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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아이들

약 21분

섬의 아이들

주인공: 강민우

새벽 4시, 하늘이 갈라졌다.


검은 헬기 세 대가 월미도 위로 내려앉았다. 회전날개가 일으킨 바람에 마을 입구 철조망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민우는 이불 속에서 눈을 떴다.


'헬기 소리?'


가슴이 뛰었다. 아니, 뛰는 게 아니라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최윤아 선생님이었다.


"민우야!"


문이 벌컥 열렸다. 선생님 얼굴이 새하얬다.


"지금 당장 일어나. 뒷문으로 나가."


"무슨—"


"질문하지 마. 서연이랑 준호 데리고 지금 나가."


선생님 목소리가 떨렸다. 민우는 처음 봤다. 저 사람이 저렇게 떠는 걸.


밖에서 총소리가 터졌다.


민우는 이불을 걷어찼다. 맨발로 복도를 뛰었다. 옆방 문을 열자 서연이 이불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오빠?"


"나와. 빨리."


준호 방 문도 두들겼다. 대답이 없었다. 문을 열자 준호는 이미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저거... 군인들이야."


창밖으로 손전등 불빛이 스무 개는 되어 보였다. 검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마을 어귀를 포위하고 있었다.


"뒷문. 지금."


민우가 준호 팔을 잡아끌었다.


세 아이가 복도를 달렸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앞쪽 현관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전원 마당으로! 움직이면 쏜다!"


선생님이 계단 아래서 손짓했다.


"이쪽으로!"


부엌을 지나 뒷문으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거기 서!"


군인 한 명이 부엌 입구를 막았다. 총구가 민우를 향했다.


선생님이 군인 앞으로 뛰어들었다.


"애들은 몰라요! 제발—"


총성.


민우 눈앞에서 선생님 어깨가 뒤로 젖혀졌다. 안경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선생님!"


서연이 비명을 질렀다.


선생님이 바닥에 쓰러지며 입을 움직였다. 소리는 안 났지만 민우는 알 수 있었다.


'도망쳐.'


군인이 총을 다시 들었다.


민우는 서연과 준호 손을 잡아챘다. 뒷문을 박차고 나갔다.


"사살 허가 떨어졌다! 쏴!"


총알이 문짝을 뚫고 지나갔다.


세 아이는 마을 뒤편 숲으로 달렸다. 발에 돌이 박혔지만 멈출 수 없었다.


"으아아악!"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마을 쪽에서였다. 아는 목소리였다. 옆집 수진이였다.


민우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거짓말이었다.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숲속이 어두웠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서연이 넘어졌다.


"아파..."


"일어나."


민우가 서연을 일으켰다. 준호는 뒤를 보며 헐떡였다.


"쫓아와. 불빛 보여."


손전등 불빛이 숲 사이로 흔들렸다. 개 짖는 소리도 들렸다.


"이쪽!"


민우가 앞장섰다. 섬 지리는 외웠다. 작년에 선생님이 '만약을 대비해서'라며 지도를 그려줬었다.


'만약이 뭔데요?'


'그냥... 혹시 모르니까.'


선생님은 알고 있었던 거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민우 목구멍이 조였다.


"오빠, 어디로 가?"


"절벽. 거기 동굴 있어."


"절벽? 거기 위험하잖아!"


"그래서 안 찾을 거야."


뒤에서 무전 소리가 들렸다.


"3구역 수색 시작. 개 풀어."


개 짖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세 아이는 숲을 빠져나와 절벽 끝에 섰다. 아래로 바다가 보였다. 파도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여기서 끝이야?"


준호가 절벽 끝을 내려다봤다.


손전등 불빛이 나무 사이로 비쳤다.


"발견! 절벽 쪽이다!"


군인 네 명이 총을 들고 다가왔다.


"조용히 따라와. 다치지 않게 해줄게."


민우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선생님 어깨에서 피가 흐르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어른은 믿으면 안 돼.'


"저기!"


서연이 절벽 아래를 가리켰다. 바위틈 사이로 검은 구멍이 보였다. 동굴 입구였다.


"미쳤어? 거기 뛰어내리면—"


"안 뛰어내리면 죽어."


민우가 서연 손을 꽉 잡았다.


"셋. 둘."


"잠깐, 난—"


"하나!"


세 아이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귀가 먹먹해졌다. 서연이 비명을 질렀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위가 다가왔다.


민우는 팔로 얼굴을 감쌌다.


쾅.


등짝에 뭔가 박혔다. 숨이 턱 막혔다.


그리고 모든 게 꺼졌다.


***


"오빠. 오빠!"


누가 민우 뺨을 때렸다.


눈을 뜨니 천장이 보였다. 아니, 천장이 아니라 동굴 벽이었다. 축축한 이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신 차렸어?"


서연이 민우 이마에 젖은 천을 올렸다. 차가웠다.


"여기가..."


"동굴 안. 우리 살았어."


민우는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쑤셨다. 특히 등이 화끈거렸다.


"준호는?"


"입구."


동굴 입구 쪽을 보니 준호가 바위 뒤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밖을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이쪽 수색 완료했나?"


"네. 절벽 아래는 파도 때문에 접근 불가합니다."


"시체 확인은?"


"못 했습니다. 추락했으면 익사했을 겁니다."


"확인 안 된 건 생존으로 본다. 수색 계속해."


발소리가 멀어졌다.


민우는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물."


서연이 조개껍데기에 담긴 물을 건넸다. 민우는 단숨에 들이켰다. 짠맛이 났다. 바닷물이었다.


"미안. 민물은 없어."


"괜찮아."


민우는 동굴 안을 둘러봤다. 생각보다 넓었다. 깊이는 한 10미터쯤 되어 보였다.


준호가 돌아봤다.


"무전 들었어?"


"응."


"7명 확보, 5명 사망이래. 나머지 수색 중."


민우 주먹이 저절로 쥐어졌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누가... 죽었을까."


서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민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진이 비명이 귓가에 맴돌았다.


준호가 동굴 벽으로 다가갔다. 주머니에서 뭔가 꺼냈다. 돌멩이였다.


벽에 글자를 긁기 시작했다.


"뭐 해?"


"이름. 새기는 거."


벽에 삐뚤빼뚤한 글씨가 새겨졌다.


**수진. 민호. 하늘.**


준호 손이 떨렸다. 돌이 바닥에 떨어졌다.


"더는... 못 쓰겠어."


민우가 돌을 주웠다. 이름 옆에 작은 선을 그었다.


"나중에 더 새기자. 지금은 아니야."


"왜? 어차피 다 죽었을 텐데."


"아직 몰라."


"선생님도 죽었잖아!"


준호가 소리쳤다. 목소리가 동굴 안에서 울렸다.


민우는 준호 어깨를 잡았다.


"시끄러워. 들려."


준호가 입을 다물었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서연이 민우 옆으로 왔다.


"우리... 어떡해?"


"일단 여기서 기다려. 밖에 애들 다 잡히면 수색 끝날 거야."


"그다음엔?"


"섬 빠져나가."


"어떻게?"


민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방법 같은 건 없었다. 그냥 내뱉은 말이었다.


'어른은 못 믿어. 군인은 더 못 믿어.'


선생님이 쓰러지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안경 깨지는 소리도.


"오빠 손."


서연이 민우 손을 가리켰다.


손등에 피가 묻어 있었다. 민우 피는 아니었다. 누구 건지 알고 싶지 않았다.


서연이 젖은 천으로 닦아줬다.


"아파?"


"아니."


거짓말이었다. 온몸이 아팠다. 근데 그것보다 더 아픈 게 있었다.


동굴 안은 어두웠다. 입구로 들어오는 빛도 해가 지면서 점점 약해졌다.


민우는 등을 동굴 벽에 기댔다. 축축한 이끼가 옷에 스며들었다.


'살았다.'


근데 그게 다였다. 그다음은 없었다.


준호가 입구 쪽에서 몸을 웅크렸다. 한 시간째 꼼짝 않고 있었다.


"준호야."


대답이 없었다.


"물 좀 마셔."


"배고파."


준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서연이 무릎을 껴안고 앉아 있었다. 입술이 파래졌다.


민우는 주머니를 뒤졌다. 손에 뭔가 걸렸다. 구겨진 종이였다.


꺼내 보니 엿장수 할아버지가 어제 준 사탕 포장지였다.


'내일 또 와라. 새 맛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 있을까.


민우는 포장지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나가자."


서연이 고개를 들었다.


"뭐?"


"밤 되면 나가. 마을로."


"미쳤어? 군인들 있는데."


"군인들도 밤엔 쉬어. 교대할 때 틈 생겨."


준호가 돌아봤다.


"그래서? 마을 가서 뭐 하는데."


"먹을 거. 그리고..."


민우는 말을 멈췄다.


'선생님.'


시체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냥 두고 올 순 없었다.


"위험해."


서연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 있는 것도 위험해.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그럼 바다로 나가. 물고기 잡아."


"맨손으로? 너 잡을 수 있어?"


서연이 입을 다물었다.


준호가 일어났다.


"나 간다."


"혼자?"


"셋이 움직이면 더 눈에 띄잖아."


민우는 준호 팔을 잡았다.


"같이 가."


"오빠는 다쳤어. 등 봤어? 피 나."


"괜찮아."


"거짓말."


준호가 민우 손을 뿌리쳤다.


"선생님도 괜찮다고 했어. 근데 죽었잖아."


민우 입이 막혔다.


준호가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


"기다려."


서연이 일어났다.


"나도 갈게."


"너까지?"


"오빠 혼자 두면 죽어. 다친 거 맞잖아."


민우는 등을 만졌다. 손에 뭔가 묻었다. 어두워서 안 보였지만 축축했다.


"...알았어."


세 아이는 동굴 밖으로 나왔다.


밤이었다. 달이 없었다. 별만 총총했다.


파도 소리가 컸다. 발밑 바위가 미끄러웠다.


"조심해."


민우가 앞장섰다. 절벽을 따라 마을 쪽으로 걸었다.


10분쯤 걸었을까.


불빛이 보였다.


"엎드려."


세 아이가 바위 뒤에 숨었다.


마을 어귀에 텐트가 쳐져 있었다. 군인 두 명이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다.


"담배 있어?"


"금연이라며."


"씨발, 애들 잡는데 금연이 무슨 소용이야."


군인 하나가 웃었다.


"7명 확보. 나쁘지 않은데."


"나머지는?"


"바다로 도망쳤대. 익사 처리."


"확인은?"


"파도 때문에 못 했대. 뭐 어때. 어차피 섬 봉쇄됐는데 어디 가겠어."


민우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익사 처리.'


살아 있는데도 죽은 걸로 한 거였다.


서연이 민우 손을 잡았다. 떨리지 말라는 신호였다.


민우는 숨을 참았다.


군인 하나가 일어났다.


"담배 피우러 갈게."


"어디로?"


"저기 광장. 바람 쐴 겸."


군인이 텐트에서 멀어졌다.


준호가 속삭였다.


"지금이야."


"기다려."


"언제까지?"


"저 새끼 담배 다 피울 때까지."


3분쯤 지났다. 군인이 돌아왔다.


"교대 시간 됐다."


"벌써?"


"12시야."


두 군인이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민우가 몸을 일으켰다.


"지금."


세 아이가 마을로 들어갔다.


광장은 텅 비어 있었다. 아까 시체가 있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치웠나.'


민우는 자기 집 쪽으로 걸었다.


집은 반쯤 무너져 있었다. 지붕이 날아갔다.


부엌으로 들어갔다. 찬장을 열었다.


비어 있었다


민우는 다른 찬장도 열어봤다. 전부 텅 비었다.


'군인들이 가져갔나.'


뒷방으로 갔다. 이불이 구겨진 채 바닥에 널려 있었다.


"오빠."


서연이 부엌에서 불렀다.


"뭐?"


"쌀 조금 있어. 바닥에."


민우가 돌아갔다. 쌀독이 넘어져 있었다. 쏟아진 쌀알이 마루에 흩어져 있었다.


준호가 쌀을 주워 담았다.


"이것밖에 없어?"


"찬장은 다 비었어."


"물은?"


민우가 물통을 들었다. 반쯤 차 있었다.


"이거."


세 아이는 쌀과 물통을 챙겼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발소리가 들렸다.


"숨어!"


민우가 서연과 준호를 부엌 안쪽으로 밀었다.


문이 열렸다.


군인이 들어왔다.


손전등 불빛이 방 안을 훑었다.


민우는 숨을 죽였다. 등에서 뭔가 흘렀다. 뜨거웠다.


'피 더 나는 거야?'


군인이 부엌 쪽으로 왔다.


준호가 민우 뒤에 숨었다.


불빛이 가까워졌다.


민우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바닥에 있던 쌀독 뚜껑을 집어 던졌다.


뚜껑이 군인 머리에 맞았다.


"으윽!"


군인이 비틀거렸다.


민우는 달려들었다.


군인 허리춤에서 뭔가 빼냈다. 단단했다.


'총.'


민우는 총을 빼앗으려 했다. 군인이 민우 손목을 잡았다.


"이 새끼가!"


군인 주먹이 민우 옆구리에 박혔다.


숨이 막혔다.


"오빠!"


서연이 소리쳤다.


준호가 군인 다리를 걷어찼다.


군인이 넘어졌다. 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민우는 총을 집었다.


무거웠다. 처음 만져보는 거였다.


군인이 일어나려 했다.


민우는 총을 겨눴다.


"움직이지 마."


"너 그거 쏠 줄이나 알아?"


"몰라. 근데 당기면 나가잖아."


군인이 웃었다.


"안전장치 걸려 있어."


민우 손가락이 방아쇠를 더듬었다.


'안전장치가 뭐야.'


"이거?"


민우가 총 옆에 달린 걸 눌렀다.


딸깍.


군인 얼굴이 굳었다.


"야, 진정해. 그거 실수로 터지면—"


"입 닥쳐."


민우 손이 떨렸다. 총구가 흔들렸다.


군인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알았어. 쏘지 마."


"밖에 군인 몇 명이야."


"넷."


"거짓말."


"진짜야. 교대조 둘, 순찰 둘."


서연이 민우 옆으로 왔다.


"오빠, 묶자."


"뭘로?"


"전깃줄 있어. 저기."


준호가 전깃줄을 가져왔다.


민우는 총을 겨눈 채 군인한테 말했다.


"엎드려."


"야, 이봐—"


"엎드리라고!"


군인이 바닥에 엎드렸다.


준호가 군인 손을 뒤로 묶었다. 발도 묶었다.


"입도 막아."


서연이 걸레를 찢어서 군인 입에 틀어막았다.


민우는 총을 내렸다.


손이 떨렸다. 진짜 쏠 뻔했다.


'나 방금 사람한테 총 겨눴어.'


서연이 민우 어깨를 잡았다.


"괜찮아?"


"...응."


거짓말이었다.


준호가 군인 주머니를 뒤졌다.


"오빠, 이거."


무전기였다.


"가져가."


세 아이는 집을 나섰다.


광장을 가로질렀다. 텐트가 보였다.


"저기 못 가."


서연이 민우 팔을 잡았다.


"알아. 우회하자."


뒷골목으로 돌아갔다.


골목 끝에서 불빛이 보였다.


"또?"


민우가 멈춰 섰다.


순찰 군인이었다. 둘이서 걸어오고 있었다.


"숨을 데가 없어."


준호가 주변을 둘러봤다. 골목은 좁았다. 담벼락뿐이었다.


"담 넘자."


민우가 담을 짚었다. 높았다.


"올라갈 수 있어?"


"해봐야지."


민우가 담을 기어올랐다. 등에서 또 뭔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파.'


입술을 깨물었다.


담 위에 올라섰다. 서연과 준호를 끌어올렸다.


군인들이 골목으로 들어왔다.


세 아이가 담 너머로 뛰어내렸다.


마당이었다. 낡은 창고가 보였다.


"저기."


민우가 창고 문을 열었다. 녹슨 경첩이 삐걱거렸다.


안은 어두웠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들어가."


세 아이가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민우가 문을 닫았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이쪽 확인했나?"


"아직요."


"담 너머도 봐."


민우는 숨을 죽였다. 손에 쥔 총이 땀으로 미끄러웠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창고 문 앞에서 멈췄다.


"여기 뭐 있나?"


"창고 같은데요."


"열어봐."


손잡이가 덜컹거렸다.


준호가 민우 팔을 잡았다. 서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자물쇠 잠겼네."


"깨고 들어갈까요?"


"됐어. 시간 없어. 다음."


발소리가 멀어졌다.


민우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자물쇠?"


서연이 문을 만졌다.


"안에서 잠기는 빗장이었어."


"운 좋았네."


준호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민우는 창고 안을 둘러봤다. 낡은 그물과 부표가 쌓여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자.'


등이 욱신거렸다. 손으로 만져보니 옷이 젖어 있었다.


"오빠."


서연이 민우 등을 봤다.


"피 많이 났어."


"괜찮아."


"거짓말. 옷 벗어봐."


"나중에."


"지금!"


서연 목소리가 떨렸다.


민우는 옷을 벗었다. 등에서 뭔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서연이 손전등을 켰다. 군인한테서 뺏은 거였다.


불빛이 민우 등을 비췄다.


준호가 숨을 들이켰다.


"이거..."


등에 큰 상처가 있었다. 피가 계속 흘렀다.


"찢어졌어. 꿰매야 해."


서연 목소리가 떨렸다.


"뭘로?"


"실이랑 바늘."


"어디서 구해?"


서연이 대답하지 못했다.


민우는 옷을 다시 입었다.


"괜찮아. 피 멈추면 돼."


"안 멈춰!"


서연이 소리쳤다.


민우는 서연 어깨를 잡았다.


"조용히 해. 들려."


서연이 입을 막았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준호가 일어났다.


"내가 찾아올게. 바늘이랑 실."


"어디서?"


"보건실. 학교에 있잖아."


"거기 군인 있을 거야."


"돌아서 가면 돼."


민우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위험해."


"오빠 죽는 게 더 위험해."


준호가 문을 열었다.


"기다려."


민우가 총을 건넸다.


"가져가."


"오빠가 들고 있어."


"너한테 필요해."


준호는 총을 받았다. 무거워서 두 손으로 들었다.


"30분. 안 오면 먼저 가."


"어디로?"


"해안. 배 있는 데."


준호가 창고를 나갔다.


민우는 바닥에 기댔다. 등이 벽에 닿자 찌릿했다.


서연이 옆에 앉았다.


"오빠."


"응."


"우리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민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모르겠어.'


솔직히 자신 없었다. 섬은 봉쇄됐고 군인은 많았다.


"나가야지."


"어떻게?"


"배 타고."


"배 모는 거 할 줄 알아?"


민우는 고개를 저었다.


"배워야지."


서연이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오빠 진짜 무모해."


"알아."


민우는 주머니를 뒤졌다. 사진이 만져졌다.


꺼내서 봤다. 구겨져 있었다.


사진 속 선생님이 웃고 있었다.


'선생님.'


민우 손이 떨렸다.


"오빠가 가장 좋아했던 선생님이지?"


"응."


"나도 좋아했어."


서연이 사진을 만졌다.


"선생님 안경 기억나? 맨날 흘러내렸잖아."


"응."


"그래서 수업 중에도 계속 올렸어. 근데 그게 웃겼어."


민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작았다.


밖에서 무전기 소리가 들렸다.


"3번, 응답하라."


민우가 군인한테서 뺏은 무전기를 봤다.


"3번, 응답 안 하면 수색 들어간다."


서연이 민우를 봤다.


"어떡해?"


"가만히 있어."


"들키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


무전기에서 잡음이 났다.


"수색조 출동. 3번 위치 확인."


발소리가 여러 개 들렸다.


민우는 창고 구석을 뒤졌다. 뭔가 쓸 만한 게 있을까.


낚싯바늘. 녹슨 칼. 밧줄.


'이걸로 뭘 하지.'


서연이 민우 손목을 잡았다.


"오빠 손."


민우 손등에 뭔가 번졌다. 검붉은 핏줄 같은 게 피부 아래로 퍼졌다.


"뭐야 이거."


민우가 손을 비볐다. 안 지워졌다.


손등이 뜨거웠다. 아니, 타들어갔다.


"아—"


소리를 삼켰다.


핏줄이 손가락 끝까지 뻗었다. 손톱이 검게 변했다.


"오빠!"


서연이 민우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민우 머릿속에 뭔가 터졌다.


영상이 쏟아졌다. 아니, 기억? 근데 민우 기억이 아니었다.


*하얀 복도. 아이들이 줄 서 있다. 주사기를 든 사람들.*


*비명. 누군가 바닥에 쓰러진다.*


*"17번 실패. 다음."*


민우는 비틀거렸다.


"오빠!"


서연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손등에 같은 핏줄. 검게 변하는 손톱.*


*"성공이야. 드디어."*


*거울 속 얼굴. 민우가 아니었다. 다른 아이. 근데 눈빛이 똑같았다.*


민우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게... 뭐야."


손등의 핏줄이 맥박처럼 뛰었다.


창고 문이 벌컥 열렸다.


군인 셋이 들이닥쳤다.


"거기 서!"


손전등 불빛이 민우를 비췄다.


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손등을 봤다.


핏줄에서 뭔가 스며 나왔다. 검은 연기 같은 게.


군인이 총을 겨눴다.


"손들어!"


민우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손바닥을 군인한테 향했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군인이 비명을 질렀다.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연기가 군인을 감쌌다. 군인 피부가 검게 변했다.


"으아아악!"


나머지 군인들이 뒤로 물러났다.


민우는 자기 손을 봤다.


'내가 한 거야?'


서연이 민우 뒤로 숨었다.


"오빠, 이게 뭐야..."


민우는 대답할 수 없었다.


손등의 핏줄이 팔로 번졌다. 팔뚝까지 검게 물들었다.


'멈춰. 제발.'


안 멈췄다.


군인 하나가 무전기를 들었다.


"본부, 긴급! 대상 확인! 17번 개체 특성 발현!"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터졌다.


**"생포하라. 죽이지 마라."**


군인들이 달려들었다.


민우는 손을 휘둘렀다.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군인들이 쓰러졌다.


민우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온몸이 떨렸다.


"서연아, 뛰어."


"오빠 팔—"


"지금!"


두 아이가 창고를 빠져나갔다.


골목으로 뛰었다. 뒤에서 고함이 들렸다.


"놓치지 마!"


민우 팔이 점점 무거워졌다. 검은색이 어깨까지 올라왔다.


'이러다 죽는 거 아냐.'


모퉁이를 돌았다.


준호가 서 있었다.


손에 주사기를 들고.


"오빠!"


준호가 달려왔다. 민우 팔을 잡았다.


"이거 놔야 해!"


주사기를 민우 팔에 찔렀다.


차가운 게 핏줄로 퍼졌다.


검은색이 멈췄다.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민우는 바닥에 쓰러졌다.


"오빠!"


서연이 민우를 흔들었다.


민우 눈이 감겼다.


의식이 흐려졌다.


마지막으로 들린 건 준호 목소리였다.


"보건실에 이것만 있었어. 라벨에 '억제제'라고..."


그리고 어둠.


---


민우는 눈을 떴다.


천장이 보였다. 낡은 천장. 금 간 페인트.


'여기가 어디야.'


몸을 일으켰다. 옆에 서연과 준호가 자고 있었다.


창문으로 새벽빛이 들어왔다.


민우는 손등을 봤다.


깨끗했다. 핏줄도 없었다.


'꿈이었나.'


아니었다.

총 10,448자 · 약 21분

- 1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리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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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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