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약 14분 · 총 6,887자

상상 도둑: 이세계는 내 머릿속을 훔쳐갔다

주인공: 한로로

교복 치마가 바람에 펄럭였다.

로로는 눈을 떴다. 아니, 떴다기보다는 떠진 것 같았다. 머리가 무겁고 목이 뻐근했다.

'아, 또 엎드려 잤나...'

책상 위에서 고개를 들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나무 냄새? 아니, 나무보다는 흙 냄새에 가까웠다. 그리고 시끄러웠다. 사람들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어?"

로로가 고개를 들자 눈앞에 펼쳐진 건 낡은 천막과 노점상들이었다. 나무 수레에 사과 같은 게 수북이 쌓여 있고, 옆에서는 누가 닭을 들고 흥정 중이었다.

"...여기 어디예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다들 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멍하니 서 있는 로로의 교복 치마가 또 한 번 바람에 날렸다. 회색 블레이저, 체크무늬 치마, 그리고 목에 걸린 학생증까지. 완벽한 수험생 차림이었다.

"저, 저기요, 혹시—"

"검은 머리다!"

누군가 소리쳤다. 여자 목소리였다. 로로가 그쪽을 돌아보려는 순간, 광장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계의 옷이야!"

"예언된 자가 나타났어!"

"파괴자다, 파괴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수레가 넘어지고 사과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닭을 든 남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뭐지? 무슨 플래시몹?'

로로는 멍하니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돌바닥 광장, 중세풍 건물들, 멀리 보이는 성벽. 그리고 하늘은 너무 파랬다. 미세먼지 하나 없이.

"잠깐, 이거..."

손을 들어 볼을 꼬집었다. 아팠다.

"아얏!"

진짜였다. 꿈이 아니었다.

'수능은? 시험 시간은?'

당황한 로로가 주머니를 뒤적였다. 핸드폰이 없었다. 지갑도 없었다. 학생증만 목에 달랑 걸려 있었다.

"이거 진짜 큰일인데..."

그때였다.

쿵. 쿵. 쿵.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렸다. 로로가 고개를 들자, 광장 입구에서 은빛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한 명, 두 명, 아니 열 명도 넘었다. 전부 칼을 차고 있었다.

"어...?"

선두에 선 남자가 멈춰 섰다. 금발에 흉터가 있는 얼굴. 갑옷 위에 붉은 망토가 걸쳐져 있었다.

"세리온 기사단장님이시다!"

누군가 속삭였다. 로로 뒤에 숨어 있던 상인이었다.

세리온이라 불린 남자가 검을 뽑았다. 은빛 검날이 햇빛에 반짝였다.

"예언서의 파괴자."

낮고 무거운 목소리였다.

"즉시 체포한다."

"네?"

로로가 눈을 깜빡였다. 파괴자? 체포?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됐다.

"저, 저기요, 저 그냥 수험생인데요? 수능 보러 가야 하는..."

"저항하지 마라."

세리온이 검을 겨눴다. 뒤에 서 있던 기사들도 일제히 칼을 뽑았다.

'이거 진짜 상황인가?'

로로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칼. 진짜 칼. 영화 소품이 아니라 진짜로 베일 것 같은 칼이었다.

"잠깐만요, 오해예요! 저 여기 어떻게 온 건지도 모르는데—"

"이계인의 변명은 듣지 않는다."

세리온이 한 걸음 다가왔다. 로로가 뒷걸음질 쳤다. 발이 꼬였다.

"으악!"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넘어질 것 같았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로로를 붙잡았다.

"조심~"

가벼운 목소리였다. 로로가 뒤를 돌아보자, 은발의 젊은 남자가 웃고 있었다. 보라색 눈동자가 묘하게 빛났다.

"누, 누구세요?"

"리엔. 그냥 지나가던 마법사~"

리엔이라 소개한 남자가 손을 휘둘렀다. 순간 하얀 연기가 광장을 뒤덮었다. 앞이 하나도 안 보였다.

"파괴자를 놓치지 마라!"

세리온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리엔은 로로의 손목을 잡고 뛰고 있었다.

"따라와!"

"어, 잠깐—"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질질 끌려갔다. 좁은 골목, 계단, 또 다른 골목. 숨이 턱까지 찼다.

"저, 저 운동 못 해요..."

"그런 거 지금 중요해?"

리엔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다. 로로는 헐떡이며 겨우 따라갔다. 다리가 풀렸다.

"못 뛰겠어요, 진짜..."

"에이, 좀만 더!"

그때 발이 돌부리에 걸렸다. 로로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악!"

쿵. 바닥에 손바닥이 찍혔다. 따가웠다.

"...운동치 맞네."

리엔이 한숨을 쉬며 로로를 일으켜 세웠다. 손바닥에서 피가 났다.

"아파..."

"나중에 아파. 일단 숨자."

리엔이 로로를 이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옥상이 나왔다. 빨래가 널린 평범한 옥상이었다.

"후우..."

로로가 주저앉았다. 숨이 안 쉬어졌다. 리엔은 멀쩡했다.

"괜찮아?"

"...숨 좀 쉬고요."

한참을 헐떡이던 로로가 고개를 들었다. 리엔은 옥상 난간에 기대서서 뭔가를 꺼내고 있었다. 낡은 책이었다.

"뭐예요

# Part 2: 전개

"뭐예요, 그거?"

로로가 헐떡이며 물었다. 리엔이 펼친 건 양피지 한 장이었다. 낡은 종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예언서 사본. 진품은 왕궁 지하에 있고."

리엔이 양피지를 로로 앞에 내밀었다.

"한번 읽어봐."

"갑자기요?"

"그냥 읽어보라니까~"

로로가 양피지를 받아 들었다. 글씨가 빼곡했다. 한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본 적 없는 문자였다.

"이거... 못 읽는데요?"

"응? 아, 맞다."

리엔이 손가락을 튕겼다. 보라빛 불꽃이 양피지 위로 흩날렸다. 순간 글씨가 일렁이더니 한글로 바뀌었다.

"...헐."

로로의 손이 떨렸다.

첫 줄부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검은 머리의 이계인이 나타나는 날, 세계는 상상의 지배를 받으리.'

"이거..."

두 번째 줄.

'그는 고대의 언어를 쓰지 않으며, 낯선 천으로 몸을 감쌌도다.'

교복이었다. 로로가 지금 입고 있는 회색 블레이저와 체크무늬 치마.

"잠깐만요."

세 번째 줄.

**'파괴자는 세 개의 인장을 지니니. 첫째, 무한의 탑. 둘째, 불멸의 검. 셋째, 시간을 삼키는 용.'**

숨이 막혔다.

'무한의 탑? 그거 내가 중2 때...'

로로가 공책에 끄적였던 설정이었다. 하늘 끝까지 닿는 마법 탑. 꼭대기에 도달하면 신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유치한 상상.

"어떻게..."

"계속 읽어봐."

리엔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네 번째 줄부터는 더 구체적이었다. 불멸의 검은 '검은 보석으로 장식되고 달빛 아래 푸르게 빛난다'고 적혀 있었다. 로로가 고1 때 미술 시간에 그렸던 검 디자인 그대로였다.

"이건... 제가 쓴 건데..."

양피지를 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시간을 삼키는 용도 마찬가지였다. '은빛 비늘에 세 개의 눈을 가진 용.' 로로가 판타지 소설 과제로 제출했던 설정이었다.

"왜 여기 있어요? 이게 왜..."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거야."

리엔이 양피지를 도로 가져갔다.

"넌 이 세계에 처음 왔지? 근데 예언서는 3천 년 전에 쓰였어. 모순이지."

"3천 년...?"

로로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3천 년 전이면 로로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아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태어나기 전이었다.

"누가 훔쳐간 거예요. 제 상상을."

"빙고~"

리엔이 손가락을 튕겼다.

"누군가 네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예언서로 만들었어. 그리고 이 세계 사람들은 그걸 믿고 살았지. 수천 년 동안."

"그럼 저는..."

"파괴자 취급받는 거야. 네가 상상한 대로 세계가 멸망할 거라고 믿으니까."

로로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됐다.

"저 그냥 심심해서 낙서한 건데요? 세계 멸망 같은 거 진지하게 생각한 적 없어요!"

"그래도 여긴 진지하게 받아들여. 예언서는 절대 경전이거든."

리엔이 옥상 난간에 기대며 웃었다.

"그래서 물어보는 건데. 넌 정말 파괴자야, 아니야?"

"...몰라요."

로로가 주저앉았다. 손바닥이 따가웠다. 피가 마르지 않았다.

"전 그냥 수능 보러 가다가 여기 왔어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흠."

리엔이 턱을 괴었다. 잠시 로로를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그럼 실험해볼까?"

"실험요?"

"네가 상상한 것 중에 하나만 여기서 실현시켜봐. 그럼 진짜 파괴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잖아."

"어떻게요? 저 마법 같은 거 못 쓰는데..."

"몰라. 네가 알아서."

리엔이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빨리 결정해. 저 아래에서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거든."

"네?"

로로가 벌떡 일어났다. 옥상 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쿵쿵거리는 무거운 소리였다.

"파괴자를 숨긴 자도 공범으로 처형한다!"

세리온의 목소리였다. 로로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처형...?"

"응. 목 자르는 거. 여긴 그런 거 쉽게 해."

리엔이 태연하게 말했다. 로로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도,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도망쳐봤자 추적 마법 걸렸어. 어차피 못 달아나."

"그럼요?"

"그러니까 선택하라고. 도망칠 거야, 아니면 네가 왜 여기 있는지 밝혀낼 거야?"

리엔이 로로의 손목을 잡았다. 차가운 손이었다.

"난 후자가 재밌을 것 같은데."

로로가 대답하려던 순간이었다.

쾅!

옥상 문이 박살 났다. 나무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세리온이 검을 들고 나타났다.

"꼼짝 마라."

금발이 바람에 날렸다. 세리온의 눈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파괴자."

세리온이 검을 겨눴다. 뒤에서 기사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열 명이 넘었다.

"이번엔 놓치지 않는다."

로로는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검날이 햇빛에 반짝였다. 진짜 죽을 것 같았다.

'어떡해...'

리엔이 로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 Part 3: 위기-클리프행어

"이번엔 놓치지 않는다."

세리온의 검이 로로를 향했다. 날 끝에 푸른 빛이 감돌았다.

리엔이 로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기사단장님, 이건 좀 과하신 거 아니에요?"

"비켜라, 리엔.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에이, 그래도 애 하나 죽이려고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예언서를 거역할 순 없다."

세리온이 검을 치켜들었다. 기사들이 일제히 포위망을 좁혔다.

로로는 뒤로 물러섰다. 난간이 등에 닿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죽는 건가...'

손이 떨�렸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그때 리엔이 뒤돌아보며 웃었다.

"로로야, 네가 상상한 것 중에 도망칠 방법 없어?"

"네...?"

"빨리. 지금 당장."

리엔의 목소리가 급해졌다. 세리온이 검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로로의 머릿속에 뭔가 스쳤다.

'잠깐, 그러고 보니 내가 예전에 상상했던 건데...'

중3 때였다. 체육 시간에 피구공 맞고 보건실 가던 날. 심심해서 공책에 끄적인 설정.

**'긴급 탈출 주문. 사용자가 위험을 느끼면 자동으로 발동되어 가장 가까운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킨다.'**

"그, 그런 거 있긴 한데요..."

"이름!"

리엔이 소리쳤다.

"주문 이름이 뭐야!"

"에... 에스케이프...?"

로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영어 시간에 배운 단어를 그냥 갖다 붙인 거였다.

순간 로로의 발밑에서 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헐?"

마법진이었다. 복잡한 문양이 바닥에 새겨지더니 빙글빙글 돌아갔다.

"이게 뭐야?!"

세리온이 경악했다. 기사들도 멈칫했다.

리엔이 픽 웃었다.

"봐봐, 진짜 파괴자 맞잖아~"

"저, 저도 모르겠어요!"

로로가 소리쳤다. 빛이 점점 밝아졌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파괴자를 막아라!"

세리온이 검을 내리쳤다. 검날이 로로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아—'

그 순간 세계가 하얗게 변했다.

빛이 터지고, 귀가 먹먹해지고, 몸이 공중에 떴다.

로로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

눈을 떴을 때, 로로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으윽..."

온몸이 욱신거렸다. 손바닥에 흙이 묻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주변이 어두웠다. 햇빛이 안 들어왔다.

"...여기가 어디지?"

벽이 보였다. 돌벽. 축축한 냄새가 났다. 천장도 낮았다.

'지하...?'

로로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어딘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발을 한 걸음 내디뎠다. 바닥이 미끄러웠다.

"리엔 씨...?"

대답이 없었다. 로로 혼자였다.

'도망쳤나...?'

불안이 밀려왔다.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갔다.

복도가 나왔다. 양쪽에 횃불이 걸려 있었다. 불빛이 흔들렸다.

"여기가 대체..."

걷다 보니 넓은 공간이 나왔다. 동그란 방이었다. 가운데에 뭔가 놓여 있었다.

로로가 다가갔다.

석판이었다. 커다란 돌판 위에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또 예언서...?'

심장이 쿵쿵 뛰었다. 횃불 빛에 비춰 읽어 내려갔다.

'파괴자는 세 번째 인장을 찾아 지하 신전에 이르리.'

'세 번째 인장? 그게 뭔데...'

다음 줄.

**'그곳에서 파괴자는 선택하리. 세계를 구할 것인가, 멸망시킬 것인가.'**

손이 떨렸다.

"저 그런 거 안 할 건데요..."

중얼거렸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석판 아래에 뭔가 더 있었다. 작은 상자. 나무로 만든 낡은 상자였다.

로로가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검은 보석이 달린 은색 목걸이.

'이거...'

본 적 있었다. 로로가 고2 때 그렸던 액세서리 디자인 그대로였다.

'불멸의 검을 부르는 목걸이.'

당시엔 그냥 멋있어 보여서 그린 거였다. 실제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왜 여기 있어요..."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차갑고 묵직했다. 진짜였다.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로로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았다.

세리온이 서 있었다.

"...어떻게?"

"추적 마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리온의 얼굴에 땀이 흘렀다. 숨이 거칠었다. 쫓아온 모양이었다.

"목걸이를 내려놓아라."

"이거요?"

로로가 목걸이를 꽉 쥐었다.

"이거 제가 디자인한 건데요. 왜 여기 있는 거예요?"

"모른다. 하지만 그건 금기의 유물이다."

세리온이 검을 뽑았다.

"그걸 손에 쥔 순간, 넌 진짜 파괴자가 된다."

"전 아무것도 안 했어요!"

로로가 소리쳤다. 목소리가 울렸다.

"그냥 수능 보러 가다가 여기 온 거라고요! 왜 저보고 파괴자래요?!"

"예언서가 그렇게 말했다."

세리온이 한 걸음 다가왔다.

총 6,887자 · 약 14분

- 1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박설 (a life story of a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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