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약 14분 · 총 7,060자

저주받은 나침반

주인공: 한로로

처형 종소리가 일곱 번 울렸다.

"저기, 근데 제가 뭘 잘못한 거예요?"

로로는 단두대 앞에서도 멍하니 물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아, 분위기 진짜 이상한데.'

세리온 왕자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의 손이 떨렸다. 펼쳐진 예언서 0권을 움켜쥔 채.

"처형을... 연기한다."

"네?"

"7일 뒤로."

군중이 웅성거렸다. 로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저 죽는 거예요, 안 죽는 거예요?"

대답 대신 차가운 쇠사슬이 손목을 감았다.

***

지하 감옥은 생각보다 좁았다.

'아, 여기 곰팡이 냄새 나는데.'

로로는 축축한 벽에 등을 기댔다. 횃불 하나 없는 어둠. 발목의 족쇄가 철컥거렸다.

"로로."

"으악!"

벽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스였다.

"놀래키지 마요, 진짜."

"미안. 그런데 들어봐."

벽 틈새로 뭔가 밀려들어왔다. 책이었다. 가죽 표지가 낡아서 부스러질 것 같았다.

"이게 뭔데요?"

"예언서 0권. 전부."

로로는 책을 들었다. 무거웠다.

"근데 이거 왜 저한테 주는 거예요?"

"읽어봐. 지금."

엘리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로로는 처음 듣는 톤이었다.

'뭐지, 왜 저래?'

촛불 하나가 벽 틈으로 밀려들어왔다. 로로는 책을 펼쳤다.

첫 장부터 글자가 이상했다.

붉은 잉크. 아니, 잉크가 아니었다.

"이거... 피예요?"

"응."

엘리스가 작게 답했다.

로로는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

'파괴자를 죽이는 자가 진짜 파괴자가 된다.'

"헐."

로로는 책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게 무슨 소리예요?"

"그대로야. 저주 조항이야."

엘리스의 목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렸다.

"세리온 왕자가 널 죽이면, 그 순간 왕자가 파괴자가 돼. 그래서 처형을 연기한 거야."

"잠깐만요."

로로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럼 저 안 죽는 거잖아요?"

"아니."

엘리스가 낮게 말했다.

"널 안 죽이면 세계가 멸망해. 예언서에 그렇게 적혀 있어."

"..."

로로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뭐, 죽여도 망하고 안 죽여도 망한다는 거네.'

손끝이 저렸다. 촛불이 흔들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예전에 상상했던 건데."

"뭐?"

"이런 거요. 저주받은 선택지. 뭘 골라도 최악인."

엘리스가 한숨을 쉬었다.

"지금 그런 얘기 할 때야?"

"아뇨, 근데 진짜 신기해요. 제가 상상한 대로 되는 게."

로로는 책장을 넘겼다. 다음 페이지에 또 다른 문장이 있었다.

'상상 도둑은 파괴자의 그림자.'

"이건 또 뭐예요?"

"그건 나도 몰라."

엘리스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내일 다시 올게. 조심해."

"어, 잠깐—"

대답이 없었다. 발소리가 사라졌다.

로로는 혼자 남았다.

***

밤이 깊어졌다.

촛불이 절반쯤 녹았을 때, 발소리가 들렸다.

가볍고 빠른 걸음. 엘리스는 아니었다.

"누구세요?"

"나야."

리엔이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쉿."

리엔이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7일 안에 상상 도둑을 찾아."

"네?"

"그럼 네가 상상한 결말로 바꿀 수 있어."

로로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예요? 상상 도둑이 뭔데요?"

"너한테서 상상을 훔친 놈."

리엔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낡은 나침반이었다. 표면이 긁혀서 글자가 잘 안 보였다.

"이걸로 찾아."

"이게 뭔데요?"

"상상의 근원을 가리켜."

로로는 나침반을 받았다. 차가웠다.

순간, 바늘이 미친 듯이 회전했다.

딸깍. 딸깍. 딸깍.

"헐, 고장 난 거 아니에요?"

"아니."

리엔이 웃었다.

"제대로 작동하는 거야."

바늘이 멈췄다.

로로를 가리켰다.

"..."

등골이 서늘해졌다.

"왜 절 가리켜요?"

"그게 답이야."

리엔이 뒤로 물러났다.

"7일. 그때까지 찾아내."

"잠깐, 설명 좀—"

리엔이 사라졌다. 마법으로.

로로는 나침반을 들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바늘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문을 가리켰다.

로로는 일어났다. 족쇄가 철컥거렸다.

"뭐야, 진짜."

문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바늘이 따라왔다.

두 걸음. 바늘이 또 따라왔다.

'잠깐.'

로로는 멈췄다.

뒤로 돌아섰다. 바늘도 돌아갔다.

왼쪽으로 걸었다. 바늘이 왼쪽을 가리켰다.

오른쪽으로 걸었다. 바늘이 오른쪽을 가리켰다.

"이거..."

로로의 입이 바짝 말랐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건 제 경로잖아요."

손이 떨렸다. 나침반이 바닥에 떨어졌다.

딸랑.

금이 갔다.

"아, 이런."

로로는 주워 들었다.

금이 간 나침반을 손에 쥐는 순간, 바늘이 미친 듯이 떨렸다.

'뭐야, 더 이상해졌잖아.'

로로는 촛불 가까이 들어 올렸다. 금 사이로 뭔가 반짝였다.

유리? 아니, 거울이었다.

"나침반 안에 거울이 들어 있다고?"

중얼거리는 순간, 바늘이 멈췄다.

정확히 로로의 가슴을 가리켰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손끝이 얼었다.

'이거 진짜 저주받은 물건 아니야?'

벽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이었다.

"한로로, 나와."

세리온의 목소리였다.

***

문이 열렸다. 횃불 빛이 쏟아졌다.

"눈부셔."

로로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세리온이 앞에 서 있었다. 뒤에는 병사 셋.

"일어나."

"지금요?"

"지금."

세리온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아, 이 사람 진짜 안 좋아 보이는데.'

로로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족쇄가 무거웠다.

"어디 가는 건데요?"

"0권 보관소."

"왜요?"

세리온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돌아섰다.

병사들이 로로를 밀었다. 복도로 나왔다.

지하 통로는 좁았다. 횃불이 벽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로로는 걸으면서 나침반을 힐끗 봤다.

바늘이 또 움직였다.

앞을 가리켰다. 세리온을 가리켰다.

'왜 저 사람을 가리켜?'

로로는 고개를 갸웃했다. 세리온이 뒤를 돌아봤다.

"뭐 하는 거야?"

"아, 아무것도요."

나침반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차가운 금속이 허벅지에 닿았다.

***

보관소는 생각보다 작았다.

둥근 방 하나. 중앙에 석판 제단. 그 위에 0권이 펼쳐져 있었다.

엘리스가 옆에 서 있었다. 눈이 충혈됐다.

"로로."

"엘리스 선생님?"

"미안해."

엘리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내가...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

"무슨 소리예요?"

세리온이 끼어들었다.

"0권에 새로운 글이 나타났어."

"네?"

로로는 제단에 다가갔다. 책장이 넘어가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 글자가 빼곡했다. 붉은 잉크. 아니, 피였다.

'파괴자는 자신이 파괴자임을 깨닫는 순간 각성한다.'

"..."

로로는 입을 다물었다. 손이 떨렸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그대로야."

세리온이 칼자루를 쥐었다.

"네가 네 정체를 알면, 그 순간 세계가 끝나."

"잠깐만요."

로로는 뒤로 물러났다.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정말?"

세리온의 눈이 차가웠다.

"그럼 왜 예언서는 널 파괴자라 부르는 거지?"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로로의 목소리가 커졌다. 처음으로 화가 났다.

"저 그냥 평범하게 살았다고요. 상상만 좀 많이 하고."

"상상?"

엘리스가 끼어들었다.

"네가 상상한 게 뭔데?"

"별거 아니에요. 그냥... 이상한 세계 같은 거요."

"어떤?"

"음."

로로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저주받은 나침반이 있는 세계요. 그거 들고 다니면 운명이 바뀌는."

엘리스와 세리온이 동시에 숨을 멈췄다.

"뭐라고?"

"아, 그냥 옛날에 심심해서 생각한 건데..."

로로는 말을 멈췄다.

주머니 속 나침반이 뜨거워졌다. 타는 것처럼.

"으악!"

손을 집어넣었다. 나침반을 꺼냈다.

바늘이 미친 듯이 돌았다. 딸깍딸깍딸깍.

"이거 왜 이래요?"

세리온이 칼을 뽑았다.

"그게 뭐야?"

"나침반이요."

"어디서 났어?"

"리엔 씨가 줬어요."

엘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그 사람한테 받으면 안 되는 거였어!"

"네?"

"그 사람 떠돌이 마법사야. 저주받은 물건만 다루는!"

로로는 나침반을 떨어뜨렸다.

딸랑.

바닥에 떨어지며 완전히 깨졌다.

유리 파편이 튀었다. 아니, 거울 파편이었다.

작은 조각 하나가 로로 발밑에 떨어졌다.

"..."

로로는 거울을 내려다봤다.

거울 속에 얼굴이 비쳤다.

그런데 이상했다.

'저게... 나야?'

거울 속 얼굴이 웃고 있었다. 로로는 웃지 않았는데.

"로로야?"

엘리스가 다가왔다. 로로는 대답하지 못했.

거울 속 얼굴이 입을 열었다.

"드디어 찾았네."

"끄악!"

로로는 뒤로 넘어졌다. 거울 조각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세리온이 거울을 집어 들었다. 들여다봤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거짓말. 방금 말했다고요."

"뭐라고?"

"찾았다고요. 드디어 찾았다고."

엘리스가 0권을 넘겼다. 손이 떨렸다.

"여기... 여기 있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상상 도둑은 파괴자의 그림자. 거울 속에 산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예전에 상상했던 건데."

로로가 중얼거렸다.

"거울 속 세계요. 거기 사는 사람이 진짜고, 밖에 있는 사람은 가짜인."

"지금 그게 중요해?"

세리온이 소리쳤다.

"네가 상상한 게 전부 현실이 되고 있잖아!"

"그럴 리가요."

로로는 고개를 저었다.

"전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 Part 3: 위기-결말부

"그럴 리가 없어요."

로로는 거울 조각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전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요."

세리온이 칼을 겨눴다.

"평범한 사람이 예언서에 이름이 오를 것 같아?"

"그건..."

말이 막혔다. 목구멍이 타들어갔다.

엘리스가 0권을 덮으려다 멈췄다.

"잠깐. 여기 또 뭔가 나타나고 있어."

페이지 모서리에서 글자가 번졌다. 검은 잉크가 아니었다. 은빛이었다.

**'거울은 두 개의 얼굴을 비춘다. 하나는 과거, 하나는 미래.'**

로로는 거울 조각을 다시 들여다봤다.

여전히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표정이 달랐다.

'저 사람... 웃고 있어.'

차갑게. 비웃듯이.

"로로야, 그거 내려놔."

엘리스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왜요?"

"저주받은 거울이야. 보면 안 돼."

"이미 봤는걸요."

로로는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거울 속 자신이 입을 열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입 모양을 읽을 수 있었다.

'기억해.'

"뭘 기억하라는 거야?"

중얼거린 순간,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

— 10년 전.

작은 방. 낡은 책상. 창문 너머로 비가 내렸다.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또 혼났어."

"왜?"

"수업 시간에 딴 생각했대."

"또?"

엄마가 한숨을 쉬었다.

"로로야, 넌 왜 맨날 공상만 해?"

"재밌잖아."

"현실이 더 중요해."

"현실은 재미없는데."

로로는 공책을 펼쳤다. 낙서가 빼곡했다.

나침반 그림. 거울 그림. 성 그림.

"이게 뭐야?"

"내가 상상한 세계."

"또 그거야?"

엄마가 공책을 덮었다.

"그만 좀 해. 그런 거 해봤자 쓸모없어."

"..."

로로는 입을 다물었다. 공책을 다시 펼쳤다.

그날 밤,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상상한 세계가 진짜였으면 좋겠어. 그럼 거기서 살 텐데."**

창문에 번개가 쳤다.

순간, 공책 속 나침반 그림이 빛났다.

***

"으악!"

로로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기억났어요."

"뭘?"

세리온이 다가왔다.

"제가... 제가 이 세계를 만들었어요."

엘리스가 숨을 삼켰다.

"무슨 소리야?"

"10년 전이요. 제가 상상했던 거예요. 저주받은 나침반, 예언서, 파괴자..."

손이 떨렸다. 거울 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전부 제 머릿속에서 나온 거였어요."

세리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럼 우리는 뭐야?"

"..."

대답할 수 없었다.

엘리스가 뒤로 물러났다.

"거짓말이지? 우린 진짜 사람이야. 기억도 있고, 감정도 있어."

"저도 모르겠어요."

로로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근데 맞는 것 같아요. 왜냐면..."

말을 멈췄다. 거울 조각이 다시 빛났다.

은빛이 아니었다. 붉은빛이었다.

바닥에 글자가 새겨졌다.

'상상 도둑은 창조자를 잡아먹는다.'

"뭐야, 이게?"

세리온이 칼을 들었다. 칼끝이 로로를 향했다.

"네가 우릴 만들었다면, 네가 우릴 지울 수도 있다는 거지?"

"아니에요!"

"거짓말 마."

세리온이 한 걸음 다가왔다.

"예언서가 맞았어. 넌 파괴자야. 우릴 상상으로 만든 놈."

"전 안 그럴 거예요."

"증명해봐."

칼끝이 목에 닿았다. 차가웠다.

로로는 숨을 참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어떻게 증명해? 나도 확신이 없는데.'

엘리스가 세리온의 팔을 잡았다.

"잠깐만. 죽이면 안 돼."

"왜?"

"저주 조항 기억 안 나? 파괴자를 죽이는 자가 진짜 파괴자가 된다고."

세리온의 손이 멈췄다.

칼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럼 어쩌라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엘리스가 0권을 펼쳤다. 손이 떨렸다.

"여기 분명 답이 있을 거야."

페이지를 넘겼다. 빈 장이 나왔다.

아니, 빈 게 아니었다.

글자가 천천히 나타났다. 한 글자씩.

'창조자는 거울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울 속?"

로로는 바닥의 거울 조각을 봤다.

조각이 떨렸다. 금이 더 갔다.

그 안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뭐야, 저거."

세리온이 뒤로 물러났다.

거울 속에서 손이 나왔다.

창백한 손. 손톱이 검었다.

"으악!"

엘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손이 바닥을 짚었다. 팔이 나왔다. 어깨가 나왔다.

머리가 나왔다.

로로와 똑같은 얼굴이었다.

"..."

숨이 멎었다.

거울 속에서 나온 로로가 일어났다. 옷도 똑같았다. 머리 모양도 똑같았다.

하지만 눈빛이 달랐다.

"오래 기다렸어."

목소리도 똑같았다. 하지만 톤이 달랐다.

차갑고, 낮고, 비어 있었다.

"넌 누구야?"

로로는 뒤로 물러났다.

"나?"

거울 속 로로가 웃었다.

"네 미래."

"거짓말."

"아니야."

한 걸음 다가왔다.

"넌 10년 전에 이 세계를 상상했어.

총 7,060자 · 약 14분

- 4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박설 (a life story of a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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