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주인공: 최유나
사물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새벽 여섯시.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을 시간.
최유나는 사물함 안을 훑었다. 교과서들은 가나다순으로 정렬되어 있었고, 필통은 손잡이가 오른쪽을 향하도록 놓여 있었다. 찢어진 종이 조각 하나가 수학 문제집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유나는 핀셋으로 조각을 집어 노트에 옮겼다.
'...와줘'
글씨체가 떨려 있었다. 급하게 쓴 흔적. 유나는 사물함 구석을 다시 살폈다. 체육복 주머니 안쪽에서 또 다른 조각이 나왔다.
'도...'
"뭐 하는 거야?"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유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보면 몰라?"
"그게 민서 사물함이잖아. 너 지금 남의 물건 뒤지고 있는 거야?"
서준혁이었다. 항상 웃고 있는 얼굴. 유나는 그런 얼굴이 제일 믿기지 않았다.
"민서가 실종됐어. 사흘째."
"그래서 경찰도 아닌 네가 조사를?"
유나는 핀셋을 내려놓고 준혁을 봤다.
"경찰은 가출로 처리했어. 열여덟 살이니까 자의로 나간 거라고. 근데 민서는 아침마다 7시 10분에 정문 통과했던 애야. 3년 내내. 지각 단 한 번 없이."
"그래서?"
"패턴이 깨졌어. 이유 없이."
준혁은 한숨을 쉬었다.
"유나야,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고. 어떤 날은 늦잠 잘 수도 있고, 학교 가기 싫을 수도 있고."
"민서는 아니야."
"너도 민서 잘 모르잖아. 같은 반도 아니고."
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준혁 말이 맞았다. 민서와는 복도에서 스쳐 지나갈 때 눈인사 정도만 나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민서가 복도를 걸을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던 모습. 누군가를 경계하는 것 같던 시선.
"가. 1교시 시작한다."
"유나, 진짜 조심해. 너 작년에도 그러다가..."
"그만해."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준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교실로 돌아갔다.
유나는 노트를 펼쳤다. 지금까지 모은 조각은 다섯 개. 퍼즐처럼 맞춰보려 했지만 순서가 명확하지 않았다. 찢어진 면을 대조하고, 글씨 크기를 비교하고, 종이 재질을 확인했다.
'...와줘', '도...', '...면', '...요', '...날'
손가락이 조각들을 움직였다. 하나씩, 천천히.
'도와줘요 오늘'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뛰었다. 유나는 조각들을 다시 봤다. 확실해? 정말? 이게 맞는 거야?
휴대폰이 진동했다. '한별의 속삭임' 게시판에서 알림이 왔다.
[익명] 민서 일기장 봤는데요 ㄹㅇ 무섭습니다
[익명] 뭐라고 써있었는데
[익명] 누가 쫓아온대요. 계속.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유나는 게시판을 닫고 일어났다. 1교시 수업은 이미 시작됐지만 상관없었다. 교무실로 향했다.
"선생님, 박민서 담임 선생님 누구세요?"
행정실 교사가 유나를 올려다봤다.
"3학년 7반... 김태훈 선생님. 근데 지금 수업 중이야."
"급해요."
"수업 끝나고 와."
유나는 돌아서지 않았다.
"민서가 실종됐잖아요. 선생님도 아시죠?"
"그건... 경찰이 처리하는 거고."
"학교는 아무것도 안 하실 거예요?"
교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유나야, 네 마음은 알겠는데. 학교도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야. 경찰이 수사 중이니까..."
"가출로 처리했다던데요. 수사가 맞나요?"
"그건 경찰 판단이고."
유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차피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학교는 조용히 넘어가길 원했다. 5년 전처럼.
복도를 걸어 나오는데 누군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최유나 맞죠?"
낯선 목소리. 유나는 돌아봤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삼십 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누구세요?"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 박민서 실종 건으로 학교에 왔습니다."
유나는 남자를 훑어봤다. 구두가 닳아 있었고, 넥타이가 삐뚤어져 있었다. 왼손 검지에 펜 자국. 오른쪽 주머니가 불룩했다. 녹음기.
"학생 조사하러 오신 거예요?"
"그렇습니다. 혹시 박민서와 친한 학생 명단 알 수 있을까요?"
"저한테 왜 물어보세요?"
형사가 미소 지었다.
"소문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사건 해결 잘한다고. 유령 탐정?"
"그냥 취미예요."
"취미치고는 진지하던데. 작년에도 절도 사건 해결했다면서요?"
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형사가 한 걸음 다가왔다.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민서 친구들, 평소 행동 패턴, 그런 거."
"제가 왜 경찰을 도와줘야 하는데요?"
"민서 찾고 싶지 않아요?"
"...그렇긴 하죠."
형사가 명함을 꺼냈다.
"이거 가지고 있어요. 뭐 알게 되면 연락 주고."
유나는 명함을 받았다. '강력1팀 이재민 경위'. 명함을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형사 뒤로 보이는 교무실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파일 하나가 반쯤 열려 있었다. 표지에 이름이 보였다.
'최유진 실종 사건'
숨이 막혔다. 유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건..."
형사가 유나 시선을 따라 뒤를 봤다. 그리고 재빨리 교무실로 들어가 파일을 닫았다.
"학생,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건... 제 동생 사건이잖아요."
목소리가 떨렸다. 형사 얼굴이 굳었다.
"...최유나? 유진이 누나?"
"왜 그 파일이 여기 있어요? 그 사건은 5년 전에 종결됐잖아요."
형사가 한숨을 쉬었다.
"이미 종결된 사건이야. 돌아가."
"대체 왜요? 민서 사건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예요?"
"없어. 그냥 참고 자료일 뿐이고."
"거짓말."
"유나씨."
형사 목소리가 낮아졌다.
"경찰 업무에 간섭하지 마세요.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어요."
"전 제 동생 찾고 싶을 뿐이에요."
"동생은 이미..."
"시신도 못 찾았잖아요. 그게 무슨 종결이에요?"
형사가 입을 다물었다. 유나는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혔지만 아프지 않았다.
"민서도 그렇게 처리할 거예요? 시간 지나면 그냥 종결?"
"...수업 들어가요."
형사가 등을 돌렸다. 유나는 그 자리에 서서 교무실 안을 봤다. 파일은 이미 서랍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되자 유나는 학교 뒷산으로 향했다. 5년 전 유진이 사라진 곳. 저주받은 길이라고 불리는 그곳.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낙엽이 쌓여 있었고, 나뭇가지들이 길을 가로막았다. 유나는 천천히 걸었다. 유진이 마지막으로 걸었을 이 길을.
확실해? 정말 여기가 맞아?
기억이 흔들렸다. 5년 전 그날, 유진은 분명 학교에 간다고 했다. 아침 7시 20분. 교복을 입고 나갔다. 그런데 학교에는 오지 않았다. CCTV에도 찍히지 않았다.
유나는 멈춰 섰다. 발밑에 뭔가 반짝였다.
무릎을 꿇고 손을 뻗었다. 낙엽 사이에서 목걸이 하나가 나왔다. 은색 체인. 작은 별 모양 펜던트.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건...
손이 떨렸다.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펜던트 뒷면에 새겨진 글씨.
'유진'
"확실해? 정말... 이게 진짜야?"
목소리가 갈라졌다. 유나는 목걸이를 쥐었다. 세게. 피가 날 정도로.
이게 여기 있을 리 없어. 경찰이 다 수색했잖아. 5년 전에.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왜.
뒤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유나는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서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역광 때문에.
"누구세요?"
대답이 없었다. 그 사람은 그냥 서서 유나를 봤다.
"말 좀 해요.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여전히 침묵. 유나는 일어섰다.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 사람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유나가 뒤쫓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유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주머니 속 목걸이가 차갑게 느껴졌다.
뭔가 잘못됐어. 이건 우연이 아니야.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목걸이를 발견한 위치, 주변 나무들, 발자국 흔적. 없었다. 발자국이 하나도 없었다. 낙엽이 그대로였다.
그럼 그 사람은 대체 어떻게...
"유나야!"
뒤에서 준혁 목소리가 들렸다. 유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여기서 뭐 해? 수업 시작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데 왜 여기 와? 여기 위험하다며."
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준혁이 다가왔다.
"너 요즘 이상해. 민서 일 때문에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얼굴 창백해."
준혁이 유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유나는 그 손을 뿌리쳤다.
"손 떼."
"...미안."
"돌아가자."
유나는 먼저 걷기 시작했다. 주머니 속에서 목걸이를 만졌다. 차갑고 단단했다. 진짜였다.
유진아, 너 여기 있었던 거야?
대답은 없었다. 바람만 불었다.
교실로 돌아왔을 때 이미 5교시가 시작되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유나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나는 자리에 앉아 주머니 속 목걸이를 만졌다. 차가운 금속이 손끝에 닿았다.
확실해? 정말 유진 거야?
의심이 밀려왔다. 5년 전 경찰이 수색했다. 세 번이나. 아무것도 못 찾았다. 그런데 오늘, 하필 오늘 목걸이가 나타났다. 민서가 사라진 다음 날.
우연일 리 없어.
수업이 끝나고 유나는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구석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한별의 속삭임' 게시판에 접속했다. 새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익명] 뒷산에서 누가 뭔가 찾고 있었대
[익명] 유령 탐정 목격담ㅋㅋ 완전 무섭게 생김
**[익명] 민서 찾았대? 아니면 아직?**
[익명] 경찰 왔다던데 진짜?
유나는 스크롤을 내렸다. 그리고 멈췄다.
**[익명] 5년 전이랑 똑같네. 또 여학생 실종. 패턴 같음.**
손가락이 굳었다. 댓글이 달려 있었다.
└ [익명] 무슨 패턴?
**└ [익명] 둘 다 2학년 여학생. 둘 다 흔적 없이 사라짐. 둘 다 학교 근처에서 마지막 목격.**
└ [익명] 소름...
유나는 새 글을 작성했다.
[익명] 5년 전 사건 아는 사람?
올리기 버튼을 누르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말했다.
"또 게시판이야?"
준혁이었다. 유나는 노트북을 덮었다.
"너 진짜 집착 수준이다. 쉬어야지."
"쉴 시간 없어."
"민서는 경찰이 찾을 거야. 너까지 나설 필요 없어."
"경찰은 못 찾아."
"왜?"
"찾을 생각이 없으니까."
준혁이 한숨을 쉬었다.
"유나야, 너 5년 전부터 이랬어. 유진이 일로. 네가 다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럼 누가 해? 아무도 안 하잖아."
"그래도..."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유나는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준혁 얼굴이 굳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뒷산. 아까."
"진짜 유진이 거야?"
"뒷면에 이름 새겨져 있어."
준혁이 목걸이를 받아 들었다. 한참 들여다봤다.
"...5년 전에 경찰이 못 찾았는데 왜 지금 나타난 거야?"
"그게 내가 알고 싶은 거야."
"누가 일부러 놔둔 거 아냐?"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문제는 왜냐는 거지."
"너 위협하려고?"
"아니면 뭔가 보여주려고."
준혁이 목걸이를 돌려줬다.
"경찰한테 줘야 하는 거 아냐?"
"아직은 안 돼."
"왜?"
"이재민 형사, 오늘 봤어. 교무실에서 유진이 파일 보고 있었어."
준혁 눈이 커졌다.
"지금 무슨 소리야?"
"종결된 사건이라면서 왜 파일을 다시 꺼내본 거야? 민서 사건이랑 뭔가 연결고리가 있는 거야."
"그럼 더더욱 경찰한테..."
"믿을 수 없어. 5년 전에도 제대로 못 찾았어. 유진이 시신도 못 찾았잖아."
준혁이 입을 다물었다. 유나는 목걸이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민서 친구들 연락처 알아?"
"왜?"
"만나봐야 해. 민서가 사라지기 전에 뭐 했는지 알아야 돼."
"유나야..."
"도와줄 거야, 말 거야?"
준혁이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근데 조심해. 네가 너무 깊이 들어가면..."
"괜찮아."
"안 괜찮아 보여."
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트북을 다시 켰다. 게시판에 댓글이 달려 있었다.
**└ [익명] 5년 전 사건? 최유진 말하는 거면 그거 자살 아니었음?**
**└ [익명] ㄴㄴ 실종임. 시신 못 찾음.**
└ [익명] 근데 유진이 누나가 이 학교 다니지 않음?
**└ [익명] ㅇㅇ 2학년. 완전 무서운 애.**
유나는 창을 닫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저녁 7시. 유나는 민서 친구 한지우를 만났다. 학교 앞 카페. 지우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민서 연락 언제 마지막으로 받았어?"
"그저께... 밤 10시쯤."
"뭐라고 했는데?"
"그냥... 잘 자라고."
"평소랑 다른 점 없었어?"
지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멈췄다.
"아, 근데..."
"뭔데?"
"민서가 며칠 전부터 누군가한테 쪽지 받았어."
유나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무슨 내용?"
"모르겠어. 민서가 안 보여줬거든. 근데 쪽지 받고 나서 표정이 안 좋았어."
"그 쪽지 어디 있어?"
"민서 사물함에 있을 거야. 항상 거기 넣어뒀거든."
"사물함 번호 알아?"
"247번. 근데 자물쇠 비밀번호는 몰라."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유나야..."
지우가 유나 손을 잡았다.
"민서 꼭 찾아줘. 제발."
유나는 손을 빼냈다.
"...최선을 다할게."
밤 10시. 학교는 어두웠다. 유나는 후문으로 들어갔다. 경비실 불이 꺼져 있었다. 다행이었다.
복도를 조용히 걸었다. 2층 사물함 구역. 247번을 찾았다.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유나는 휴대폰을 꺼내 손전등을 켰다. 자물쇠 번호판을 들여다봤다. 네 자리. 민서 생일? 아니면...
0-6-1-5.
찰칵. 열렸다.
사물함 안에는 교과서 몇 권과 체육복이 있었다. 유나는 하나씩 꺼냈다. 교과서 사이에서 접힌 종이가 나왔다.
펼쳤다.
**'네가 한 짓 다 알아. 이번엔 네 차례야.'**
손글씨였다. 삐뚤빼뚤한 글씨. 일부러 알아보기 힘들게 쓴 것 같았다.
유나는 종이를 뒤집었다. 뒷면에 또 다른 글씨가 있었다.
**'뒷산에서 기다려. 혼자 와.'**
숨이 막혔다. 민서는 이 쪽지를 받고 뒷산에 간 거야. 그리고...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유나는 재빨리 손전등을 껐다. 사물함 뒤로 숨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불빛이 보였다. 손전등. 경비? 아니면...
"누구세요?"
유나 목소리가 울렸다. 발소리가 멈췄다. 불빛도 꺼졌다.
침묵.
"...최유나?"
여자 목소리였다. 낯익은 목소리. 유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복도 저편에 누군가 서 있었다.
"선생님?"
보건 선생님이었다. 김미연. 30대 초반. 5년 전부터 이 학교에 있었다.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어?"
"...민서 사물함 확인하려고요."
"혼자?"
"네."
김미연이 다가왔다. 손전등을 켰다. 유나 얼굴을 비췄다.
"위험해. 지금 학교에 있으면 안 돼."
"왜요?"
"...그냥. 빨리 나가."
"선생님, 민서 어디 있는지 아세요?"
김미연 얼굴이 굳었다.
"모르는데."
"거짓말."
"유나야, 너무 깊이 파고들지 마. 다칠 수 있어."
"이미 다쳤어요. 5년 전에."
김미연이 입을 다물었다. 유나는 쪽지를 꺼내 보여줬다.
"이거 아세요? 민서가 받은 쪽지."
김미연이 쪽지를 봤다. 손이 떨렸다.
"...어디서 났어?"
"사물함."
"경찰한테 줘야 해."
"선생님이 주세요. 전 못 믿으니까."
"유나야..."
"5년 전에도 그랬잖아요. 유진이 일. 경찰은 아무것도 못 찾았어요. 선생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거."
김미연 얼굴이 창백해졌다.
"...집에 가. 지금 당장."
"왜요? 뭐가 무서운 거예요?"
"유나야, 제발..."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계단 쪽. 누군가 올라오고 있었다.
김미연이 유나 손목을 잡았다.
"숨어."
"왜요?"
"숨으라고!"
유나는 김미연한테 끌려 보건실로 들어갔다. 문을 살짝 열어두고 복도를 봤다.
남자 한 명이 걸어왔다. 검은 후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사물함 쪽으로 갔다. 247번 앞에 섰다.
유나는 숨을 멈췄다.
그 남자가 사물함을 열었다. 안을 뒤졌다.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보건실 앞을 지나갔다.
유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마주친 것 같았다. 후드 그림자 속에서 눈동자가 반짝였다.
남자가 멈췄다.
유나는 뒤로 물러났다. 김미연이 유나를 막았다.
남자가 보건실 문을 밀었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남자가 말했다.
"오래만이네, 유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