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약 14분 · 총 6,964자

총구 너머의 진실

주인공: 강도혁

트렁크 안에서 끌어낸 민재의 셔츠는 땀과 먼지로 범벅이었다.

도혁은 민재의 멱살을 잡아 차체에 밀어붙였다.

"CCTV 속 인물. 누구십니까."

민재가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도혁아, 그건... 그건 함정이야."

"함정?"

"황태식 그 새끼가 조작한 거라고. 영상 편집해서 네 머리 흔들려고 만든 거야."

도혁은 민재의 눈을 똑바로 봤다.

동공이 떨리고 있었다. 땀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거짓말인가, 아니면 진짜 겁에 질린 건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민재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왜 트렁크에 처박혀 있었겠어. 황태식이 날 입 막으려고 납치한 거야. 네가 진실 알까봐."

"그럼 형님은 왜 회장님 서재 근처에 계셨습니까."

"그건... 회장님이 부르셨어. 급한 일이 있다고."

대답이 0.5초 늦었다.

도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민재의 목덜미가 차체에 더 깊이 눌렸다.

"형님."

"뭐, 뭐야."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민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때 도혁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황태식.

문자였다.

— 혼자 와. 30분 안에. 서강대교 남단 공터. 민재 데리고 오면 유진 죽는다.

도혁은 화면을 민재에게 보여줬다.

"형님은 여기 계십시오."

"도혁아, 안 돼. 황태식 그 새끼 함정 파놓은 거야. 혼자 가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도혁은 민재를 차 안에 밀어넣고 문을 잠갔다.

뒷좌석 창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시동을 걸었다. 핸들을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

서강대교 남단 공터는 폐자재 더미와 컨테이너가 널린 버려진 공간이었다.

가로등 불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황태식의 차가 먼저 와 있었다.

도혁은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었다.

황태식이 컨테이너에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옆에는 두 명의 조직원이 서 있었다.

"왔네."

황태식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웃었다.

"혼자 오라니까 진짜 혼자 왔어? 순진하긴."

도혁은 멈춰 섰다. 황태식과 5미터 거리.

"유진 씨는 어디 계십니까."

"급하네. 앉아, 일단."

황태식이 턱으로 컨테이너 옆 철재 의자를 가리켰다.

도혁은 움직이지 않았다.

"서서 듣겠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황태식이 담배를 바닥에 비볐다.

"앉아야 충격 덜 받지. 내가 보여줄 거 꽤 자극적이거든."

도혁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

황태식이 주머니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CCTV 속 인물 누군지 궁금하지?"

"그래서 절 부르신 겁니까."

"맞아. 근데 네가 생각하는 사람 아닐걸?"

화면이 켜졌다.

회장 서재. 어제 본 것과 같은 앵글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인물의 얼굴이 선명했다.

"유진이야."

도혁의 숨이 멎었다.

화면 속 유진은 서재 책장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작은 유리병.

회장 책상 위 차 잔으로 다가가 병을 기울이는 동작이 또렷했다.

"이건... 조작 아닙니까."

"조작? 메타데이터 확인해봐. 타임스탬프, 해상도, 전부 원본이야."

황태식이 화면을 확대했다. 유진의 옆모습이 클로즈업됐다.

"네 아버지 죽인 건 유진이야. 그리고 민재한테 죄 뒤집어씌우려고 했지."

도혁은 화면을 노려봤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아니야. 유진이 그럴 리 없어.'

하지만 영상은 너무 선명했다.

황태식이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냈다.

"네 아버지도 이렇게 속았어."

도혁의 시선이 황태식에게 향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응? 아, 그러니까 회장님도 유진이 착한 줄 알았다는 얘기지."

말끝이 어색했다.

도혁은 황태식의 표정을 분석했다. 눈동자가 왼쪽 위로 잠깐 움직였다.

'거짓말할 때 나오는 신호.'

"회장님 돌아가시기 전에 이미 알고 계셨다는 뜻입니까?"

황태식의 손이 미세하게 멈췄다.

"...뭔 소리야. 내가 언제."

"방금 '네 아버지도 이렇게 속았어'라고 하셨습니다. 과거형으로."

황태식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는 손이 평소보다 느렸다.

"말실수야. 너 지금 나 심문하냐?"

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황태식이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각본대로 안 가네. 너 원래 이렇게 빡빡한 놈이었어?"

"유진 씨 어디 계십니까."

"안전한 곳에 있어. 네가 협조하면 풀어줄게."

"협조요?"

"조직 승계. 나한테 넘겨."

도혁은 황태식을 똑바로 봤다.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유진 살리고 싶으면."

황태식이 태블릿을 집어던졌다. 도혁의 발밑에 떨어졌다.

"영상 하나 더 있어. 거기 저장돼 있으니까 직접 봐."

도혁은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태블릿 화면에 새 영상이 떠올랐다.

어두운 방. 의자에 묶인 유진의 모습이 보였다.

입가에 피가 묻어 있었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렸다.

"이건 한 시간 전 영상이야."

황태식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네가 여기 오는 동안 찍은 거지. 살아 있긴 한데, 얼마나 더 버틸지는 모르겠네."

도혁은 화면을 확대했다. 유진의 손목에 묶인 밧줄이 보였다.

'피부가 벗겨졌어.'

발버둥 친 흔적이었다.

"어디 있습니까."

"그건 네가 선택하면 알려줄게."

황태식이 도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조직 넘기면 유진 살려줘. 거부하면 유진이랑 너랑 둘 다 묻어. 간단하지?"

도혁은 황태식의 손을 뿌리쳤다.

"제 아버지가 형님을 얼마나 믿으셨는지 아십니까."

"알지.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온 거고."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십니까."

황태식이 비웃었다.

"이런 짓? 야, 강도혁. 네 아버지도 똑같이 했어. 필요하면 죽이고, 필요하면 살렸지."

"회장님은 배신은 안 하셨습니다."

"배신? 그게 뭔데?"

황태식이 담배를 도혁 쪽으로 내밀었다.

"조직에서 배신은 '살아남으려는 선택'이야.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도혁은 담배를 받지 않았다.

황태식이 어깨를 으쓱하며 담배를 자기 입에 물었다.

"10분 줄게. 생각해봐."

---

도혁은 컨테이너 뒤편으로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번 신호음 후 연결됐다.

"도혁아, 어디야? 황태식 그 새끼 뭐래?"

"형님, 유진 씨가 회장님을 독살했다는 영상을 봤습니다."

민재가 숨을 들이켰다.

"...그게 조작이야."

"어떻게 아십니까."

"내가 원본 영상 봤거든."

도혁의 손이 멎었다.

"원본요?"

"그래. 황태식이 보여준 건 편집본이야. 유진이 서재에 들어간 건 맞는데, 독약 넣는 장면은 합성이야."

"형님은 어떻게 원본을 보셨습니까."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날, 나한테 USB 하나 주셨어. 거기 모든 CCTV 원본이 들어 있었어."

도혁은 주머니 속 USB를 만졌다.

'민재가 말하는 USB와 내가 가진 USB가 같은 건가?'

"형님, 그 USB 지금 어디 있습니까."

"황태식한테 뺏겼어. 트렁크에 처박히기 직전에."

대답이 너무 빨랐다.

도혁은 눈을 감았다.

'거짓말이야.'

민재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도혁아, 황태식 말 절대 믿지 마. 그 새끼가 진짜 범인이야. 유진한테 죄 뒤집어씌우려고—"

"형님."

"왜?"

"제가 가진 USB에도 삭제된 파일 복구 흔적이 있습니다."

민재가 말을 멈췄다.

"...뭐?"

"누군가 원본 영상을 지우고 새 파일을 덮어썼어요. 그게 형님입니까?"

"야, 강도혁. 너 지금 날 의심하냐?"

"대답해주십시오."

"아니야!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민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도혁은 전화를 끊었다.

---

컨테이너로 돌아왔을 때 황태식은 조직원 한 명과 대화 중이었다.

도혁이 다가가자 황태식이 손을 들어 조직원을 물렸다.

"생각 끝났어?"

"질문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뭔데?"

"형님은 유진 씨가 어디 있는지 정말 아십니까?"

황태식이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하지. 내가 직접 가뒀는걸."

"그럼 제가 승계를 거부하면 유진 씨를 죽이실 겁니까?"

"그렇지."

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재킷 안쪽에서 권총을 꺼냈다.

황태식의 미간을 겨냥했다.

"어디 있는지 말씀하십시오."

황태식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곧 웃음이 번졌다.

"야, 이 미친놈아. 여기서 날 쏘면 유진 못 찾아."

"그럼 형님 무릎부터 쏘겠습니다. 한 발씩 쏠 때마다 기회 드리죠."

도혁의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황태식이 손을 들었다.

"잠깐, 잠깐! 진정해!"

"5초 드리겠습니다."

"야, 강도혁!"

"넷."

"알았어, 알았어! 말할게!"

도혁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렸다.

황태식이 급하게 말했다.

**"남양주 폐건물! 거기 있어!"**

"주소 정확히."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산 47번지. 옛날 우리 창고였던 데야."

도혁은 총구를 내리지 않았다.

"같이 가시죠."

"뭐?"

"형님이 직접 안내하십시오. 그게 예의지."

황태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 진짜 날 못 믿냐?"

"형님도 절 못 믿잖습니까."

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황태식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좋아. 같이 가자. 근데 총은 내려."

도혁이 총을 재킷 안으로 넣었다.

황태식이 차 쪽으로 걸었다. 도혁이 그 뒤를 따랐다.

---

차 안.

황태식이 조수석에, 도혁이 운전석에 앉았다.

뒷좌석에는 황태식의 조직원 한 명이 탔다.

시동을 걸자 내비게이션이 켜졌다. 남양주까지 42분.

도혁은 핸들을 잡은 채 액셀을 밟았다.

네비게이션이 경로를 안내했다. 예상 도착 시간 42분.

황태식이 창밖을 보며 담배를 꺼냈다.

"차 안에서는 피우지 마십시오."

"에이, 답답하게."

황태식이 담배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뒷좌석 조직원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화면 불빛이 백미러에 비쳤다.

"형님."

"왜."

"유진 씨 상태 확인 좀 해주십시오."

"뭐?"

"지금 전화해서 부하한테 물어보세요. 유진 씨 살아 있는지."

황태식이 도혁을 힐끗 봤다.

"의심 많네, 진짜."

"확인만 해주시면 됩니다."

황태식이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꺼냈다.

번호를 눌렀다.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신호음이 다섯 번 울렸다.

받지 않았다.

"이상하네. 원래 바로 받는 놈인데."

도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황태식이 다시 걸었다. 이번에도 신호음만.

"야, 뭐 하냐!"

황태식이 소리쳤다. 전화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도혁이 액셀에서 발을 뗐다.

"왜 멈춰?"

"형님, 거짓말하신 겁니까?"

"야, 아니라니까! 진짜 거기 있어!"

뒷좌석 조직원이 움직였다. 재킷 안으로 손이 들어갔다.

도혁이 백미러로 그 손을 확인했다.

'총 꺼내려는 거야.'

도혁은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차가 갑자기 차선을 이탈했다. 뒷좌석 조직원의 몸이 옆으로 쏠렸다.

도혁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내려."

"뭐?"

"형님 빼고 다 내리라고."

뒷좌석 조직원이 총을 꺼냈다. 도혁의 뒤통수를 겨냥했다.

"야, 강도혁. 넌 지금—"

도혁이 시트를 뒤로 젖혔다.

조직원의 총구가 허공을 가리켰다.

도혁은 재킷에서 권총을 빼 뒤로 쏘았다.

총성. 뒷좌석 유리창이 깨졌다.

조직원의 어깨에 피가 튀었다.

"으악!"

조직원이 총을 떨어뜨렸다.

도혁이 시트를 다시 세우고 차 밖으로 내렸다.

뒷문을 열고 조직원을 끌어냈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걸어서 돌아가십시오."

조직원이 어깨를 감싸며 비틀거렸다.

도혁은 다시 운전석에 올랐다.

황태식이 손을 들고 있었다.

"야, 진정해. 나 아무것도 안 했어."

"휴대폰 주십시오."

"뭐?"

"형님 휴대폰이요."

황태식이 휴대폰을 건넸다.

도혁은 창밖으로 던졌다. 도로 밑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야! 그게—"

"이제 형님 말만 믿겠습니다."

도혁이 다시 액셀을 밟았다.

---

남양주 외곽.

가로등이 끊긴 산길로 접어들었다.

네비게이션이 '목적지 500m 전방'이라고 알렸다.

도혁은 헤드라이트를 껐다.

달빛만으로 운전했다.

황태식이 앞을 가리켰다.

"저기. 저 건물."

폐건물이 보였다.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창문은 전부 깨져 있었다.

도혁은 건물 50m 앞에서 차를 세웠다.

"형님은 여기 계십시오."

"뭐? 같이 가야지."

"유진 씨 혼자 구출하겠습니다."

도혁이 차에서 내렸다.

황태식이 창문을 내렸다.

"야, 강도혁! 거기 우리 놈들 있어! 혼자 가면—"

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건물 쪽으로 걸었다.

---

1층 입구.

녹슨 철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도혁은 권총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는 어둠뿐이었다. 발밑에서 유리 조각 밟히는 소리.

'너무 조용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섰다.

계단 위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도혁은 천천히 올라갔다.

2층 복도 끝. 방 하나에서 불빛이 보였다.

문이 열려 있었다.

도혁은 총을 앞으로 들고 문 옆에 섰다.

숨을 고르고 안을 들여다봤다.

의자에 묶인 유진이 보였다.

머리가 앞으로 숙여져 있었다. 움직임 없음.

'죽은 건가?'

도혁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총구를 사방에 겨누며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유진에게 다가갔다.

"유진 씨."

대답 없음.

도혁이 유진의 어깨를 흔들었다.

유진의 고개가 들렸다.

눈이 떠졌다. 초점 없는 눈동자.

"...도혁?"

"괜찮으십니까?"

"왜... 왔어..."

목소리가 갈라졌다.

도혁은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가... 가야 돼..."

"곧 풀립니다."

"아니... 함정이야..."

밧줄이 풀렸다.

도혁이 유진을 부축해 일으켰다.

유진의 다리가 풀렸다. 도혁이 몸을 지탱했다.

"일단 나가겠습니다."

복도로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1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

도혁은 유진을 데리고 다시 2층 복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창문 옆 벽에 등을 기댔다.

발소리가 계단을 올라왔다.

세 명.

복도 불빛 아래 그림자가 나타났다.

도혁은 총을 들었다.

그림자 중 하나가 말했다.

"강도혁, 나와."

민재의 목소리였다.

총 6,964자 · 약 14분

- 4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남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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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배신#심리전#조직물
남일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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