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약 14분 · 총 6,840자

천마의 그림자

주인공: 묵연(墨淵)

서신이 바닥에 떨어졌다.

핏빛 종이가 촛불 아래서 검붉게 물들었다. 흑야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공기를 타고 번졌다. 묵연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건...'

십 년 만이었다. 천마교의 마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느낀 게.

"교주님."

흑야가 무릎을 꿇었다. 검은 포의가 바닥에 깔리며 먼지를 일으켰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돌아오십시오."

묵연은 서신을 내려다봤다.

서점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진무혁의 손이 검자루로 향했다. 소연화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창문 쪽을 확인했다.

"거절한다."

묵연의 대답은 짧았다.

흑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하지만 교주님. 교단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미 끝났어."

"혈마신군이 깨어났습니다."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침묵.

묵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흑야는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입을 열었다.

"십이호법 중 여덟이 죽었습니다. 모두 같은 방식으로."

서신에서 마기가 새어 나왔다. 검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기운이 촛불을 흔들었다.

진무혁이 검을 뽑았다.

"감히 천마교 놈이!"

검기가 흑야를 향해 뻗어나갔다. 하지만 검끝이 흑야의 목에 닿기 직전, 묵연의 손이 검신을 쳤다.

쨍.

검이 튕겨나가며 벽에 박혔다.

"여긴 내 서점이야."

묵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평온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달랐다. 진무혁은 그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이게... 천마의 살기.'

소연화가 나섰다.

"잠깐. 진 소협, 진정하세요."

그녀는 묵연을 바라봤다. 차가운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흥미로운 상황이네요. 강호의 전설이 서점 주인으로 숨어 지내다니."

"흥미는 네 몫이고."

묵연이 흑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어나."

흑야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서신을 다시 집어 들며 말했다.

"읽어보십시오. 제발."

묵연은 서신을 받지 않았다.

"교단은 끝났다고 했어."

"교주님이 버린 교단입니다. 하지만..."

흑야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서신이 묵연의 손에 쥐어졌다.

종이가 차가웠다. 아니, 뜨거웠다. 마기가 손바닥을 타고 스며들었다. 묵연의 손가락이 다시 한 번 떨렸다.

'왜 이걸...'

흑야가 물러섰다.

"사흘을 드립니다. 그 안에 결정해주십시오."

그의 몸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창문이 열리고, 밤바람이 촛불을 흔들었다. 흑야는 사라졌다.

진무혁이 벽에 박힌 검을 뽑았다.

"저 자를 놓치다니."

소연화는 묵연을 주시했다.

"서신을 펼쳐보시겠어요?"

묵연은 대답 대신 서신을 내려다봤다.

핏빛 종이. 천마교의 비전 부적술로 만들어진 서신이었다. 열지 않아도 느껴졌다. 안에 담긴 마기의 무게가.

'이건 경고가 아니야.'

묵연의 손이 서신을 펼쳤다.

핏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십이호법의 이름.

혈랑. 독사. 귀수. 흑야. 천추. 지옥. 야차. 나찰. 백골. 혈녀. 사신. 망혼.

그 중 여덟 개에 X표가 그어져 있었다.

묵연의 얼굴이 굳었다.

'혈랑부터... 망혼까지.'

모두 자신이 직접 뽑아 올린 호법들이었다. 십 년 전, 천마교의 정점에 서 있을 때 함께했던 이들.

진무혁이 서신을 가로챘다.

"이게 뭐야?"

그는 핏글씨를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천마교 놈들끼리 죽고 죽이는 거 아냐? 당연한 일이지."

소연화가 서신을 빼앗아 들었다.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건 도발이에요. 누군가 교주님을 끌어내려는 거예요."

묵연은 서신을 도로 받아들었다.

마기가 손을 타고 올라왔다. 팔뚝이 저렸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천마신공의 마기가 몸 안에서 꿈틀거렸다.

'진정해.'

묵연이 눈을 감았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마기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진무혁이 검을 겨눴다.

"너. 지금 당장 그 서신을 태워."

"진 소협."

소연화가 그를 막아섰다.

"지금은 아니에요."

"비켜!"

"생각해보세요. 천마가 우리 편이 될 수도 있어요."

진무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쳤어? 천마교 교주를 믿자고?"

"믿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거예요."

소연화가 묵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지금 교단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죠?"

묵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도울게요. 혈마신군이든 뭐든, 당신 대신 처리해드릴 수 있어요."

"대가는?"

"천마교의 무공 비급. 그리고..."

소연화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당신이 가진 정보. 교단의 거점, 보물 창고, 비밀 통로. 전부요."

# 천마의 그림자 (2/3)

묵연이 서신을 접었다.

"거절한다."

소연화의 미소가 굳었다. 진무혁이 코웃음을 쳤다.

"봐라. 천마교 놈은 역시—"

"대신."

묵연이 서신을 품에 넣었다.

"사흘 뒤까지 이 서점을 건드리지 마."

소연화가 한 발 다가섰다.

"그게 다예요? 우리가 도와준다는데?"

"필요 없어."

"혈마신군은요? 당신 혼자 상대할 수 있어요?"

묵연은 대답 대신 촛불을 껐다.

어둠이 서점을 삼켰다. 진무혁이 검을 들어 올렸지만, 묵연의 기척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어디 갔어?"

소연화가 창문을 열었다. 뒷골목이 텅 비어 있었다.

"...지하로 내려간 것 같아요."

"쫓아가자."

"안 돼요."

소연화가 진무혁의 팔을 붙잡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에요. 일단 청운검파에 보고부터."

"보고? 천마가 코앞에 있는데?"

"그래서요. 청운검파의 장로들이 직접 와야 해요."

소연화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천마를 잡으려면, 최소한 십 명은 필요할 거예요."

***

지하 석실의 공기가 무거웠다.

묵연이 계단을 내려서자, 촛불이 저절로 켜졌다. 벽면에 새겨진 봉인진이 희미하게 빛났다.

석실 중앙.

검집이 놓여 있었다.

천마검.

십 년 동안 한 번도 꺼내지 않은 검이었다. 검집에서 새어 나오는 마기가 바닥을 기어다녔다.

'왜 지금.'

묵연이 검집에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검집에 닿는 순간, 마기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봉인진이 흔들렸다. 벽에 금이 갔다. 천마검이 검집 안에서 울부짖었다.

묵연의 손이 떨렸다.

'이건... 혈마신군의 마기야.'

서신에 담긴 마기와 같은 것이었다. 아니, 더 짙고 더 사악했다. 천마검이 그 마기에 반응하고 있었다.

묵연이 검집을 들어 올렸다.

무거웠다. 십 년 전보다 훨씬 무거웠다. 검 안에 담긴 살기가 손을 타고 기어올랐다.

'놓아야 해.'

하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검집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교주.

묵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 왜 날 버렸느냐.

"환청이야."

— 우리를 죽인 건 너였다.

"닥쳐."

— 혈랑도, 독사도, 귀수도. 모두 네 손에 죽었다.

묵연이 검집을 내려놓았다.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다. 마기에 침식된 상처였다.

'진정해. 이건 혈마신군의 술수야.'

하지만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 십 년 전 그날. 네가 우리를 모두 모아놓고 말했지.

묵연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 '천마교는 끝났다. 각자 살 길을 찾아라.'

— 그리고 넌 혼자 사라졌다.

검집이 바닥에서 떨렸다. 마기가 석실을 가득 채웠다.

— 우린 너를 기다렸다. 십 년을.

— 하지만 넌 돌아오지 않았고, 우린 하나씩 죽어갔다.

묵연이 봉인진을 다시 점검했다. 진법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었다. 혈마신군의 마기가 천마검을 통해 침투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봉인이 풀린다.'

묵연이 손가락을 깨물었다. 피가 흘렀다. 그는 피로 봉인진을 다시 그렸다.

천마신공의 마기를 끌어올렸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십 년 동안 억눌러왔던 마기가 폭발할 듯 끓어올랐다.

'조금만.'

봉인진이 다시 빛났다. 천마검의 울부짖음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마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묵연이 계단을 올라갔다.

새벽이 가까웠다. 서점 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진무혁과 소연화는 이미 떠난 것 같았다.

'사흘.'

흑야가 남긴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묵연이 창문을 열었다. 찬 바람이 들어왔다. 골목 끝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정파 무인들이야.'

서점을 감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소연화가 청운검파에 밀서를 보냈을 것이다.

묵연이 창문을 닫았다.

책장으로 걸어가 한 권의 책을 꺼냈다. 『강호풍운록』. 십 년 전 강호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었다.

책장을 넘겼다.

천마교 전성기의 기록이 나왔다. 십이호법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혈랑. 독사. 귀수.

묵연의 손가락이 이름 위에서 멈췄다.

'왜 혈마신군은 호법들을 죽이는 거지.'

복수? 아니면 다른 목적?

책을 덮으려던 순간, 바람이 불었다.

창문이 열려 있지 않았는데도.

묵연이 고개를 들었다.

서점 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흑야가 아니었다.

더 작은 실루엣. 십대 소년 정도의 키였다.

묵연의 손에서 책이 떨어졌다.

소년이 한 발 다가섰다.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창백한 피부. 검은 눈동자. 입가의 미소.

'이럴 수가.'

묵연의 입술이 떨렸다.

소년이 환하게 웃었다.

"사부님."

목소리가 너무 맑았다. 십 년 전 그날,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오래간만이에요."

묵연이 뒷걸음질쳤다.

# 천마의 그림자 (3/3)

소년의 미소가 깊어졌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사부님."

묵연의 등이 책장에 부딪혔다.

'죽였어. 내 손으로.'

십 년 전 그날이 선명했다. 소년의 목을 베던 순간. 쏟아지던 피. 꺼져가던 눈빛.

"저예요. 천추."

소년이 한 발 더 다가섰다.

묵연의 손이 허리춤으로 향했다. 검이 없었다. 천마검은 지하 석실에 있었다.

"만지지 마."

"차가우시네요. 예전엔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셨잖아요."

천추가 고개를 갸웃했다.

"기억 안 나세요? 제가 처음 암살술을 배웠을 때."

묵연의 입술이 떨렸다.

기억났다. 열두 살 소년이 첫 임무를 성공하고 돌아왔을 때. 피투성이가 된 손을 내밀며 웃던 얼굴.

'그때 죽였어야 했어.'

천추가 서점 안으로 들어섰다.

달빛이 끊겼다. 촛불도 없었다. 어둠만 남았다.

"왜 저를 버리셨어요?"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묵연이 마기를 끌어올렸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천마신공의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환영이야. 혈마신군의 술수야.'

하지만 천추의 체온이 느껴졌다. 숨소리가 들렸다.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대답 안 하실 거예요?"

천추가 책장에 손을 뻗었다. 책 한 권을 뽑아들었다.

"『강호풍운록』. 사부님이 좋아하시던 책이죠."

책장이 넘어갔다.

"여기 제 이름도 있어요. 십이호법 천추. 암살의 달인."

묵연이 한 발 옆으로 비켰다.

출구가 보였다. 하지만 천추가 더 빨랐다.

휙.

소년의 몸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문 앞에 나타났다.

"도망가시려고요?"

묵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넌 죽었어."

"맞아요. 사부님 손에."

천추가 목을 쓸어내렸다.

"여기. 이 자리에 검이 들어왔죠."

희미한 흉터가 보였다. 목을 가로지르는 붉은 선이었다.

'불가능해.'

묵연이 뒷걸음질쳤다.

천추가 웃었다.

"놀라셨죠? 저도 놀랐어요. 눈을 떴을 때."

소년의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혈마신군님이 살려주셨어요. 저뿐만 아니라..."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묵연이 고개를 돌렸다.

창문 너머로 여러 개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혈랑. 독사. 귀수.

서신에 X표가 그어졌던 호법들이었다.

"다들 돌아왔어요. 사부님을 만나러."

천추의 목소리가 속삭임처럼 퍼졌다.

묵연의 가슴이 조였다.

'혈마신군... 시체를 되살린 거야.'

마기가 폭발할 듯 끓어올랐다. 억눌러왔던 천마신공이 통제를 벗어나려 했다.

'안 돼.'

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손가락이 허공을 그었다. 마기가 검기로 변했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 천추를 향해 날아갔다.

챙!

천추가 손가락으로 막아냈다.

"역시 사부님이에요. 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셨네요."

소년의 미소가 사라졌다.

"하지만 저도 변했어요."

천추의 몸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검은 기운이 서점을 집어삼켰다. 책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책장이 무너졌다.

묵연이 벽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천장을 뚫고 지붕 위로 올라섰다. 찬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도망쳐야 해.'

하지만 지붕 위에도 그림자가 있었다.

혈랑이 서 있었다.

"교주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목구멍이 찢어진 흔적이었다.

"오래간만입니다."

독사가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우린 기다렸습니다. 십 년을."

귀수가 뒤에서 다가왔다.

"이제 함께 가시죠."

묵연이 사방을 둘러봤다.

포위당했다. 정파 무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감시하던 자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청운검파 놈들... 도망쳤어.'

천추가 지붕 위로 올라왔다.

"사부님. 혈마신군님이 기다리세요."

"거절한다."

"선택권은 없어요."

천추가 손을 뻗었다.

순간, 묵연의 몸이 움직였다.

본능이었다. 십 년 동안 봉인했던 천마의 본능이 깨어났다.

콰아아아앙!

마기가 폭발했다. 지붕이 무너졌다. 서점 전체가 흔들렸다.

혈랑이 뒤로 밀려났다. 독사가 피를 토했다. 귀수가 무릎을 꿇었다.

천추만이 서 있었다.

"역시... 천마십니다."

소년의 눈빛이 빛났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해요."

천추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핏빛 구슬이었다.

묵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혈마주...'

천마교의 금기. 혈마신군만이 다룰 수 있다던 마기의 결정체였다.

"이걸 받으시면, 사부님도 우리처럼 될 수 있어요."

천추가 구슬을 던졌다.

묵연이 손을 뻗었다. 구슬을 잡으려던 순간, 지하에서 폭음이 터졌다.

쾅!

봉인진이 무너진 것이었다.

천마검이 울부짖었다. 석실을 뚫고 검이 솟아올랐다. 검집이 산산조각 났다.

검이 묵연의 손에 꽂혔다.

마기가 폭발했다.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총 6,840자 · 약 14분

- 2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케뤼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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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다크#복수#미스터리
케뤼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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