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약 14분 · 총 7,056자

거짓말의 무게

주인공: 강민준

준혁의 손이 민준의 팔을 낚아챘다.

"형."

연습이 끝나고 다들 샤워실로 향하는데, 준혁만 민준을 운동장 구석으로 끌고 갔다. 골대 뒤 펜스 그늘. 여기까지 오면 다른 애들 눈에 안 띈다.

민준은 준혁의 손을 뿌리쳤다.

"뭐."

"형, 어떻게 알았어?"

"뭘."

"내 슛 코스."

준혁의 눈빛이 달라 보였다. 웃고 있는데 웃음이 아니었다.

민준은 시선을 피했다. 펜스 너머 아파트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우연이지. 뭐."

"우연? 형이 막은 게 딱 세 개였어. 왼쪽 상단, 오른쪽 하단, 정중앙.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코스."

'아, 씨.'

민준은 속으로 욕을 삼켰다. 이 새끼 생각보다 머리가 돈다.

"그냥… 감이었어."

"세 번 다?"

준혁이 한 발짝 다가섰다. 민준은 펜스에 등을 기댔다.

"형, 나 속이지 마. 뭔가 있잖아."

목소리가 낮았다. 화난 건지 궁금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민준의 입술이 말랐다. 혀로 적셔봤지만 금방 다시 갈라졌다.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을 말하거나.'

둘 다 끝이 안 보였다.

"…영상."

"뭐?"

"영상 분석 했어. 네 슛."

준혁의 눈이 커졌다.

민준은 계속 말을 이어야 했다. 멈추면 들킬 것 같았다.

"유튜브에 네 경기 영상 올라온 거 있잖아. 작년 지역 예선. 그거 미친 듯이 봤어. 백 개 넘게."

"…진짜?"

"응. 네 슛 패턴, 대충 외웠어."

거짓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귀에 들리는 건 아니었다. 가슴 어딘가에서.

준혁의 표정이 풀렸다.

"헐, 형 진짜 미쳤네."

웃고 있었다. 진짜 웃음이었다.

민준은 고개를 돌렸다. 준혁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긴. 그래서 오늘 날 막은 거야?"

"…어."

"형, 대박. 나 감동했어 진짜."

준혁이 민준의 어깨를 툭 쳤다. 장난스럽게.

민준은 웃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선을 넘었다.

***

준혁은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형."

"또 뭐."

"그럼 다른 애들도 분석할 수 있어?"

민준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무슨."

"다음 상대 팀 말이야. 예선 붙을 팀."

준혁의 목소리에 기대가 섞였다.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열면 또 거짓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형, 17번. 김도훈이라고 알지?"

'알지.'

너무 잘 안다.

김도훈. 준혁보다 먼저 프로에 간 놈. 고2 때 스카우트 제의 받고, U-18 국가대표까지 갔다. 민준의 미래 기억 속에서 그 이름은 또렷했다.

"그 새끼 슛 패턴도 분석해줄 수 있어?"

준혁의 눈이 반짝였다.

민준은 입을 다물었다. 대답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준혁은 기다리고 있었다.

"형?"

"…모르겠어."

"에이, 형. 할 수 있잖아. 나도 분석했으면 걔도 되지."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왜? 영상 찾으면 되잖아."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시간 오래 걸려. 그리고…"

말끝을 흐렸다.

준혁이 다가섰다. 두 걸음.

"그리고?"

"…별로 안 하고 싶어."

"왜?"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준혁이 웃었다. 이번엔 씁쓸한 웃음이었다.

"형, 우리 예선 떨어지면 팀 해체야."

"알아."

"그럼 도와줘야지."

"…."

"형만 믿을게."

그 말이 가슴을 찔렀다.

민준은 준혁의 얼굴을 봤다. 진심이었다.

'믿지 마.'

속으로 외쳤지만 입 밖으론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볼게."

"진짜?"

준혁의 얼굴이 환해졌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었다.

"고마워, 형. 진짜."

준혁이 민준의 등을 두드렸다. 힘차게.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준혁이 샤워실로 뛰어갔다. 뒷모습이 가벼웠다.

민준은 그 자리에 남았다.

펜스에 기댄 채로.

'거짓말이 또 거짓말을 낳는다.'

28살의 기억이 속삭였다.

16살의 몸은 그걸 감당할 수 없었다.

***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민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형."

민준은 고개를 들었다.

민수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뭔가 조심스러웠다.

"뭐."

"…아니, 그냥."

"말을 하든가."

민준이 짜증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다.

민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형, 준혁이랑 무슨 얘기했어?"

민준의 손이 멈췄다.

가방 지퍼를 올리던 중이었다.

"…별거 아니야."

"근데 준혁이 되게 기분 좋아 보이던데."

"그래?"

"응. 뭐 좋은 일 있냐고 물어봤더니, 형이 도와준대."

민준은 민수를 봤다.

민수의 눈빛이 달랐다. 의심이 아니라… 뭐랄까.

'불안?'

"형, 혹시…"

민수가 말을 꺼내려다

# Part 2: 전개

말이 끊겼다.

민수의 시선이 민준의 오른손으로 향했다.

손목에 감긴 붕대. 오늘 아침 새로 감은 거였다.

"그거… 괜찮아?"

민준은 가방을 들어 올렸다.

"응."

"근데 왜 계속 감고 있어?"

"조심하려고."

대답이 빨랐다. 너무 빨라서 오히려 수상했다.

민수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한참을 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심해."

발걸음이 멀어졌다.

민준은 그 자리에 남았다. 탈의실 형광등이 깜빡였다.

'민수도 눈치챘나.'

아니, 눈치챈 게 아니라 느낀 거다. 뭔가 틀어졌다는 걸.

민준은 가방 끈을 어깨에 걸쳤다. 무거웠다.

***

보건실 불이 꺼져 있었다.

민준은 문고리를 돌렸다. 잠겨 있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익숙한 냄새였다.

침대 시트는 하얗고, 창문 너머로 운동장이 보였다.

민준은 의자에 앉아 붕대를 풀었다.

손목이 드러났다. 멍은 없었다. 부기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민준은 손목을 돌려봤다. 아프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친 적이 없다.'

거짓말의 시작.

부상을 핑계로 훈련을 빼먹고, 혼자 남아 준혁의 슛을 관찰했다. 28살의 기억으로 패턴을 읽어냈다.

그게 전부였다.

민준은 붕대를 다시 감기 시작했다. 손목에 한 바퀴, 두 바퀴.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

**최태식 감독: 내일 아침 8시 감독실로. 할 얘기 있다.**

손이 멈췄다.

민준은 화면을 뚫어져라 봤다.

'뭘 눈치챘을까.'

아니면 정말 전술 회의일까.

알 수 없었다.

민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봤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움직이고 있었다.

골대 앞.

준혁이었다.

발목 보호대를 찬 채로 슛을 쏘고 있었다. 공이 골망을 흔들 때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파도 쏜다.'

민준은 창문을 닫았다. 소리가 차단됐다.

준혁의 입 모양만 보였다. 욕인지 구호인지 알 수 없었다.

민준은 등을 돌렸다.

내일 아침, 감독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거짓말은 이제 막 시작됐다.

***

다음 날 아침 7시 50분.

민준은 감독실 앞에 서 있었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1교시 전이라 학생들도 없었다.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말인데."

최태식 감독의 목소리였다.

"예산 문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예선 통과하면 다시 얘기하죠."

누군가 대답했다. 교감 선생님인 것 같았다.

민준은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땀이 났다.

노크를 세 번 했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감독실은 좁았다. 책상 하나, 의자 두 개. 벽에는 트로피와 사진들.

최태식 감독이 책상에 앉아 있었다. 50대 중반. 흰머리가 성성했다.

"앉아."

민준은 의자에 앉았다. 등받이에 기대지 않았다.

감독이 민준을 봤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손목."

"…예?"

"손목 어때. 나았어?"

민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괜찮습니다."

"붕대는 왜 계속 감고 있어."

"조심하려고요."

감독이 웃었다. 비웃음이 아니었다. 그냥 웃음.

"너 거짓말 못하는 거 알지?"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감독이 서랍을 열었다. 뭔가를 꺼냈다.

태블릿이었다.

"이거 봐."

화면을 민준 쪽으로 돌렸다.

영상이 재생됐다.

어제 훈련 장면이었다. 준혁의 슛을 막는 민준.

세 번 다 막았다.

감독이 영상을 멈췄다.

"우연이 아니지."

민준은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준혁 슛 코스."

"…영상 분석했습니다."

"영상?"

"유튜브에 올라온 경기 영상이요. 작년 지역 예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봤어."

민준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감독이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근데 말이야."

목소리가 낮아졌다.

"작년 예선에서 준혁은 슛을 안 쐈어."

세상이 멈췄다.

"부상이었거든. 벤치에만 앉아 있었지."

민준의 입술이 떨렸다.

"그럼 넌 뭘 분석한 거야?"

대답할 수 없었다.

감독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강민준. 너 뭔가 숨기고 있지?"

***

침묵이 흘렀다.

민준은 감독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피하면 진다.

"…제 착각이었습니다."

"착각?"

"다른 영상이랑 헷갈렸나 봐요."

"다른 영상?"

"훈련 영상이요. 누가 찍어서 올린 거."

거짓말이 또 나왔다.

감독은 웃지 않았다.

"훈련 영상은 없어. 우리 팀 영상 올리는 애 없거든."

민준의 손이 무릎 위에서 떨렸다.

감독이 한숨을 쉬었다.

"너 말이야."

책상 서랍을 다시 열었다. 이번엔 종이 뭉치를 꺼냈다.

"이거 네 중학교 때 기록이야."

민준은 종이를 봤다.

"3학년 때 지역 대회 MVP. 골키퍼로."

감독이 종이를 넘겼다.

# Part 3: 위기-결말부

"MVP 받고 바로 다음 해에 고등학교 올라와서 후보 생활."

감독이 종이를 내려놓았다.

"왜 그랬을까?"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재능이 없어서? 아니야. 네 반응속도는 우리 팀 최고야."

감독이 민준을 뚫어져라 봤다.

"그럼 뭐가 문제였을까."

"…."

"자신감이었어. 넌 네가 막을 수 있다고 믿지 않았지."

민준의 손톱이 무릎에 박혔다.

"근데 어제는 달랐어. 준혁 슛을 세 번 다 막았잖아."

감독이 몸을 뒤로 기댔다.

"갑자기 왜 그렇게 된 거야?"

민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28살의 기억 때문이라고 말할 순 없다.'

'12년 뒤의 경기를 봤다고 할 순 없다.'

감독이 한숨을 쉬었다.

"숨기고 싶으면 숨겨. 난 상관없어."

책상 위의 종이를 정리했다.

"대신."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다음 주 예선전, 너 선발로 뛴다."

민준의 고개가 확 올라갔다.

"감독님?"

"준혁이 부상이야. 발목."

세상이 기울었다.

"어제 혼자 연습하다가 삐끗했대. 아침에 병원 갔어."

감독이 민준을 봤다.

"2주 안정."

"그럼 예선은…"

"못 뛰지."

민준은 말을 잇지 못했다.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네가 필요해. 네 그 이상한 감이."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뭘 보고 막는지는 모르겠어. 근데 분명한 건."

돌아서서 민준을 봤다.

"넌 할 수 있어."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준혁이랑은 달라요. 전 그냥…"

"그냥 뭐?"

"운이었어요."

감독이 웃었다. 처음으로 진짜 웃음이었다.

"운이 세 번?"

다가와서 민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강민준. 네가 뭘 숨기든 상관없어."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냥 막아내. 그것만 해."

***

복도로 나왔을 때 다리에 힘이 없었다.

벽에 기댔다. 숨이 가빠졌다.

'선발.'

'내가?'

휴대폰이 울렸다.

준혁이었다.

-형 들었어?

민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가 또 왔다.

-미안. 내가 욕심부렸나 봐.

-발목 괜찮을 줄 알았는데.

-형이 막아줘야 돼.

손이 떨렸다.

-형만 믿는다.

민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한 칸, 한 칸.

'믿지 마.'

속으로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

점심시간.

식당에서 민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형."

민준은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준혁이 얘기 들었어?"

"응."

"감독님이 형을 선발로?"

"그래."

민수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형, 근데."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듣지 않았다.

"진짜 어떻게 막은 거야?"

민준은 국을 떠먹었다. 뜨거웠다.

"영상 봤다니까."

"그게 말이 돼? 작년 예선에 준혁이 안 뛰었잖아."

민준의 손이 멈췄다.

"너도 알아?"

"당연하지. 나도 봤는걸. 준혁이 벤치에 앉아 있었어."

민수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럼 형은 대체 뭘 본 거야?"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민수가 한숨을 쉬었다.

"형, 나한테는 말해줘. 뭔가 있잖아."

"…."

"형이 변한 거 맞지?"

민준이 민수를 봤다.

민수의 눈빛이 진지했다.

"언제부터?"

"뭐가."

"형이 달라진 거. 언제부터야?"

민준은 식판을 밀어냈다.

"모르겠어."

"거짓말."

민수가 식판을 다시 당겼다.

"먹어. 예선까지 일주일밖에 안 남았어."

"…."

"형이 뭘 숨기든 상관없어. 근데."

민수가 웃었다. 씁쓸하게.

"혼자 끙끙대지 마. 팀이잖아."

민준은 숟가락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팀.'

그 단어가 가슴을 찔렀다.

***

방과 후 훈련장.

선수들이 모였다. 준혁은 없었다.

최태식 감독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다들 들었겠지만 준혁이 부상이야."

웅성거림.

"예선 선발 골키퍼는 강민준이다."

시선이 민준에게 쏠렸다.

무거웠다.

"민준아, 나와."

민준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감독이 공을 던졌다.

"오늘부터 실전 훈련 들어간다. 상대는…"

감독이 멈췄다.

골문 뒤쪽을 봤다.

누군가 펜스에 기대 서 있었다.

교복 차림. 다른 학교 배지.

17번.

민준의 심장이 멈췄다.

김도훈이었다.

감독이 손짓했다.

"들어와."

김도훈이 펜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유로운 걸음걸이.

선수들이 웅성거렸다.

"저 새끼 누구야?"

"17번… 혹시 그 김도훈?"

김도훈이 민준 앞에 섰다.

키가 컸다. 민준보다 한 뼘.

"반갑네."

말투가 가벼웠다.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김도훈이 웃었다.

"소문 들었어. 준혁이 슛 다 막았다며?"

"…."

"신기하네. 준혁이 슛이 얼마나 까다로운데."

공을 발로 굴렸다.

"그럼 내 것도 막을 수 있겠네?"

민준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감독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김도훈. 오늘 연습 경기 상대로 와줬다."

총 7,056자 · 약 14분

- 3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케뤼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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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회귀#심리#성장
케뤼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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