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약 14분 · 총 7,116자

10년 전, 세 사람의 밤

주인공: 강도혁

민재의 몸이 축 늘어졌다.

도혁은 그를 껴안은 채 얼어붙었다.

"형님."

목소리가 갈라졌다.

"형님, 말하지 마. 제발."

민재의 입술이 떨렸다. 피가 입꼬리를 타고 흘렀다.

"10년 전..."

"아니, 형님. 그냥—"

"네 어머니가..."

도혁의 손이 멈췄다.

민재를 떠받치던 팔에서 힘이 빠졌다.

"뭐라고요?"

"현장에... 있었어."

'어머니가?'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뛰었다.

민재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였다. 마지막 힘을 짜내듯.

"유진이... 그걸... 봤어."

숨이 끊겼다.

민재의 눈이 허공을 응시한 채 멈췄다.

도혁은 그를 내려다봤다. 형님의 얼굴에서 온기가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

'어머니가 현장에?'

손이 저절로 민재의 가슴에서 떨어졌다.

시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도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유진이 멀찌감치 서 있었다.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피하고 있었다.

"유진아."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유진이 움찔했다.

"오빠, 지금은..."

"지금은 뭐?"

도혁이 일어섰다.

바닥에 핏자국이 발자국처럼 찍혔다.

"지금은 말하지 말라고? 10년 동안 입 닫고 있었으니까?"

"오빠, 진정해."

"진정하라고?"

도혁은 피 묻은 주먹을 펴 보았다.

손가락 사이로 핏물이 떨어졌다.

'또.'

'내가 또.'

강철민이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했다.

"으... 윽."

도혁은 그를 내려다봤다. 강철민의 얼굴은 반쯤 부어 있었다.

'내가 저렇게 만들었어.'

손이 떨렸다.

'아버지처럼.'

---

도혁은 유진을 밀쳤다.

"오빠!"

유진이 비틀거리며 벽에 부딪혔다.

도혁은 민재의 시체로 돌아가 주머니를 뒤졌다.

손에 USB가 잡혔다.

라벨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5화.

"그거 조작이야."

강철민이 바닥에서 웃었다. 피가 섞인 웃음이었다.

"민재 그 새끼가 만든 거라고. 믿지 마."

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봤다. 폐차들 사이로 녹슨 책상 하나가 보였다.

노트북이 덮여 있었다.

도혁은 책상으로 걸어갔다. 노트북을 펴고 USB를 꽂았다.

"오빠, 그거 보지 마."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도혁은 엔터 키를 눌렀다.

화면이 켜졌다.

---

빗소리.

와이퍼가 앞유리를 닦아내는 소리.

블랙박스 영상이었다.

운전석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도혁은 그 뒷모습을 알았다.

'아버지.'

조수석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여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혁의 손이 멈췄다.

"미안해."

'어머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버지가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뭐가 미안해."

"내가... 내가 너무..."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순간, 차가 흔들렸다.

"어?"

아버지가 핸들을 꺾었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미끄러졌다.

"브레이크가—!"

비명.

화면이 회전했다.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

금속이 찌그러지는 소리.

화면이 꺼졌다.

---

도혁은 노트북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씨발!"

노트북이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어머니가... 살아있어?"

목소리가 갈라졌다.

유진이 다가왔다.

"오빠, 들어봐—"

도혁은 유진의 멱살을 잡았다.

"넌 알고 있었지?"

"오빠, 아파—"

"10년 동안? 10년 동안 입 닫고 있었어?"

유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할 수 없었어. 회장님이—"

"회장? 우리 아버지 말하는 거야?"

도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유진이 숨을 헐떡였다.

"오빠, 놔줘. 제발."

"내가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

도혁의 목소리가 낮게 갈렸다.

'또 시작이야.'

'통제가 안 돼.'

손이 떨렸지만 놓을 수가 없었다.

강철민이 바닥에서 웃었다.

"크크... 보이지? 얘도 결국 회장님이랑 똑같아."

도혁은 유진을 밀쳤다.

유진이 바닥에 넘어졌다.

"오빠..."

유진이 목을 감싸 쥐며 기침했다.

도혁은 손을 펴 보았다.

피와 땀이 뒤섞여 있었다.

'내가 뭐 하는 거야.'

---

도혁은 뒤돌아섰다.

USB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노트북도 박살 났다.

"5화라..."

도혁은 중얼거렸다.

"그럼 나머지는?"

강철민이 피를 뱉으며 말했다.

"1화부터 4화까진 황태식이 가지고 있어. 근데 그것들도 다 조작이야."

"닥쳐."

도혁이 강철민의 멱살을 잡았다.

"어느 게 진짜야?"

"모르겠는데? 난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도혁은 강철민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유진아."

도혁이 돌아봤다.

유진은 바닥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네가 봤다며. 10년 전 그날 밤."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붉었다.

유진의 입술이 떨렸다.

"봤어."

목소리가 작았다.

도혁은 한 걸음 다가갔다.

"어디서?"

"부두에서. 회장님이 날 데리고 갔어. 그날 밤."

유진이 눈을 감았다.

"차가 물에 빠지기 전이었어. 난 차 안에 있었고."

"그래서?"

"회장님이 내렸어. 누군가랑 얘기했어."

도혁의 주먹이 쥐어졌다.

"누구?"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얼굴은 못 봤어. 목소리만 들렸어."

"목소리?"

"여자였어."

'여자.'

도혁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여자가... 어머니?"

유진이 대답하지 않았다.

도혁은 유진의 어깨를 잡았다.

"말해!"

"모르겠어! 난 어렸어. 겁났어. 그냥... 차 안에서 떨고 있었어."

유진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 다음엔 폭발음이 들렸어. 차가 불타는 소리. 비명."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회장님이 날 끌고 도망쳤어. 그게 다야."

도혁은 손을 놨다.

'여자.'

'어머니일 리 없어.'

하지만 민재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네 어머니가... 현장에 있었어."**

---

강철민이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크크... 재밌지?"

피가 턱을 타고 떨어졌다.

"10년 전 그날 밤, 현장엔 다섯 명이 있었어."

도혁이 돌아봤다.

"다섯?"

"회장님, 유진이 그 꼬마, 황태식, 그리고..."

강철민이 숨을 헐떡였다.

"네 어머니. 그리고 한 명 더."

"누구?"

"그건 나도 몰라. 황태식만 알아."

강철민이 웃었다.

"근데 황태식 그 새끼, 요즘 미쳐 돌아다녀. 네 어머니 찾는다고."

도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뭐라고?"

"살아있대. 어디 숨어 있대."

'살아있어?'

도혁은 뒤돌아섰다.

바닥에 민재의 시체가 식어가고 있었다.

'형님이 마지막으로 한 말.'

'어머니.'

손이 떨렸다.

"유진아."

"응?"

"넌... 그 여자 얼굴 진짜 못 봤어?"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웠어. 비도 왔고."

도혁은 주머니를 뒤졌다.

USB 파편들이 손에 잡혔다.

"5화... 이게 마지막이 아니야."

강철민이 피를 뱉으며 말했다.

"6화도 있어. 근데 그건 아무도 못 봤어."

"왜?"

"황태식이 숨겨놨거든. 금고에."

도혁은 강철민을 내려다봤다.

"어디?"

"본가. 회장님 서재."

'본가.'

도혁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거긴 황태식 구역이잖아."

"그래서 재밌는 거 아냐?"

강철민이 웃었다.

"들어갈 수 있어? 네 새끼들 반은 황태식 편인데."

---

도혁은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엔 부재중 전화 37통.

전부 같은 번호였다.

'석구 형.'

도혁은 전화를 걸었다.

두 번 만에 연결됐다.

"도혁아!"

석구의 목소리가 급했다.

"어디야? 민재 그 새끼 어디 있어?"

"죽었어요."

"...뭐?"

"제가 죽였어요."

전화 너머로 숨소리만 들렸다.

"형님, 본가 들어갈 수 있어요?"

"미쳤어? 거긴 지금 황태식 애들이—"

"6화 USB가 거기 있어요."

석구가 침묵했다.

"...확실해?"

"강철민이 그랬어요."

"강철민? 그 새끼도 거기 있어?"

도혁은 강철민을 봤다.

바닥에 쓰러진 채 헐떡이고 있었다.

"네. 반쯤 죽었지만."

석구가 한숨을 쉬었다.

"도혁아, 지금 조직 절반이 널 배신자로 보고 있어."

"알아요."

"민재 죽인 거 알면 난리 날 거야."

"그래도 들어가야 해요."

도혁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어머니 찾아야 하니까."

"...어머니?"

석구의 목소리가 떨렸다.

"도혁아, 그건—"

"형님, 도와주실 거예요? 아니면 말 거예요?"

전화 너머로 긴 침묵이 흘렀다.

"...한 시간 줘. 뒷문 열어놓을게."

전화가 끊겼다.

---

도혁은 유진을 돌아봤다.

"넌 여기 남아."

"오빠, 나도—"

"닥쳐."

도혁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넌 10년 동안 입 닫고 있었잖아. 이제 와서 뭘 도와?"

유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빠, 난 회장님 명령 때문에—"

"회장 명령?"

도혁이 비웃었다.

"우리 아버지 죽은 지 10년 됐어. 그동안 왜 말 안 했어?"

"...말하면 오빠가 미칠까 봐."

"뭐?"

"오빠, 넌 회장님 닮았어. 화나면 통제 안 돼. 누구든 죽일 수 있어."

도혁의 손이 떨렸다.

'맞아.'

'나도 알아.'

바닥에 민재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내가 죽였어.'

'형님을.'

손에 묻은 피가 마르고 있었다.

"그래."

도혁이 중얼거렸다.

"난 아버지 닮았어. 인정해."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오빠,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

도혁이 소리쳤다.

"10년 동안 거짓말한 건? 그것도 날 위해서였어?"

유진이 입을 다물었다.

도혁은 뒤돌아섰다.

"강철민."

"...응?"

"일어나."

강철민이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

"본가까지 안내해."

# Part 3: 위기-클리프행어

강철민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안내? 나보고?"

피가 입가에 묻어 있었다.

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강철민의 멱살을 잡아 끌었다.

"야, 잠깐—"

"입 닫고 걸어."

도혁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유진이 뒤에서 따라왔다.

"오빠, 나도 갈게."

"안 된다고 했지?"

"혼자 가면 죽어."

유진이 총을 집어 들었다.

"황태식 부하들이 최소 열 명은 있어. 석구 형님이 문 열어줘도 안은 달라."

도혁은 멈춰 섰다.

'맞는 말이야.'

'혼자선 안 돼.'

하지만 유진을 믿을 수가 없었다.

"넌 10년 동안 거짓말했어."

"오빠도 10년 동안 도망쳤잖아."

유진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보스 자리 거부하고, 형님들한테 떠넘기고. 그게 뭐가 달라?"

도혁의 주먹이 쥐어졌다.

'이 새끼가.'

손이 올라갔다.

유진은 피하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때려. 어차피 오빠는 나한테도 그럴 거잖아."

도혁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아버지처럼.'

'통제가 안 돼.'

손을 내렸다.

"...가자."

---

폐차장을 빠져나왔다.

밤공기가 차가웠다.

도혁은 차 키를 꺼냈다. 민재의 벤츠가 구석에 서 있었다.

"저거 타."

강철민이 비틀거리며 조수석에 올랐다.

유진은 뒷좌석에 앉았다.

도혁이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낮게 울렸다.

"본가까지 얼마나 걸려?"

"30분."

강철민이 피를 뱉었다.

"근데 도혁아, 진짜 들어갈 거야?"

"왜?"

"석구 그 새끼 믿어?"

도혁은 핸들을 꺾었다.

"형님은 배신 안 해."

"크크... 10년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민재 그 새끼도."

강철민이 웃었다.

"근데 어떻게 됐어? 네가 죽였잖아."

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형님을 내가.'

손에서 피 냄새가 났다.

유진이 뒤에서 말했다.

"오빠, 민재 오빠 시체는?"

"그대로 뒀어."

"왜? 황태식이 찾으면—"

"찾게 놔둬."

도혁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형님 죽인 건 나야. 숨길 생각 없어."

유진이 입을 다물었다.

차가 어둠 속을 달렸다.

---

20분쯤 지났을까.

강철민이 헛기침을 했다.

"야, 도혁아."

"뭐."

"6화 USB... 그거 보면 후회할 거야."

도혁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난 못 봤어. 근데 황태식이 그러더라."

강철민이 숨을 헐떡였다.

"그 안에 네 어머니 목소리가 들어 있대."

'어머니.'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뭐라고 하는데?"

"그건 몰라. 근데..."

강철민이 말을 끊었다.

"뭔데?"

"황태식이 웃으면서 그러더라. '도혁이 그거 들으면 미쳐버릴 거야'라고."

도혁은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길 한복판에 멈춰 섰다.

"내려."

"...뭐?"

"내리라고."

도혁이 강철민의 멱살을 잡았다.

"넌 여기까지야. 더 이상 필요 없어."

강철민이 손을 저었다.

"야, 야! 잠깐만—"

도혁은 차 문을 열어젖혔다.

강철민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크윽—!"

강철민이 아스팔트에 굴렀다.

도혁은 차 문을 닫았다.

유진이 뒤에서 물었다.

"오빠, 왜?"

"쟤 말 들으면 머리 아파."

도혁이 다시 액셀을 밟았다.

백미러로 강철민이 보였다. 바닥에 쓰러진 채 욕을 하고 있었다.

"오빠, 그 사람 죽을 수도 있어."

"상관없어."

도혁의 목소리가 평평했다.

"어차피 배신자야."

---

본가가 보였다.

3층짜리 양옥. 담장이 높았다.

도혁은 차를 세웠다. 뒷문 쪽이었다.

불이 꺼져 있었다.

"석구 형님 말대로네."

유진이 총을 장전했다.

"오빠, 조심해. 안에 누가 있을지 몰라."

도혁은 차에서 내렸다.

뒷문으로 다가갔다.

손잡이를 돌렸다.

열렸다.

'형님이 열어뒀어.'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 걸었다.

유진이 뒤를 따랐다.

"서재는 2층이야."

유진이 속삭였다.

계단을 올랐다.

2층 복도. 끝에 문 하나가 보였다.

'저기.'

도혁은 문 앞에 섰다.

손잡이를 잡았다.

열리지 않았다.

'잠겼어.'

유진이 핀을 꺼냈다.

"내가 열게."

30초쯤 지났을까.

찰칵.

문이 열렸다.

---

서재 안은 어두웠다.

도혁은 휴대폰 불빛을 켰다.

책장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운데 책상이 하나 있었다.

"금고는?"

"책상 뒤."

유진이 책상을 밀었다.

벽에 금고가 박혀 있었다.

"비밀번호는?"

"몰라."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황태식만 알아."

도혁은 금고를 바라봤다.

'6화.'

'어머니 목소리.'

손이 떨렸다.

"부숴."

"뭐?"

"부수라고."

도혁이 책상 서랍을 뒤졌다.

쇠망치가 하나 있었다.

유진이 망치를 받아 들었다.

총 7,116자 · 약 14분

- 8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남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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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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