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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아이들 3화: 생존자의 조건

약 21분

섬의 아이들 3화: 생존자의 조건

주인공: 강민우

프로펠러 소리가 두 방향에서 들렸다.


민우는 몸을 낮추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나가 아니야.'


왼쪽에서 다가오는 건 분명 군부 헬기였다. 검은 기체, 측면에 박힌 기관총. 2화 마지막에 본 그 헬기.


그런데 오른쪽에서도 프로펠러 소리가 들렸다.


지우가 쏜 총알은 군부 헬기를 향한 게 아니었다.


"뭐야, 저건—"


준호가 중얼거렸다.


오른쪽 헬기는 더 낡았다. 민간기를 개조한 듯한 외관. 측면 문이 열려 있고, 그 안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지우였다.


"저 새끼가 진짜—"


준호가 총을 들어올렸다.


민우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잠깐."


"뭘 잠깐! 저 자식이 우릴 팔아넘긴 거라고!"


"아직 몰라."


민우는 지우의 얼굴을 똑바로 봤다. 헬기 안에서 지우는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옆에 다른 사람들도 보였다. 군복이 아니었다.


'레지스탕스?'


민우의 머릿속에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시설에서 몇 번 들었던 이름. 군부에 저항하는 조직. 각성자들을 빼돌린다는 소문.


모래바람이 휘몰아쳤다.


두 헬기가 동시에 고도를 낮췄다. 해변 상공 50미터쯤. 서로를 견제하듯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민우는 귀를 막았다. 프로펠러 소리가 머리를 쪼갰다.


서연이 루나를 품에 안았다. 정령은 불안하게 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보라색에서 붉은색으로, 다시 파란색으로.


'위험하다고 말하는 거야?'


군부 헬기 측면 문이 열렸다.


확성기 소리가 울렸다.


**"강민우, 박준호, 한서연. 즉시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반복한다. 무기를 버리고—"**


민간 헬기에서 누군가 뛰어내렸다.


로프도 없이. 그냥 뛰어내렸다.


5미터 높이에서.


착지 소리가 모래를 울렸다. 먼지가 피어올랐다.


여자였다.


검은 전투복에 짧은 머리. 허리춤에 권총 두 자루. 그녀는 먼지를 털어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민우와 눈이 마주쳤다.


"3분."


여자가 말했다.


"3분 안에 결정해. 우리랑 같이 싸울 건지, 계속 도망칠 건지."


"누구세요?"


서연이 물었다.


"레나. 레지스탕스 새벽 소속 작전 책임자."


레나는 가슴팍에서 뭔가를 꺼냈다. 금속 배지. 새벽을 상징하는 붉은 태양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지우가 1년 전부터 우리 조직원이었어. 시설 내부 정보를 빼돌리고, 너희 같은 애들 탈출시키는 게 임무였고."


"거짓말."


준호가 총구를 레나에게 겨눴다.


"지우는 우리랑 같이 있었어. 1년 내내."


"맞아. 그래서 힘들었겠지."


레나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매일 너희 옆에 붙어 있으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신호탄 쏘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야. 그 전엔 조직이 허락 안 했거든."


민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1년 동안?'


지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훈련장에서 같이 뛰던 모습. 식당에서 농담 던지던 모습. 밤에 악몽 꾸고 깨면 옆 침대에서 '괜찮냐'고 물어주던 목소리.


'전부 거짓말이었어?'


군부 헬기가 더 낮게 내려왔다.


확성기 소리가 다시 울렸다.


**"경고한다. 10초 안에 투항하지 않으면 제압 작전에 돌입한다. 10, 9, 8—"**


"시간 없어."


레나가 말했다.


"우리 헬기는 무장이 약해. 저쪽이랑 정면으로 붙으면 10초도 못 버텨. 그 전에 결정해야 돼."


"왜 우릴 데려가려는 거예요?"


서연이 물었다.


"각성자니까. 특히 너."


레나가 서연을 똑바로 봤다.


"정령술사는 50년 만이야. 군부가 너 손에 넣으면 병기로 쓸 거고, 우린 그걸 막아야 해."


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전 그냥… 애들 지키고 싶었을 뿐이에요."


"알아."


레나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권을 주는 거야. 우리도 너희를 강제로 데려가진 않아."


"7, 6, 5—"


준호가 민우를 돌아봤다.


"형, 이거 함정이야. 또 어른들이 우릴 이용하려는 거라고."


민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른을 믿지 마.'


시설에서 배운 것. 아니, 그 전부터 알고 있던 것. 부모도, 선생도, 연구원도. 결국 다 자기들 필요할 때만 손 내밀었다.


"2분 남았어."


레나가 말했다.


"우리 헬기에 타면 일단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줄게. 거기서 다시 생각해도 돼. 떠나고 싶으면 떠나도 되고."


"증거는요?"


서연이 물었다.


"당신들이 진짜 레지스탕스라는 증거요. 그냥 다른 조직일 수도 있잖아요."


레나는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민우에게 건넸다.


사진 속엔 아이들이 있었다. 열 명쯤. 다들 시설 복장을 입고 있었다.


민우의 손이 멈췄다.


'이건…'


왼쪽 끝에 선 남자애. 까만 머리에 왼쪽 눈썹에 흉터.


"재훈이…?"


민우가 중얼거렸다.


3년 전 같은 방을 썼던 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연구원들은 '전학 갔다'고 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살아 있어."


레나가 말했다.


"지금 새벽 본부에 있어. 너희 기다리고 있고."


민우의 가슴이 뛰었다.


'살아 있다고?'


"4, 3, 2—"


"민우!"


준호가 소리쳤다.


"정신 차려! 저 사진이 진짜인지 어떻게 알아!"


"DNA 검사라도 할래?"


레나가 비웃었다.


"시간 없어. 1분 남았어. 결정해."


민우는 사진을 쥔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군부 헬기가 기관총을 겨누고 있었다. 저쪽에서 보면 자기들은 그냥 표적이었다. 도망친 실험체. 회수해야 할 자산.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레나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니면 투항하거나.'


서연이 주머니에서 계산기를 꺼냈다.


"잠깐만요."


그녀가 빠르게 숫자를 두드렸다. 손가락이 버튼 위를 미끄러졌다.


"뭐 해?"


준호가 물었다.


"확률 계산이요."


서연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레지스탕스 합류했을 때 생존 확률… 32%."


"그게 무슨—"


"도주 계속했을 때 27%. 군부 투항 5%."


서연이 계산기를 내려다봤다.


"32%가 제일 높아요."


루나가 서연의 어깨 위에서 불안하게 색을 바꿨다. 보라색, 빨간색, 파란색.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루나도 위험하다고 해요."


서연이 정령을 쓰다듬었다.


"근데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진 모르겠어요."


"1—"


"탄다!"


민우가 소리쳤다.


준호가 돌아봤다.


"뭐?"


"탄다고. 레지스탕스 헬기."


"미쳤어? 저 여자 말 믿는 거야?"


"안 믿어."


민우가 준호를 똑바로 봤다.


"근데 선택지가 없잖아. 여기 남으면 죽어."


"사격 개시—"


확성기 소리가 끊겼다.


총성이 울렸다.


군부 헬기 조종석 유리에 금이 갔다. 민간 헬기에서 누가 쏜 거였다.


"뛰어!"


레나가 소리쳤다.


민우는 서연의 손을 잡았다. 준호가 뒤따랐다.


민간 헬기가 고도를 낮췄다. 로프 사다리가 내려왔다.


"빨리!"


지우가 위에서 손을 뻗었다.


민우는 사다리를 붙잡았다. 서연을 먼저 밀어 올렸다.


총성이 또 울렸다.


모래가 튀었다. 민우 발치 30센티 옆.


"준호!"


민우가 소리쳤다.


준호는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군부 헬기 쪽을.


"준호, 이리 와!"


"형은 가!"


준호가 뒤로 물러섰다.


한 발, 두 발.


"형, 미안."


"뭐?"


민우의 손이 사다리에서 미끄러졌다.


준호가 총을 들어 올렸다. 군부 헬기가 아니라 민간 헬기를 향해.


"준호, 너 지금—"


총성.


탄환이 민간 헬기 꼬리 날개를 스쳤다. 불꽃이 튀었다.


"미쳤어?"


레나가 소리쳤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뛰었다. 해변 반대쪽으로. 숲 속으로.


"준호!"


민우가 뛰어내렸다. 사다리에서 모래 위로.


"뭐 하는 거야!"


지우가 위에서 소리쳤다.


"놔둬!"


레나가 지우를 붙잡았다.


"저 애는 선택했어. 우린 나머지만 데려간다."


"안 돼요!"


서연이 사다리를 붙잡고 내려오려 했다.


"민우 씨 혼자 두면—"


헬기가 기울었다.


갑자기. 옆으로.


조종사가 소리쳤다.


"피격! 엔진 2번 고장!"


군부 헬기가 기관총을 쏘고 있었다. 민간 헬기 동체에 구멍이 뚫렸다.


"상승!"


레나가 명령했다.


"지금 당장!"


"민우는요?"


지우가 레나의 팔을 잡았다.


"민우는 어떡하고요!"


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조종사를 봤다.


헬기가 고도를 높였다.


민우는 모래 위에 남았다.


혼자.


'씨발.'


군부 헬기가 방향을 틀었다. 민우 쪽으로.


확성기 소리가 다시 울렸다.


"강민우. 최후 경고다. 무릎 꿇고 손 머리 위로."


민우는 총을 집어 들었다. 탄창을 확인했다.


세 발 남았다.


'세 발로 헬기를 어떻게 해.'


숲 속에서 또 총성이 울렸다.


이번엔 군부 헬기 쪽에서 비명이 들렸다.


"저격수!"


누군가 소리쳤다.


"9시 방향 숲 속!"


헬기가 방향을 바꿨다. 숲을 향해 기관총을 쏘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부러졌다. 나뭇잎이 폭발했다.


민우는 그 틈에 뛰었다.


숲 속으로.


가지들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발목이 뿌리에 걸렸다.


'준호 어디 갔어.'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럿.


군인들이 로프로 내려온 거였다.


"표적 추적 중!"


무전기 소리.


"시설 생존자 확인. 생포 작전 전환."


민우는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숨을 죽였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세 명. 아니, 네 명.


'총알 세 발.'


민우는 총을 쥐었다. 손이 떨렸다.


'한 명당 한 발. 빗나가면 끝이야.'


발소리가 멈췄다.


"열감지 카메라."


누군가 말했다.


"3미터 전방. 나무 뒤."


민우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들켰어.'


"나와. 천천히."


군인의 목소리.


민우는 총을 내려놓았다. 손을 들고 일어섰다.


네 명의 군인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전부 방탄복 착용. 헬멧에 야간투시경.


"무릎."


민우는 무릎을 꿇었다.


군인 한 명이 다가왔다. 수갑을 꺼냈다.


총성.


군인의 헬멧이 튕겨 나갔다. 그는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나머지 셋이 총구를 돌렸다.


"어디서—"


또 총성.


두 번째 군인이 무릎을 잡고 쓰러졌다.


"저격수! 엄폐!"


세 번째 군인이 나무 뒤로 숨었다.


민우는 그 틈에 굴렀다. 쓰러진 군인의 총을 낚아챘다.


네 번째 군인이 민우를 조준했다.


민우가 먼저 쐈다.


한 발.


군인의 어깨에 맞았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세 번째 군인이 나무 뒤에서 나왔다.


민우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딸각.


탄피가 배출됐다.


민우는 옆으로 굴렀다. 총알이 땅을 파고들었다.


또 총성.


숲 속에서.


세 번째 군인의 다리에 구멍이 뚫렸다. 그는 소리 지르며 쓰러졌다.


민우는 숨을 헐떡였다.


민우는 숨을 헐떡였다.


'누가 쏜 거야.'


숲이 조용했다.


바람 소리만 들렸다.


"민우야."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차분한.


나무 사이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검은 전투복. 얼굴에 페인트칠.


손에 든 건 저격소총.


"재훈이?"


민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재훈이 형은 죽었어."


"그럼 누구—"


"박현수. 헌터 부대."


남자가 총을 내렸다.


"너 데리러 왔다."


민우는 총을 겨눴다.


"움직이지 마."


"그 총엔 총알 없어."


현수가 웃었다.


"확인해봐."


민우는 탄창을 빼냈다.


비어 있었다.


'씨발.'


"시간 없어."


현수가 손을 내밀었다.


"5분 안에 여기서 안 나가면 폭격 들어와."


"폭격?"


"군부가 증거 인멸하려고. 숲째로 날려버릴 거야."


민우는 손을 뻗지 않았다.


"왜 날 구해?"


"질문은 나중에."


현수가 민우의 팔을 잡아당겼다.


"뛰어."


둘은 숲을 가로질렀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발밑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


뒤에서 헬기 소리가 멀어졌다.


"준호는?"


민우가 물었다.


"박준호?"


"내 친구."


"모른다."


현수가 앞만 보고 뛰었다.


"내 임무는 너 하나."


"왜 나?"


"닥치고 뛰어."


숲이 끝났다.


절벽이 나왔다.


아래는 바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쳤다.


"뛰어내려."


현수가 말했다.


"미쳤어?"


"15미터. 안 죽어."


"안 죽긴 뭘 안 죽어!"


현수가 민우를 밀었다.


민우는 비명을 질렀다.


공중에 떴다.


바람이 귀를 때렸다.


물이 다가왔다.


철퍼덕.


차가웠다.


물이 코로 들어왔다. 민우는 팔을 휘저었다.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현수가 옆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저쪽."


현수가 턱으로 가리켰다.


바위 사이에 보트가 숨어 있었다.


작은 고무보트.


"타."


민우는 보트에 올라탔다.


현수가 엔진을 걸었다.


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민우가 돌아봤다.


숲이 불타고 있었다.


오렌지색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다.


"준호..."


민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살았을 거야."


현수가 말했다.


"박준호는 똑똑한 애니까."


"어떻게 알아?"


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보트가 속도를 냈다.


파도가 옆구리를 때렸다.


민우는 뒤를 봤다.


해변이 점점 작아졌다.


불길만 커졌다.


"서연이는."


민우가 물었다.


"레지스탕스 헬기 탔어?"


"탔어."


"어떻게 알아?"


"추적했으니까."


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너희 셋 다."


민우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왜?"


"국가재건위원회 명령."


"뭐?"


"너희는 자산이야. A급."


현수가 속도를 더 냈다.


"특히 넌."


"왜 나?"


"네 혈액형."


"혈액형이 뭔데."


"RH-null."


민우는 눈을 깜빡였다.


"그게 뭔데."


"황금 혈액."


현수가 앞을 봤다.


"전 세계에 50명도 안 돼."


"그래서?"


"그래서 넌 죽으면 안 돼."


보트가 방향을 틀었다.


섬이 보였다.


작은 섬.


등대 하나 서 있었다.


"저기 뭐 있는데."


민우가 물었다.


"헌터 부대 전진기지."


"헌터 부대가 뭐야."


"레지스탕스 아니고 군부 아닌 애들."


현수가 엔진을 끄고 노를 저었다.


"제3세력."


"뭐 하는 애들인데."


"살아남는 애들."


보트가 섬에 닿았다.


현수가 밧줄을 묶었다.


"내려."


민우는 모래를 밟았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따라와."


현수가 등대로 걸어갔다.


민우는 뒤를 따랐다.


등대 문이 열렸다.


안은 어두웠다.


계단만 보였다.


"올라가."


민우는 계단을 올랐다.


철제 계단이 발걸음마다 삐걱거렸다.


위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들어와."


현수가 문을 열었다.


안은 넓었다.


등대 꼭대기층. 사방이 유리창.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불타는 숲도.


가운데 테이블이 있었다.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섬 전체 지형도.


빨간 표시가 여기저기 찍혀 있었다.


"앉아."


민우는 의자를 당겼다.


앉지 않았다.


"재훈이 어디 있어."


"없어."


"레나가 보여준 사진—"


"가짜야."


현수가 배낭을 풀었다.


"레지스탕스 단골 수법이거든. 옛날 사진 하나 들이밀면서 '동료 살아 있다' 이러는 거."


민우의 주먹이 쥐어졌다.


"박재훈은 2년 전에 죽었어."


현수가 물병을 꺼냈다.


"시설 지하 3층 실험실에서. 뇌사."


"거짓말."


"부검 기록 보여줄까?"


현수가 태블릿을 켰다.


화면에 문서가 떴다.


민우는 고개를 돌렸다.


"왜 이런 거까지 알아."


"우리 일이니까."


현수가 물을 마셨다.


"헌터 부대는 정보 장사해. 군부한테도 팔고 레지스탕스한테도 팔고."


"그럼 나도 팔 거네."


"아니."


현수가 물병을 내려놓았다.


"넌 우리가 쓸 거야."


민우는 뒤로 물러섰다.


문까지 두 걸음.


"도망 못 쳐."


현수가 웃었다.


"이 섬 둘레 3킬로미터야. 헤엄쳐서 못 나가."


"시도는 해볼게."


"앉으라고."


현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안 앉으면 기절시키고 묶어놓을 건데."


민우는 의자에 앉았다.


현수가 지도를 가리켰다.


"여기가 너희 시설."


빨간 X표.


"여기가 레지스탕스 본부. '새벽'이라고 불러."


파란 삼각형.


"여기가 군부 전진기지."


검은 사각형.


"그리고 여기."


현수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우리."


초록 점.


"셋 다 이 섬에 있어. 반경 50킬로 안에."


민우는 지도를 봤다.


'이렇게 가까웠어?'


"왜 서로 안 싸워."


"싸우지."


현수가 코웃음 쳤다.


"근데 전면전은 안 해. 다 손해니까."


"무슨 소리야."


"군부는 시설 애들 회수하고 싶어해. 실험 데이터 값어치가 조 단위거든."


현수가 의자에 기댔다.


"레지스탕스는 능력자 모으고 싶어해. 전력 보강."


"헌터는?"


"우린 둘 다한테 정보 팔아먹으면서 중립 지켜."


민우는 주먹을 쥐었다.


"그럼 넌 뭐야. 장사꾼?"


"생존자."


현수가 태블릿을 밀었다.


"이거 봐."


화면에 영상이 재생됐다.


헬기 영상.


레지스탕스 민간 헬기.


착륙하는 장면.


건물 옥상.


"새벽 본부 3층 헬기장."


현수가 화면을 확대했다.


"서연이 내렸네."


민우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서연이 보였다.


루나를 안고 있었다.


지우가 손을 잡아줬다.


"살아 있네."


민우가 중얼거렸다.


"당연하지. 정령술사니까."


현수가 영상을 멈췄다.


"레나 저 여자, 진짜 목적은 서연이었어."


"뭐?"


"너희 셋 중에 제일 가치 있는 게 누군지 알아?"


현수가 민우를 봤다.


"서연이야. 압도적으로."


민우는 입을 다물었다.


'정령술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져.'


레나의 말이 떠올랐다.


"레지스탕스는 능력자 부족해. 특히 후방 지원형."


현수가 설명했다.


"서연이는 정찰, 치료, 통신 다 가능해. 루나 하나로."


"그래서?"


"그래서 절대 안 놓아줘."


현수가 화면을 넘겼다.


다른 영상.


건물 내부.


복도.


서연이 걸어가고 있었다.


뒤에 레나.


"어디 가는 거야."


"지하 2층. 격리 구역."


민우는 벌떡 일어났다.


"격리?"


"새벽 본부는 능력자 훈련소야."


현수가 영상을 계속 재생했다.


"근데 훈련이라는 게... 좀 빡세거든."


화면 속 서연이 멈춰 섰다.


철문 앞.


레나가 카드키를 찍었다.


문이 열렸다.


안이 보였다.


좁은 방.


침대 하나.


창문 없음.


"감옥이잖아."


민우가 말했다.


"맞아."


현수가 영상을 껐다.


"능력 통제 안 되면 가둬놔. 안전하게."


"서연이는 통제 돼."


"지금은."


현수가 민우를 똑바로 봤다.


"루나 색깔 봤지? 검붉게 변하는 거."


민우는 숨이 막혔다.


"그게 뭔데."


"폭주 징조."


현수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정령이 숙주 감정 먹고 자라거든. 서연이 지금 상태가 어때?"


"...불안정해."


"그럼 루나도 불안정해져."


현수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최악의 경우, 루나가 서연이 집어삼켜."


민우의 손이 떨렸다.


"어떻게 막아."


"못 막아. 레지스탕스도."


현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격리하고 관찰만 해. 터지면 사살."


"미친..."


"레지스탕스는 원래 그래."


현수가 배낭에서 뭔가 꺼냈다.


주사기.


투명한 액체가 차 있었다.


"이게 뭐야."


"억제제."


현수가 주사기를 책상에 놓았다.


"정령 폭주 막아주는 약. 군부 실험실에서 빼돌린 거."


"그걸 왜 나한테."


"네가 서연이한테 줘야 되니까."


민우는 주사기를 봤다.


"내가 어떻게 들어가."


"들여보내줄게."


현수가 지도를 접었다.


"새벽 본부 경비 허술해. 우리 사람도 몇 명 있고."


"대가는."


"네 혈액."


현수가 웃었다.


"RH-null 500cc. 한 달에 한 번."


민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선택지가 없어.'


"준호는."


민우가 물었다.


"박준호 어떻게 됐는지 알아?"


현수가 태블릿을 다시 켰다.


"군부 쪽 영상 있긴 한데..."


화면이 바뀌었다.


숲.


헬기 서치라이트.


누군가 뛰고 있었다.


"준호다."


민우가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준호가 나무 뒤에 숨었다.


군인들이 지나갔다.


준호가 다시 뛰었다.


"어디 가는 거야."


"군부 기지 반대 방향."


현수가 화면을 확대했다.


"해안가 쪽."


영상이 끊겼다.


"그 다음은?"


"없어."


현수가 태블릿을 덮었다.


"폭격 전에 찍힌 마지막 영상이야."


민우는 주먹을 쥐었다.


'살아 있을 거야. 준호니까.'


"언제 출발해."


민우가 물었다.


"내일 새벽."


현수가 시계를 봤다.


"지금은 자."


"잠이 와야지."


"억지로라도 자."


현수가 구석 침낭을 가리켰다.


"내일 체력 필요해."


민우는 침낭으로 갔다.


눕지 않았다.


창밖을 봤다.


바다가 검었다.


불빛 하나 없었다.


'서연아.'


민우는 유리에 이마를 댔다.


차가웠다.


'조금만 기다려.'


뒤에서 현수가 뭔가 조립하는 소리가 들렸다.


민우가 돌아봤다.


현수가 총을 닦고 있었다.


"혹시."


민우가 말했다.


"레지스탕스 안에 첩자 있어?"


현수의 손이 멈췄다.


"왜?"


"레나가 우리 위치 너무 정확하게 알았거든."


현수가 총을 내려놓았다.


"있지."


"누군데."


"모르면 더 좋아."


현수가 민우를 봤다.


"넌 그냥 서연이 찾아서 주사 놓고 나와. 그게 전부야."


민우는 더 묻지 않았다.


침낭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녹슨 철골이 보였다.


눈을 감았다.


서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루나를 안고 웃던 모습.


'검붉게 변하는 눈.'


민우는 눈을 떴다.


잠이 오지 않았다.


밖에서 파도 소리만 들렸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민우."


민우가 몸을 일으켰다.


현수가 창문을 보고 있었다.


"뭐야."


"저거."


현수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민우는 창가로 갔다.


바다 위에 불빛이 떠 있었다.


여러 개.

총 10,675자 · 약 21분

- 3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리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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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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