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약 4분 · 총 2,223자

침묵하는 심장

주인공: 한지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이 긴 선처럼 번져 내려왔다.

실내는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작은 숨소리 하나조차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

한지수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대리석 바닥의 차가움이 등을 타고 서서히 스며들었다.

처음엔 아팠다. 숨이 막힐 것처럼, 몸이 찢어지는 것처럼.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통증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 대신 몸이 가라앉고 있었다.

끝을 향해 천천히. 그녀의 시선 끝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박건우. 젖은 구두가 바닥에 남긴 물자국이 천천히 번지고 있었다.

그는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지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표정은 담담했다. 마치 이미 끝난 일을 확인하는 사람처럼.

“생각보다… 오래 버티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조용했다.

지수는 입을 열려 했지만 숨이 먼저 새어 나왔다.

“왜…”

간신히 흘러나온 말이었다. 건우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가 곧 가라앉았다.

“왜냐고?”

그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당신이 가진 게 많아서.”

짧은 대답이었다.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들렸다.

지수는 잠깐 눈을 감았다. 아, 그렇구나.

이 결혼이 처음부터 어떤 방향이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너무 늦게. 손끝이 떨렸다. 피가 손가락 사이를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겨우 돌렸다. 문 쪽. 닫혀 있었다.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

그때였다.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건우의 시선이 돌아갔다. 지수의 눈도 그쪽을 향했다.

그리고 그가 있었다. 최도현. 숨이 고르지 못한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었고, 셔츠는 비에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평소의 단정한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그의 눈만은 선명했다.

곧장 지수를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지수의 심장이 이상하게 크게 뛰었다.

왜. 이 사람이 왜 여기…

도현은 한 발 내딛었다. 바닥에 번진 피를 밟고도 전혀 멈추지 않았다.

“지수야.”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낮게, 그러나 분명하게 울렸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듣고 숨을 들이켰다. 이 목소리. 잊은 줄 알았는데.

도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곧장 그녀 곁으로 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지수를 끌어안았다. 단 한 번도 망설이지 않은 사람처럼.

지수의 몸이 그의 품 안으로 무너졌다. 따뜻했다. 너무 선명하게.

그녀는 눈을 떴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의 얼굴이 보였다.

익숙한데, 너무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졌다.

“왜… 왔어…”

겨우 나온 말이었다. 도현의 손이 그녀의 등을 감쌌다.

더 단단하게. 놓지 않겠다는 듯이.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숨이 그녀의 귓가에서 흔들렸다. 아주 미세하게.

지수는 그 감각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의 체온만은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

그녀는 문득 떠올렸다. 아주 오래전. 비슷한 온기를 느낀 적이 있었다는 걸.

그때는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았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나…”

말이 끊겼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도현이 고개를 숙였다. 이마가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지수야.”

그가 낮게 불렀다. 그 한마디 안에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지수의 눈이 흔들렸다. 이 사람은 항상 이런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던 걸까.

자신만 모르고 있었던 걸까. 가슴이 조여왔다. 숨이 점점 가빠졌다.

“미안…”

겨우 흘러나온 말이었다. 도현의 눈이 순간 멈췄다.

아주 짧게.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수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조금도 틈이 없게.

마치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것처럼.

지수의 시야가 천천히 어두워졌다.

비 소리가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느껴진 건 그의 품 안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놓쳐버린 것에 대한 늦은 깨달음이었다.

완전히 이해한 순간, 모든 것이 끊어졌다.

…눈을 떴다.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너무 평범한 아침이었다.

지수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몸을 급하게 일으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방 안을 둘러봤다. 익숙한 풍경. 익숙한 공기.

그리고 익숙한 시간. 그녀의 손이 떨렸다.

여기… 이곳은… 알고 있었다.

이미. 이혼하기 전. 아직 모든 게 무너지기 전의 시간.

그때였다. 문 밖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지수의 몸이 굳어버렸다. 천천히 문 쪽을 바라봤다.

숨이 멈춘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리고 문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총 2,223자 · 약 4분

- 1 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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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회귀#감성#재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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