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약 14분 · 총 7,109자

형사의 제안

주인공: 강도혁

사무실 문이 열렸다.

"강도혁씨 계십니까?"

낯선 남자가 들어섰다. 사십 중반쯤 됐을까. 정장 차림에 눈빛이 날카로웠다.

도혁은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예약 없으면 안 받습니다."

"예약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남자가 수첩을 꺼내 펼쳤다.

"경찰청 광역수사대 이정민 감사관입니다. 박민재씨 실종 건으로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도혁의 손가락이 멈췄다.

시야 한쪽에 반투명 창이 떠올랐다.

[TARGET 03: 이정민]

[제한시간: 48시간]

[남은 시간: 47:58:32]

'또.'

가슴이 식었다. 아니, 식는다는 표현도 맞지 않았다. 이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숫자만 보였다. 47시간 58분. 이틀.

"민재요?"

도혁이 서류를 덮으며 물었다.

"실종됐다고요?"

"모르셨습니까?"

"...어차피 연락 끊은 지 오래됐는걸요."

이정민이 천천히 사무실을 둘러봤다. 시선이 책상 위 서류, 구석의 커피포트, 창가 화분을 훑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죠?"

"한 달쯤 됐나."

"정확히요."

"기억 안 나는데요."

도혁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어차피 중요한 사람도 아니었고."

이정민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왜 사무실까지 찾아왔습니까?"

"돈 빌려달라고요. 안 빌려줬죠."

"이유는?"

"그래봤자 못 갚을 거 뻔하니까요."

대답은 매끄러웠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민재는 정말 돈을 빌리러 왔었다. 다만 도혁이 그를 죽인 건 그 이틀 후였다.

이정민이 수첩에 뭔가를 적었다.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박민재씨 핸드폰 기록 보니까, 마지막 통화가 강도혁씨였더군요."

"그랬나요."

"3월 17일 오후 11시 42분. 통화 시간 1분 33초."

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나네요. 술 먹고 전화했더라고요. 횡설수설하길래 끊었습니다."

"무슨 얘기 했습니까?"

"돈 얘기요. 뭐, 늘 하던 거."

'거짓말은 70퍼센트만 섞어라.'

도혁이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통화 기록은 사실이다. 민재는 정말 술에 취해 전화했다. 다만 그날 밤 도혁이 그를 만나러 갔다는 건 말하지 않으면 된다.

"그날 밤 어디 계셨습니까?"

"집에 있었죠."

"혼자요?"

도혁이 잠시 망설였다. 그 찰나, 사무실 안쪽 문이 열렸다.

"사장님, 회계 서류 정리 끝났는데요."

서아였다.

그녀가 들어서다 이정민을 보고 멈칫했다.

"아, 손님이..."

"괜찮아요."

이정민이 먼저 말했다.

"경찰입니다. 잠깐 실례했어요."

서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도혁은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침착해.'

서아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세요?"

"박민재씨 아십니까?"

"...민재 오빠요?"

서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정민이 그걸 놓치지 않았다.

"오빠라고 부르셨네요. 가까운 사이였습니까?"

"아뇨, 그냥... 한두 번 본 적 있어요. 사장님 지인이라고 해서."

"언제 봤죠?"

"한 달 전쯤?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서아가 도혁을 흘끔 봤다. 도혁은 무표정했다.

이정민이 수첩을 넘겼다.

"3월 17일 밤, 강도혁씨는 어디 계셨습니까?"

서아가 대답했다.

"여기 계셨어요. 저랑 같이 회계 정리하고 있었거든요."

"밤 11시에요?"

"네. 마감 기한이 촉박해서... 밤늦게까지 일했어요."

이정민의 시선이 서아에게 고정됐다.

"증거 있습니까?"

"...네?"

"CCTV 기록이라던가, 결재 문서라던가."

서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건..."

"CCTV는 고장 났어요."

도혁이 끼어들었다.

"한 달 전부터 작동 안 하는 거 아시잖아요, 서아씨."

"아, 맞다. 그랬죠."

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급하게.

이정민이 펜을 툭 덮었다.

"참 신기하네요. 증거가 하나도 없다니."

"필요하면 서류 보여드릴게요."

도혁이 서랍을 열었다.

"3월 17일 작업한 회계 파일. 수정 날짜 찍혀 있을 겁니다."

"파일은 조작 가능하죠."

"그럼 뭘 원하시는데요?"

도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증거 없으면 의심하고, 있으면 조작이라 하고. 그래봤자 저 잡으려는 거 아닙니까?"

이정민이 미소 지었다. 입꼬리만 올라간, 눈은 웃지 않는 미소였다.

"오해 마세요. 전 그냥 실종자 찾는 사람입니다."

"그럼 찾으시면 되죠. 전 모르는 일이니까."

"모르는 일."

이정민이 되뇌었다.

"15년 형사 생활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는데요."

그가 도혁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눈을 못 마주친다는 거예요. 강도혁씨, 제 눈 좀 봐주시겠어요?"

도혁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쳤다.

이정민의 눈은 깊었다.

도혁은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이정민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먼저 시선을 거두나. 그게 승부였다.

'이 새끼, 제법인데.'

도혁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정민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15년 경력이 허언이 아닌 모양이었다.

"충분히 봤습니까?"

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더 필요하시면 사진 찍어가셔도 됩니다."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이정민이 한 발 물러섰다.

"근데 강도혁씨,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서요."

"뭔데요."

"박민재씨 통화 기록 보니까, 그 전날에도 전화했더라고요. 3월 16일 오후 2시. 통화 시간 7분."

도혁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도 돈 얘기였나요?"

"...기억 안 나는데요."

"7분이나 통화했는데요?"

"어차피 술 먹고 헛소리하는 거 들어주다 보면 길어지죠."

이정민이 수첩을 넘겼다.

"16일 오후엔 술 안 드셨을 텐데요. 한낮이었으니까."

"그럼 뭐 어쩌라는 겁니까?"

도혁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기억 안 나면 안 나는 거지. 매일 전화 오는 사람 통화 내용 일일이 기억하는 사람 있습니까?"

"매일 전화 왔다고요?"

"비유가 그렇다는 겁니다."

"비유치고는 구체적이네요."

이정민이 웃었다. 여전히 눈은 웃지 않았다.

서아가 끼어들었다.

"저기, 감사관님. 민재 오빠가 정말 실종된 거예요?"

"3월 18일 이후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집에도 안 들어가고, 핸드폰도 꺼졌고."

"그럼 가출 아닐까요?"

"빚쟁이들한테 쫓기던 사람이 가출을 해요?"

이정민의 시선이 서아에게 꽂혔다.

"윤서아씨. 민재씨 빚 얼마나 됐는지 아십니까?"

"...모르는데요."

"12억."

서아의 입이 벌어졌다.

"열두억이요?"

"불법 도박에 대출까지 끌어다 썼죠. 그런 사람이 그냥 증발할 리 없어요."

이정민이 도혁을 봤다.

"강도혁씨도 빚이 좀 있으시죠?"

도혁의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제 신용정보까지 열람하셨습니까?"

"공개 정보예요. 37억. 작년 사업 실패 이후로."

"그래서요?"

"그래서 궁금해서요. 12억 빚쟁이가 37억 빚쟁이한테 돈 빌리러 왔다는 게."

도혁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더 할 말 없으면 나가주시죠. 일 밀렸거든요."

"아직 질문 안 끝났는데요."

"영장 있습니까?"

"필요 없습니다. 참고인 조사니까."

"참고인도 거부할 권리 있습니다."

도혁이 문을 가리켰다.

"다음엔 변호사 대동하고 오세요."

이정민이 수첩을 덮었다. 천천히 명함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생각나는 거 있으면 연락 주세요."

그가 문 쪽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잡고 멈칫했다.

"참."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강도혁씨, 과거에 증거 조작 사건 연루된 적 있으시죠?"

도혁의 손이 굳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2019년. 모 건설사 횡령 사건 회계 자료 위조. 기소유예 받으셨던데요."

"그게 지금 무슨 상관입니까?"

"상관없죠. 그냥 궁금해서요."

이정민이 고개를 돌렸다.

"증거 조작 잘하시는 분이 CCTV 고장은 어떻게 못 고치셨나 싶어서."

"고치려면 돈이 들거든요. 없어서 못 고쳤습니다."

"37억 빚쟁이가 CCTV 수리비가 없다?"

이정민이 사무실을 둘러봤다.

"근데 커피머신은 최신형이네요. 200만 원짜리."

도혁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정민이 문을 열었다.

"윤서아씨."

서아가 움찔했다.

"민재씨 마지막으로 본 게 한 달 전이라고 하셨죠?"

"...네."

"그때 뭐 하러 오셨어요? 민재씨가."

"그냥... 사장님 만나러 온 것 같은데요."

"것 같다고요?"

"제가 직접 본 건 아니고, 나갈 때 스쳐 지나가서..."

이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굴만 본 거네요?"

"네."

"근데 아까 '민재 오빠'라고 했잖아요."

서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한 번 스친 사람을 오빠라고 부를 정도면 꽤 친했던 거 아닙니까?"

"그게..."

"윤서아씨 핸드폰 기록도 확인했는데요."

이정민이 수첩을 다시 펼쳤다.

"3월 15일. 박민재씨한테서 전화 두 통 받으셨더라고요."

서아의 입술이 떨렸다.

"통화 안 했어요. 그냥 부재중이었고..."

"왜 안 받으셨어요?"

"모르는 번호였으니까요."

"근데 민재씨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나중에 사장님이 말씀해주셔서."

이정민이 빙긋 웃었다.

"거짓말 참 매끄럽게 하시네요."

"거짓말 아닌데요!"

서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말 몰랐어요. 나중에 안 거라고요!"

"그럼 증명해보세요."

"어떻게요?"

"핸드폰 보여주시면 되죠. 통화 기록, 문자 기록 다."

서아가 뒤로 물러섰다.

"그건... 개인정보 아닌가요?"

"영장 없이는 못 보죠. 당연히."

이정민이 명함을 하나 더 꺼냈다.

# Part 3: 위기-클리프행어

"혹시 모르니까 하나 더 드릴게요."

서아에게 건네며 덧붙였다.

"참, 윤서아씨도 민재씨 아시죠?"

서아의 손이 명함을 받다 멈췄다.

"...방금 말씀드렸잖아요."

"아는 것과 친한 건 다르니까요."

이정민이 문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따 다시 오겠습니다."

문이 닫혔다.

침묵이 흘렀다.

도혁은 창밖을 내다봤다. 이정민이 차에 오르는 게 보였다. 시동을 걸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저 새끼, 지켜보고 있네.'

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입 닥쳐."

"하지만..."

"나중에 얘기해."

도혁이 핸드폰을 꺼냈다. 시스템 알림이 떠 있었다.

[TARGET 03: 이정민]

[제한시간: 47시간 52분]

[경고: 대상이 핵심 증거에 근접 중]

'핵심 증거?'

도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뭘 찾은 거지?'

민재의 시신은 강에 버렸다. 흔적은 지웠다. CCTV도 없었다.

'그럼 뭐가 남았다는 거야?'

서아가 다가왔다.

"사장님, 저 어떡해요. 통화 기록 확인하면..."

"확인 못 해."

"영장 나오면요?"

"영장 나올 근거가 없어."

도혁이 서아를 돌아봤다.

"넌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알겠어?"

"근데 민재 오빠 전화는..."

"부재중이었다며. 그거 사실이잖아."

"맞긴 한데..."

서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사장님, 저 무서워요."

"무서우면 입 다물고 있어."

도혁이 창밖을 다시 봤다. 이정민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너무 천천히.

마치 '나 간다. 근데 곧 돌아온다'는 메시지 같았다.

핸드폰이 진동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강도혁씨?

낯선 남자 목소리였다.

"누구십니까?"

-민재 형 친구예요. 김태수.

도혁의 등에 땀이 맺혔다.

"...무슨 일로."

-형 못 봤어요? 연락이 안 되는데.

"모릅니다."

-거짓말 마세요. 형이 그러던데요. 강도혁한테 돈 받으러 간다고.

"받으러 온 적 없어요."

-3월 17일 밤. 형이 문자 보냈거든요. '도혁이 만나러 간다. 오늘은 꼭 받아낸다'고.

도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상관 있죠. 그날 이후로 형 연락 끊겼으니까.

"경찰 가세요."

-이미 갔어요. 근데 경찰은 믿을 수가 없어서.

"..."

-저 직접 찾을 겁니다. 형 어디 있는지.

전화가 끊겼다.

도혁이 핸드폰을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이 새끼들, 다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야.'

서아가 물었다.

"누구예요?"

"아무도 아니야."

"목소리 떨려요."

"떨리는 게 아니라 짜증 나는 거야."

도혁이 책상 서랍을 열었다. 민재의 핸드폰이 들어 있었다.

전원은 꺼져 있었다. 당연히.

'이거 처분해야 하나?'

아니, 아직은 아니었다. 혹시 모를 정보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민재 친구들 리스트. 누가 더 있는지 확인해야 해.'

서아가 명함을 집어 들었다.

"사장님, 이거..."

"버려."

"근데 혹시 모르잖아요. 나중에 필요할 수도..."

"버리라니까."

도혁이 명함을 낚아챘다. 찢으려다 멈췄다.

이정민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이정민.'

광역수사대.

'왜 광역수사대가 실종 사건을?'

보통 실종은 관할 경찰서에서 처리한다. 광역수사대가 나선다는 건...

'연쇄 사건이거나, 중대 범죄 혐의가 있거나.'

도혁의 뒷목이 서늘해졌다.

핸드폰이 또 울렸다. 이번엔 시스템이었다.

[경고: TARGET 03이 물증 확보 시도 중]

[위치: 한강 제2교 인근 CCTV 분석실]

'한강?'

도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설마.'

민재를 버린 곳은 한강 상류였다. 다리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CCTV 없는 곳 확인하고 버렸는데.'

하지만 완벽할 순 없었다. 진입로, 주차장, 주변 건물...

'어디선가 찍혔을 수도.'

서아가 물었다.

"사장님, 왜 그래요?"

"닥쳐. 생각 좀 하자."

도혁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정민을 죽여야 하나?'

시스템은 그걸 원했다. 48시간 안에.

'하지만 형사를 죽이면...'

모든 게 끝이었다. 도주? 불가능했다.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핸드폰이 세 번째로 울렸다. 발신자: 이정민.

도혁이 받지 않았다.

벨소리가 계속됐다.

서아가 도혁을 봤다.

"안 받아요?"

"..."

다섯 번째 벨.

여섯 번째.

도혁이 받았다.

"뭡니까."

-CCTV 하나 찾았습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무슨 CCTV요."

-한강 제2교 진입로. 3월 17일 밤 11시 58분. 강도혁씨 차량 포착됐습니다.

도혁의 입이 바짝 말랐다.

"제 차가 왜 거기 있으면 안 됩니까?"

-집이 반대 방향인데요?

"드라이브했습니다."

-밤 12시에? 혼자?

"...그게 불법입니까?"

총 7,109자 · 약 14분

- 4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김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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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스릴러#심리전#범죄
김미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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