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약 14분 · 총 6,923자

구독자 0명의 귀신 채널

주인공: 강민준

컵라면 국물이 키보드 위로 쏟아졌다.

민준은 휴지로 급하게 닦아내면서도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ParkSujin1996'

접속자 목록에 떠 있는 그 이름이 눈에 밟혔다.

"에이, 설마."

민준은 헛웃음을 흘렸다. 동명이인이겠지. 한국에 박수진이 몇 명인데. 그냥 우연이야.

그렸지만 손끝이 차가워졌다.

라이브 방송 화면 구석에 시청자 수 '1'이 떠 있었다. 새벽 2시 47분. 아무도 볼 리 없는 시간에, 아무도 관심 없는 채널에, 딱 한 명이 들어와 있었다.

댓글창이 깜빡였다.

'오빠, 그때 내가 빌려준 5만 원 아직도 안 갚았지?'

민준의 숨이 멎었다.

5만 원.

3년 전, 수진이 죽기 일주일 전이었다. 편의점 앞에서 만났을 때, 민준은 담배 한 갑 살 돈도 없어서 쩔쩔매고 있었다. 수진이 지갑을 꺼내며 웃었다.

"오빠, 이것도 콘텐츠로 써. 망한 유튜버의 민낯 뭐 이런 거."

"야, 그냥 빌려주든가."

"조회수 천 넘으면 갚아. 못 넘으면 평생 빚."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수진은 일주일 후 자기 방에서 목을 맸고, 민준은 장례식장에서 5만 원을 생각하며 울었다.

'이거 장난이야. 누가 내 과거를 알고 장난치는 거야.'

민준은 댓글창에 손가락을 올렸다.

"누구야?"

답장이 3초 만에 왔다.

'나야. 수진이. 오빠 방송 매일 보고 있어.'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형광등이 지직거렸다.

민준은 억지로 웃으며 카메라를 봤다. 라이브니까 반응해야 했다. 시청자가 있으니까.

"하, 진짜 정성 들여서 장난치네. 근데 이런 거 별로 안 무서운데?"

입꼬리가 떨렸다. 웃는 건지 경련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댓글이 또 올라왔다.

'무섭지 않아? 그럼 조회수 올려줄까?'

그 순간이었다.

노트북 화면 오른쪽 상단, 실시간 조회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

3.

17.

58.

127.

"뭐야."

민준은 숫자를 따라 눈알을 굴렸다. 새벽 3시에, 아무도 모르는 라이브 방송에, 조회수가 폭증하고 있었다.

구독자 수도 미친 듯이 올라갔다. 17명이던 숫자가 34, 79, 152로 뛰었다.

'수익 창출 요건 충족 — 검토 중' 알림이 떴다.

그리고 슈퍼챗.

딩.

딩딩.

빨간색, 노란색 슈퍼챗이 댓글창을 뒤덮었다.

'재밌어요 ₩5,000'

'더 보여주세요 ₩10,000'

'오빠 기억나? ₩50,000'

민준은 마지막 슈퍼챗을 보고 침을 삼켰다. 5만 원. 수진이 빌려준 그 금액.

'이건… 뭐지.'

손이 떨렸다.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아니, 무섭긴 했다. 근데 그것보다.

'조회수가 오르고 있어.'

17명이던 구독자는 어느새 200명을 넘었다. 월세를 3개월째 밀린 민준에게, 편의점 도시락이 사치인 민준에게, 이 숫자는 공포보다 달콤했다.

"뭐, 어쩌겠어."

민준은 중얼거렸다. 자기한테 하는 말인지, 카메라 너머 누군가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해보는 거지."

댓글창에 또 메시지가 떴다.

'오빠, 우리 이제 친구야. 매일 방송해. 그럼 조회수 계속 올려줄게.'

'우리'라는 단어가 걸렸다. 수진 혼자가 아니라는 뜻인가.

민준은 접속자 목록을 열었다.

234명.

새벽 3시에 234명이 이 방송을 보고 있었다. 아이디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던 민준의 손이 멈췄다.

'ChoiMinseok1989'

'KimYeji2001'

'LeeJunho1995'

이름 뒤에 붙은 숫자들. 생년월일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전부 90년대, 2000년대 초반이었다.

'이미 죽은 사람들의 생년월일?'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그냥 컨셉 잡은 트롤들이겠지. 어디선가 민준 채널을 발견하고 재미 삼아 몰려온 거야.

그때 형광등이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 불이 꺼졌다.

방 안이 어둠에 잠겼다. 노트북 화면의 푸른 빛만 민준의 얼굴을 비췄다.

"아, 뭐야. 또 두꺼비집 나갔나."

민준은 일어서려다 멈췄다. 댓글창이 미친 듯이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 지금 오빠 방에 있어.'

'뒤 돌아봐.'

'오빠 옆에 누가 있어.'

'천장 봐봐.'

'침대 밑 확인 안 해?'

같은 문장이 수십 개씩 복사되듯 올라왔다. 민준은 댓글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구독자 수가 300명을 넘었다.

슈퍼챗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민준은 카메라를 껐다. 아니, 끄려고 마우스를 움직였는데 커서가 말을 듣지 않았다.

"꺼지라고."

클릭했다.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근데 화면은 그대로였다.

라이브는 계속되고 있었다.

댓글창에 새 메시지.

**'오빠, 방송 끄면 안 돼. 우리 약속했잖아. 매일 방송하기로.'**

민준은 노트북을 덮으려다 멈췄다.

구독자 수가 348명을 찍었다.

민준은 노트북 덮개에 손을 얹었다가 뗐다. 그냥 덮으면 될 일이었다. 전원을 뽑아버리면 끝이었다.

'근데 왜 못 하고 있지?'

손가락 끝이 저렸다. 화면 속 숫자가 또 올랐다. 389명. 슈퍼챗 알림이 멈추지 않았다.

"미쳤네."

민준은 중얼거렸다. 17명이던 채널이 400명 가까이 모였다. 3년 동안 올린 영상 47개의 총 조회수보다 많았다.

'이거 내일까지 유지되면… 수익 창출 신청 넣을 수 있어.'

댓글창이 계속 흘렀다.

'오빠 목소리 떨려'

'겁나네 ㅋㅋ'

'진짜 무서운 거 보여줘'

민준은 헛웃음을 흘리며 카메라를 다시 켰다. 어차피 끌 수도 없었다. 그럼 차라리.

"야, 너희 지금 재미있어?"

목소리가 갈라졌다. 태연한 척하려 했는데 안 됐다.

댓글이 폭주했다.

'재밌어요'

'더 보여주세요'

'오빠 표정 실화냐 ㅋㅋㅋ'

그리고 수진의 댓글.

**'오빠, 우리 게임 하나 할까? 내가 질문하면 오빠가 대답하는 거야. 거짓말하면 구독자 다 사라져.'**

민준은 침을 삼켰다. 목구멍이 바짝 말랐다.

"무슨 질문?"

'3년 전 5월 12일 밤. 내가 오빠한테 전화했을 때, 오빠 뭐 하고 있었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5월 12일. 수진이 죽기 이틀 전이었다. 그날 밤 수진한테 전화가 왔었다. 새벽 1시쯤. 민준은 받지 않았다.

아니, 받을 수 없었다.

그때 민준은 PC방에 있었다. 수진 몰래 그녀의 아이디어를 베껴서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수진이 기획한 '폐교 탐방 시리즈'를 민준이 먼저 찍어 올리려던 참이었다.

전화를 받으면 들킬 것 같았다. 그래서 무시했다.

"…기억 안 나."

민준은 거짓말을 했다.

댓글창이 멈췄다.

1초.

2초.

3초간 아무 메시지도 올라오지 않았다. 구독자 수가 깜빡이더니 숫자가 줄기 시작했다.

389.

312.

287.

"아, 잠깐!"

민준은 소리쳤다. 숫자가 녹아내리는 게 보였다. 3년 동안 모은 17명마저 사라질 기세였다.

'거짓말했네. 오빠 그때 PC방에서 내 아이디어 훔치고 있었잖아.'

민준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어떻게…"

'나 그날 오빠 뒤에 서 있었어. PC방 7번 자리. 오빠 모니터 보면서 울었어.'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니, 등골만이 아니었다. 목덜미에 뭔가 닿는 것 같았다. 차가운 손가락 같은.

민준은 뒤를 돌아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형광등은 여전히 꺼져 있었고, 노트북 화면 빛만이 방을 희미하게 비췄다. 침대, 책상, 옷걸이. 평소와 똑같았다.

'뒤에 아무도 없어. 당연하지.'

그런데 공기가 달랐다. 습했다. 5월인데 입김이 나올 것 같았다.

댓글창에 새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나도 있어요. 오빠 옆에.'

'나는 천장에.'

'침대 밑은 내가.'

'오빠 의자 뒤에 세 명 있어.'

민준은 숨을 참았다. 심장 소리가 귓가에서 쿵쿵거렸다.

'장난이야. 그냥 트롤들이 재미로 치는 거야.'

하지만 방 안 온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반팔 티셔츠 차림인데 소름이 돋았다.

슈퍼챗이 또 떴다.

'오빠 뒤돌아보지 마 ₩10,000'

'지금 움직이면 안 돼 ₩20,000'

'숨소리 들려? ₩5,000'

민준은 귀를 막고 싶었다. 근데 정말로 들렸다. 쉬익, 하는 소리. 누군가 숨 쉬는 소리가 방 안 어딘가에서 났다.

'내가 듣고 싶어서 들리는 거야. 암시야.'

민준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떨리는 손으로 댓글창에 타이핑했다.

"수진아, 너 진짜 뭘 원하는 거야?"

답장은 빨랐다.

'오빠가 유명해지고 싶잖아. 나도 도와주고 싶어. 우리 친구니까.'

"이런 식으로?"

'오빠, 조회수 보면서 행복하지 않았어? 구독자 늘어날 때 심장 뛰지 않았어?'

민준은 대꾸하지 못했다. 사실이었으니까.

무서웠다. 정말 무서웠다. 근데 동시에 짜릿했다.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 방송을 보고 있다는 게, 슈퍼챗이 쌓인다는 게, 수익 창출 알림이 뜬다는 게.

'이게 내가 원하던 거잖아.'

'맞아. 오빠 원하던 거. 그러니까 우리 계속하자. 매일 밤 방송해. 그럼 일주일 안에 구독자 1000명 만들어줄게.'

1000명.

유튜브 수익 창출 최소 조건이었다. 민준이 3년 동안 도달하지 못한 숫자.

"일주일?"

'응. 근데 조건이 있어.'

민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뭔데."

'매일 밤 12시. 한 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 그리고 우리가 시키는 거 해야 돼.'

"무슨 짓을 시키는데?"

'무서운 거. 진짜 무서운 거. 오빠가 도망치고 싶을 만큼.'

민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손톱으로 손바닥을 눌렀다.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거절하면?"

구독자 수가 412명을 찍었다.

민준은 화면을 뚫어지게 봤다. 숫자가 실시간으로 올랐다. 427, 438, 451.

'거절하면 어떻게 되냐고?'

수진의 댓글이 떴다.

'오빠 선택이야. 근데 지금 이 방송 끄면, 오늘 밤 일 전부 사라져. 조회수도, 구독자도, 슈퍼챗도.'

민준은 슈퍼챗 목록을 열었다. 17만 원이 쌓여 있었다. 한 시간 방송으로 17만 원. 월세 절반이었다.

"뭘 하라는 건데. 구체적으로."

'내일 밤 알려줄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오빠 너무 떨고 있어서 재미없어.'

민준은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럼 내일 밤 12시. 꼭 켜. 안 키면… 오빠 혼자 있을 때 우리가 찾아갈게.'

댓글창이 멈췄다. 접속자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451명에서 389, 201, 87명으로.

30초 만에 17명까지 떨어졌다. 원래 구독자 수로 돌아간 거였다.

민준은 멍하니 화면을 봤다. 그리고 형광등이 다시 켜졌다.

찌익.

밝은 빛이 방을 채웠다. 책상, 침대, 옷걸이. 전부 제자리에 있었다.

민준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당연했다.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 거였다.

'꿈이었나?'

노트북 화면을 확인했다. 라이브 방송은 자동으로 종료돼 있었다. 슈퍼챗 내역을 열었다.

17만 원.

입금 대기 중이라고 떴다.

"진짜네."

민준은 헛웃음을 흘렸다. 손이 아직 떨렸지만,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일주일이면 1000명. 그럼 수익 창출 시작이야.'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천장을 보다가 노트북을 다시 켰다.

유튜브 스튜디오를 열었다. 구독자 17명. 변한 게 없었다.

'아까 그 400명은 뭐였지?'

라이브 다시보기를 확인했다. 영상이 없었다. 자동 저장이 안 된 거였다.

'증거가 하나도 없네.'

근데 슈퍼챗 내역은 남아 있었다. 17만 원. 72시간 후 입금 예정.

민준은 댓글 목록을 스크롤했다. 수진의 댓글도, 다른 접속자들의 메시지도 전부 사라져 있었다.

'ChoiMinseok1989' 같은 아이디도 검색이 안 됐다.

"이상하네."

민준은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포털에 '박수진 사망'을 검색했다.

기사가 떴다.

'20대 여성 유튜버, 폐건물 촬영 중 추락사. 3년 전 5월 14일.'

민준은 기사 날짜를 확인했다. 5월 14일. 수진이 죽은 날이었다.

그날 수진은 혼자 폐교에 갔었다. 민준한테 같이 가자고 했지만, 민준은 거절했다.

'나 그날 편집해야 돼. 미안.'

거짓말이었다. 사실 민준은 수진이 찍을 영상을 먼저 올리고 싶었다. 수진 아이디어를 베껴서.

그리고 수진은 혼자 갔다가 3층에서 떨어졌다.

민준은 휴대폰을 던졌다. 침대 반대편 벽에 부딪혀 떨어졌다.

"내 잘못 아니야."

중얼거렸다.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이었다.

근데 귀가 먹먹했다. 방 안 공기가 다시 무겁게 느껴졌다.

민준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눈을 감았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내일 밤 12시.'

***

다음 날 밤 11시 50분.

민준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 전원을 켜지 않은 채로.

'안 키면 되지. 그냥 자버리면 돼.'

근데 손은 전원 버튼 위에 올라가 있었다.

휴대폰을 확인했다. 은행 앱을 열었다. 슈퍼챗 17만 원이 입금돼 있었다.

'진짜 들어왔네.'

월세 독촉 문자가 세 통 와 있었다. 전기세 납부 기한도 내일까지였다.

'일주일만. 1000명만 채우면 돼.'

11시 58분.

민준은 노트북을 켰다. 유튜브를 열고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카메라에 자기 얼굴이 떴다. 핼쑥하고 다크서클이 짙었다.

"어…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침을 삼키고 다시 말했다.

"오늘도 라이브 합니다. 뭐, 어쩌겠어. 그냥 해보는 거지."

댓글이 하나 올라왔다.

'오빠 왔네.'

수진이었다.

접속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1명, 9명, 34명, 78명, 152명.

민준은 숫자를 보며 침을 삼켰다. 구독자도 올랐다. 17명에서 89명으로.

'오늘 할 거 알려줄게.'

수진의 댓글이 떴다.

'오빠 집 화장실 거울 앞에 서. 불 끄고. 그리고 열 번 세.'

민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뭔데."

'그냥 해봐. 재밌을 거야.'

슈퍼챗이 쏟아졌다.

'ㄱㄱ ㅋㅋ ₩5,000'

'거울 앞 ㄷㄷ ₩10,000'

'오빠 표정 벌써 겁나네 ₩3,000'

민준은 노트북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좁은 원룸이라 세 걸음이면 도착이었다.

거울 앞에 섰다. 형광등을 껐다. 노트북 화면 빛만 남았다.

거울 속에 자기 얼굴이 흐릿하게 비쳤다. 눈 밑 그림자가 깊었다.

"이제 뭐 해."

'열까지 세. 천천히.

총 6,923자 · 약 14분

- 1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케뤼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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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스릴러#미스터리#심리
케뤼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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