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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그녀 사이

약 15분

자유와 그녀 사이

주인공: 이훈남

첫 월급이 들어온 날, 나는 중고차 딜러샵으로 달려갔다.


"2015년식 BMW 320d요. 주행거리 12만. 괜찮죠?"


딜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서류를 넘기며 웃었다. 나는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손이 떨렸다. 5년이었다. 자소서를 천 번쯤 썼고, 면접에서 백 번쯤 떨어졌다. 편의점 알바로 연명하던 시절, 지하철에서 마주친 BMW 광고를 보며 '언젠간 나도'라고 생각했던 게 어제 같은데.


열쇠를 받아든 순간, 세상이 달라 보였다.


"형, 미쳤어? 첫 월급으로 차를 사?"


회사 선배 준서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점심시간, 사무실 창가에서 아래 주차장을 내려다보는 내 시선을 따라오던 그였다.


"5년 참았어. 이제 내 인생 살려고."


"저축은?"


"다음 달부터."


준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날 퇴근 후, 강변북로를 달렸다. 핸들을 쥔 손바닥에서 엔진의 진동이 느껴졌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가슴을 두드렸다. 한강 위로 지는 석양이 차창을 물들였다.


자유. 이게 자유구나.


주말마다 나는 떠났다. 양양 바다로, 가평 계곡으로, 강릉 카페 거리로. 서핑보드를 싣고, 캠핑 장비를 챙기고, 아무 계획 없이 길을 나섰다. SNS에는 파도를 가르는 사진과 해넘이 인증샷이 쌓여갔다. 좋아요가 늘어날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사는 게 멋져 보인다는 증거 같았다.


"훈남 씨, 오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월요일 아침, 회사 근처 카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리스타 김미미. 단발머리에 검은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그녀는, 항상 눈웃음을 지으며 주문을 받았다.


"어떻게 알았어요?"


"벌써 석 달째 같은 거 드시잖아요."


미미는 컵에 내 이름을 적으며 웃었다. 그 웃음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카페는 작았지만 감각적이었다. 노출 콘크리트 벽에 빈티지 포스터가 걸려 있고, 창가 자리에서는 한남동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점심시간마다 이곳을 찾는 게 습관이 됐다.


"주말에 또 어디 다녀오셨어요? SNS 봤어요."


어느 날 미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양양이요. 서핑하고 왔어요."


"부럽다. 저는 주말에도 여기서 일하거든요."


그녀의 표정에 스친 아쉬움을 놓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날씨 얘기, 커피 취향, 좋아하는 음악.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점점 그녀가 궁금해졌다.


"미미 씨, 언제 쉬세요?"


"왜요?"


"같이 드라이브나 할까 해서."


내가 먼저 제안했을 때, 미미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 화요일이요."


우리는 경기도 어딘가의 호수로 갔다. 차 안에서 미미는 창밖을 보며 신기해했다.


"이렇게 그냥 떠나는 거, 처음이에요."


"왜요?"


"항상 계획하고 준비하는 스타일이라서."


"인생은 즉흥이죠."


나는 웃으며 말했지만, 미미는 씁쓸하게 웃었다.


"부러워요, 그렇게 사는 거."


호숫가 벤치에 앉아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오래 이야기했다. 미미는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내 취준 시절 이야기를, 첫 월급의 감격을, 앞으로의 꿈을 말할 때, 그녀는 진심으로 공감해줬다.


"저도 꿈이 있었어요. 제 카페를 차리는 거."


"지금은요?"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됐죠. 대출도 받아야 하고, 실패하면 빚만 남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체념이 섞여 있었다.


돌아오는 길, 조수석에서 잠든 미미를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 괜찮은데.


"미미 씨, 제주도 갈래요?"


어느 금요일 저녁, 나는 충동적으로 물었다.


"언제요?"


"내일."


미미는 놀란 얼굴로 나를 봤다.


"너무 갑작스러운데요."


"그래서 좋잖아요."


다음 날 새벽, 우리는 김포공항에 있었다. 미미는 작은 캐리어를 끌며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진짜로 오긴 했네."


제주 바다는 눈부셨다. 협재 해변을 거닐며, 우리는 발을 적셨다. 파도가 밀려왔다 물러가고,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미미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물장난을 쳤다. 그 모습이 예뻤다.


"행복해 보여요."


내가 말하자 미미가 돌아봤다.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웃는 거."


저녁엔 서귀포의 작은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시며 별을 봤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별들이 쏟아졌다.


"훈남 씨는 뭐가 제일 중요해요?"


미미가 물었다.


"자유요. 누구한테도 얽매이지 않는 거."


"외롭진 않아요?"


"외로운 게 뭔데요. 혼자 있어도 충분히 행복한데."


미미는 와인 잔을 돌리며 조용히 웃었다.


"부럽네요."


"미미 씨는요?"


"저는… 누군가랑 함께 있을 때 행복해요. 혼자는 견딜 수 있지만, 행복하진 않아요."


그 말이 가슴에 걸렸다.


마지막 날, 우리는 성산일출봉에 올랐다. 정상에서 바라본 바다는 끝이 없었다. 미미는 난간에 기대어 바람을 맞았고, 나는 그런 그녀를 봤다.


"훈남 씨."


"응?"


"저 손 잡아도 돼요?"


미미가 손을 내밀었다. 따뜻했다. 부드러웠다. 그리고 두려웠다.


우리는 말없이 일몰을 봤다.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동안, 손을 놓지 못했다.


서울로 돌아온 후, 모든 게 달라졌다. 미미는 자주 문자를 보냈다. 저녁 약속을 잡았고, 주말에도 만나자고 했다. 나는 응했지만, 점점 숨이 막혔다.


"오늘은 좀 피곤해서."


"이번 주말엔 양양 가기로 했어."


"다음에 봐요."


거절이 늘어났다. 미미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훈남 씨, 우리 뭐예요?"


어느 날 카페에서 미미가 물었다.


"뭐긴요?"


"제주도에서… 손 잡았잖아요."


"응, 좋았어."


"그럼 우리 사귀는 거예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미미는 씁쓸하게 웃었다.


"역시. 제가 혼자 착각한 거네요."


"미미 씨, 나는—"


"괜찮아요. 훈남 씨가 나쁜 건 아니니까. 저도 알았어야 했어요. 당신한텐 자유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그날 밤, 준서 형과 술을 마셨다.


"미미 씨 괜찮은 사람인 거 같던데. 왜 확실하게 안 해?"


"형, 왜 자유랑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해야 돼? 난 이제 겨우 내 인생 찾았는데, 또 누군가 맞춰 살라는 거야?"


"그게 어른이 되는 거 아닐까."


"그럼 어른 안 될래."


준서는 한숨을 쉬었다.


"넌 도망치는 거야, 훈남아."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다음 날, 미미의 친구 소라가 카페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훈남 씨죠?"


"네."


"미미 제 친구예요. 할 말 있어요."


소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미미 시간 낭비시키지 마세요. 당신이 확신 없으면 놔주세요. 미미는 진심인데, 당신은 취미 삼아 하는 거잖아요."


"아니—"


"맞잖아요. 어차피 혼자 사는 게 편한 사람."


소라는 돌아서며 덧붙였다.


"미미는 당신 기다리느라 다른 기회 다 놓치고 있어요."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자유와 그녀 사이 (후반부)


소라의 말은 계속 맴돌았다.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그 말이. 나는 미미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걸까.


며칠 후, 미미가 먼저 연락했다.


"훈남 씨, 시간 있으면 잠깐 만나요."


목소리가 평소보다 차분했다. 아니, 차가웠다.


한남동 카페에서 미미는 이미 와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보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다.


"미안해요, 기다렸어요?"


"아뇨."


미미는 고개를 돌렸다. 눈이 붓지 않았다. 차분했다. 그게 더 무서웠다.


"훈남 씨, 전 이제 그만할래요."


"뭘?"


"기다리는 거요."


미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처음엔 제가 적극적으로 다가간 게 부담스러웠나 싶었어요. 그래서 한 발 물러서 봤고. 그래도 당신은 연락하지 않았죠. 제가 문자 보내면 답은 하는데, 먼저 보낸 적은 없잖아요."


"미미 씨—"


"아니, 들어봐요. 전 제주도에서 손 잡았을 때, 뭔가 시작된 줄 알았어요. 근데 당신한텐 그냥 좋은 추억 하나 정도였던 거죠. 저는 매일 당신 생각했는데, 당신은 양양 가고 서핑하고 친구들 만나고. 저는 당신 인스타그램 보면서 혼자 아파했어요."


가슴이 무너졌다.


"미안해요."


"미안하단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전 당신이 싫은 게 아니에요. 당신은 나쁜 사람도 아니고. 단지… 전 사랑받고 싶은 사람인데, 당신은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이잖아요. 그게 잘못은 아니지만, 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요."


미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복하세요, 훈남 씨. 당신이 찾던 그 자유로운 삶."


그렇게 미미는 떠났다.


한 달이 지났다. 나는 예전처럼 살았다. 주말엔 양양에서 서핑하고, 평일엔 헬스장 가고, 친구들 만나서 술 마셨다. 누구한테도 연락할 필요 없고, 눈치 볼 필요 없고, 자유로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파도를 탈 때도, 맥주를 마실 때도, 문득문득 미미가 생각났다. 제주도 협재 해변에서 웃던 모습, 성산일출봉에서 손 잡던 순간, 카페에서 차갑게 작별 인사하던 표정.


"야, 너 요즘 왜 그래. 멍 때리고."


준서 형이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미미 씨 생각하는 거지?"


"……"


"이 새끼, 진짜. 후회하는 거야?"


"아니."


"거짓말."


준서는 맥주를 들이켰다.


"훈남아, 너 진짜 자유로운 게 뭔지 알아?"


"뭔데."


"혼자 있는 게 자유가 아니라, 함께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게 자유야. 너 미미 씨랑 있을 때 진짜 힘들었어?"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편했다. 함께 있으면 웃었고, 따뜻했고, 외롭지 않았다. 두려웠던 건 미미가 아니라, 변화였다.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유럽 가기로 했어."


준서에게 말하자 형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예전부터 계획했던 거잖아. 3개월 배낭여행. 이제 돈도 모았고."


"미미 씨는?"


"관계없어. 우리 끝났잖아."


"도망치는 거지?"


"뭐에서?"


"네 마음에서."


준서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항공권을 끊었다. 2주 후 출발.


미미에게 연락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문자를 보냈다.


— 미미 씨, 유럽 여행 가요. 3개월.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그냥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답장은 없었다.


공항으로 가는 날, 짐을 꾸리며 생각했다. 이게 맞는 걸까. 파리에서, 로마에서, 바르셀로나에서 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인천공항 출국장. 게이트로 가기 직전, 휴대폰이 울렸다. 미미였다.


— 잘 다녀와요. 당신이 찾는 걸 찾길 바라요.


가슴이 무너졌다.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발은 게이트를 향했다.


파리는 아름다웠다. 에펠탑, 센 강, 몽마르트르 언덕. 모든 게 완벽했다. 그런데 재미없었다.


로마도,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걷는 골목, 혼자 마시는 와인, 혼자 보는 일몰. 자유로웠지만 공허했다.


여행 2개월째, 파리의 작은 카페에 앉아 있을 때였다. 창밖으론 커플들이 걸어갔다. 손을 잡고, 웃고, 키스하고. 나는 혼자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깨달았다.


진짜 자유는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함께 있어도 자유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미미는 나를 가두려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스스로 가뒀던 거였다.


나는 급히 휴대폰을 꺼냈다. 귀국 항공편을 검색했다. 가장 빠른 건 내일 새벽편.


"미미 씨!"


전화를 걸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다.


— 미미 씨, 나 이제 알았어요. 늦었지만, 말하고 싶어요. 기다려줄 수 있어요?


답장은 없었다.


비행기 안에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미에게 전화했다. 여전히 받지 않았다.


카페로 달려갔다. 한남동, 그 작은 카페. 문을 열었다.


"미미 씨!"


하지만 미미는 없었다. 낯선 바리스타가 있었다.


"저, 여기 미미 씨 어디 갔어요?"


"아, 전 담당자 바뀌셨어요. 미미 씨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들었는데."


"마지막?"


"네, 사표 내셨대요. 오늘까지만 나온다고."


심장이 멎었다.


"어디 갔는지 아세요?"


"글쎄요, 퇴근하셨을 텐데."


나는 미친 듯이 미미에게 전화했다. 일곱 번째에 드디어 받았다.


"미미 씨! 어디예요?"


"……훈남 씨?"


목소리가 멀었다. 배경으로 안내 방송이 들렸다.


"지금 어디예요?!"


"……공항이요."


숨이 멎었다.


"어디 가는데요?"


미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이제 제 인생을 살아보려고요. 훈남 씨처럼요."


"미미 씨, 기다려요. 나 지금 갈게요. 할 말이 있어요."


"훈남 씨."


미미의 목소리가 떨렸다.


"전 이미 충분히 기다렸어요. 이젠 저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제발, 미미 씨. 나 이제 알았어요. 내가 얼마나 바보였는지. 나한테 필요한 건 혼자만의 자유가 아니라, 당신이었어요."


"……늦었어요."


"안 늦었어요. 제발."


"탑승 시간이에요. 끊을게요."


"미미 씨!"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미친 듯이 공항으로 달렸다. 김포공항인지, 인천공항인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택시를 잡아타며 소리쳤다.


"김포공항요! 빨리요!"


"인천공항 아니고요?"


"……잠깐만요."


다시 미미에게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미미 친구 소라에게 전화했다.


"소라 씨! 미미 어디 가는지 아세요?!"


"……왜요?"


"제발 알려주세요. 내가 잘못했어요. 미미한테 사과하고 싶어요."


소라는 한숨을 쉬었다.


"제주도요. 김포공항. 근데 이미 탑승했을걸요."


"고맙습니다!"


김포공항으로 달려갔다. 제주행 카운터를 찾았다. 가장 빠른 다음 항공편 티켓을 끊었다.


두 시간 후,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미미는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받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협재 해변? 성산일출봉? 그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문득 기억났다. 미미가 말했던 것. "제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었어요."


혹시.


나는 제주 시내의 작은 카페 밀집 지역으로 향했다. 골목을 헤매며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그리고 한 모퉁이에서,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미미의 방'


간판이 새로 달려 있었다. 아직 오픈 전인지 문은 닫혀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안을 보았다.


미미가 있었다.


혼자 의자를 닦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무언가 준비하고 있었다. 얼굴엔 눈물이 흘렀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미미가 돌아봤다. 놀란 표정. 그리고 눈물.


"훈남 씨……?"


"미미 씨."


문이 열렸다. 우리는 마주 섰다.


"왜 왔어요."


"당신 때문에."


"이제 와서……"


"늦었어도, 와야 했어요."


미미는 고개를 저었다.


"전 이제 시작이에요. 제 꿈을 이루려고요. 훈남 씨는 자유롭게 사세요."


"나도 이제 시작이에요. 당신과."


"훈남 씨, 또 도망칠 거잖아요."


"안 갈게요. 함께 있을게요."


"믿을 수 없어요."


미미의 목소리가 떨렸다.


"전 또 기다리다가 혼자 남겨질까 봐 무서워요."


나는 한 발 다가갔다.


"미미 씨, 나 깨달았어요. 진짜 자유는 혼자 있는 게 아니라, 당신처럼 함께 있어도 편한 사람을 만나는 거였어요. 나 바보였어요."


"……"


"당신과 함께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제주도든 파리든, 어디든 함께 가요."


미미는 눈물을 닦았다.


"진심이에요?"


"진심이에요."


우리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미미는 나를 보았다. 오래, 길게.


그리고 입을 열었다.


"훈남 씨."


"응."


"전—"


바로 그 순간, 카페 문이 열렸다.


"미미야!"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정장 차림, 꽃다발을 든.


"늦어서 미안. 오픈 축하해. 내가 투자자 한 명 더 데려올게. 이 카페 대박 날 거야."


남자는 나를 보며 멈췄다.


"누구세요?"


미미는 나를 봤다. 남자를 봤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총 7,642자 · 약 15분

- 1 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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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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