가 먹먹했다.

빛이 사라졌다.

천막은 반쯤 무너져 있었다. 검은 옷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도망친 건지 죽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유카리엘은 일어나려 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부서진 반지 조각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중 하나가 빛났다.

반지 안쪽에 뭔가 숨겨져 있었다.

작은 두루마리.

유카리엘은 손을 뻗었다. 두루마리를 집어 들었다.

펼쳤다.

글씨가 적혀 있었다. 할아버지 필체.

*'황궁 지하 3층. 금지된 서고. 프로미넌스의 진실이 그곳에 있다. 누구도 믿지 마라.

총 6,937자 · 약 14분

- 1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SEINIES

Powered by NtoTOON

#판타지#복수#성장#귀족
SEINIES

작가

이 작품처럼 나도 만들기

아이디어 한 줄이면 AI가 웹소설을 써드려요 · 가입하면 4컷 웹툰 4편 무료

나도 만들기

댓글 0

로그인하고 댓글 달기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