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약 14분 · 총 6,959자

왕의 명령

주인공: 이도

대전의 촛불이 흔들렸다.

이도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왕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붉은 별의 정체를 밝혀라."

'아, 진짜.'

이도는 속으로 욕을 삼켰다. 손바닥에 땀이 배었다.

"전하, 그게 말이야..."

"말대꾸하지 마라."

왕의 음성이 낮아졌다. 이도는 입술을 깨물었다.

"천문도 없이는 해석이 불가능합니다."

"그럼 천문도를 가져오면 되지 않느냐."

"그건..."

이도는 말끝을 흐렸다. 가슴이 조여왔다.

'하린이 위험해진다.'

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관상감의 기록을 뒤져라. 천문도가 어디 있는지 찾아내라."

"전하."

이도가 다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천문도는 제가 찾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삼일."

왕이 차갑게 내뱉었다.

"삼일 안에 해석을 완료하라. 그렇지 못하면 네 스승의 죄를 네가 함께 짊어져야 할 것이다."

이도의 입이 바짝 말랐다.

"전하, 그건 너무..."

"물러가라."

왕이 손을 휘둘렀다. 내관들이 이도를 끌어냈다.

복도로 나온 이도는 벽에 등을 기댔다. 무릎에 힘이 풀렸다.

'미친.'

손이 떨렸다. 삼일. 하린을 찾고, 천문도를 해석하고, 왕에게 보고하기까지.

'불가능해.'

이도는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혔다.

"대군마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도가 고개를 돌렸다.

민지훈이 서 있었다. 차가운 미소를 띤 얼굴.

"전하께서 저에게도 명을 내리셨습니다."

"무슨..."

"천문도를 가진 자를 찾아 잡아들이라고."

이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건 안 돼."

"왕명입니다."

민지훈이 고개를 숙였다. 형식적인 예의였다.

"대군마마께서도 아시겠지만, 저는 명을 받들 뿐입니다."

"지훈아."

이도가 다가섰다. 민지훈의 어깨를 잡았다.

"하린은 죄가 없어. 그냥 별을 좋아하는 아이일 뿐이야."

"법을 어겼습니다."

민지훈이 이도의 손을 떼어냈다.

"여자의 몸으로 관상감에 들어왔고, 금서를 훔쳤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사형감입니다."

"그건..."

이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가슴속이 답답했다.

'내 잘못이야.'

하린을 관상감에 들인 건 이도였다. 천문도를 함께 본 것도, 붉은 별을 관측한 것도.

'다 내가 시작한 일인데.'

민지훈이 돌아섰다.

"밀정들을 풀었습니다. 곧 찾아낼 겁니다."

"잠깐만."

이도가 소매를 붙잡았다. 민지훈이 차갑게 돌아봤다.

"대군마마."

"제발."

이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루만. 하루만 시간을 줘. 내가 하린을 설득할게."

"그럴 수 없습니다."

민지훈이 소매를 뿌리쳤다.

"이미 명이 내려졌습니다."

복도에 발소리가 멀어졌다. 이도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안 돼.'

손이 떨렸다.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내가 먼저 찾아야 해.'

이도는 뛰기 시작했다. 복도를 가로질러 후원으로 향했다.

"대군마마!"

내관이 불렀지만 이도는 돌아보지 않았다. 담을 넘어 궁 밖으로 나갔다.

한양의 밤거리가 펼쳐졌다. 어둠 속에서 등불이 흔들렸다.

'어디부터 찾아야 하지.'

이도는 골목을 헤맸다. 하린이 숨을 만한 곳.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곳.

'주막? 아니야, 거긴 너무 눈에 띄어.'

이도는 뒷골목으로 발을 옮겼다. 좁고 어두운 길.

한 주막 앞에서 이도는 멈춰 섰다. 문 앞에 낯익은 천 조각이 떨어져 있었다.

'하린의 옷감.'

이도가 주막 안으로 들어섰다. 주모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손님, 뭘 찾으시는데요?"

"여기... 여자 하나 오지 않았어요? 키가 작고, 머리를 짧게 자른."

주모가 입을 다물었다. 이도는 주머니에서 은자를 꺼냈다.

"제발요."

"아까 밀정들이 다녀갔어요."

주모가 작게 말했다.

"그 아이, 여기서 잠깐 쉬다 갔는데... 밀정들이 냄새를 맡고 들이닥쳤죠."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북쪽 골목으로 도망갔어요. 다친 것 같더라고요."

이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감사합니다."

이도는 주막을 박차고 나갔다. 북쪽 골목으로 뛰었다.

어둠 속에서 비명이 들렸다.

"잡아라!"

"놓치지 마!"

이도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렸다. 좁은 골목 끝에서 하린이 보였다.

피투성이가 된 하린이 비틀거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뒤에서 밀정 셋이 쫓아오고 있었다.

"하린!"

이도가 소리쳤다. 하린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하린의 발이 헛디뎠다. 몸이 앞으로 쏠렸다.

"안 돼!"

이도가 뛰어들었다. 밀정 하나를 밀쳐내고 하린을 붙잡았다.

"대군마마."

하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이 핏기 없이 하얬다.

"도망가세요. 저는..."

이도는 하린의 몸을 끌어안았다. 옷깃이 피로 젖었다.

"닥쳐. 아무 말 하지 마."

하린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입술이 파래졌다.

"저 때문에... 역모죄로 몰리십니다."

"그런 거 상관없어."

이도가 하린을 업으려 했다. 등 뒤에서 발소리가 몰려왔다.

"거기 서라!"

밀정 셋이 골목 입구를 막아섰다. 칼날이 달빛에 번쩍였다.

이도는 하린을 등 뒤로 감쌌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뛰어올랐다.

"비켜."

"왕명을 받들어 역모자를 잡으러 왔다. 그 계집을 내놓아라."

밀정 하나가 칼을 들어 올렸다.

'어떡하지.'

이도의 손이 떨렸다. 하린의 숨소리가 점점 약해졌다.

"안 비킬 거면 죽여라."

이도가 하린을 더 끌어안았다. 밀정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대군마마, 비키십시오."

"싫어."

"그럼 마마께서도 역모에 가담하신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밀정이 한 발 다가섰다. 이도는 뒤로 물러섰다.

벽이 등에 닿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이대로 끝나나.'

하린의 손이 이도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손.

"대군마마."

하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를... 놓으세요."

"안 돼."

이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절대 안 놓아."

밀정이 칼을 휘둘렀다. 이도는 몸을 틀어 하린을 감쌌다.

칼날이 이도의 팔을 스쳤다. 뜨거운 통증이 번졌다.

"으윽."

이도가 신음했다. 피가 팔을 타고 흘렀다.

"대군마마!"

하린이 비명을 질렀다. 이도는 이를 악물었다.

"괜찮아."

밀정이 다시 칼을 들어 올렸다. 이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멈춰라."

낮은 목소리가 골목에 울렸다. 밀정들이 칼을 멈췄다.

민지훈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차가운 눈빛.

"대군마마를 해치는 자는 내가 베겠다."

밀정들이 황급히 칼을 거뒀다. 민지훈이 이도 앞에 섰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지훈아."

이도가 민지훈을 올려다봤다. 민지훈의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그 계집을 놓으십시오."

"안 돼."

"왕명입니다."

민지훈이 손을 내밀었다. 이도는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날 죽여."

"마마."

민지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러시면 저도 곤란합니다."

"곤란하면 어쩔 건데."

이도가 하린을 더 끌어안았다. 하린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의식을 잃었나.'

이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훈아, 제발."

이도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린이 죽어가. 이대로 가면 진짜 죽는다고."

민지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일각."

"뭐?"

"일각만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민지훈이 밀정들에게 손짓했다.

"물러서라."

밀정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민지훈이 이도를 내려다봤다.

"일각 후엔 저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고마워."

이도가 하린을 업고 일어섰다. 비틀거렸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모르겠어.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북문 쪽 폐가가 있습니다."

민지훈이 작게 말했다.

"아무도 안 갑니다. 거긴."

이도가 민지훈을 쳐다봤다. 민지훈은 고개를 돌렸다.

"빨리 가십시오."

이도는 하린을 업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발이 휘청거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린의 숨소리가 희미했다. 목에 닿는 숨결이 차가웠다.

북문 쪽 폐가가 보였다. 무너진 담장과 쓰러진 기둥.

이도는 안으로 들어가 하린을 내려놓았다. 먼지가 폴폴 날렸다.

"하린아."

이도가 하린의 뺨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었다.

"제발, 정신 차려."

하린의 옷을 벗겼다. 옆구리에 깊은 칼자국이 벌어져 있었다.

피가 멈추지 않았다. 이도는 자기 옷을 찢어 상처를 감았다.

"하린아, 죽으면 안 돼."

이도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내가 죽인 거야.'

하린을 관상감에 들인 것도, 천문도를 보여준 것도, 붉은 별을 함께 본 것도.

'다 내 잘못이야.'

하린의 눈꺼풀이 떨렸다. 천천히 눈을 떴다.

"대군마마..."

"정신 차렸어?"

이도가 하린의 손을 잡았다. 하린이 희미하게 웃었다.

"제 죽음이... 오늘인가 봅니다."

"무슨 소리야."

이도가 하린의 손을 꽉 쥐었다.

"안 죽어. 절대 안 죽는다고."

"별들이... 보여요."

하린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무너진 지붕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붉은 별이... 저기 있네요."

이도도 고개를 들었다. 밤하늘에 붉은 별이 떠 있었다.

"하린아."

"저 별이 뭔지... 알고 싶었어요."

하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왕조를 멸망시킨다는 별. 정말... 그럴까요?"

"모르겠어."

이도가 하린의 손을 이마에 갖다

다 댔다.

"하린아."

하린의 손이 이도의 뺨을 어루만졌다. 차가운 손끝.

"왕자님."

"응."

이도가 하린의 손을 붙잡았다. 떨림이 느껴졌다.

"제 죽음이... 오늘인가 봅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이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저... 금서에서 봤어요."

"뭘?"

"붉은 별의 비밀."

하린이 숨을 몰아쉬었다.

"그 별은... 왕조를 멸하는 게 아니라..."

말끝이 흐려졌다.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왔다.

"하린아!"

이도가 하린의 어깨를 흔들었다. 반응이 없었다.

'숨은 쉬고 있어.'

가슴이 희미하게 오르내렸다. 이도는 하린을 바닥에 눕혔다.

옷을 더 찢어 상처를 동여맸다. 피가 천을 적셨다.

'이렇게 해서 될까.'

손이 피범벅이 됐다. 이도는 주먹을 쥐었다.

'의원을 불러야 해.'

하지만 밖엔 밀정들이 있었다. 폐가를 둘러싼 발소리가 들렸다.

"안에 계신 거 압니다."

민지훈의 목소리였다.

"대군마마."

이도는 하린을 벽 쪽으로 옮겼다. 그림자가 깊은 곳.

"왕자 마마."

민지훈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저희는 압니다. 그 안에 계신 것을."

이도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린의 숨소리가 점점 약해졌다.

'일각이 지났나.'

문틈으로 달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림자가 움직였다.

"들어가라."

민지훈의 명령이 떨어졌다. 발소리가 몰려왔다.

이도는 하린을 끌어안았다. 차가운 몸.

'어떻게든 살려야 해.'

문이 삐걱 열렸다. 밀정 둘이 안으로 들어섰다.

"거기 있다!"

칼끝이 이도를 향했다. 이도는 일어서지 않았다.

"비켜."

"왕명을 거역하시렵니까."

밀정이 다가섰다. 이도는 하린을 더 끌어안았다.

"이 아이는 역모자가 아니야."

"그건 국청에서 밝힐 일입니다."

밀정이 하린의 팔을 붙잡았다. 이도가 밀정의 손목을 쳤다.

"손 치워!"

"마마!"

민지훈이 안으로 들어왔다. 차가운 눈빛으로 이도를 내려다봤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지훈아."

이도가 민지훈을 올려다봤다. 민지훈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그 아이를 내놓으십시오."

"네가 날 배신하는 거야?"

"배신이 아닙니다."

민지훈이 고개를 숙였다.

"왕명을 받드는 것뿐입니다."

"왕명?"

이도가 비웃었다.

"왕명이 뭐가 그리 대단한데."

"마마."

민지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만하십시오."

"내가 왕이 되면 어떻게 할 건데."

이도가 일어섰다. 하린을 등 뒤로 감쌌다.

"내가 왕이 되면 너도 내 명을 따를 거야?"

민지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왜?"

"세자 저하께서 계십니다."

민지훈이 칼을 빼들었다.

"비키십시오."

이도는 움직이지 않았다. 민지훈의 칼끝이 떨렸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싫어."

이도가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날 죽여."

민지훈의 눈빛이 흔들렸다. 칼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말... 그러시렵니까."

"그래."

이도가 가슴을 내밀었다.

"하린을 데려가려면 날 먼저 베어."

민지훈이 칼을 들어 올렸다. 칼날이 달빛에 번쩍였다.

그때였다.

"잠깐."

밀정 하나가 하린의 옷깃을 뒤적였다. 무언가를 꺼냈다.

"이게 뭡니까."

접힌 종이 한 장. 밀정이 펼쳤다.

"...천문도?"

민지훈이 다가가 종이를 받아 들었다. 눈빛이 변했다.

"이건..."

"뭔데?"

이도가 물었다. 민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천문도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그림... 관상감 금서고에 있던..."

민지훈의 말이 끊겼다. 천문도를 접어 품 안에 넣었다.

"일단 물러서라."

"예?"

밀정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민지훈을 쳐다봤다.

"이 건은... 내가 직접 보고하겠다."

민지훈이 밀정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폐가 안에 이도와 민지훈만 남았다.

"지훈아, 그게 뭔데."

"모르는 게 나으십니다."

민지훈이 하린을 내려다봤다.

"이 아이가... 이걸 훔쳤습니까?"

"그건..."

이도는 대답하지 못했다. 민지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마는 정말..."

말끝을 흐렸다. 하린의 옆구리를 살폈다.

"상처가 깊습니다. 이대로 두면..."

"의원을 불러줘."

"그럴 순 없습니다."

민지훈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잠시 망설이더니 밖으로 나갔다. 밀정 하나를 불렀다.

"북촌 약방 의원을 데려와라. 아무 말 말고."

"예."

밀정이 뛰어갔다. 민지훈이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의원이 오는 동안... 이 아이를 살려두십시오."

"무슨 소리야."

"이 아이가 죽으면..."

민지훈이 천문도를 꺼냈다.

"이것의 비밀도 함께 묻힙니다."

"그게 뭔데."

"마마도 보셨을 겁니다

총 6,959자 · 약 14분

- 3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케뤼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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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뤼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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