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거자의 영역
주인공: 아셀
천사의 날개가 불타 떨어졌다.
아셀은 그것을 보며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수백의 천사가 비명을 지르며 소멸해가는 광경 앞에서도,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손끝에서 번져나가는 회색빛 파동이 점점 더 넓게, 더 깊게 퍼져나갈 뿐이었다.
"아셀, 멈춰!"
리엔의 목소리가 던전 전체를 울렸다. 하지만 아셀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하나, 저 멀리 천계의 빛이 새어 나오는 균열을 향하고 있었다.
소거의 영역이 확장될 때마다 공간이 일그러졌다.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도, 평화롭지도 않았다. 그저 있던 것이 없어질 뿐이었다. 천사들은 자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허공에 흩어졌다.
"제기랄, 듣고 있어? 이러다 던전 전체가 무너진다고!"
루시퍼가 날아와 아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친 그의 얼굴엔 초조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셀은 그를 스쳐 지나가려 했다.
"비켜라."
"미쳤어? 네 힘이 지금 통제를 벗어나고 있단 말이야! 던전 코어가 과부하 상태라고!"
루시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던전의 벽면에 균열이 생겼다. 검은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더니 파편들이 떨어져 내렸다. 던전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코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렇군."
아셀이 처음으로 걸음을 멈췄다. 그의 눈동자가 던전의 균열을 향했다. 회색빛 파동이 잠시 주춤거렸다.
리엔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정신 차려. 네가 원하는 건 복수가 아니잖아."
"...아니다."
"뭐?"
"복수다."
아셀의 목소리엔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 무표정 속에 깔린 무언가가 리엔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세라핌을 죽인 놈들. 내 아이들을 가둔 놈들. 그들을 지워야 한다."
"그래서 네 던전까지 부숴버릴 거야? 네 아이들이 돌아올 집까지?"
리엔의 말에 아셀의 손이 떨렸다.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집."
"그래, 집. 네 아이들이 수천 년 만에 돌아올 곳이라고. 그걸 네 손으로 부숴버릴 거냐?"
아셀이 천천히 손을 내렸다. 소거의 영역이 조금씩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그의 주변엔 회색빛 안개가 맴돌고 있었다.
던전 전체가 고요해졌다. 천사들의 비명도, 전투의 소음도 멈췄다. 남은 건 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천계의 빛과, 그 빛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 사람의 그림자뿐이었다.
"오랜만이군, 아셀."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오랜 친구를 반기는 것처럼. 하지만 그 속엔 냉기가 서려 있었다.
빛이 걷히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빛 갑옷, 여섯 쌍의 날개, 그리고 온화하게 미소 짓는 얼굴. 미카엘론이었다.
"네놈."
아셀의 입에서 처음으로 감정이 섞인 말이 나왔다. 증오. 순수한 증오.
"그렇게 화낼 일인가? 나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네."
"세계를."
"그래. 자네의 아이들은 너무 강했어. 던전주와 천사의 피가 섞인 존재들. 그들이 성장하면 천계와 하계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 분명했지."
미카엘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의 발밑에서 황금빛 문양이 피어올랐다.
"그래서 봉인했다. 그들이 깨어나지 못하도록, 영원히."
"거짓말."
"뭐?"
"세라핌이 말했다. 동생들이 깨어나고 있다고."
아셀의 말에 미카엘론의 미소가 굳었다. 아주 잠깐, 하지만 분명히.
"...그 아이가 뭘 알았겠나. 봉인은 완벽했어. 수천 년간 단 한 번도—"
"너희가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아셀이 미카엘론의 말을 끊었다.
"내 아이들이 아니라, 나를. 내가 진실을 알게 될까 봐."
"...역시 눈치챘군."
미카엘론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온화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냉혹한 심판자의 얼굴만이 남았다.
"그래, 인정하지. 우리가 두려워한 건 자네였네, 아셀. 던전주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존재. 소거의 영역이라는 금기. 자네가 본격적으로 천계에 적대하면... 우린 이길 수 없어."
"그렇군."
"그래서 협상을 제안하네."
미카엘론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 위로 작은 수정구가 떠올랐다. 그 안에는 일곱 개의 빛이 희미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자네의 아이들이네. 아직 살아있어. 망각의 감옥 깊숙한 곳에."
아셀의 눈동자가 수정구에 고정됐다.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뻗어졌다.
"풀어주지."
"조건이 있네."
"...조건."
"자네가 스스로를 소거하는 거야. 던전 코어와 함께."
리엔과 루시퍼가 동시에 소리쳤다.
"말도 안 돼!"
"그딴 거래 받아들일 것 같아?"
하지만 아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수정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안에서 깜박이는 일곱 개의 빛을. 자신의 아이들을.
'세라핌.'
죽어가던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을 올려다보며 미소 짓던 그 얼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걱정하던 그 목소리.
'아빠... 미안해요.'
미안해해야 할 건 자신이었다. 지키지 못한 건. 구하지 못한 건. 진실조차 알아채지 못한 건.
"...받아들이겠다."
"뭐?!"
리엔이 아셀의 팔을 붙잡았다. 루시퍼도 날아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정신 나갔어? 네가 사라지면 던전도, 네 아이들도 끝이야!"
"상관없다."
"상관없긴 뭐가 상관없어! 네 아이들이 돌아왔는데 아빠가 없으면 어떡하냐고!"
"...그들은 살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덤덤했다. 하지만 그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이를 악물고 있었다.
미카엘론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한 선택이네. 그럼 지금 당장—"
"잠깐."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던전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거기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아니, 소녀처럼 보이는 존재. 온몸이 반투명한 빛으로 이루어진, 마치 홀로그램 같은 형체.
"...기록자."
아셀이 그 이름을 불렀다.
기록자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던전의 균열이 메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을 되돌리는 것처럼.
"미안해요, 아셀. 이 거래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왜."
"당신이 사라지면 던전 코어도 사라져요. 그럼 제 기록도, 이 세계의 기록도 모두 지워지죠."
기록자가 미카엘론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엔 경멸이 가득했다.
"그게 당신의 진짜 목적이겠죠, 미카엘론. 아셀을 제거하는 동시에 던전의 기록까지 지워버리는 거. 그럼 당신들이 저지른 일도 역사에서 사라지니까."
미카엘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기록자. 네가 왜 여기 있지?"
"제 역할을 하러 왔죠. 진실을 기록하고, 거짓을 폭로하는 것."
기록자가 손을 들자, 던전 전체에 빛이 퍼져나갔다. 벽면에, 천장에, 바닥에 무수한 문자들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록이었다. 천계가 저지른 모든 일들의.
"봐요, 아셀. 당신의 아이들이 봉인된 진짜 이유를요."
문자들이 모여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수천 년 전, 천계의 회의장. 그곳에서 미카엘론과 다른 대천사들이 나누던 대화.
"아셀의 아이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아이들입니다. 죄를 짓지도 않았어요."
"죄를 짓기 전에 제거하는 겁니다. 그들이 아셀의 편에 서면 천계는 끝입니다."
"...그렇다면 봉인하죠. 영원히."
아셀의 손이 떨렸다.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 감정이 드러났다. 분노도, 슬픔도 아닌. 절망이었다.
"처음부터... 내 아이들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래요. 그들의 유일한 죄는 당신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뿐이었어요."
기록자의 말에 던전 전체가 흔들렸다. 아셀의 감정이 던전 코어와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회색빛 파동이 다시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통제되지 않은 분노가 아니라, 명확한 의지였다.
"미카엘론."
"...뭔가."
"네놈을 지우겠다."
아셀이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그 순간, 던전 전체가 그의 의지에 반응했다. 벽이, 바닥이, 천장이 모두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미카엘론이 뒤로 물러서며 날개를 펼쳤다.
"감히...!"
"기록자. 거래를 제안한다."
아셀이 기록자를 돌아봤다.
"내 아이들의 위치를 알려달라. 대가는 무엇이든 치르겠다."
기록자가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코어와의 완전한 융합이에요."
"...융합."
"그러면 당신은 절대적인 힘을 얻어요. 하지만 동시에 인간성을 잃고 던전 그 자체가 되죠. 감정도, 기억도, 모든 게 희미해질 거예요."
"상관없다."
"당신의 아이들 얼굴도 잊을지 몰라요."
아셀이 멈췄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세라핌의 얼굴이 떠올랐다. 웃고 있는 얼굴.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던 목소리. 그 모든 게 사라진다면.
"...그래도."
"정말로?"
"내 아이들이 살 수 있다면."
기록자가 쓸쓸하게 미소 지었다.
"...역시 당신답네요, 아셀."
그녀가 손을 뻗자, 던전 코어가 반응했다.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리는 소리. 심장 박동 같은, 하지만 훨씬 더 거대한.
"망각의 감옥은 천계의 가장 깊은 곳에 있어요. 하지만..."
기록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의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봉인이 약해지고 있어요. 그들이 스스로 깨어나고 있다는 뜻이에요."
"...뭐라고?"
"세라핌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예요. '동생들은 이미 깨어나고 있어요'라고."
던전이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번엔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니었다. 던전 입구 쪽에서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리엔이 그쪽을 돌아봤다.
"...뭐야, 이 마력은."
루시퍼도 긴장한 표정으로 날개를 펼쳤다.
"세 명이야. 그것도 엄청나게 강한."
던전 입구가 폭발하듯 열렸다. 먼지와 파편이 날아가고, 그 속에서 세 개의 그림자가 걸어 나왔다.
첫 번째는 붉은 머리의 청년이었다. 검은 갑옷을 걸친 그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손엔 거대한 검이 들려 있었다.
두 번째는 은발의 소녀. 천사의 날개와 악마의 뿔을 동시에 가진 그녀의 주변엔 빛과 어둠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세 번째는 금발의 소년. 가장 어려 보였지만, 그의 눈빛은 누구보다 차갑고 날카로웠다.
"...여긴 던전주의 영역이라며?"
붉은 머리 청년이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목소리엔 적의가 가득했다.
"세라핌을 죽인 놈이 여기 있다고 했지?"
은발 소녀가 던전 안쪽을 응시했다.
"느껴져. 세라핌 언니의 마력이. 여기서 죽었어."
금발 소년은 아무 말 없이 칼을 뽑았다. 그 칼날엔 천계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셀이 그들을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너희는."
붉은 머리 청년이 아셀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눈엔 증오가 타오르고 있었다.
"던전주 아셀. 우리 아버지를 죽인 놈."
아셀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들이었다. 자신의 아이들. 카인, 리리엘, 에이든.
하지만 그들은 아셀을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알아봤지만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세뇌당한 거예요."
기록자가 조용히 말했다.
"천계가 수천 년간 그들에게 거짓 기억을 심었어요. 당신이 그들을 버렸다고, 어머니를 죽였다고, 세라핌까지 죽였다고."
"...그럴 리가."
"하지만 봉인이 약해지면서 진짜 기억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요. 지금 그들은 혼란스러운 상태예요.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죠."
카인이 검을 들어 올렸다.
"닥쳐. 우린 진실을 알아. 저 놈이 모든 걸 빼앗아갔어."
리리엘도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세라핌 언니의 원수. 여기서 갚을 거야."
에이든은 말없이 아셀을 향해 돌진했다. 칼날이 섬광처럼 날아왔다.
아셀은 피하지 않았다.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칼날이 그의 목을 스쳤다. 피가 흘렀다.
"...아셀!"
리엔이 소리쳤지만, 아셀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건드리지 마라."
"미쳤어? 저들이 널 죽이려고—"
"내 아이들이다."
아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렸다.
카인이 비웃었다.
"아이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넌 우릴 버렸잖아."
"...버리지 않았다."
"거짓말!"
카인의 검이 다시 날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아셀이 손을 들어 막았다. 소거의 영역이 검을 감쌌지만, 완전히 지우진 않았다. 그저 멈춰 세울 뿐.
"거짓말이 아니다. 나는... 너희를 찾고 있었다."
"그럼 왜 이제야!"
리리엘이 울먹이며 소리쳤다.
"왜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우린 수천 년 동안 기다렸어! 아빠가 구하러 올 거라고 믿었어!"
아셀의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몰랐다. 너희가 살아있다는 것조차."
"말도 안 돼..."
에이든이 칼을 거두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거짓말이야. 천계가 말했어. 우린 실패작이라고, 아빠가 우릴 버렸다고..."
"천계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셨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덤덤했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너희를 봉인한 건 천계다. 내가 아니다."
카인이 검을 내려놓지 않았다.
"...증거는?"
"증거."
아셀이 기록자를 돌아봤다. 기록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기록을 펼쳤다.
벽면에 떠오른 건 또 다른 장면이었다. 아셀이 천계를 찾아가 아이들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모습. 미카엘론이 차갑게 거절하며 "이미 소멸했다"고 거짓말하는 모습. 그리고 아셀이 무너지는 모습.
"...거짓말."
카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것도 거짓말이야. 조작된 거라고..."
하지만 그의 눈엔 이미 의심이 피 하지만 그의 눈엔 이미 의심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리리엘은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쳤다.
"아냐, 아냐... 우리가 기억하는 건..."
"거짓 기억이에요."
기록자가 조용히 말했다.
"천계가 심어준 거예요. 진짜 기억은 봉인 속에 갇혀 있었죠."
에이든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럼... 세라핌 누나를 죽인 건..."
"천계다."
아셀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미카엘론. 네놈이 직접 명령했지."
미카엘론이 날개를 접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었네. 세라핌이 봉인의 비밀을 알아냈거든. 동생들을 풀어주려 했지. 그럴 순 없었어."
"그래서 죽였다는 거냐."
"경고했네. 하지만 듣지 않더군. 고집은 자네를 닮았어."
순간 아셀의 눈빛이 변했다. 회색빛 파동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던전 전체가 비명을 지르듯 흔들렸다.
"아셀, 안 돼!"
리엔이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아셀의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워주마.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거의 영역이 미카엘론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 순간, 카인이 앞으로 뛰어들었다.
"잠깐!"
검이 소거의 영역을 가로막았다. 붉은 마력이 회색빛과 충돌하며 불꽃을 튀겼다.
"...비켜라."
"안 비켜! 아직... 아직 확실하지 않아!"
카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가 정말 우리 아빠인지, 천계가 정말 거짓말을 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아셀이 멈칫했다. 소거의 영역이 흔들렸다.
"...확실하지 않다고?"
"그래! 머릿속이 엉망이야! 천계의 기억도, 방금 본 기록도, 전부 진짜 같아!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어!"
카인이 검을 떨어뜨렸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냥... 그냥 기억나게 해줘. 진짜 기억을. 아빠의 얼굴을. 목소리를. 뭐든..."
아셀의 손이 떨렸다. 소거의 영역이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기억."
"응. 세뇌당하기 전의 기억. 아빠가 우릴 안아주던 기억. 같이 웃던 기억..."
카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런 게... 정말 있었어?"
아셀이 무릎을 꿇었다. 천천히, 마치 무너지듯이.
그는 카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있었다."
"뭐?"
"네가 처음 걸음마를 했을 때. 넘어질까 봐 내가 뒤에서 따라다녔다. 너는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지."
카인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네가 처음 검을 잡았을 때. 너무 무거워서 끌고 다녔다. 나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그건."
희미한 잔상이 떠올랐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본 거대한 뒷모습. 따뜻한 손길. 낮고 차분한 목소리.
"리리엘."
아셀이 은발 소녀를 봤다.
"너는 밤마다 악몽을 꿨다. 천사와 악마의 피가 싸우고 있다고. 그럴 때마다 내가 곁에 앉아 있었다. 네가 잠들 때까지."
리리엘의 입술이 떨렸다.
"...노래."
"그렇다. 자장가를 불러줬다. 음치였지만."
"아빠가... 노래를..."
눈물이 흘러내렸다.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천계가 심은 거짓이 아닌, 진짜 기억이.
"에이든."
막내를 바라봤다.
"너는 말이 없었다. 형, 누나들이 시끄러워서 끼어들 틈이 없었지. 그래서 나는 너하고만 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같이 있었다."
에이든의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쏟아졌다.
"...기억나."
"정말?"
"응. 아빠 옆에 앉아서... 던전 밖을 같이 보던 거.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좋았어."
세 남매가 동시에 주저앉았다. 천계가 심은 증오가 무너지고, 진짜 기억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아빠..."
카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정말... 우리 아빠야?"
아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렇다."
"그럼 왜...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미안하다."
아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감정을 억제하던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정말... 정말 몰랐다. 너희가 살아있는 줄."
"아빠..."
리리엘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아셀에게 다가갔다. 에이든과 카인도 따라왔다.
"세라핌 언니는..."
"...죽었다."
아셀이 고개를 숙였다.
"내가 지키지 못했다."
"아빠 잘못이 아니야."
카인이 아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천계가... 천계 놈들이..."
"미안하다."
"왜 아빠가 미안해. 우리가... 우리가 아빠를 의심했잖아."
"아니다. 내 탓이다. 내가 더 일찍 알았어야 했다. 더 강했어야 했다."
아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희를 지켜야 했는데... 세라핌을 잃었다. 또 잃었다."
"아빠..."
리리엘이 아셀을 껴안았다. 에이든과 카인도 함께 안았다.
"이제 됐어. 우리 같이 있잖아."
"...같이."
"응. 이젠 안 떨어질 거야. 약속해."
아셀의 어깨가 떨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하다."
감정을 모르던 던전주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던 소거자가. 아버지로서 울고 있었다.
"정말... 미안하다."
세 남매가 더 세게 안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있을 뿐이었다.
미카엘론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 날개를 펼쳤다.
"...감동적이군. 하지만."
황금빛 창이 허공에 떠올랐다.
"이건 끝이 아니네. 아셀, 자네의 아이들이 깨어났다는 건 천계에게 더 큰 위협이 됐다는 뜻이야."
"...그렇군."
아셀이 천천히 일어났다. 아이들이 그를 놓지 않으려 했지만,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뗐다.
"뒤에 있어라."
"아빠, 혼자서는—"
"혼자가 아니다."
아셀이 던전을 돌아봤다. 리엔과 루시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자도 미소 지었다.
"이제... 가족이 있다."
소거의 영역이 다시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통제되고, 정교하고, 명확한 목적을 가진 힘이었다.
"미카엘론.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기회?"
"당장 물러가라. 그럼 목숨은 살려주마."
미카엘론이 비웃었다.
"웃기는 소리. 자네 혼자서 천계 전체를 막을 순—"
"혼자가 아니라고 했다."
카인이 검을 들었다. 리리엘이 마력을 모았다. 에이든이 칼을 뽑았다.
"우리도 싸울 거야."
"세라핌 언니의 원수도 갚아야 하고."
"...더 이상 도망 안 쳐."
아셀이 아이들을 봤다. 그리고 작게,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고맙다."
던전이 빛났다. 회색빛과 붉은빛, 은빛과 금빛이 뒤섞이며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냈다.
미카엘론의 표정이 굳었다.
"이건..."
"가족의 힘이다."
아셀이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그리고 네놈은 그걸 빼앗으려 했지. 용서할 수 없다."
소거의 영역이 폭발했다.
소거의 영역이 미카엘론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천사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날개를 펼쳤을 뿐인데, 회색빛 파동이 황금빛 장벽에 막혀 흩어졌다.
"...막혔다."
"당연하지. 자네 힘은 강하지만, 천계 전체를 상대로는 부족해."
미카엘론이 손을 들자 던전 천장이 찢어졌다. 그 너머로 수백 개의 황금빛 창이 떠올랐다.
"아이들까지 되찾았으니, 이제 만족하겠지? 물러가게, 아셀. 더 이상 희생은—"
"닥쳐라."
아셀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희생을 말하지 마라. 세라핌을 죽인 네놈이."
"그건 어쩔 수 없었—"
"어쩔 수 없다고?"
회색빛이 다시 폭발했다. 이번엔 던전 전체가 진동했다. 바닥이 갈라지고, 벽이 무너졌다.
"수천 년을 기다렸다. 내 아이들이 돌아올 거라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네놈이 전부 빼앗았다."
리엔이 급히 나섰다.
"주인님, 진정하세요! 던전이 무너져요!"
하지만 아셀은 듣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가 완전히 회색으로 변했다. 던전 코어와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
카인이 소리쳤다.
"정신 차려! 이러다 던전 전체가—"
"괜찮다."
아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분노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이제 끝낸다. 천계를. 미카엘론을. 전부."
소거의 영역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던전 안의 모든 것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바닥이, 벽이, 공기조차.
"안 돼요!"
기록자가 비명을 질렀다.
"이러다 당신까지 소멸해요!"
"상관없다."
"주인님!"
루시퍼가 날개를 펼쳤지만, 회색빛 파동에 밀려 뒤로 날아갔다.
미카엘론이 창을 휘둘렀다. 수백 개의 황금빛이 쏟아졌지만, 소거의 영역에 닿는 순간 전부 사라졌다.
"...이럴 수는."
천사장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 던전 코어와 완전히..."
"그렇다."
아셀이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그의 몸에서 회색빛 균열이 퍼지기 시작했다. 존재 자체가 소거의 영역과 하나가 되고 있었다.
"이제 네놈을 지워주마. 흔적도 남기지 않고."
"아빠, 안 돼!"
리리엘이 울먹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회색빛 파동이 그녀를 밀어냈다.
"비켜라. 위험하다."
"싫어! 이러다 아빠가 사라져!"
"...사라진다?"
"그래! 던전 코어랑 완전히 융합하면 인간성을 잃는다고, 기록자 언니가 그랬어! 아빠는 아빠가 아니게 돼!"
아셀이 멈칫했다. 회색빛이 흔들렸다.
"...인간성."
"응. 감정도, 기억도, 전부 사라진다고. 그냥... 던전의 일부가 되는 거야."
"그럼."
에이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잊어버리는 거야? 방금 전 재회한 것도?"
아셀의 눈빛이 흔들렸다. 회색빛 균열이 천천히 멈췄다.
"...잊는다."
"그럼 안 돼!"
카인이 검을 던지고 아셀에게 달려들었다. 회색빛 파동이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버지를 껴안았다.
"제발... 제발 이러지 마. 우리 이제 겨우 만났잖아."
"...카인."
"세라핌 누나 복수는 나중에 해도 돼. 일단 살아야지. 아빠가 사라지면... 우린 또 혼자야."
리리엘과 에이든도 달려와 아셀을 안았다.
"우린 아빠가 필요해."
"복수보다 아빠가 더 중요해."
아셀의 몸이 떨렸다. 회색빛 균열이 천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그가 아이들을 안았다. 던전 코어와의 공명이 끊어졌다.
"정신을 잃을 뻔했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미카엘론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자네는 변했군, 아셀."
"...뭐?"
"예전의 자넨 주저하지 않았을 거야. 아이들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나를 지워버렸겠지."
천사장이 창을 거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군. 약점이 생겼어."
"약점."
"그래. 가족이라는 이름의."
미카엘론이 뒤로 물러섰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지. 어차피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목적?"
"자네가 던전 코어와 융합할 수 없다는 걸 확인했어. 아이들 때문에."
천사장이 미소 지었다.
"그럼 천계는 안전하군. 자네 혼자서는 우릴 이길 수 없으니까."
황금빛 날개가 펼쳐지며 천사장이 사라졌다. 던전 천장의 균열도 함께 닫혔다.
"...도망쳤다."
카인이 중얼거렸다.
"아니."
아셀이 고개를 저었다.
"전략적 후퇴다. 내 약점을 확인했으니, 이제 그걸 노릴 것이다."
"약점?"
"너희들."
아셀이 아이들을 봤다.
"천계는 이제 나를 직접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우릴 노리겠구나."
리리엘이 창백해졌다.
"그럼 우리 때문에 아빠가 위험해지는 거잖아."
"아니다."
아셀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손길이었다.
"너희는 약점이 아니다. 힘이다."
"...힘?"
"그렇다. 너희가 없었다면 나는 던전 코어와 융합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잃었겠지."
아셀이 작게 미소 지었다.
"고맙다. 막아줘서."
세 남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빠..."
리엔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주인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준비한다."
"준비요?"
"천계가 다시 올 것이다. 그 전에 힘을 키워야 한다."
아셀이 던전을 돌아봤다.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을 찾아야 한다."
"나머지?"
카인이 물었다.
"우리 말고 또 있어요?"
"...일곱이었다."
아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세라핌, 카인, 리리엘, 에이든. 그리고..."
"네 명이 더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 모른다. 천계가 숨겼을 것이다."
기록자가 입을 열었다.
"...제가 찾을 수 있어요."
"뭐?"
"기록을 뒤지면 단서가 나올 거예요. 천계가 아무리 숨겨도, 흔적은 남으니까."
"얼마나 걸리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최선을 다할게요."
아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한다."
그가 아이들을 봤다.
"너희는 여기 머물러라. 안전하다."
"안 돼."
카인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같이 찾을 거야."
"위험하다."
"알아. 하지만 우리 동생들이잖아. 가만히 있을 순 없어."
리리엘과 에이든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강해. 아빠 자식이니까."
"...그렇군."
아셀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좋다. 하지만 내 명령을 따라라. 위험하면 바로 도망쳐라."
"알았어!"
세 남매가 환하게 웃었다. 아셀은 그 모습을 보며 조금씩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던전 깊은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 울고 있는 것 같은.
"...뭐지?"
루시퍼가 날개를 세웠다.
"주인님, 저건..."
"코어룸이다."
아셀의 얼굴이 굳었다.
"누군가 침입했다."
"그럴 리가요! 던전 코어는 주인님 말고는 접근할 수—"
"아니."
기록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
"누구?"
"...던전주의 피를 이어받은 자."
아셀의 눈이 커졌다.
"설마."
그가 뛰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마물들이 뒤따랐다.
코어룸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엔.
은발의 소녀가 서 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었고, 옷은 찢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세라핌?"
아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소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오래간만이에요, 아빠."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황금빛이었다.
"...넌."
"맞아요. 전 세라핌이에요. 아빠의 첫째 딸."
소녀가 던전 코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이제... 천계의 것이기도 하죠."
코어가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안 돼!"
아셀이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던전 전체가 진동하며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세라핌이 웃었다. 하지만 그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미안해요, 아빠. 전... 선택할 수 없었어요."
"세라핌!"
"동생들을 살리고 싶었어요."
던전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빛에 삼켜졌다.
---
어둠 속에서 아셀이 눈을 떴다.
던전이 사라져 있었다. 코어룸도, 마물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지."
"천계예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세라핌이 서 있었다. 여전히 황금빛 눈동자로.
"미안해요, 아빠. 하지만 이게...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무슨 짓을 한 거냐."
"던전 코어를 천계에 바쳤어요. 그 대가로... 동생들의 목숨을 보장받았죠."
아셀의 주먹이 떨렸다.
"...네가?"
"네. 제가요."
세라핌이 고개를 숙였다.
"전 죽지 않았어요. 미카엘론이 살려뒀죠. 조건부로."
"조건."
"아빠를 배신하라고."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던전 코어를 넘기고, 아빠를 천계로 데려오라고. 그럼 동생들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그래서 배신했다는 거냐."
"...네."
세라핌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미안해요. 하지만 전... 동생들을 또 잃을 순 없었어요."
아셀이 딸을 봤다. 분노도, 실망도 없었다. 그저... 슬픔만이.
"...그렇군."
"아빠?"
"이해한다."
"...예?"
"네가 선택한 거다. 가족을 위해."
아셀이 세라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다."
"아빠..."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천계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세라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슨."
"미카엘론은 거짓말쟁이다. 네 동생들도, 너도, 결국엔 전부 죽일 것이다."
"아니야... 약속했어..."
"약속 따위 없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미카엘론이 날개를 펼치며 나타났다.
"미안하군, 세라핌. 하지만 네 역할은 여기까지야."
황금빛 창이 소녀를 향해 날아갔다.
"안 돼!"
아셀이 딸을 안고 몸을 돌렸다. 창이 그의 등을 관통했다.
"...아빠?"
"괜찮다."
아셀이 피를 흘리며 미소 지었다.
"이젠... 지킬 수 있으니까."
그가 손을 들었다. 회색빛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던전 코어를 잃었지만, 아직 힘은 남아있었다.
"세라핌."
"...네?"
"도망쳐라. 동생들에게 가라."
"하지만 아빠는—"
"괜찮다고 했다."
아셀이 딸을 밀어냈다. 그리고 미카엘론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끝을 보자."
소거의 영역이 폭발했다.
천계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