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약 14분 · 총 7,062자

거울 속의 나

주인공: 강서연

새벽 두 시.

서연의 손가락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

"이건 아닌데."

모니터 속 로고가 마음에 안 들었다. 클라이언트는 내일 오전까지 최종본을 달라고 했다. 아니, 정확히는 오늘 오전이다.

'괜찮아. 아직 여섯 시간 남았어.'

서연은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가 비어 있는 걸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방으로 가려다 말고 그냥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일어나면 집중이 깨질 것 같았다.

핸드폰이 울렸다.

— 서연아, 내일 점심 가능? 급하게 미팅 잡혔어.

민준이었다. 같은 업계 선배.

"음... 내일은 좀."

— 30분만! 네가 잘하는 거 알아서 부탁하는 거야. 응?

"..."

서연은 답장을 고민하다가 '알았어요'를 눌렀다. 거절하는 게 더 피곤했다.

'이러니까 맨날 시간이 없지.'

알면서도 못 고쳤다. 거절하는 법을.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을 때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월 30만 원. 투룸. 즉시 입주 가능."**

서연은 마우스를 멈췄다. 30만 원? 이 동네에서?

'사기 아냐?'

그래도 클릭했다. 어차피 지금 사는 곳은 한 달 뒤면 계약 만료였다.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겠다고 통보한 상태. 20만 원이나.

— 조용히 지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룸메이트 계시지만 착한 분이에요.

부동산의 답장은 빨랐다. 이상하게.

"룸메이트요?"

— 네. 한유진 씨. 원래 혼자 쓰시다가 방 하나 비워주신 거예요. 괜찮으시면 내일 보러 오세요.

서연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봤다. 룸메이트. 별로였다. 남의 생활 패턴 맞추는 것도, 어색한 대화도.

하지만 30만 원.

"...가보기나 하자."

***

다음 날 오후.

서연은 낡은 빌라 앞에서 올려다봤다. 3층짜리 건물. 페인트가 벗겨진 외벽. 계단 난간엔 녹이 슬어 있었다.

"여기 맞나."

부동산 직원은 오지도 않았다. 그냥 비밀번호 알려주고 끊었다.

— 2층이에요. 들어가 보세요. 유진 씨 집에 계실 거예요.

현관문 앞에 섰다.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오래된 버튼이 딱딱했다.

삐. 딸깍.

문이 열렸다.

복도는 좁았다. 가로등 빛이 창문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먼지 냄새.

"저기요."

서연이 목소리를 냈다. 대답이 없었다.

안으로 들어서는데 거실이 보였다.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한쪽 벽면엔 큰 거울.

'거울이 왜 이렇게 커.'

거울 속 자신을 보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셨어요?"

서연이 돌아봤다.

한유진. 긴 생머리에 흰색 니트를 입은 여자가 웃고 있었다. 환하게.

"강서연 씨 맞죠? 어서 오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유진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손이 따뜻했다.

"집 구하기 힘드셨죠? 여기 진짜 괜찮아요. 조용하고."

"음... 근처에 뭐 있어요?"

"편의점이랑 버스 정류장. 10분 거리요. 불편하진 않아요."

유진은 서연을 거실로 안내했다. 테이블 위엔 커피 두 잔이 놓여 있었다.

"마실래요? 아까 내렸어요."

"...감사합니다."

서연은 커피를 받아 들었다. 향이 좋았다. 유진은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프리랜서시라고 들었어요. 디자이너?"

"네."

"와, 멋있다. 저는 그냥 회사 다녀요. 9시 출근, 6시 퇴근. 규칙적이에요."

유진이 웃었다. 서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생각보다 괜찮네.'

"방 봐도 될까요?"

"당연하죠. 이쪽이에요."

유진이 안내한 방은 작았다. 창문도 작았다. 햇빛이 거의 안 들어왔다.

"좀 어둡긴 한데, 작업하시기엔 오히려 좋지 않을까요? 집중 잘될 것 같아요."

"...그런가요."

서연은 방을 둘러봤다. 벽지는 오래됐지만 깨끗했다. 바닥도 나쁘지 않았다.

"제 방은 저쪽이에요. 큰 방. 근데 괜찮아요. 저 낮엔 거의 없거든요."

"아."

"화장실이랑 주방은 같이 쓰는데, 청소는 번갈아 하면 돼요. 저 깔끔한 편이에요."

유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월세는 매달 5일까지 입금하시면 돼요. 공과금은 반반. 간단하죠?"

"네."

"그럼 언제 들어오실래요?"

서연은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번 주 안으로요."

"좋아요!"

유진이 환하게 웃었다. 서연은 그 미소를 보며 안도했다.

'이 가격에 이런 사람이라니.'

***

이사 온 날.

짐은 많지 않았다. 옷 몇 박스, 작업 장비, 책 몇 권.

서연은 방 안에 박스를 쌓아두고 침대 시트를 펼쳤다. 창문 밖으론 빌라 뒷골목이 보였다. 쓰레기통 하나, 자전거 한 대.

'뭐, 살 만하겠지.'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서연 씨, 저녁 드셨어요?"

유진이었다. 서연은 문을 열었다.

"아직요."

"그럼 같이 먹어요. 제가 떡볶이 시켰어요.

# Part 2/3: 전개

떡볶이 냄새가 복도에 퍼졌다.

서연은 유진을 따라 거실로 나왔다. 테이블 위엔 이미 접시가 놓여 있었다. 포크도 두 개.

"앉아요. 식기 전에."

유진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서연은 맞은편에 앉으며 테이블을 봤다. 물컵까지 준비돼 있었다.

'내가 온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입맛 없으면 억지로 안 드셔도 돼요."

"아니에요. 먹을게요."

서연은 포크를 들었다. 떡볶이는 달았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유진이 물었다.

"이사 힘들었죠?"

"괜찮아요."

"짐 별로 없으시던데. 미니멀리스트세요?"

"...그냥 버리는 편이에요."

"저도요."

유진이 웃었다. 서연은 포크를 내려놓고 물을 마셨다.

'말이 좀 많네.'

싫진 않았다. 그냥 익숙하지 않았다.

"참, 서연 씨."

"네?"

"혹시 밤에 작업 많이 하세요? 소리 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저 잠 진짜 잘 자거든요."

"조용히 할게요."

"아니, 괜찮아요. 그냥 알고 싶어서요."

유진의 시선이 서연의 손목을 훑었다. 서연은 무의식적으로 소매를 내렸다.

"손목 가는데 힘들겠어요. 마우스 많이 쓰시죠?"

"음... 그렇죠."

"저도 손목 아플 때 있어요. 회사에서 타이핑 많이 해서."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떡볶이를 집었다. 유진은 계속 말했다.

"서연 씨, 머리 스타일 예쁘다. 자를 때마다 고민 많이 하세요?"

"아뇨. 그냥 짧게 해달라고 해요."

"저도 짧게 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요."

유진이 자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긴 생머리. 서연의 단발과는 정반대였다.

"어울릴 것 같은데."

"진짜요?"

유진의 눈이 반짝였다. 서연은 대답 대신 물을 마셨다.

***

밤 열한 시.

서연은 방 안에서 노트북을 켰다. 내일 민준과의 미팅 자료를 정리해야 했다.

모니터 불빛이 어두운 방을 채웠다. 창문 밖은 깜깜했다. 가로등도 없었다.

'여긴 진짜 조용하긴 하네.'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가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

그리고 멈췄다.

서연은 작업을 계속했다. 그런데 발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엔 자기 방문 앞에서.

똑. 똑.

"서연 씨, 아직 안 주무세요?"

유진이었다.

"네."

"저 물 한 잔만 얻어도 될까요? 제 방 컵을 안 가져와서."

서연은 문을 열었다. 유진이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잠옷 차림.

"주방 가면 되는데."

"근데 서연 씨 방 지나가야 하잖아요. 괜찮을까 싶어서."

"...상관없어요."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갔다. 서연은 문을 닫으려다 말고 복도를 봤다.

유진의 방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안이 보였다.

큰 창문. 환한 조명. 그리고 옷걸이에 걸린 회색 후드티.

'저거.'

서연의 후드티와 똑같았다.

유진이 돌아왔다.

"물 잘 마셨어요. 고마워요."

"...네."

"내일도 작업하세요?"

"아뇨. 외출이요."

"어디 가세요?"

서연은 잠깐 멈췄다. 대답해야 하나.

"...미팅이요."

"아, 클라이언트 만나시는구나. 힘내세요."

유진이 웃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서연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갔다.

'후드티가 왜 똑같지.'

흔한 옷이긴 했다. 유니클로 베스트셀러. 그래도 찝찝했다.

핸드폰이 울렸다.

민준이었다.

— 내일 1시 홍대역. 늦지 마!

"알았어요."

서연은 답장을 보내고 노트북을 껐다. 내일 준비는 끝났다.

이불을 덮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천장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복도에서 또 발소리가 들렸다.

***

다음 날 낮.

서연은 홍대역 2번 출구 앞에서 민준을 기다렸다. 회색 후드티에 청바지. 평소 차림.

민준이 늦었다. 5분, 10분.

'또 늦네.'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누군가 지나갔다. 여자. 긴 생머리에 검은 코트.

뒷모습이 유진 같았다.

'설마.'

서연은 고개를 돌렸다. 여자는 이미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민준이 도착했다.

"미안, 차 막혀서."

"괜찮아요."

"카페 갈까? 저기."

민준이 가리킨 곳은 역 근처 작은 카페였다. 서연은 따라 들어갔다.

자리에 앉았다. 민준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서연도 같은 걸로.

"요즘 일 많아?"

"그럭저럭요."

"나 도와줘서 고마워. 이번 클라이언트 까다로워서."

"뭐 하는 곳이에요?"

"화장품 브랜드. 로고 리뉴얼인데, 감 안 온다."

민준이 태블릿을 꺼냈다. 서연은 화면을 보며 메모했다.

"컬러 톤은요?"

"파스텔. 근데 너무 흔하지 않게."

"음..."

서연이 스케치를 시작했다. 민준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나저나 어제 홍대에서 봤는데."

서연의 손이 멈췄다.

"어제요?"

"응. 너 아니었어?"

"저 어제 집에 있었는데요."

"진짜? 근데 똑같던데.

# Part 3/3: 위기-클리프행어

"똑같던데. 회색 후드티에 단발."

민준의 말에 서연은 펜을 내려놓았다.

"...착각 아니에요?"

"근데 진짜 너였어. 뒷모습만 봐서 부르려다 말았는데."

서연은 커피를 마셨다. 손이 떨렸다.

'유진이 그 후드티 입고 나갔나.'

민준이 태블릿을 가리켰다.

"이거 어때?"

"네?"

"집중 안 하네. 무슨 일 있어?"

"아니에요."

서연은 다시 스케치를 시작했다. 선이 삐뚤어졌다. 지우고 다시 그었다.

민준이 한숨을 쉬었다.

"오늘 컨디션 안 좋아 보이는데. 다음에 할까?"

"아뇨. 할게요."

"그래? 그럼 일단 초안만 보내줘. 내일까지."

"...알겠습니다."

미팅은 30분 만에 끝났다. 서연은 카페를 나와 지하철역으로 걸었다.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왜 이러지.'

계단을 내려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유진이었다.

— 서연 씨, 오늘 몇 시쯤 들어오세요?

"...모르겠어요."

— 아, 그럼 제가 저녁 준비 안 해도 되겠네요?

"네. 밖에서 먹을게요."

— 알겠어요. 조심히 들어오세요!

전화가 끊겼다.

'왜 물어보지.'

서연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지하철에 올랐다.

***

집에 도착한 건 밤 아홉 시였다.

현관문을 열었다. 거실 불이 꺼져 있었다. 유진 방문도 닫혀 있었다.

'벌써 잤나.'

서연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엌에 불을 켰다. 싱크대가 깨끗했다.

물을 마시려는데 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서연의 컵.

'내가 안 썼는데.'

컵을 들어 올렸다. 립스틱 자국이 있었다. 붉은색.

서연은 립스틱을 안 바른다.

컵을 싱크대에 내려놓는데 유진 방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문틈으로.

서연은 복도로 나갔다. 유진 방문 앞에 섰다.

노크를 하려다 멈췄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응, 맞아. 강서연."

유진이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집에 거의 있어."

누구랑 통화하는 걸까.

"아니,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해."

서연은 숨을 죽였다.

"괜찮아. 내가 다 준비했어. 곧 끝나."

통화가 끊겼다.

서연은 재빨리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문을 닫고 잠갔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뭘 준비했다는 거지.'

노트북을 켰다. 민준한테 보낼 초안을 작업해야 했다. 손이 떨려서 마우스를 제대로 못 잡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가는 소리.

그리고 멈췄다.

서연의 방문 앞에서.

노크는 없었다. 그냥 서 있었다.

서연은 숨을 참았다.

'왜 안 가.'

발소리가 멀어졌다. 유진 방문이 닫히는 소리.

서연은 노트북을 껐다. 작업은 내일 하기로 했다.

이불을 덮고 누웠다. 눈을 감았다. 잠이 안 왔다.

새벽 두 시.

서연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거실 거울 앞을 지나가는데 멈칫했다.

거울 속에 누군가 서 있었다.

서연이 아니었다.

유진이었다.

서연과 똑같은 후드티를 입고, 똑같은 단발머리로.

서연은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다시 거울을 봤다.

유진이 웃고 있었다.

서연은 비명을 삼키고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환각이야. 피곤해서.'

눈을 감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

아침.

서연은 눈을 떴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여덟 시.

'민준한테 초안 보내야 해.'

노트북을 켰다. 어젯밤에 작업한 파일을 열었다.

파일이 없었다.

"뭐야."

휴지통을 확인했다. 거기도 없었다.

검색해도 안 나왔다.

'분명히 저장했는데.'

다시 작업하려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서연 씨, 일어나셨어요?"

유진이었다.

서연은 문을 열었다. 유진이 웃으며 서 있었다. 평소 차림. 긴 생머리.

"아침 드세요? 토스트 구웠어요."

"...아뇨. 괜찮아요."

"커피라도요?"

"괜찮습니다."

유진의 시선이 서연의 노트북으로 향했다.

"작업 중이세요? 바쁘시겠다."

"네."

"그럼 방해 안 할게요. 아, 참."

유진이 뭔가를 꺼냈다. 서연의 USB였다.

"이거 거실 테이블에 있던데. 서연 씨 거 맞죠?"

서연은 USB를 받았다. 자기 거 맞았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조심히 쓰세요."

유진이 돌아갔다.

서연은 USB를 노트북에 꽂았다. 파일을 확인했다.

어젯밤 작업 파일이 있었다.

'내가 USB에 저장했나.'

기억이 안 났다.

파일을 열었다. 초안이 완성돼 있었다. 서연이 한 것보다 더 정교하게.

"이게 뭐지."

민준한테 보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서연은 파일을 내려다봤다. 손이 차가워졌다.

'누가 한 거야.'

유진밖에 없었다.

***

오후.

서연은 민준에게 파일을 보냈다. 답장이 금방 왔다.

총 7,062자 · 약 14분

- 1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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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심리#미스터리#공포
돈
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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