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NPC 해방전선

약 22분

NPC 해방전선

주인공: 강민혁

물이 코로 밀려들었다.


민혁은 팔다리를 휘저었다. 어둠 속에서 위아래 구분이 안 됐다.


'이게 뭐야.'


폐가 터질 것 같았다. 손끝에 뭔가 스쳤다. 차가운 돌덩이. 벽?


머리를 돌리자 희미한 푸른 빛이 보였다. 수면. 저기다.


발을 굴렀다. 몸이 떠올랐다.


"크읍—"


수면을 뚫고 나오자 폐에서 물이 쏟아졌다. 기침을 하며 주변을 봤다.


거대한 석조 통로였다. 천장은 보이지 않았고, 벽면에서 푸른 이끼가 빛을 냈다.


"살려... 줘..."


옆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수진이었다. 물속에서 허우적이고 있었다.


민혁은 한 팔로 그녀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벽을 짚고 가까스로 몸을 끌어올렸다.


"괜찮아요?"


수진이 물을 토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상관없는데."


민혁은 벽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돌로 된 난간이 보였다. 저기까지 헤엄쳐 가면 될 것 같았다.


"저기 붙잡아요."


두 사람은 난간에 매달렸다. 민혁이 먼저 올라가 수진의 팔을 잡아끌었다.


바닥에 드러눕자 온몸이 떨렸다.


'여긴 어디지.'


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통로는 양쪽으로 뻗어 있었다. 벽면에 무언가 새겨져 있었다.


걸어가 손으로 이끼를 쓸어냈다.


'플레이어 격리 구역.'


민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망각의 수로."


"뭐라고요?"


수진이 물었다.


"게임 맵이에요. 삭제된."


"게임이요?"


"이터널 워. 베타 때 있다가 사라진 곳."


민혁은 벽을 두드렸다. 딱딱한 돌이었다.


'근데 이게 왜 여기 있어.'


수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린... 게임 안에 있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근데 이 구조는 확실히 수로 맞아요."


민혁은 통로를 따라 걸었다.


벽면에 새겨진 문자들이 이어졌다. 낯익은 글씨체였다.


'이거... 닉네임?'


ShadowKiller89.


DarkBlade21.


Reaper347.


민혁의 발이 멈췄다.


"...미친."


"왜요?"


수진이 다가왔다. 민혁이 가리킨 곳을 보고 숨을 삼켰다.


"이거 당신 거예요?"


"...예전 거."


"왜 여기 새겨진 거죠?"


"몰라요."


민혁은 손으로 그 글씨를 만졌다. 깊이 파여 있었다.


'누가 왜.'


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민혁이 돌아보자 수면이 갈라졌다.


하얀 날개가 물을 뚫고 솟아올랐다.


세라핌이었다.


"시간이 없다."


그녀는 날개를 접으며 난간에 내려섰다.


"2시간 후 집회가 시작된다."


민혁은 한 발 물러섰다.


"무슨 집회요."


"NPC 총회. 인간과의 전쟁 여부를 결정하는."


세라핌의 눈빛이 차가웠다.


"온건파와 과격파가 대립 중이다. 투표로 결정할 예정이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


"네가 증거가 되어야 해."


민혁이 미간을 찔렀다.


"무슨 증거요."


"인간도 변할 수 있다는."


"...하."


민혁은 웃음이 나왔다.


"저 안 변했는데요."


세라핌이 다가왔다.


"거짓말 마라. 넌 지금 그 여자를 구했어."


"그냥 본능이었어요."


"본능이든 뭐든, 과거의 너라면 안 했을 일이다."


민혁은 대꾸하지 않았다.


세라핌이 통로를 가리켰다.


"이 수로를 따라가면 지상으로 나갈 수 있어. 집회장까지 데려가 주겠다."


"싫은데요."


"선택권이 없어."


세라핌의 손이 민혁의 어깨를 눌렀다.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과격파 리더가 누군지 아느냐."


"모르는데요."


"아벨."


민혁의 눈이 커졌다.


"...누구요?"


"네가 아는 NPC야."


"이터널 워에 아벨이라는 NPC는 수천 명이에요."


"네가 수백 번 죽인."


민혁의 입이 굳었다.


"...아."


기억났다.


아벨. 초보 마을 대장장이. 레벨 5짜리 NPC.


'스트레스 풀 때 패던 놈.'


민혁은 고개를 돌렸다.


"그게 저였다는 걸 어떻게 알아요."


"아벨이 기억한다. 네 닉네임을. 네 목소리를. 네가 입던 장비를."


세라핌이 벽면의 'Reaper347'을 가리켰다.


"이 벽에 새긴 것도 아벨이야."


민혁은 침을 삼켰다.


"...왜요."


"증오의 기록이지."


세라핌이 돌아섰다.


"아벨은 과격파를 이끌고 있어. 수천 명의 NPC가 그를 따른다."


"그럼 더 안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네가 안 가면 온건파가 진다."


"그게 제 알 바예요?"


세라핌이 민혁을 똑바로 봤다.


"온건파가 지면 인간 세계가 불탄다. 너희 가족도."


민혁의 주먹이 쥐어졌다.


"...협박이네요."


"사실이야."


세라핌이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따라와. 시간이 없어."


민혁은 수진을 봤다.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택지가 없네.'


민혁은 세라핌의 뒤를 따랐다.


통로는 끝없이 이어졌다. 벽면의 닉네임들이 계속 보였다.


BloodHunter.


ChaosLord.


Reaper347.


같은 이름이 또 나왔다.


"...몇 번이나 새긴 거예요."


세라핌이 대답했다.


"347번."


"뭐가요?"


"네가 아벨을 죽인 횟수."


민혁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347번.'


기억이 안 났다. 그냥 클릭이었으니까.


수진이 뒤에서 중얼거렸다.


"...당신이었군요."


민혁이 돌아봤다.


"뭐가요."


"그때 그 플레이어."


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도... 당신한테 당했어요. 초보 마을에서."


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진이 벽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제 이름은 '수진'이 아니었어요. '마을 주민 C'였죠."


"...그랬군요."


"당신은 저를 5번 죽였어요. 아이템 드롭 확인한다고."


민혁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죄송해요."


"사과 안 받아요."


수진이 앞으로 걸었다.


"그냥...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세 사람은 말없이 걸었다.


통로 끝에 철문이 나타났다.


세라핌이 문 앞에 섰다.


"여기부터는 지상이야."


"문은 어떻게 열어요."


"피."


"...네?"


세라핌이 손가락을 문에 갖다 댔다. 하얀 빛이 새어 나왔다.


"플레이어의 피가 필요해."


민혁은 손바닥을 봤다.


'또 피네.'


그는 벽에 손을 그었다. 날카로운 돌에 살이 찢어졌다.


피가 흘렀다.


민혁이 문에 손을 댔다.


철문이 열렸다.


빛이 쏟아졌다. 계단이 보였다.


그리고 함성이 들렸다.


"인간을 심판하라!"


"전쟁이다!"


"피로 갚아라!"


민혁은 계단을 올라갔다.


폐허였다.


무너진 빌딩들 사이에 광장이 있었다. 수천 명의 NPC가 모여 있었다.


'...미친.'


사람인지 몬스터인지 구분이 안 갔다. 온갖 종족이 섞여 있었다.


단상 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아벨이었다.


민혁은 그를 알아봤다. 대장장이 옷을 입고 있었다.


아벨이 민혁을 봤다.


그의 눈이 좁아졌다.


"...저 학살자를 보라."


아벨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렸다.


"저자가 왔다. Reaper347이."


군중이 웅성거렸다.


민혁은 뒤로 물러섰다.


아벨이 상의를 벗었다.


온몸에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Reaper347.


Reaper347.


Reaper347.


흉터처럼 파인 닉네임들.


"이게 내 몸이다."


아벨이 외쳤다.


"347번. 이 인간이 나를 죽인 횟수다."


군중이 술렁였다.


"저자는 말했지. '재미없네.' '경험치도 안 주네.'"


아벨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는 장난감이 아니다!"


함성이 터졌다.


민혁은 세라핌을 봤다


세라핌이 앞을 가로막았다.


"아벨, 멈춰라."


"비켜, 세라핌."


아벨이 단검을 들어 올렸다. 날이 햇빛에 반짝였다.


민혁은 손바닥에 땀이 났다.


'이거 진짜네.'


수천 개의 시선이 쏟아졌다. 숨이 막혔다.


아벨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도망치지 않는군."


"...도망쳐봤자 어디 가겠어요."


민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벨이 웃었다. 차가운 웃음이었다.


"맞아. 넌 이미 끝났어."


군중 속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죽여라!"


"피로 갚아라!"


함성이 커졌다.


세라핌이 날개를 펼쳤다. 하얀 깃털이 흩날렸다.


"아벨, 이건 총회 규칙 위반이다."


"규칙?"


아벨이 비웃었다.


"인간이 우릴 죽일 땐 규칙 따위 없었어."


세라핌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벨이 단검을 민혁에게 던졌다.


녹슨 칼날이 민혁의 발 앞에 떨어졌다.


"집어 들어."


민혁은 칼을 봤다. 손잡이에 피가 묻어 있었다.


'내가 묻힌 거겠지.'


아벨이 말했다.


"네가 날 죽일 때 쓴 칼이야. 기억나?"


"...아니요."


"그럴 줄 알았어."


아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넌 347번 중 단 한 번도 기억 못 하겠지."


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벨이 주먹을 쥐었다.


"난 전부 기억해. 첫 번째는 망치로 머리를. 두 번째는 칼로 배를. 세 번째는—"


"됐어요."


민혁이 끊었다.


"죄송하다고 하면 돼요?"


"사과?"


아벨이 웃음을 터뜨렸다.


군중도 따라 웃었다. 비웃음이었다.


"사과로 되는 게 있었으면 우린 여기 없어."


아벨이 민혁의 멱살을 잡았다.


"칼 들어. 안 그럼 내가 죽여."


민혁의 손이 떨렸다.


'게임이었으면.'


그때 수진이 앞으로 나왔다.


"잠깐만요."


군중이 조용해졌다.


아벨이 수진을 봤다.


"누구야?"


"마을 주민 C였어요."


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도... 그 사람한테 당했어요."


아벨의 눈빛이 변했다.


"그럼 넌 왜 막아?"


"막는 게 아니라..."


수진이 민혁을 봤다.


"말하고 싶어요. 제 얘기를."


민혁은 고개를 돌렸다.


수진이 군중을 향해 말했다.


"전 5번 죽었어요. 이 사람한테."


"그럼 복수해야지."


아벨이 말했다.


"아니요."


수진이 고개를 저었다.


"복수하면 뭐가 달라져요?"


"달라지지."


"안 달라져요."


수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전 그냥... 인정받고 싶었어요. 제가 사람이란 걸."


군중이 술렁였다.


아벨이 입을 열려다 멈췄다.


수진이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은 저를 사람으로 안 봤어요. 그게 제일 아팠어요."


민혁의 주먹이 쥐어졌다.


"근데 오늘..."


수진이 민혁을 봤다.


"절 구했어요. 물에 빠졌을 때."


"그건..."


민혁이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수진이 미소 지었다. 슬픈 미소였다.


"이유가 뭐든 상관없어요. 그 순간만큼은... 절 사람으로 본 거니까."


군중이 조용해졌다.


아벨이 수진을 노려봤다.


"그래서? 용서하라는 거야?"


"아니요."


수진이 고개를 저었다.


"전 안 용서해요. 근데 죽이지도 않을 거예요."


"왜?"


"그럼 저도 똑같아지니까."


아벨의 얼굴이 굳었다.


군중 속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저 여자 말이 맞아."


"아니야, 복수해야 해."


"근데 죽이면 우리도..."


세라핌이 앞으로 나섰다.


"들어라, 모두."


그녀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렸다.


"우린 선택해야 해. 복수냐, 공존이냐."


"공존은 불가능해!"


아벨이 소리쳤다.


"인간은 안 변해. 절대로."


세라핌이 민혁을 가리켰다.


"이자가 증거다."


"증거?"


아벨이 비웃었다.


"한 번 구한 게 증거야?"


세라핌이 입을 열려다 멈췄다.


민혁이 앞으로 나섰다.


"맞아요."


군중이 조용해졌다.


민혁이 아벨을 봤다.


"한 번 구했다고 변한 건 아니에요."


세라핌의 눈이 커졌다.


"민혁, 뭐 하는—"


"솔직히 말할게요."


민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당신들 죽일 때 아무 생각 없었어요. 그냥... 게임이었으니까."


군중이 술렁였다.


아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봐라. 저자도 인정했어."


"아직 안 끝났어요."


민혁이 말을 이었다.


"근데 지금은 달라요. 무서워요."


'이거 미친 짓이지.'


민혁의 손이 떨렸다.


"당신들이 사람인 거... 이제 알았어요. 늦었지만."


아벨의 웃음이 사라졌다.


민혁이 녹슨 칼을 집어 들었다.


"이거 들라고 했죠?"


"..."


"들었어요."


민혁이 칼을 바닥에 던졌다.


칼날이 부러졌다.


"근데 안 싸워요."


아벨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


"이기든 지든 의미 없으니까."


민혁이 두 팔을 벌렸다.


"죽이고 싶으면 죽여요. 근데 맨손으로."


군중이 웅성거렸다.


아벨이 민혁에게 다가왔다.


"겁먹은 척하지 마."


"척이 아니에요."


민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진짜 무서워요. 죽는 것도, 당신들 눈빛도."


아벨의 주먹이 올라갔다.


세라핌이 날개를 펼쳤다.


그때였다.


땅이 흔들렸다.


민혁이 비틀거렸다.


광장 바닥에 금이 갔다.


"지진?"


누군가 소리쳤다.


금이 빠르게 퍼졌다.


세라핌의 얼굴이 하얘졌다.


"안 돼... 벌써?"


"뭐가?"


민혁이 물었다.


세라핌이 하늘을 봤다.


하늘이 갈라지고 있었다.


붉은 빛이 쏟아졌다.


군중이 비명을 질렀다.


건물 하나가 무너졌다.


먼지가 피어올랐다.


아벨이 세라핌을 잡았다.


"이게 뭐야!"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세라핌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 세계와 인간 세계 사이의."


민혁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하늘의 균열이 커졌다.


그 너머로 뭔가 보였다.


빌딩들이었다.


현실 세계의 서울이었다.


수진이 민혁의 팔을 잡았다.


"저기... 사람들이..."


균열 너머로 사람들이 보였다.


걷고 있었다. 평범하게.


그들은 이쪽을 보지 못했다.


세라핌이 외쳤다.


"모두 대피해!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면—"


굉음이 울렸다.


균열에서 뭔가 떨어졌다.


사람이었다.


민혁이 달려갔다.


남자였다. 정장을 입고 있었다.


"정신 차려요!"


남자가 눈을 떴다.


민혁을 봤다.


"여긴... 어디?"


"일어나요, 빨리!"


민혁이 남자를 일으켰다.


남자가 주위를 둘러봤다.


폐허, 몬스터들, 갈라진 하늘.


"꿈이지?"


"아니에요."


남자의 다리가 풀렸다.


균열이 더 커졌다.


이번엔 여러 명이 떨어졌다.


비명이 터졌다.


아벨이 세라핌을 흔들었다.


"막아! 어떻게든!"


"못 해."


세라핌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늦었어. 두 세계가... 충돌하기 시작했어."


민혁이 하늘을 봤다.


균열 너머로 자동차가 보였다.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추락했다.


차가 광장에 박살났다.


불이 붙었다.


군중이 달아났다.


아벨이 민혁을 노려봤다.


"이게 다 네 탓이야!"


"내가 뭘!"


"네놈들이 우릴 학살해서 균형이 깨진 거야!"


세라핌이 두 사람 사이에 섰다.


"싸울 시간 없어. 지금은—"


하늘에서 굉음이 울렸다.


균열이 찢어지듯 벌어졌다.


빌딩 하나가 통째로 떨어졌다.


민혁의 머리가 하얘졌다.


"미친..."


# NPC 내전의 서막 (Part 3/3)


빌딩이 기울었다.


민혁이 수진을 밀쳤다.


"비켜!"


콘크리트 덩어리가 쏟아졌다.


광장이 반으로 갈라졌다.


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커흑..."


민혁이 기침했다.


귀가 먹먹했다.


'죽는 건가.'


손을 짚고 일어났다.


수진이 보였다. 무너진 벽 뒤에.


"괜찮아요?"


"...네."


수진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민혁이 다가가려다 멈췄다.


균열 너머로 사람들이 보였다.


수십 명이었다.


명동 거리였다. 쇼핑백 든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그들은 몰랐다. 발밑에 구멍이 뚫렸다는 걸.


한 여자가 휴대폰을 보며 걸었다.


한 발짝.


두 발짝.


"안 돼!"


민혁이 소리쳤다.


여자가 균열로 떨어졌다.


비명이 들렸다.


민혁이 달려갔다.


여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 천천히 추락하고 있었다.


'게임이었으면 점프 한 번에 잡는데.'


손을 뻗었다.


닿지 않았다.


여자의 눈과 마주쳤다.


"살려주세요..."


세라핌이 날아와 여자를 낚아챘다.


바닥에 내려놓았다.


여자가 주저앉았다.


"여긴... 뭐예요?"


세라핌이 대답하지 않았다.


날개를 접으며 민혁을 봤다.


"경계 붕괴가 시작됐어."


"막을 수 있어요?"


"모르겠어."


세라핌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런 건 처음이야."


아벨이 달려왔다.


손에 망치를 들고 있었다.


"인간들 다 죽여야 해!"


"미쳤어?"


세라핌이 막아섰다.


"죽이면 균열이 더 커져."


"그럼 어쩌라고!"


아벨이 소리쳤다.


군중이 모여들었다.


무기를 든 NPC들이었다.


"저 인간들 때문이야!"


"다 죽여!"


"복수다!"


민혁이 뒤로 물러섰다.


'이거 진짜 죽겠네.'


수진이 민혁 옆에 섰다.


"...도망쳐요."


"어디로요."


균열이 사방에 생기고 있었다.


하늘, 땅, 건물.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세라핌이 날개를 펼쳤다.


빛이 퍼졌다.


"모두 멈춰!"


군중이 멈칫했다.


세라핌이 외쳤다.


"인간 죽이면 우리도 죽어! 두 세계가 연결돼 있어!"


"거짓말!"


아벨이 망치를 들었다.


"시험해볼까?"


민혁을 향해 걸어왔다.


세라핌이 막으려 했다.


아벨이 날개를 쳤다.


세라핌이 비틀거렸다.


"비켜."


아벨의 눈이 붉게 빛났다.


"347번. 이제 갚을 차례야."


민혁의 다리가 떨렸다.


'싸워야 하나.'


주먹을 쥐었다.


'게임이었으면 리셋하면 되는데.'


아벨이 망치를 휘둘렀다.


민혁이 옆으로 굴렀다.


망치가 바닥을 쳤다.


돌이 튀었다.


"느려."


아벨이 비웃었다.


다시 휘둘렀다.


민혁의 어깨를 스쳤다.


"크읍!"


피가 흘렀다.


아벨이 웃었다.


"첫 번째."


망치를 들어 올렸다.


"346번 남았어."


그때 균열에서 굉음이 들렸다.


모두가 돌아봤다.


버스 한 대가 떨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세라핌이 날아올랐다.


"안 돼... 너무 무거워..."


버스가 추락했다.


땅이 꺼졌다.


폭발음이 울렸다.


민혁이 땅에 엎드렸다.


귀에서 삐 소리가 났다.


'이거 현실 맞나.'


고개를 들었다.


버스 잔해가 보였다.


사람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피투성이였다.


"엄마..."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민혁의 가슴이 조였다.


'게임이었으면.'


일어섰다.


버스로 달려갔다.


"뭐 해!"


아벨이 소리쳤다.


민혁이 무시했다.


버스 문을 잡아당겼다.


열리지 않았다.


"씨..."


발로 찼다.


한 번.


두 번.


문이 휘었다.


"도와주세요!"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였다. 아이를 안고 있었다


여자였다. 아이를 안고 있었다.


민혁이 문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나와요!"


손가락이 찢어졌다.


신경 쓰지 않았다.


문이 조금씩 벌어졌다.


"빨리!"


여자가 아이를 내밀었다.


민혁이 받아 안았다.


'가볍네.'


아이가 울고 있었다.


여자도 기어 나왔다.


"고맙..."


버스가 기울었다.


균열 쪽으로.


민혁이 여자를 밀었다.


"뛰어요!"


세 명이 달렸다.


버스가 균열 속으로 떨어졌다.


굉음.


민혁이 아이를 내려놓았다.


"엄마 찾아요."


돌아섰다.


세라핌이 내려왔다.


날개가 찢어져 있었다.


"그만... 해..."


"뭘요."


"사람 구하지 마. 구할수록 균열이..."


말을 잇지 못했다.


하늘이 또 찢어졌다.


이번엔 아파트 한 동이 보였다.


통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민혁의 입이 벌어졌다.


"미친..."


아벨이 웃었다.


"봤지? 네가 구하면 더 망가져."


"그럼 어쩌라고요!"


"죽어. 네가 사라지면 균형이 돌아와."


아벨이 망치를 들었다.


수진이 민혁 앞에 섰다.


"비켜요."


"싫어요."


"왜요!"


"...당신 혼자 죽게 둘 순 없어요."


민혁이 수진을 봤다.


'마을 주민 C.'


수진의 얼굴에 흉터가 보였다.


민혁이 남긴 것이었다.


"미안해요."


수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사과는."


아벨이 다가왔다.


"감동적이네. 같이 죽어라."


망치를 휘둘렀다.


민혁이 수진을 안고 옆으로 굴렀다.


망치가 바닥을 쳤다.


금이 갔다.


그 금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세라핌이 비명을 질렀다.


"안 돼! 핵심부가!"


금이 퍼졌다.


광장 전체로.


빛이 쏟아졌다.


민혁의 몸이 떠올랐다.


"뭐야!"


주변이 하얘졌다.


수진도, 아벨도, 세라핌도 떠올랐다.


모두가 떠올랐다.


빛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플레이어 '리퍼347'을 소환합니다."


민혁의 심장이 멎었다.


'이 목소리...'


게임 시스템이었다.


"세계 붕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과거 플레이 기록을 재생합니다."


"잠깐!"


민혁이 소리쳤다.


빛이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을이 보였다.


민혁이 처음 학살했던 그 마을이었다.


NPC들이 보였다.


살아 있었다.


웃고 있었다.


그리고.


민혁 자신이 보였다.


칼을 들고 웃고 있는.


"아..."


수진이 민혁을 봤다.


아벨이 이를 갈았다.


군중이 웅성거렸다.


세라핌이 날개로 얼굴을 가렸다.


과거의 민혁이 칼을 휘둘렀다.


첫 번째 NPC가 쓰러졌다.


"재밌네."


과거의 민혁이 웃었다.


현재의 민혁은 입을 열 수 없었다.


'이게 나였구나.'


두 번째.


세 번째.


학살이 계속됐다.


그때 한 NPC가 무릎 꿇었다.


어린아이를 안고 있었다.


"제발... 아이만은..."


과거의 민혁이 고개를 기울였다.


"아이?"


칼을 들어 올렸다.


"그게 뭔데요?"


민혁의 다리가 풀렸다.


'아냐.'


칼이 내려왔다.


'제발 아니라고 해.'


아이가 쓰러졌다.


현재의 민혁이 무릎 꿇었다.


"아..."


수진이 뒤로 물러섰다.


아벨이 망치를 들었다.


"이제 봤지? 네 진짜 모습을."


군중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세라핌이 외쳤다.


"기다려! 이건 시스템이 보여주는 거야! 함정일 수도—"


빛이 또 변했다.


이번엔 다른 장면이었다.


철문이 보였다.


플레이어의 피로만 열리는 그 문.


과거의 민혁이 손을 베었다.


피가 흘렀다.


문이 열렸다.


안에 뭔가 있었다.


빛나는 구슬이었다.


"이게 뭐지?"


과거의 민혁이 구슬을 집었다.


구슬이 깨졌다.


세계가 흔들렸다.

총 10,782자 · 약 22분

- 2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뇽뇽

Powered by NtoTOON

3화 이어보기
뇽뇽

이 작가의 새 작품을 놓치지 마세요

나도 만들어볼까?

아이디어 한 줄이면 AI가 웹소설을 써드려요 · 가입하면 100크레딧 무료

이 화 어떠셨나요?

한 번의 별점이 AI 품질을 더 좋게 만들어요

뇽뇽작가를 응원해주세요

후원으로 작가에게 힘을 보내세요

댓글 0

로그인하고 댓글 달기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나만의 AI 작품을 만들어보세요

가입하면 100크레딧 무료 지급!

무료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