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약 14분 · 총 6,967자

망나니 사냥꾼: 저승사자의 등장

주인공: 강한결

오토바이 엔진음이 한남동 언덕을 타고 올라갔다.

강한결은 헬멧 너머로 펼쳐진 야경을 봤다. 반짝이는 불빛들. 저 안에서 누군가는 와인을 마시고, 누군가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겠지.

'...나랑은 상관없는 세상.'

배달 가방 속에서 뭔가 뜨거워졌다.

칼이었다.

한결은 악셀을 놓지 않았다. 왼팔이 욱신거렸다. 재킷을 걷어 올리자 화상 자국이 어깨까지 번져 있었다. 지난주엔 손목까지였는데.

"제발 좀."

중얼거렸지만 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뜨거워질 뿐.

신호등이 빨갛게 바뀌었다. 한결은 멈추지 않았다. 새벽 두 시, 차는 없었다.

펜트하우스 정문 앞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경비원이 졸고 있었다. 한결은 그대로 지나쳤다. 말 걸 이유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37층.

올라가는 동안 칼이 점점 더 뜨거워졌다. 가방 천이 타들어갈 것 같았다.

'이번엔 누군데.'

궁금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우가 알아서 할 테니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복도는 조용했다. 발소리가 울렸다.

3703호.

초인종을 눌렀다.

***

같은 시각, 남산 기슭.

무학은 나침반을 쥔 채 숨을 참았다.

바늘이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방위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그냥 돌았다. 빙글빙글. 제정신이 아니었다.

"저승의 기운이..."

무학의 손이 떨렸다.

30년간 퇴마사로 살았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다. 바늘이 이렇게 반응한다는 건 저승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뜻이었다.

"시우의 칼인가."

나침반을 탁자에 내려놨다. 바늘이 한남동을 향해 고정됐다.

무학은 벽에 걸린 도구 가방을 집어 들었다. 부적, 소금, 동아줄. 낡았지만 손때 묻은 것들.

"늦으면 안 되는데."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계단을 내려가며 핸드폰을 꺼냈다. 택시를 부를까 하다가 관뒀다. 설명할 수 없었다.

'저승의 칼이 사람을 죽이려 합니다'라고?

무학은 그냥 달렸다.

***

최성재가 문을 열었다.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와이셔츠는 단추가 두 개 풀려 있었고, 손엔 위스키 잔이 들려 있었다.

"배달?"

최성재가 한결을 위아래로 훑었다.

"난 안 시켰는데."

한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최성재를 봤다.

'이 사람이구나.'

칼이 뜨거워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최성재가 비웃었다.

"뭐야, 벙어리야?"

한결은 가방을 내렸다. 지퍼를 열려던 순간,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아니다.'

시우였다.

'죄의 무게를 먼저 재야 하느니라.'

한결은 이를 악물었다. 손이 떨렸다.

최성재가 문을 닫으려 했다.

"잘못 찾아온 거면 꺼져."

"...최성재 맞죠."

한결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최성재가 멈칫했다.

"어? 날 어떻게 아는데."

"뉴스에 나왔으니까."

"뉴스?"

최성재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다 이내 웃었다.

"아, 그 여대생? 그거?"

한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최성재가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혹시 유족이야? 아니면 기자?"

"..."

"얼마면 돼? 5억 줬는데 더 원해?"

한결의 손톱이 손바닥에 박혔다.

최성재가 계속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 1억? 2억? 아, 근데 난 돈 없어. 우리 아버지가 다 처리했거든."

"닥쳐."

한결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최성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너 지금 반말 한 거야?"

"..."

"야, 너 배달부 주제에 감히—"

"배달부가 뭐 어때서."

한결이 최성재를 똑바로 봤다.

최성재가 웃었다. 비웃음이었다.

"배달부가 뭐 어때서? 야, 배달부는 배달이나 해. 남의 일에 왜 끼어들어?"

"..."

"아, 혹시 너도 사고 났어? 배달하다가?"

최성재가 핸드폰을 꺼냈다. 몇 번 화면을 넘기더니 한결에게 보여줬다.

"강한결. 맞지?"

한결의 눈이 흔들렸다.

화면엔 기사가 떠 있었다. 15년 전 뺑소니 사건. 피해자 강민수. 유족 강한결.

"어떻게..."

"요즘 정보는 돈만 있으면 다 나와."

최성재가 위스키를 다 마셨다.

"너 배달 오토바이 번호판 찍어서 조회했더니 금방 나오던데? 아버지 뺑소니 당했다며? 15년 전에?"

한결의 주먹이 떨렸다.

최성재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불쌍하네, 진짜.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

"아, 혹시 범인이 나인 줄 알았어? 미안한데 난 그땐 중학생이었거든. 아쉽게도."

최성재가 문을 닫으려 했다.

"야, 그리고 다신 오지 마. 경비한테 얘기할 거야."

한결이 문을 막았다.

최성재가 인상을 썼다.

"야, 지금 뭐 하는 거야?"

"...별수 없지."

한결이 중얼거렸다.

"뭐?"

"별수 없다고."

한결이 가방 지퍼를 열었다. 칼자루가 보였다.

최성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칼자루를 잡는 순간, 세상이 기울었다.

아니, 기운 게 아니었다. 한결의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이자의 죄목을 읊어라.'

시우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한결은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났다.

"야, 너 지금..."

최성재가 뒷걸음질 쳤다. 위스키 잔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한결의 손이 칼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죄목."

한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낮고 쉰, 500년 전 목소리였다.

"음주운전 뺑소니. 피해자 이지은, 스물셋."

"이, 이봐—"

"증거 인멸. 뇌물 공여. 위증 교사."

최성재의 등이 벽에 닿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칼이 절반쯤 빠져나왔다. 검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안 돼.'

한결이 속으로 소리쳤다.

'아직 죽이면 안 돼. 김철호를 찾아야 해.'

시우가 비웃었다.

'이자가 그 길을 알려주겠느냐? 죽여도 늦지 않느니라.'

한결의 팔이 멋대로 움직였다. 칼이 완전히 뽑혔다.

검은 피가 칼날을 타고 흘렀다. 바닥에 떨어진 피는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최성재가 비명을 질렀다.

"아, 아버지! 아버지!"

핸드폰을 꺼내려다 손이 떨려 떨어뜨렸다.

한결이 한 걸음 다가섰다. 칼끝이 최성재의 목을 향했다.

'제발.'

한결이 온 힘을 다해 버텼다. 팔이 떨렸다.

'제발 멈춰.'

시우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왔다.

'네 아비를 죽인 자도 이렇게 빌었겠지. 멈춰 달라고.'

한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칼이 최성재의 목에 닿기 직전—

***

펜트하우스 현관문이 폭발했다.

아니, 폭발한 게 아니었다. 문짝이 통째로 날아가 거실 소파에 박혔다.

푸른 빛이 복도를 채웠다.

무학이 들어섰다.

손에 든 부적이 타오르고 있었다. 푸른 불꽃이었다.

"저승의 것은 저승으로!"

무학이 부적을 던졌다.

부적이 칼을 향해 날아갔다. 한결이 본능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부적이 두 동강 났다. 재가 되어 흩어졌다.

무학의 얼굴이 굳었다.

"이미 깨어났구나."

한결이 무학을 봤다. 아니, 시우가 봤다.

"도사의 후예로다."

목소리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결의 흔적이 사라졌다.

"500년 만이로구나, 망나니 시우."

무학이 두 번째 부적을 꺼냈다. 손이 떨렸다.

시우가 웃었다. 한결의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하나 이번에는 봉인당하지 않으리."

칼이 허공을 갈랐다. 붉은 빛이 무학을 향해 쏟아졌다.

무학이 부적을 앞에 세웠다. 푸른 빛과 붉은 빛이 부딪쳤다.

펜트하우스 유리창이 금이 갔다. 거실 천장에서 석고 가루가 떨어졌다.

최성재가 바닥을 기며 화장실로 도망쳤다.

무학이 이를 악물었다.

"네가 원하는 건 저 인간이 아니잖아!"

"그러하다."

시우가 칼을 거뒀다.

"이자는 미끼일 뿐. 진짜 죄인은 따로 있도다."

무학의 눈이 커졌다.

"미끼?"

시우가 한결의 팔을 들어 올렸다. 화상 자국이 어깨를 넘어 목까지 번져 있었다.

"이 육신의 주인이 원하는 자. 김철호."

무학이 숨을 삼켰다.

"설마..."

"15년 전, 이 아이의 아비를 치어 죽인 자로다."

시우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켜졌다.

배달 앱 알림이 떠 있었다.

주문자: 김철호.

주소: 인천 남동구 구월동 폐공장.

무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안 돼. 그건 함정이야!"

"알고 있느니라."

시우가 비웃었다.

"하나 이 아이는 가고 싶어 하느니라. 온몸이 떨리도록."

한결의 의식이 깜빡였다.

'김철호...'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찾았다. 드디어.'

시우가 속삭였다.

'그렇다. 드디어로다. 이제 네 손으로 직접 베어라.'

한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웃고 있었다.

무학이 소리쳤다.

"정신 차려! 칼이 네 증오를 먹고 있어!"

하지만 한결은 듣지 않았다. 아니, 들을 수 없었다.

시우가 칼을 거두고 한결에게 육체를 돌려줬다.

한결이 비틀거렸다.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무학이 다가서려 했다.

"움직이지 마."

한결이 칼을 겨눴다. 손이 떨렸지만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가야 돼."

"가면 죽어. 칼한테 완전히 먹혀."

"상관없어."

한결이 최성재가 도망간 화장실을 봤다.

"...다음엔 없어."

그리고 오토바이 키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무학이 마지막 부적을 꺼냈다. 손이 떨렸다.

"이 육신째 봉인하겠다!"

부적이 한결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

한결이 피하지 않았다. 부적이 이마에 붙었다.

무학이 인을 맺었다. 입술이 주문을 읊었다.

부적에서 푸른 불꽃이 타올랐다.

하지만—

부적이 타들어갔다. 재가 되어 흩어졌다.

무학이 경악했다.

"말도 안 돼..."

한결의 이마에서 재가 흩어졌다.

무학이 뒷걸음질 쳤다.

"두 개의 원한이... 공명하고 있어."

한결이 무학을 봤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반은 검었고, 반은 붉었다.

"비켜."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한결과 시우가 동시에 말하고 있었다.

무학이 주저앉았다.

"이미... 늦었구나."

한결이 고개를 돌렸다. 화장실 쪽을 봤다.

최성재가 문틈으로 떨며 내다보고 있었다.

"...다음엔 없어."

한결이 오토바이 키를 쥐고 현관으로 향했다.

무학이 소리쳤다.

"가면 안 돼! 김철호는 함정을 판 거야!"

한결의 발걸음이 멈췄다.

"알아."

"알면서도 가는 거야?"

"..."

한결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렸다.

무학과 눈이 마주쳤다.

한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웃고 있었다.

문이 닫혔다.

***

무학이 바닥을 쳤다.

"제길..."

최성재가 화장실에서 기어 나왔다. 바지에 오줌이 배어 있었다.

"뭐, 뭐였어 방금 그거..."

무학이 최성재를 노려봤다.

"네 목숨, 오늘 하루 더 산 거다."

"뭐?"

"감사해라. 저 인간한테."

무학이 일어섰다. 핸드폰을 꺼냈다.

화면엔 나침반 앱이 떠 있었다. 바늘이 미친 듯이 돌다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인천 남동구.

무학이 이를 악물었다.

"망나니 칼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가는구나."

최성재가 소파에 주저앉았다.

"김철호가 누군데..."

무학이 최성재를 내려다봤다.

"너 아버지 친구 아니야?"

최성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15년 전 뺑소니. 네 아버지가 돈으로 덮었지."

무학이 현관으로 향했다.

"근데 진짜 범인은 김철호였어. 네 아버지는 그냥 공범."

최성재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었다.

"아버지..."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렸다.

무학이 뒤돌아봤다.

"전화 끊어. 어차피 안 받아."

"왜?"

"김철호한테 가 있을 테니까."

무학이 계단으로 뛰어갔다.

최성재의 핸드폰에서 '통화 연결 실패' 메시지가 떴다.

***

한결이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었다. 엔진음이 지하 주차장에 울렸다.

핸드폰을 거치대에 올렸다. 내비게이션이 켜졌다.

목적지: 인천 남동구 구월동 폐공장.

예상 시간: 47분.

한결이 액셀을 잡았다. 손이 떨렸다.

'15년이야.'

시우가 속삭였다.

'그렇다. 길고도 짧았느니라.'

한결의 어깨에서 화상 자국이 목을 타고 턱까지 올라왔다.

아팠다. 살이 타는 것 같았다.

'이러다 죽는 거 아냐.'

'죽지 않느니라. 네가 원하는 한.'

'...원하긴 뭘 원해.'

한결이 비웃었다.

'그냥 끝내고 싶을 뿐이야.'

오토바이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

인천 남동구 폐공장.

담배 연기가 어둠 속에서 피어올랐다.

남자가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화면에 '배달 진행 중' 메시지가 떴다.

"47분이면..."

남자가 시계를 봤다.

"10시 23분쯤 도착하겠네."

웃었다.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오랜만이네, 한결아."

남자 옆에 누군가 서 있었다.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 최성재의 아버지, 최진우였다.

"김 회장님, 정말 올까요?"

김철호가 담배를 비볐다.

"오지. 15년 동안 날 찾았는데."

"근데 왜 하필 지금..."

"때가 됐으니까."

김철호가 공장 안쪽을 가리켰다.

어둠 속에서 뭔가 움직였다.

최진우의 얼굴이 굳었다.

"저, 저건..."

"네가 원했잖아. 아들 살려달라고."

김철호가 서류 봉투를 꺼냈다.

"영혼 양도 계약서. 서명했지?"

최진우가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받았다.

"하지만 이건..."

"15년 전에도 그랬잖아. 뺑소니 덮어달라고 빌었지."

김철호가 최진우의 어깨를 쳤다.

"이번에도 덮어줄게. 대신."

어둠 속에서 뭔가 기어 나왔다.

최진우가 비명을 삼켰다.

"아들 하나 정도는 내놔야지."

김철호가 웃었다.

***

한결이 고속도로에 올랐다.

속도계 바늘이 120을 넘어섰다.

바람이 헬멧을 때렸다. 귀가 멍멍했다.

'빨리.'

한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빨리 가야 돼.'

시우가 말했다.

'서두를수록 함정에 빠지느니라.'

'닥쳐.'

한결이 속으로 소리쳤다.

'넌 가만히 있어. 이건 내 일이야.'

'네 일?'

시우가 비웃었다.

'이미 네 일이 아니로다. 우리의 일이니라.'

화상 자국이 한결의 뺨을 타고 올라왔다.

눈꺼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결이 헬멧을 벗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거울을 봤다.

오른쪽 눈이 붉게 변해 있었다.

"제길..."

한결이 오토바이를 세웠다. 갓길에 멈춰 섰다.

숨이 거칠었다. 손이 떨렸다.

'진정해. 진정하라고.'

시우가 속삭였다.

'진정? 15년을 기다렸는데?'

총 6,967자 · 약 14분

- 2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안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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