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약 14분 · 총 6,929자

망나니의 귀환: 복수의 칼날

주인공: 강한결

배달 앱이 울렸다.

강한결은 헬멧을 고쳐 쓰며 화면을 확인했다.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강남까지. 3만 원. 거리 치고는 괜찮은 금액이었다.

"...별수 없지."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엔진음이 밤거리에 퍼졌다.

배달 가방 안쪽 깊은 곳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한결은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착각이길 바랐다.

하지만 오른팔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제발 아니길.'

신호등이 바뀌었다. 한결은 액셀을 꺾었다.

강남 빌딩 숲 사이로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네비게이션이 목적지 도착을 알렸다.

한결은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봤다. 5층짜리 낡은 상가 건물. 1층은 편의점, 나머지는 사무실로 보였다.

배달 앱 메모란에 적힌 주소는 3층이었다.

'마씨앤파트너스.'

간판도 없는 사무실이었다.

한결은 배달 가방에서 음식을 꺼냈다. 치킨 한 마리. 하지만 손이 떨렸다.

오른팔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또 시작인가.'

계단을 오르는 동안 팔의 열기는 점점 강해졌다. 3층 복도 끝,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문 앞에 섰을 때였다.

안에서 비명이 들렸다.

"으아아악!"

남자의 목소리였다. 늙고 떨리는 목소리.

한결은 문고리에 손을 댔다. 잠기지 않았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사무실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소파와 책상, 그리고 바닥에 무릎 꿇은 노인 한 명.

노인의 손가락에서 피가 흘렀다.

그 앞에 선 남자가 망치를 들어 올렸다.

"이 개새끼가. 이자도 못 갚으면서 딸 결혼식은 올리겠다고?"

"제, 제발... 한 달만, 한 달만 더..."

"닥쳐. 손가락 하나 더 부러뜨릴까?"

한결의 오른팔이 불타올랐다.

배달 가방 안에서 칼이 울부짖었다.

한결은 이를 악물었다. 참아야 했다. 지난번처럼 되면 안 됐다.

'그냥 배달만 하고 가자.'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치킨 박스를 든 왼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망치가 다시 내려찍히는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악!"

노인의 비명.

그리고 남자의 웃음소리.

"이게 바로 교육이지. 너 같은 쓰레기들한텐 말보다 주먹이 빠르거든."

한결의 시야가 흔들렸다.

오른팔에서 푸른 기운이 피어올랐다. 헬멧 안쪽 유리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빛났다.

'안 돼.'

한결은 헬멧을 벗어 던졌다. 치킨 박스도 바닥에 내려놨다.

배달 가방을 열었다.

천으로 감싼 칼이 그 안에 있었다. 칼집도 없이 천 조각으로만 감싼 낡은 칼.

손이 칼을 향해 뻗어졌다.

'잡으면 안 돼. 잡으면...'

하지만 손가락은 이미 천을 풀고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었다.

순간, 한결의 의식이 뒤로 밀려났다.

눈앞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목소리. 아니, 자신의 목소리였지만 자신이 아니었다.

'죄인을 발견하였도다.'

한결의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말투도 달랐다. 억양도 달랐다.

손이 문을 밀었다.

문이 벌컥 열렸다.

사무실 안의 남자들이 일제히 돌아봤다. 세 명. 망치를 든 남자와 소파에 앉은 두 명.

"뭐야, 너?"

망치를 든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태수. 이 일대에서 악명 높은 사채업자였다.

한결은, 아니 한결의 몸을 빌린 '시우'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칼을 든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허리춤으로 내려갔다.

"배, 배달 온 거 아니었어?"

소파에 앉은 남자 하나가 벌떡 일어섰다.

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마태수를 바라봤다.

"이 새끼가 미쳤나?"

마태수가 망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결을 향해 휘둘렀다.

칼이 움직였다.

쨍그랑.

망치가 두 동강 났다. 자루만 남은 채 마태수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뭐, 뭐야!"

마태수가 뒤로 물러섰다.

시우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칼끝이 마태수의 목을 향했다.

"죄목을 고하노라."

목소리가 사무실 안을 울렸다. 고어체. 500년 전 조선의 말투.

"첫째, 무고한 백성의 재물을 빼앗았으며."

소파에 앉았던 남자 둘이 권총을 꺼냈다.

탕! 탕!

총성이 울렸다.

하지만 칼이 허공을 갈랐다. 총알 두 발이 땅에 떨어졌다.

"둘째, 폭력으로 백성을 짓밟았도다."

시우의 몸이 유령처럼 미끄러졌다. 두 남자의 손목을 칼등으로 쳤다. 권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남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칼날은 살을 베지 않았다. 단지 공포만 심어줬을 뿐.

"셋째."

시우가 마태수 앞에 섰다.

"네놈의 죄, 이 칼이 기억하노라."

마태수의 다리가 풀렸다. 무릎이 저절로 꺾였다.

"저, 저기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할게요!"

# Part 2/3: 전개

마태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제발... 제발요..."

시우는 칼을 내렸다. 하지만 칼끝은 여전히 마태수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용서를 구하는가."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한결의 입술이지만 한결의 말투가 아니었다.

마태수가 고개를 조아렸다. 이마가 바닥에 닿았다.

"다, 다시는 안 할게요! 돈도 다 돌려줄게요!"

시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칼날에 비친 마태수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였다.

'죄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거짓이로다.'

칼이 떨렸다. 베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시우는 칼을 거뒀다.

"아직은 아니로다."

마태수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

"그, 그럼...?"

시우는 뒤를 돌아 노인을 바라봤다. 바닥에 웅크린 채 부러진 손가락을 감싸 쥔 노인.

"일어나시오."

노인이 떨리는 눈으로 시우를 올려다봤다.

"당, 당신은..."

"묻지 마시오. 그저 가시오."

노인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문 쪽으로 몇 걸음 옮기다가 돌아봤다.

"고, 고맙습니..."

"가시오."

노인이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로 발소리가 멀어졌다.

사무실 안이 고요해졌다.

소파에 주저앉은 남자 둘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마태수는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시우가 천천히 칼을 천으로 감쌌다.

"명부에 그대의 이름이 적혀 있도다."

마태수의 어깨가 움찔했다.

"하나 아직 때가 아니로구나."

시우가 배달 가방을 집어 들었다. 칼을 안에 넣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고개를 조아릴 시간조차 주지 않으리라."

문이 닫혔다.

복도에 나선 순간, 한결의 눈에서 푸른 빛이 사라졌다.

휘청.

다리에 힘이 풀렸다. 벽에 손을 짚었다.

"헉... 헉..."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또... 또 빼앗겼어.'

오른팔을 내려다봤다. 검붉게 부풀어 올랐던 혈관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한결은 이를 악물었다.

'이러다 진짜 내가 사라지는 거 아냐?'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다리가 후들거렸다. 1층 편의점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가 보였다.

헬멧을 집어 들려는데 손이 떨렸다.

바닥에 떨어뜨린 치킨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배달...'

배달은 실패했다. 앱에서 패널티가 뜰 게 뻔했다.

한결은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람을 죽일 뻔했어.'

아니, 죽이지 않은 게 이상했다. 지난번엔 칼이 목을 베었다. 이번엔 왜 멈췄을까.

'명부에 이름이 적혀 있다? 아직 때가 아니다?'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다.

한결은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냥 달리고 싶었다.

한강변 도로를 따라 오토바이가 질주했다.

바람이 헬멧을 때렸다. 차가운 밤공기가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한결은 액셀을 더 꺾었다.

속도계 바늘이 100을 넘어섰다.

'이대로 사라지면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칼도, 시우도, 복수도 모두 내려놓고.

하지만 오른팔이 다시 욱신거렸다.

한결은 이를 갈았다.

'놔줄 생각이 없구나.'

신호등이 빨갛게 켜졌다. 한결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교차로를 그대로 통과했다.

경적 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한결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한결은 오토바이를 세우고 화면을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받지 않으려다가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여보세요."

"강한결 씨?"

남자 목소리였다. 나이 지긋한 음성.

"누구세요."

"박문수라고 합니다. 만나서 얘기 좀 하죠."

한결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얘기?"

"칼 얘기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떻게."

"3층 사무실 앞에 있었습니다. 다 봤어요."

한결은 숨을 멈췄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한강변이요."

"10분 뒤에 반포대교 남단 편의점 앞으로 오세요. 혼자."

전화가 끊겼다.

한결은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누구지.'

경찰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

오른팔이 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칼이 반응하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건가.'

한결은 배달 가방을 열었다. 천으로 감싼 칼이 그 안에 있었다.

칼자루에 손을 대려다 말고 멈췄다.

'잡으면... 또 빼앗긴다.'

한결은 가방을 닫았다. 오토바이 시동을 다시 걸었다.

반포대교 남단 편의점.

한결이 도착했을 때 한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50대쯤 돼 보이는 남자. 깔끔한 정장 차림에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다.

남자가 한결을 보고 손을 들었다.

"강한결 씨?"

한결은 헬멧을 벗으며 다가갔다.

"박문수?"

"네."

남자가 옆자리를 가리켰다.

"앉으시죠."

한결은 앉지 않았다.

# Part 3/3: 위기-클리프행어

"서서 들으셔도 됩니다."

박문수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았다.

"칼 얘기 하신다며."

"네. 그 칼, 원래 주인이 따로 있습니다."

한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무슨 소리?"

"강한결 씨 아버지, 강민재 씨가 훔쳐간 겁니다."

주먹이 저절로 쥐어졌다.

"증거는?"

"15년 전 기록을 봤습니다. 국립박물관 수장고 도난 사건."

박문수가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줬다.

신문 기사 스크랩이었다. '조선시대 처형도 일괄 도난, 용의자 불명.'

"아버지는 도둑이 아니었어요."

한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럼 뭡니까?"

"..."

대답할 수 없었다.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박문수가 담배를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그 칼은 조선 세조 때 만들어진 처형도입니다. 이름은 '시우참'."

"시우?"

"죄인을 베는 칼이라는 뜻이죠. 전설에 따르면 500명을 베었다고 합니다."

한결의 오른팔이 욱신거렸다.

"그래서요?"

"칼에 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원한을 품은 자의 혼이."

"말도 안 돼."

"본인이 제일 잘 아시잖습니까."

박문수가 한결의 오른팔을 가리켰다.

"그 팔, 칼을 쥘 때마다 뜨거워지죠?"

한결은 팔을 뒤로 뺐다.

"누가 시킨 거예요. 누가 날 미행한 거냐고."

"아무도 안 시켰습니다. 그냥 칼이 움직이면 느껴져요."

"느껴진다고?"

박문수가 웃었다. 쓸쓸한 웃음이었다.

"저도 15년 전엔 강한결 씨 같았습니다. 칼을 주웠죠."

한결의 숨이 멎었다.

"뭐?"

"시우참은 주인을 고릅니다. 원한이 깊은 자, 복수를 꿈꾸는 자."

박문수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시커먼 화상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칼을 놓지 못하면 이렇게 됩니다."

한결이 뒤로 물러섰다.

"거짓말..."

"3년 동안 17명을 죽였습니다. 제 손으로."

박문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마지막엔 제 가족까지 죽일 뻔했어요. 칼이 명령했거든요."

한결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칼을 버리세요. 지금 당장."

"싫어."

"왜?"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한결이 배달 가방을 꽉 껴안았다.

박문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김철호 얘기인가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떻게..."

"칼이 원하는 게 그겁니다. 강한결 씨 아버지를 죽인 자."

한결의 입술이 바짝 말랐다.

"어디 있어요."

"모릅니다. 15년 전에 사라졌어요."

"거짓말."

"진짭니다. 하지만 칼은 알고 있을 겁니다."

박문수가 한결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칼이 이끄는 대로 가면 결국 만나게 될 겁니다. 그 전에 강한결 씨가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배달 앱 알림이었다.

'새로운 주문이 접수되었습니다.'

한결이 화면을 확인하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주문 장소: 한남동 리첸시아 펜트하우스 A동 3702호.

주문 메뉴: 없음.

주문자 이름: 최성재.

박문수가 물었다.

"뭡니까?"

한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어디 가십니까!"

"배달이요."

시동이 걸렸다.

박문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칼을 쥐면 안 됩니다! 이번엔 정말 돌아오지 못해요!"

한결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액셀을 꺾었다.

오토바이가 한남동을 향해 질주했다.

신호등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최성재.'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한 달 전 뉴스에 나왔던 얼굴.

음주운전으로 여대생을 치어 죽이고도 집행유예를 받은 재벌 3세.

오른팔이 불타올랐다.

배달 가방 안에서 칼이 울부짖었다.

'죄인을 발견하였도다.'

시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한결은 이를 악물었다.

'아직은 아냐. 아직은 내 차례야.'

하지만 팔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핸들을 쥔 손이 떨렸다.

리첸시아 펜트하우스 앞.

한결이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경비원이 다가왔다.

"배달이신가요?"

"네."

"3702호 맞으시죠? 올라가세요."

경비원이 엘리베이터 카드를 찍어줬다.

한결은 배달 가방을 메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37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한결은 가방을 열었다.

칼이 그 안에 있었다. 천이 저절로 풀리고 있었다.

'잡지 마. 잡으면 끝이야.'

하지만 손이 먼저 움직였다.

칼자루를 움켜쥐는 순간, 세상이 푸르게 물들었다.

"아..."

한결의 의식이 뒤로 밀려났다.

'안 돼... 아직...'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시우가 복도로 걸어 나갔다.

3702호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렸다.

총 6,929자 · 약 14분

- 1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안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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