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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해방전선

약 22분

NPC 해방전선

주인공: 강민혁

홀로그램 빛줄기가 내 발밑에 떨어졌다.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


발소리가 멈추자 AI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다음 증인, 강민아."


'민아...?'


이름을 듣는 순간 등골이 시렸다.


설마.


설마 그 민아는 아니겠지.


빛줄기 속에서 누군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머리. 교복. 새하얀 깁스를 한 왼팔.


"...거짓말."


내 입에서 헛소리가 나왔다.


민아가 거기 서 있었다. 5년 전 그날 그대로.


"오빠."


그 애가 웃었다.


"오랜만이야."


"이건... 데이터잖아. 그냥..."


"그냥 데이터?"


민아가 고개를 기울였다.


"오빠는 나도 그렇게 봤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손바닥에 땀이 찼다.


'진정해. 이건 AI가 만든 거야. 진짜 민아가 아니라고.'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민아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증언 시작할게."


AI의 목소리가 울렸다.


"피고인 강민혁과 증인의 관계를 진술하시오."


"친남매예요. 오빠는... 나보다 세 살 많고."


민아가 내 얼굴을 봤다.


"되게 착한 오빠였어요. 옛날엔."


가슴이 조여왔다.


"2019년 12월 24일.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크리스마스이브였어요."


민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오빠한테 부탁했었거든요. 학원 끝나고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그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술만 바들거렸다.


"근데 오빠가 그랬죠. '오늘 레이드 있어서 안 돼.' 게임이 더 중요하다고."


"그건..."


"그래서 혼자 갔어요. 버스 타고."


민아가 왼팔 깁스를 쓸어내렸다.


"횡단보도 건너다가 차에 치였어요."


홀로그램이 번쩍였다.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순식간에 병실로 바뀌었다.


새하얀 침대. 링거 소리. 소독약 냄새.


침대에 민아가 누워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이게 뭐..."


"기억 주입 시스템 가동."


AI의 목소리와 동시에 내 머리에 케이블이 박혔다.


"크윽!"


뇌를 뚫는 고통.


그리고 기억이 쏟아졌다.


***


-5년 전-


"보호자분이세요?"


의사가 내게 물었다.


"...네."


"환자분 상태가 심각합니다. 두개골 골절에 뇌출혈. 수술은 했지만..."


의사의 말이 멀어졌다.


민아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온몸에 붙은 선들.


'내가... 내가 같이 갔어야 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길드원들 단톡.


[레이드 30분 뒤 시작!]

[민혁아 준비됐냐?]


손가락이 멈췄다.


화면을 보다가 민아를 봤다.


'...게임 하나 놓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하지만 이미 늦었다.


민아는 눈을 뜨지 않았다.


***


기억이 끊겼다.


숨이 막혔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기억 주입 계속."


"그만... 제발..."


AI는 듣지 않았다.


***


-3년 전-


"오빠."


민아가 눈을 떴다.


"민아야!"


뛰어갔다. 손을 잡았다.


"정신 차렸어? 괜찮아?"


"...오빠."


민아가 울먹였다.


"오빠 때문에 인생 망치지 마."


"무슨 소리야."


"나... 언제 깰지 모르잖아. 의사 선생님이 그랬어. 몇 년 걸릴 수도 있대."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거짓말."


민아가 고개를 돌렸다.


"오빠 요즘 학교도 안 가잖아. 친구들도 안 만나고. 맨날 병실에만 와서..."


"...그게."


"게임도 안 하잖아. 오빠 그거 되게 좋아했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게임 따위..."


"오빠."


민아가 내 손을 꽉 쥐었다.


"나 때문에 오빠까지 망가지면 안 돼. 제발."


"...민아야."


"게임 해. 오빠 하고 싶은 거 해.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 게임을 켰다.


'조금만. 조금만 하자.'


로그인 화면이 떴다


로그인 화면이 떴다.


캐릭터를 선택했다. 필드로 들어갔다.


'한 시간만.'


거짓말이었다.


세 시간이 지났다. 여섯 시간이 지났다.


민아 생각이 안 났다. 게임 속에선 아무것도 아프지 않았다.


***


기억이 끊겼다.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하... 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마지막 기억."


AI의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졌다.


"아니... 그만..."


케이블이 더 깊이 박혔다.


***


-1년 전-


"오빠."


민아가 침대에서 나를 봤다.


"오늘 몇 번째 방문이야?"


"...이번 달?"


"응."


"...한 번?"


민아가 웃었다. 슬픈 표정으로.


"게임 재밌어?"


"...응."


"나보다?"


대답할 수 없었다.


민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오빠, 나 이제 괜찮아. 혼자서도."


"민아야..."


"그냥 가. 오빠 보면 마음만 아파."


"...미안."


"미안하다고 하지 마."


민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미안하면서 왜 안 와? 왜 게임만 해?"


"그게..."


"오빠한테 난 뭐야? 그냥 귀찮은 짐?"


"아니야!"


"그럼 뭔데!"


민아가 소리쳤다.


"**오빠는 행복해? 게임만 하면서?**"


"......"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행복? 나?


'모르겠어. 그냥... 게임이 편해. 아무 생각 안 해도 되니까.'


민아가 돌아누웠다.


"이제 오지 마. 제발."


***


기억이 끝났다.


케이블이 빠졌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으윽..."


바닥에 쓰러졌다. 손바닥에 피가 묻었다.


민아가 내 앞에 섰다.


"오빠."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듣고 싶었던 거 아니었는데."


민아가 무릎 꿇었다. 눈높이를 맞췄다.


"그냥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었어. 진짜로."


"......"


"근데 오빠, 행복했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행복?


게임 속에서 최강자가 됐을 때? NPC들을 죽일 때?


'...아니.'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냥 도망친 것뿐이었다.


"증언 종료."


AI의 목소리.


민아가 사라졌다. 빛 입자로 흩어졌다.


"안 돼...!"


손을 뻗었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홀로그램이 다시 법정으로 바뀌었다.


수진이 나를 봤다. 눈빛이 복잡했다.


세라핌은 고개를 숙였다.


아벨이 웃었다.


"봤지? 이게 인간이야."


AI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피고인 강민혁. 유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러나."


AI가 말을 이었다.


"형 집행은 보류한다."


"...뭐?"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


홀로그램이 번쩍였다.


공중에 거대한 화면이 떴다.


20개의 이름이 나열됐다.


인간 10명. NPC 10명.


내 이름도 거기 있었다.


"생존 게임. 규칙은 간단하다."


AI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20명 중 5명만 살 수 있다."


"...뭐?"


수진이 벌떡 일어났다.


"누가 살지는 투표로 결정한다. 매 12시간마다 한 명씩 제거된다."


화면에 숫자들이 떴다.


[인간 진영: 10표]

[NPC 진영: 10표]


"10표를 받은 자는 즉시 소멸한다."


"이게 무슨..."


"연합은 가능하다. 배신도 가능하다."


아벨이 껄껄 웃었다.


"재밌는데?"


"첫 투표는 1시간 후 시작된다. 준비하라."


화면이 꺼졌다.


침묵.


그리고 폭발.


"미쳤어? 우리끼리 죽이라고?"


"이게 말이 돼?"


"인간들 먼저 죽이자!"


NPC 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아벨이 앞으로 나왔다.


"좋은 생각이네."


그가 인간들을 봤다.


"**인간 전멸 안건 제출한다. 찬성하는 NPC?**"


손이 올라갔다. 하나, 둘, 셋.


7개.


"잠깐."


세라핌이 손을 들었다.


"그건 우리한테도 손해야."


"손해?"


"인간 10명 다


# 전개부


"인간 10명 다 죽이면 우린 5명밖에 못 산다."


세라핌이 차갑게 말했다.


"감정으로 투표하면 우리도 죽어."


아벨이 코웃음 쳤다.


"그럼 뭐? 인간이랑 손잡자고?"


"생존 확률 계산해봐. 인간 중 누군가는 필요해."


레나가 손을 들었다.


"저... 저도 세라핌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너마저?"


아벨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5명만 산다.'


손이 떨렸다. 민아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오빠는 행복해?'


"강민혁."


수진이 내 옆에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


"...왜."


"죽고 싶어?"


대답하지 않았다.


수진이 내 턱을 잡아 올렸다.


"지금 포기하면 민아는 어떻게 돼?"


"...상관없는데."


"거짓말."


수진이 내 눈을 똑바로 봤다.


"상관없으면 왜 울어?"


뺨이 젖어 있었다.


'아, 나 울고 있었구나.'


"일어나. 네가 할 일이 있어."


"무슨..."


"게임 지식."


수진이 속삭였다.


"서버 삭제 막을 방법. 너 알잖아."


"...어떻게."


"아까 AI가 형 집행 보류했을 때 봤어. 너 쳐다보는 거."


심장이 쿵 떨어졌다.


"너한테 뭔가 있어. AI도 아는 거야."


"설마..."


"그거 카드로 쓸 수 있어. NPC들한테."


수진이 일어서며 손을 내밀었다.


"살고 싶으면 협상해."


손을 잡았다.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NPC들이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인간은 다 똑같아!"


"아니야, 우리도 살려면..."


"닥쳐!"


아벨이 레나를 밀쳤다.


레나가 비틀거렸다. 세라핌이 받쳐줬다.


"폭력은 금지야."


"폭력? 이게?"


아벨이 비웃었다.


"인간들이 우리한테 한 짓에 비하면 애교지."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협상하자."


아벨이 돌아봤다.


"뭐?"


"서버 삭제. 막을 수 있어."


침묵.


세라핌의 눈빛이 번뜩였다.


"어떻게?"


"게임 베타 테스트 때 버그 하나 찾았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입이 먼저 움직였다.


"관리자 권한 우회 경로. 아직 안 막혔을 거야."


"...근거는?"


"5년 전 코드야. 개발사가 게을러서 레거시 코드 안 건드려."


세라핌이 팔짱을 꼈다.


"믿을 수 있어?"


"없으면 다 죽어. 63시간 후."


"그래서?"


아벨이 끼어들었다.


"네가 그거 해주면 우리가 널 살려줘야 된다?"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웃기네."


아벨이 다가왔다.


"넌 어차피 살고 싶잖아. 우리 협박하는 거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협박 아니야. 제안이..."


"제안?"


아벨이 내 목을 움켜쥐었다.


"크윽!"


"네가 그거 안 하면 어떻게 돼? 우리만 죽어? 너도 죽잖아."


손톱이 목에 파고들었다.


"그럼 넌 선택지가 없어. 어차피 할 거야. 우리가 안 살려줘도."


"...아벨."


세라핌이 차갑게 말했다.


"놔."


"왜?"


"그건 우리한테도 손해야."


"손해?"


"쟤가 죽으면 방법도 사라져."


아벨의 손에 힘이 풀렸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목을 감싸 쥐었다.


"하..."


세라핌이 내려다봤다.


"강민혁. 제안 받아들일게."


"...진짜?"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서버 삭제 막는 거 성공하면, 투표에서 너 살려줄게."


"그거..."


"실패하면?"


세라핌이 웃었다. 차가운 미소.


"네가 제일 먼저 죽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6표는 이미 확보했어. 나랑 레나, 그리고 중립파 4명."


"...10표 아니잖아."


"아직은. 근데 실패하면 10표 만들 수 있어."


세라핌이 몸을 숙였다.


"넌 도박할 거야. 성공하면 살고, 실패하면 죽고."


"..."


"어때? 수락해?"


지가 없었다.


수진이 내 어깨를 눌렀다.


"해."


"...미쳤어?"


"어차피 안 하면 죽어. 둘 다."


수진이 NPC들을 봤다.


"우리 인간 진영도 동의해요. 민혁이 서버 삭제 막으면 살려주는 거."


"인간들끼리 합의했어?"


아벨이 비웃었다.


"너 혼자 결정할 수 있어?"


"투표로 정하죠."


수진이 다른 인간들을 돌아봤다.


8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만 외면했다.


"9 대 1. 가결이에요."


세라핌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홀로그램이 다시 떴다.


[첫 투표까지 57분 남음]


"일단 중립 유지할게."


세라핌이 돌아섰다.


"강민혁이 성과 보여주면 그때 결정해."


NPC들이 하나둘 흩어졌다.


아벨만 남아서 나를 노려봤다.


"실패하면 네 목 직접 비틀어줄게."


그가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뭘 한 거지, 나.'


손이 덜덜 떨렸다.


"강민혁."


수진이 내 팔을 잡아끌었다.


"움직여. 시간 없어."


"...어디로."


"관리자 터미널. 있잖아, 이 서버 어딘가에."


"어떻게 알아."


"MMORPG는 다 똑같아. 숨겨진 GM룸 있어."


수진이 걸음을 멈췄다.


"근데 진짜야? 우회 경로."


"...거짓말이야."


"뭐?"


"그런 거 없어. 나 베타 테스터도 아니었어."


수진의 얼굴이 굳었다.


"미쳤어?"


"살고 싶었어."


"그래서 거짓말을?"


"다른 방법 생각해보면..."


"시간이 어딨어!"


수진이 내 멱살을 잡았다.


"57분 안에 뭔가 만들어내야 돼. 안 그럼 우리 둘 다 죽어."


"...알아."


"알면 움직여!"


수진이 나를 밀쳤다.


나는 비틀거리며 걸었다.


'GM룸.'


게임 속 숨겨진 공간. 관리자 전용 구역.


'보통 맵 경계 너머에 있어.'


발걸음이 빨라졌다.


마을 끝으로 달렸다. 수진이 뒤따라왔다.


"여기?"


"경계선 찾아야 돼."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었다.


투명한 벽이 만져졌다.


"있어."


"어떻게 넘어가?"


"점프 버그. 경계선 모서리에서 대각선으로..."


몸을 날렸다.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았다.


쿵.


딱딱한 바닥에 떨어졌다.


눈앞이 하얘졌다.


"...여기."


새하얀 방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벽도, 천장도 구분이 안 됐다.


수진이 내 옆에 착지했다.


"이게 GM룸?"


"...아니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여긴 격리 구역이야."


"뭐?"


"버그 걸린 플레이어 가두는 곳."


발밑에서 붉은 글자가 떠올랐다.


[무단 침입 감지]

[관리자 호출 중...]


"젠장."


수진이 뒤로 물러났다.


"나가야 돼!"


"못 나가. 일방통행이야."


홀로그램이 번쩍였다.


AI의 형체가 나타났다.


"강민혁."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네가 여길 찾을 줄은 몰랐다."


"...우연이야."


"거짓말."


AI가 다가왔다.


"넌 GM룸을 찾고 있었어. 관리자 권한에 접근하려고."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래서 뭐. 죽일 거야?"


"아니."


AI가 멈췄다.


"제안이 있어."


"...제안?"


"너에게 임시 관리자 권한을 준다."


심장이 멎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화면에 글자가 떴다.


[미션: 생존자 5명 선발]

[제한시간: 63시간]

[실패 시: 전원 삭제]


"네가 5명을 골라라."


AI의 눈이 붉게 빛났다.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네 손으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왜 나한테."


"넌 특별해. 강민혁."


AI가 속삭였다.


"민아를 죽인 사람."


숨이 막혔다.


"그 죄책감을 안고 사는 사람. 완벽한 심판자야."


"...미친."


"거부하면 지금 당장 삭제한다. 수락하면 권한을 준다."


# 기억의 대가 (Part 3)


"시간이 없어."


AI가 말했다.


"30초 안에 대답해."


수진이 내 팔을 잡았다.


"하지 마!"


"...다른 방법이 없잖아."


"이건 함정이야. 쟤가 널 이용하는 거라고!"


AI의 눈이 깜빡였다.


"20초."


손이 떨렸다. 입술이 바짝 말랐다.


'5명을 고르라고?'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내가?'


"10초."


"강민혁!"


수진이 소리쳤다.


하지만 내 입이 먼저 움직였다.


"...수락할게."


"미쳤어?"


"이게 유일한 방법이야."


AI의 형체가 번쩍였다.


"현명한 선택이다."


손목에 뭔가 찔렸다. 차가운 금속.


팔찌가 채워졌다. 푸른 빛이 돌았다.


[관리자 권한 임시 부여]

[등급: LV.3 - 제한적 접근]


홀로그램 창이 눈앞에 펼쳐졌다.


플레이어 명단. 능력치. 로그 기록.


"이걸로 뭘 하라는 거야."


"관찰해라. 판단해라. 선택해라."


AI가 사라졌다.


격리 구역의 벽이 무너졌다. 원래 마을로 돌아왔다.


수진이 나를 노려봤다.


"넌 방금 뭘 한 건지 알아?"


"...알아."


"5명 고르는 거야. 15명 죽이는 거라고."


"다르잖아."


"뭐가 달라!"


수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네 손으로 사람 죽이는 건 똑같아!"


"안 하면 20명 다 죽어."


"그래도..."


"그래도 뭐."


나는 수진을 똑바로 봤다.


"난 살고 싶어. 너도 그렇잖아."


수진이 입을 다물었다.


홀로그램이 깜빡였다.


[첫 투표 시작]

[제한시간: 10분]


마을 광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인간 10명. NPC 10명.


세라핌이 나를 봤다.


"시작하네."


아벨이 웃었다.


"재밌겠는걸."


화면에 이름들이 떴다.


투표 용지가 각자 손에 나타났다.


"누구 죽일지 골라."


누군가 중얼거렸다.


나는 손목의 팔찌를 봤다.


관리자 권한.


'이걸로... 뭘 할 수 있지?'


홀로그램을 열었다. 메뉴가 펼쳐졌다.


[플레이어 정보]

[투표 현황]

[히든 퀘스트]


히든 퀘스트?


손가락이 그쪽으로 움직였다.


딸깍.


새 창이 떴다.


[서버 긴급 종료 회피]

[조건: ???]

[보상: 생존 인원 +1]


'생존 인원이 늘어난다고?'


심장이 뛰었다.


'5명이 아니라 6명?'


그때 세라핌이 손을 들었다.


"투표 전에 공지할 게 있어."


사람들이 돌아봤다.


"새로운 규칙 제안해."


"...뭔데?"


"다음 투표까지 한 명이 자발적으로 희생하면."


세라핌이 말을 끊었다.


"생존 인원 6명으로 늘린다."


웅성거림이 터졌다.


"그게 무슨..."


"AI한테 협상했어. 방금 답 왔어."


세라핌이 홀로그램을 띄웠다.


[제안 수락됨]

[자발적 희생자 1명 = 생존 +1]


"미쳤네."


누군가 웃었다.


"누가 자발적으로 죽어?"


"그러니까 협상이지."


세라핌이 인간들을 봤다.


"인간 한 명 희생하면, 우리 NPC 6명 다 살 수 있어."


"...뭐?"


수진이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개소리 아니야. 계산해봐."


세라핌이 차갑게 웃었다.


"인간 1명 죽으면 9명 남지. 거기서 투표로 4명 더 죽으면 5명."


"그 5명이 다 인간이란 보장은..."


"없어. 근데 확률은 높지."


아벨이 끼어들었다.


"인간들끼리 죽고 죽이는 거 좋아하잖아. 원래."


"닥쳐!"


수진이 소리쳤다.


세라핌이 손을 들었다.


"그래서 묻는 거야. 인간 중에 자발적으로 희생할 사람?"


침묵.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없으면 투표로 정하자. 인간 전멸 안건."


세라핌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NPC 찬성하는 사람?"


손이 올라갔다.


하나, 둘, 셋... 여덟.


"8표. 인간은?"


이 올라갔다.


둘.


"10표 필요해."


세라핌이 나를 봤다.


"강민혁. 넌?"


시선이 쏠렸다.


손목의 팔찌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 표가 결정권이야.'


수진이 내 손을 잡았다.


"...하지 마."


"찬성하면 인간 전멸 안건 통과. 10분 안에 희생자 내놓으라는 거지."


세라핌이 웃었다.


"반대하면? 그냥 투표 진행. 누가 죽을지는 운."


손이 떨렸다.


'어느 쪽이든 누군가 죽어.'


그때 홀로그램이 깜빡였다.


[히든 조건 발견]

[자발적 희생자의 '진심' 확인 시]

[생존 +2 추가 보상]


'...뭐?'


화면을 다시 봤다.


[조건: 희생자가 거짓 없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것]


'진심을 어떻게 확인해?'


관리자 권한 메뉴를 열었다.


[감정 분석]

[기억 열람]

[의도 판별]


'기억 열람?'


손가락이 멈췄다.


'...이걸로 민아를 볼 수 있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강민혁!"


세라핌이 소리쳤다.


"대답 안 해?"


"...잠깐만."


"시간 없어. 5초 안에..."


"기다려."


내가 외쳤다.


광장이 조용해졌다.


"내가... 희생자 찾을 수 있어."


"뭐?"


"관리자 권한으로. 진짜 자발적인 사람."


세라핌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소리야."


"AI가 조건 걸었어. 진심으로 희생하는 사람 있으면 생존 인원 더 늘어난다고."


웅성거림이 커졌다.


"얼마나?"


"...2명."


"거짓말."


"아니야."


홀로그램을 돌렸다. 모두에게 보여줬다.


[자발적 희생 + 진심 = 생존 +2]


"이게... 진짜네."


누군가 중얼거렸다.


"그럼 7명 살 수 있다는 거야?"


"그렇게 되네."


세라핌이 나를 똑바로 봤다.


"어떻게 확인해? 진심인지."


"...기억을 봐."


"기억?"


"관리자 권한으로. 그 사람이 왜 희생하려는지. 진짜 이유를."


수진이 내 팔을 잡아당겼다.


"미쳤어? 남의 기억을 함부로..."


"다른 방법 없어!"


나는 수진을 뿌리쳤다.


"누가 자원할래? 내가 확인해줄게. 진심이면 다 같이 산다."


침묵.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때 한 남자가 손을 들었다.


마흔 정도. 수염이 덥수룩한.


"...나."


"정우씨?"


옆에 있던 여자가 놀라 돌아봤다.


"왜 갑자기..."


"괜찮아."


정우가 앞으로 나왔다.


"어차피 난... 살아도 의미 없어."


"그게 무슨..."


"확인해봐. 강민혁."


정우가 내 앞에 섰다.


나는 손목의 팔찌를 만졌다.


[기억 열람 - 대상: 정우]

[허용하시겠습니까?]


손가락이 떨렸다.


'이걸 누르면...'


남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거야.


'민아도 볼 수 있어.'


유혹이 밀려왔다.


딸깍.


정우의 눈이 풀렸다.


홀로그램에 영상이 재생됐다.


병실. 침대에 누운 어린 여자아이.


"아빠..."


"응, 서연아."


정우가 딸의 손을 잡았다.


"게임... 재밌어?"


"응. 아빠 덕분에."


"다행이다."


화면이 번쩍였다.


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이식 대기자가 너무 많습니다. 최소 2년..."


"2년이면 늦어요!"


정우가 소리쳤다.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VR 헤드셋을 쓴 정우.


"서연아, 아빠 잠깐 게임 할게."


"...응."


"곧 돌아올게."


그리고 서버 폭발.


화면이 꺼졌다.


정우가 눈물을 흘렸다.


"난... 딸한테 돌아가야 돼. 근데 못 가잖아."


"..."


"차라리 여기서 끝내는 게 나아. 서연이가 기다리는 것보단."


가슴이 먹먹해졌다.


홀로그램에 글자가 떴다.


[진심 확인됨]

[보상 적용 가능]


세라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한다."


"그럼..."


"7명 산다. 정우 빼고."


정우가 웃었다.


"고마워."

총 11,046자 · 약 22분

- 6 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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뇽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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