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약 14분 · 총 7,142자

장로의 함정 질문

주인공: 강민준

마천룡이 물러간 뒤, 화산파 대전은 축제 분위기였다.

"백년검법의 위용이 저리 대단할 줄이야!"

"소금 결계라니, 도대체 어떤 원리인가!"

제자들이 와글대는 가운데, 민준은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아, 진짜... 집 가고 싶다.'

손은 아직 떨렸다.

마천룡의 살기가 뼛속까지 스며든 기분이었다.

"강민준."

등골이 서늘해졌다.

돌아보니 현무 장로가 서 있었다.

백발에 주름진 얼굴, 그런데 눈빛만은 송곳처럼 날카로웠다.

"저, 저기..."

"잠시 따라오거라."

명령조였다.

민준은 벌떡 일어났다가 비틀거렸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이거 뭐, 또 무슨 일이야...'

장로는 이미 돌아서서 걷고 있었다.

민준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뒤따랐다.

주변 제자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저 자가 정말 백년검법의 전승자란 말인가?"

"검 한 번 휘두르지 않고 마천룡을 물리쳤다던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민준은 고개를 더욱 숙였다.

'제가 뭘 했다고...'

현무 장로가 멈춘 곳은 대전 뒤편의 작은 누각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무혁이었다.

"장로님."

진무혁이 포권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그 시선이 민준에게로 향했다.

'왜 또 저 사람이...'

민준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앉거라."

장로가 상석에 앉으며 말했다.

민준은 가장 구석자리로 가서 조그맣게 앉았다.

진무혁은 민준 맞은편에 앉더니, 팔짱을 꼈다.

"장로님, 왜 저를 부르셨습니까?"

진무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설마 저 사기꾼의 말을 믿으시려는 겁니까?"

"사, 사기꾼이라니..."

민준이 작게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장로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진무혁."

"예."

"너는 마천룡이 물러간 이유를 아느냐?"

"그야... 소금 결계 때문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우연일 뿐입니다."

진무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자는 검법 한 수 모릅니다. 내공도 없고요. 어떻게 그런 자가 백년검법의 전승자란 말입니까!"

"그래서 직접 시험해보려 한다."

장로의 말에 민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시, 시험?'

"강민준."

"예, 예!"

민준이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장로가 천천히 민준을 바라봤다.

"소금 결계의 원리를 설명해보거라."

"그게... 저기..."

민준의 입이 바짝 말랐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뭐라고 설명해? 전해질? 이온? 그게 무협에서 통할 리가 없잖아...'

"말해보거라."

장로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압박이 느껴졌다.

"저, 저는..."

민준은 손가락을 꼬았다 폈다 반복했다.

진무혁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보십시오. 저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 아닙니다!"

민준이 벌떡 소리쳤다가, 자기도 놀라서 움찔했다.

'왜 내가 소리를 질렀지...'

장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럼 설명해보거라. 어찌 땀으로 소금을 활성화시켰는지."

"그건..."

민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게임에서 봤던 건데... 전해질이 물에 녹으면 이온이 되고, 그게 전기를 통하게 하는 거... 근데 이걸 어떻게 무협 용어로 바꿔?'

"땀에는... 기운이 담겨 있습니다."

민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기운이 소금과 만나면... 활성화되는 겁니다."

"기운?"

진무혁이 코웃음을 쳤다.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흥미롭구나."

장로가 끼어들었다.

"그럼 다른 체액으로도 가능하겠느냐?"

"네?"

민준의 눈이 커졌다.

'이게 무슨 함정 질문이야...'

"땀으로 되었다면, 혈액이나 다른 것으로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장로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민준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거... 잘못 대답하면 끝이야.'

"그, 그건..."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전해질... 혈액도 전해질이긴 해. 근데 농도가 다르고...'

"가능하긴 합니다만..."

민준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위험합니다."

"위험하다?"

"혈액은... 너무 강한 기운을 담고 있어서, 자칫하면 역류할 수 있습니다."

'제발 믿어줘...'

민준은 속으로 빌었다.

장로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가락을 펼쳤다.

쉭.

손톱으로 검지 끝을 그었다.

붉은 피가 맺혔다.

"그럼 증명해보거라."

"예?"

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 혈액으로 시험해보라는 말이다."

장로가 손가락을 내밀었다.

핏방울이 똑, 떨어질 듯 말 듯 매달려 있었다.

'미친... 이게 무슨...'

민준은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벽에 등이 닿았다.

"못 하겠다는 말이냐?"

진무혁이 비아냥거렸다.

"역시 사기꾼이었군요."

"아, 아닙니다..."

민준은 손을 떨며 품에서 소금 봉지를 꺼냈다.

라면 스프 봉지였다.

# Part 2: 전개

민준은 떨리는 손으로 스프 봉지를 뜯었다.

바스락.

소금 알갱이가 손바닥에 쏟아졌다.

'제발... 제발 좀...'

장로의 핏방울이 여전히 손끝에 매달려 있었다.

민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소금을 피 위에 뿌렸다.

치지직.

"뭐, 뭐야?"

진무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준이 눈을 떴다.

장로의 손끝에서 푸른빛이 번지고 있었다.

소금과 혈액이 섞인 부분에서 작은 불꽃처럼.

"이건..."

장로의 눈빛이 변했다.

놀라움이었다.

"정말로 기운이 활성화되는군."

민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짜 된다고?'

그런데 곧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빛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장로님!"

진무혁이 소리쳤다.

장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윽..."

푸른빛이 손끝에서 팔뚝으로 타고 올라갔다.

'역류!'

민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혈액은 위험하다고!"

민준이 소리치며 장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손가락을 눌렀다.

핏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퍽.

푸른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장로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진무혁이 달려들었지만, 장로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물러서라."

"하지만..."

"물러서라 했다."

장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진무혁은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났다.

장로는 천천히 민준을 바라봤다.

"네 말이 맞았구나."

"예?"

"혈액은 정녕 위험하다. 내공이 역류할 뻔했다."

민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그런데 장로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렇다면 묻겠다."

"예, 예."

"땀으로는 왜 역류하지 않는가?"

민준의 등에 다시 식은땀이 흘렀다.

'이 양반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네.'

"그건..."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땀과 혈액의 차이... 농도? 아니, 순도!'

"땀은... 기운의 순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민준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혈액은 순도가 너무 높아서 소금과 만나면 폭발적으로 반응하지만, 땀은 적당히 희석되어 있어서..."

"적당히 희석되어 있다?"

장로가 되물었다.

"그렇다면 혈액을 물로 희석하면 되지 않겠느냐?"

'아, 진짜...'

민준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그, 그건... 물에는 기운이 없어서..."

"흥."

장로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진지했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 시험을 해보겠다."

"진짜... 시험이요?"

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방금 게 가짜였다고?'

장로는 진무혁을 돌아봤다.

"진무혁."

"예, 장로님."

"네가 직접 배워보거라."

"예?"

진무혁의 얼굴이 굳었다.

"소금 결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저자가 진짜 전승자라면, 제자를 가르칠 수 있을 것 아니냐."

장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교활한 미소였다.

민준은 입이 바짝 말랐다.

'이건... 완전히 함정이잖아.'

진무혁이 민준을 노려봤다.

"좋습니다. 배워보겠습니다."

그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저 자식이 가르쳐줄 리 없다. 그럼 사기꾼으로 낙인찍히겠지.'

진무혁의 속셈이 뻔했다.

"그, 그럼..."

민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소금을 손에 쥐세요."

진무혁은 코웃음을 치며 소금을 집어 들었다.

"이딴 게 무슨 소용이..."

"땀을 내야 합니다."

민준이 끼어들었다.

"땀이요?"

"네. 기운을 활성화하려면 땀이 필요하니까요."

진무혁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지금 나더러 땀을 흘리라는 겁니까?"

"그게..."

민준은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땀을 내? 운동? 여기서?'

그때 문이 열렸다.

"장로님!"

화련이 뛰어 들어왔다.

뒤따라 다른 제자들도 몇 명 들어섰다.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화련의 목소리가 누각 안을 울렸다.

진무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화련, 네가 여기서 왜..."

"소금 결계가 정말 효과가 있다면, 저희도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화련이 장로에게 포권했다.

"혈마신교가 다시 올지 모릅니다. 제자들도 대비해야 합니다."

장로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모두 배워보거라."

민준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미, 미쳤어? 이걸 어떻게 가르쳐?'

제자들이 우르르 민준 앞에 섰다.

열 명은 족히 넘었다.

"그럼 시작하시죠."

진무혁이 비아냥거렸다.

"백년검법의 전승자님."

민준은 손에 쥔 라면 봉지를 내려다봤다.

'이게...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런데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게임에서 봤던 건데...'

민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일단... 내공을 순환시켜야 합니다."

"내공을요?"

화련이 되물었다.

"네.

# Part 3: 위기-클리프행어

"네. 내공을 순환시키면서 손에 집중하면... 땀이 납니다."

민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하지만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화련이 눈을 빛냈다.

진무혁만이 비웃음을 흘렸다.

"내공 순환으로 땀을? 그건 초보자나 하는 짓 아닙니까."

"맞습니다."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초보자처럼 해야 합니다. 그게... 핵심이에요."

'제발 이것만 넘기자. 제발...'

장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계속해보거라."

제자들이 일제히 눈을 감았다.

손바닥에 쥔 소금 위로 내공을 모으기 시작했다.

민준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진짜 하네...'

잠시 후.

"어?"

한 제자가 눈을 떴다.

손바닥에서 희미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땀이... 나는데요?"

"저도요!"

다른 제자들도 하나둘 눈을 떴다.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진무혁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이제 소금을 바닥에 뿌리세요."

민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마...'

제자들이 일제히 소금을 바닥에 뿌렸다.

치지직.

"헉!"

화련이 뒤로 물러났다.

소금이 뿌려진 자리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번지고 있었다.

"정말... 정말 되는군요!"

다른 제자들도 웅성거렸다.

장로의 눈빛이 변했다.

"이것이..."

진무혁이 이를 악물었다.

"우연입니다! 분명 속임수가..."

"그럼 네가 직접 해보거라."

장로가 차갑게 말했다.

진무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좋습니다."

그는 손에 소금을 쥐었다.

눈을 감고 내공을 순환시켰다.

민준은 손톱을 물어뜯었다.

'제발... 제발 실패해...'

잠시 후.

진무혁의 손바닥에서 김이 올라왔다.

그것도 다른 제자들보다 훨씬 많이.

'아, 망했다.'

진무혁이 눈을 뜨더니 소금을 바닥에 뿌렸다.

치지지직!

푸른빛이 폭발적으로 번졌다.

다른 제자들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렬했다.

"이건..."

진무혁 자신도 놀란 표정이었다.

장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공이 강할수록 효과가 크구나."

민준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끝났어... 이제 진짜 끝났어...'

그런데 그때였다.

쿵.

멀리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뭐지?"

제자들이 웅성거렸다.

쿵. 쿵. 쿵.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규칙적이고 무거운 발소리 같았다.

장로의 얼굴이 굳었다.

"모두 밖으로!"

제자들이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갔다.

민준도 화련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하늘이 붉었다.

"저건..."

화련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늘 저 멀리, 붉은 신호탄이 터지고 있었다.

한 발이 아니었다.

세 발, 네 발, 계속해서 터져 올랐다.

"혈마신교..."

장로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본대를 부르는군."

민준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본대? 아까 그것도 본대가 아니었다고?'

진무혁이 이를 악물었다.

"장로님, 즉시 방어 태세를..."

"늦었다."

장로가 고개를 저었다.

"신호탄이 저렇게 많다는 건, 이미 포위당했다는 뜻이다."

제자들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럼..."

"싸워야 한다."

장로가 칼을 뽑았다.

"화산의 이름을 걸고."

민준은 뒤로 물러났다.

'나, 나는 빠져야 해. 지금 당장...'

그런데 장로가 민준을 돌아봤다.

"강민준."

"예, 예!"

민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네게 마지막 시험을 내리겠다."

"지, 지금요?"

"그렇다."

장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소금 결계로 혈마신교를 막아보거라."

민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그건..."

"3일을 주겠다."

장로가 칼을 거두며 말했다.

"3일 안에 혈마신교를 막을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사기꾼으로 간주하겠다."

민준의 손에서 라면 봉지가 떨어졌다.

바스락.

바람에 봉지가 굴러갔다.

진무혁이 차갑게 웃었다.

"3일? 너무 후하신 거 아닙니까."

"닥쳐라."

장로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3일이면 충분하다. 진짜 전승자라면."

화련이 민준의 팔을 잡았다.

"괜찮으세요?"

민준은 대답할 수 없었다.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다.

'이번엔... 진짜 망했다.'

그때 또 한 발의 신호탄이 터졌다.

이번엔 더 가까웠다.

붉은 빛이 누각 바로 위에서 번졌다.

장로가 칼을 다시 뽑았다.

"온다."

민준이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수십 개의 붉은 눈빛이 화산파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전투 대형!"

장로의 외침이 울렸다.

제자들이 일제히 칼을 뽑았다.

민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화련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제 뒤에 계세요."

"아, 아니..."

총 7,142자 · 약 14분

- 5 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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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회귀#코미디#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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