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성 CS팀장의 별점 전쟁
주인공: 카엘 다크블레이드
태블릿이 대리석 탁자에 부딪히는 소리가 회의실을 쪼갰다.
"별점 2.3!"
마왕 벨제부스 13세의 목소리가 천장을 흔들었다. 검은 뿔에서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리나 브라이트실드! 그 용사 년이 뭐라고 썼는지 알아?"
간부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카엘도 덩달아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이거 왜 나까지.'
전직 전사라는 이유로 회의에 끌려온 지 삼십 분째. 카엘은 손가락으로 검집을 톡톡 두드리며 시간이 빨리 가길 기도했다.
"화장실이 더럽다! 보스전 대기실에 의자도 없다! 던전 동선이 불친절하다!"
마왕이 태블릿을 흔들어댔다. 화면에 떠 있는 별 두 개 반이 형광등 불빛에 반짝였다.
"우리가 뭐야? 관광지야? 놀이공원이야?"
부마왕 그렌델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마왕님, 그게... 300년 전 협정에 따르면 저희는 정식 체험형 던전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닥쳐!"
그렌델의 손이 재빨리 내려갔다.
마왕이 태블릿을 탁자 위에 던졌다. 화면이 깜빡이며 새 알림을 띄웠다.
[신규 리뷰 등록: 별점 2.1 - 보스전 BGM이 너무 시끄러워요]
"이 망할."
마왕의 눈빛이 회의실을 훑었다. 간부들이 책상 밑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 시선이 카엘에게 멈췄다.
"너."
'왜 나.'
카엘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카엘 다크블레이드. 전장의 악마라고 불렸던 거 맞지?"
"...옛날 얘기입니다."
"좋아. 오늘부터 너 CS팀장이야."
"...네?"
"6개월 안에 별점 4.5 만들어. 못 하면 전 직원 봉급 50% 삭감."
회의실이 술렁였다. 누군가 '50%요?'라고 작게 외쳤다.
카엘은 입을 벙긋거렸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저, 전 CS가 뭔지도 모르는데요."
"Customer Service. 고객 서비스. 몰라도 배워."
"근데 왜 저를."
"네가 유일하게 엑셀 쓸 줄 안다며. 지난달 보고서 네가 썼다고 들었어."
'...그거 취미로 한 건데.'
카엘은 검집을 쥐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팀원은 세 명 붙여줄게. 사무실은 3층. 지금 당장 가."
"...고객님, 진정하시죠."
"뭐?"
"아닙니다."
***
CS팀 사무실은 복도 끝 구석방이었다.
문을 열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책상 세 개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놓여 있었다.
"팀장님!"
젊은 임프 한 명이 달려왔다. 뿔이 짧고 눈이 초롱초롱했다.
"전 루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카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을 둘러봤다. 서류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고객 응대 매뉴얼'
'던전 리뷰 분석 보고서'
'용사 클레임 처리 가이드'
제목만 봐도 머리가 아팠다.
"루피."
"네!"
"이거 다 읽어야 돼?"
"...네."
카엘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 삐걱 소리를 냈다.
루피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팀장님, 오늘 아침에 용사 세 명이 별점 1점 줬어요."
"이유가?"
"보스전 중에 배고프다고요."
"...뭐?"
"간식 자판기가 없대요."
카엘은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화면에 떠 있는 리뷰를 읽었다.
[별점 1.0 - 보스전 30분 동안 싸웠는데 간식도 없고 물도 없어요. 최악.]
손가락이 떨렸다. 카엘은 무의식적으로 검을 만지작거렸다.
'옛날엔 이런 거 안 따졌는데.'
루피가 눈치를 살폈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고객님, 진정하시죠."
"네?"
"아무것도 아니야."
카엘은 책상 위 거울을 집어 들었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웃어야 한다.'
입꼬리를 억지로 올렸다. 눈은 웃지 않았다.
"고객님, 진정하시죠."
목소리가 떨렸다.
루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팀장님, 그거 연습하시는 거예요?"
"...응."
"근데 좀 무섭게 들려요."
카엘은 거울을 내려놓았다. 손이 저절로 검집으로 갔다.
삐— 삐—
태블릿이 울렸다.
[신규 리뷰 등록: 별점 2.0 - 던전 입구 안내판 글씨 너무 작아서 못 봤어요.]
카엘의 눈이 떨렸다.
"루피."
"네."
"안내판 글씨 크기 몇 포인트야?"
"...12포인트요."
"미쳤네."
카엘은 검을 쥐었다가 놓았다. 심호흡을 했다.
그때 문이 열렸다.
부마왕 그렌델이 팔짱을 낀 채 들어왔다.
"CS팀장님, 첫 출근 축하해요."
목소리에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렌델이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우리 때는 말이야, 용사 따위 죽이면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협정 있잖아요."
"그래서 이 꼴이지. 별점? 리뷰? 웃기고 있네."
그렌델이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훑으며 코웃음 쳤다.
"화장실 청결? 보스전 대기실 의자? 이게 던전이야, 호텔이야?"
"...손님 응대는 해야죠."
# Part 2/3: 전개
그렌델의 손가락이 태블릿 화면을 짚었다.
"이거 봐. '보스 난이도 너무 쉬움.' 이런 게 문제라고."
카엘은 검집을 놓았다. 심호흡을 했다.
"그럼 난이도 올릴까요?"
"당연하지. 용사는 피 흘려야 성장하는 거야."
"그럼 별점은요?"
"별점?"
그렌델이 코웃음 쳤다.
"별점 따위 신경 쓰니까 이 꼴이지."
카엘의 눈꺼풀이 떨렸다. 손이 저절로 검으로 갔다.
'진정해. 진정하라고.'
루피가 작게 속삭였다.
"팀장님, 숨 좀 쉬세요."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꼬리를 억지로 올렸다.
"부마왕님, 말씀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렌델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6개월? 넉넉하네. 나 같으면 한 달이면 충분한데."
문이 닫혔다.
카엘은 책상에 이마를 박았다.
"...옛날엔 이런 거 안 따졌는데."
루피가 물컵을 건넸다.
"팀장님, 물 드세요."
"고마워."
카엘은 물을 들이켰다. 목이 타들어갔다.
삐— 삐—
태블릿이 또 울렸다.
[신규 리뷰 등록: 별점 1.5 - 던전 입구에서 길 잃음. 화살표 표시 없어요.]
카엘의 손이 멈췄다.
"루피."
"네."
"화살표 표시 없어?"
"...원래 없었어요."
"왜?"
"용사들이 알아서 찾아야 한다고 그렌델 님이."
카엘은 검을 쥐었다가 놓았다. 다섯 번 반복했다.
"루피, 지금 당장 페인트 사 와."
"네?"
"화살표 그릴 거야. 입구부터 보스방까지 전부."
"아, 네!"
루피가 뛰쳐나갔다.
카엘은 태블릿을 켰다. 리뷰 목록이 주르륵 떴다.
별점 1.0, 1.5, 2.0, 2.3.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며 읽었다.
'화장실 휴지 없음.'
'보스전 중 배고픔.'
'던전 너무 어두움.'
'이게 다 뭐야.'
카엘은 엑셀을 켰다. 리뷰 데이터를 복사해 붙였다.
불만 항목별 빈도를 정리했다.
1위: 화장실 청결 (34%)
2위: 동선 불편 (28%)
3위: 보스전 대기 시간 (22%)
'화장실부터 잡아야 해.'
카엘은 메모장을 펼쳤다. 개선안을 적기 시작했다.
- 화장실 청소 인력 2배 증원
- 던전 동선 재설계 (화살표 표시)
- 보스전 예약 시스템 도입
- 대기실 의자 배치
손이 빨라졌다. 키보드 소리가 사무실을 채웠다.
'이 정도면 한 달 안에 3.5는 찍겠지.'
삐— 삐—
태블릿이 울렸다.
[긴급 알림: 용사 리나 브라이트실드, 재방문 예약 완료]
카엘의 손이 멈췄다.
"...리나?"
화면을 확인했다. 예약 날짜가 떴다.
내일 오전 10시.
카엘은 검집을 쥐었다. 손끝이 얼어붙었다.
'리나 브라이트실드. 별점 1점 준 그 용사.'
이전 리뷰를 검색했다.
[별점 1.0 - 최악의 던전. 화장실 더럽고 동선 엉망. 다시는 안 옴.]
'근데 왜 다시 와?'
루피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팀장님! 페인트 샀어요!"
"루피, 큰일 났어."
"네?"
"리나 내일 온대."
루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 리나요? 별점 1점 준?"
"응."
"어떡해요?"
카엘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심호흡을 했다.
"오늘 밤 야근이야."
***
자정이 넘었다.
카엘은 던전 입구에 서 있었다. 손에 페인트 붓을 쥐고 있었다.
루피가 사다리를 받쳐줬다.
"팀장님, 조심하세요."
"응."
카엘은 벽에 화살표를 그렸다. 빨간 페인트가 돌 틈새로 번졌다.
→ 보스방 이쪽
"루피, 글씨 크기 괜찮아?"
"좀 더 크게요!"
카엘은 붓을 다시 담갔다. 화살표를 두 배로 키웠다.
땀이 이마에서 흘렀다.
'이게 내가 할 짓인가.'
전장의 악마가 화살표나 그리고 있다니.
카엘은 검집을 만지작거렸다.
'옛날엔 이런 거 안 따졌는데.'
루피가 물을 건넸다.
"팀장님, 쉬세요."
"아니야. 화장실도 가야 해."
카엘은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복도를 따라 걸었다.
화장실 문을 열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세면대에 때가 껴 있었다. 거울은 금이 가 있었다.
"...이걸 어떻게."
루피가 걸레를 들었다.
"제가 닦을게요."
"아니야. 같이 하자."
카엘은 세제를 뿌렸다. 걸레로 세면대를 문질렀다.
때가 벗겨지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
카엘은 검을 뽑았다.
"팀장님?"
"가만히 있어."
카엘은 검으로 때를 긁어냈다. 세면대가 반짝거렸다.
루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깨끗해졌어요!"
"검도 쓸모 있네."
카엘은 검을 집어넣었다. 손이 저렸다.
두 시간이 지났다.
화장실 청소가 끝났다. 화살표도 전부 그렸다.
카엘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루피, 의자는?"
"아, 대기실에 놓을게요."
루피가 창고에서 의자를 끌고 왔다. 삐걱거리는 나무 의자였다.
"이거밖에 없어요
# Part 3/3: 위기-클리프행어
."
카엘은 의자를 하나씩 나르기 시작했다. 나무가 삐걱거렸다.
'이게 VIP 대접인가.'
보스전 대기실에 의자 다섯 개를 일렬로 놓았다. 먼지를 털었다.
루피가 안내판을 들고 왔다.
"팀장님, 이거 어디 달아요?"
"입구 정면. 눈높이로."
"네!"
카엘은 시계를 봤다. 새벽 네 시였다.
"루피, 이제 그만 가."
"팀장님은요?"
"난 좀 더 있을게."
루피가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카엘은 CCTV 모니터 앞에 앉았다. 던전 입구부터 보스방까지 화면이 쭉 떠 있었다.
'내일 리나가 저기로 걸어오겠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짚었다. 화살표, 화장실, 대기실.
'이 정도면 괜찮을 거야.'
하지만 가슴속이 무거웠다.
카엘은 검집을 만지작거렸다.
'...옛날엔 이런 거 안 따졌는데.'
***
다음 날 오전 아홉 시.
카엘은 사무실에 앉아 태블릿을 켰다. 리나의 예약 알림이 떴다.
[용사 리나 브라이트실드 - 입장 예정 시각 10:00]
손끝이 차가웠다.
루피가 커피를 건넸다.
"팀장님, 준비 다 됐어요."
"응."
카엘은 커피를 들이켰다. 쓴맛이 목을 태웠다.
열 시 정각.
CCTV 화면에 리나가 나타났다.
금발 머리, 은빛 갑옷.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카엘의 심장이 뛰었다.
'저 표정은.'
리나는 입구 안내판 앞에 멈췄다. 고개를 들어 글씨를 읽었다.
→ 보스방 이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웃었어?'
카엘은 화면에 얼굴을 바짝 붙였다.
리나는 화살표를 따라 걸었다. 복도를 지나 화장실 앞에 섰다.
문을 열었다.
카엘의 손이 떨렸다.
리나는 세면대를 확인했다. 거울을 봤다.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했네."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카엘은 주먹을 쥐었다.
'좋아. 이대로만.'
리나는 보스전 대기실로 향했다. 의자에 앉았다.
다리를 꼬고 팔짱을 꼈다.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카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루피, 됐어. 화장실 통과했어."
"진짜요? 다행이다!"
루피가 뛰어올랐다.
카엘은 모니터를 계속 지켜봤다.
리나는 보스방으로 들어갔다. 검을 뽑았다.
보스 몬스터가 포효했다.
전투가 시작됐다.
카엘은 시간을 체크했다. 10분, 20분, 30분.
리나의 칼이 보스의 목을 관통했다.
보스가 쓰러졌다.
리나는 검을 집어넣고 출구로 향했다.
카엘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별점만 남았어.'
리나는 출구 앞에 섰다. 태블릿을 꺼냈다.
화면에 별점 평가창이 떴다.
카엘의 숨이 멈췄다.
리나는 별 세 개를 눌렀다.
"이번엔 괜찮네."
카엘의 얼굴이 굳었다.
"근데 보스 난이도가 너무 쉬웠어."
리나는 태블릿을 집어넣고 던전을 나갔다.
카엘은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3점?"
루피가 화들짝 놀랐다.
"팀장님, 3점이요?"
"응."
"그럼 평균이."
카엘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손이 떨�렸다.
기존 평균 2.1, 리나 3.0.
새 평균: 2.3.
'0.2 올랐어. 고작 0.2.'
카엘은 검을 쥐었다. 손끝이 저렸다.
'화장실 청소하고, 화살표 그리고, 의자 놓고.'
'이 난리를 쳐서 겨우 3점?'
삐— 삐—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 마왕.
카엘의 목이 말랐다.
"...여보세요."
"카엘, 당장 회의실로 와."
"네?"
"별점이 왜 3점이야?"
목소리가 차가웠다.
"화장실 청소했다며? 화살표도 그렸다며?"
"그건."
"근데 왜 3점?"
카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보스 난이도가 문제였어. 그렌델 말이 맞았던 거야."
"아니, 그게."
"오늘 밤 야근 회의다. 전원 집합."
전화가 끊겼다.
카엘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손이 떨렸다.
루피가 작게 속삭였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고객님, 진정하시죠."
"네?"
카엘은 검을 뽑았다. 칼날이 형광등 불빛에 반짝였다.
"팀장님!"
"아무것도 안 해. 그냥."
카엘은 검을 휘둘렀다. 허공을 가로질렀다.
"...옛날엔 이런 거 안 따졌는데."
목소리가 갈라졌다.
루피는 뒤로 물러섰다.
카엘은 검을 집어넣고 책상에 앉았다. 이마를 박았다.
'화장실, 화살표, 의자. 다 했는데.'
'왜 3점이야.'
삐— 삐—
태블릿이 울렸다.
[신규 리뷰 등록: 별점 3.0 - 시설은 좋아졌는데 보스가 너무 약해요. 긴장감 없음.]
카엘의 눈이 떨렸다.
"루피."
"네."
"보스 난이도 누가 정해?"
"그렌델 님이요."
"...그렌델."
카엘은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 양반이 난이도 낮춰놨구나.'
'일부러.'
루피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팀장님, 회의 어떡해요?"
"모르겠어."
카엘은 검집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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