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약 14분 · 총 7,121자

증언의 대가

주인공: 강도혁

지하 창고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도혁은 노트북 앞에 앉아 USB를 꽂았다. 민재는 문 앞에 기대선 채 팔짱을 꼈다.

"형님, 이거 재생해도 되는 겁니까?"

"...그래."

민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클릭.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는 잡음이 흘러나왔다. 10년 전 그날 밤의 공기가 파일 속에 갇혀 있었다.

"...네가 죽인 게 아니야..."

도혁의 손가락이 멈췄다.

"...회장님이 명령하신 건..."

음성이 끊겼다. 다시 잡음.

'뭐야, 이거.'

도혁은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 귀를 스피커에 갖다 댔다.

"...황태식이... 처리했어..."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뛰었다.

"형님."

도혁이 고개를 돌렸다. 민재는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도혁아..."

"형님이 날 10년 동안 속인 거야?"

존댓말이 사라졌다.

민재가 벽을 짚으며 일어섰다. 두 발이 도혁 쪽으로 향했다.

"다 들으면 안 돼."

"뭐?"

"네가... 견딜 수 없어."

민재의 손이 USB 쪽으로 뻗어왔다.

도혁이 노트북을 확 잡아당겼다. 의자가 뒤로 밀렸다.

"손 치우세요."

"도혁아, 제발—"

"손 치우라고!"

목소리가 창고 벽에 부딪혔다.

민재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10년 만에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무서워하는 거야? 민재 형님이?'

도혁은 USB를 뽑아 주머니에 넣었다. 민재가 한 발짝 물러섰다.

"형님, 10년 전 그날."

도혁이 일어섰다.

"내가 죽인 게 아니라고요?"

"..."

"대답 안 하시면 이거 경찰 넘깁니다."

거짓말이었다. 경찰에 넘길 리 없었다. 하지만 민재는 몰랐다.

"앉아."

민재가 입을 열었다.

"앉아서 들어."

도혁은 앉지 않았다. 민재가 한숨을 내쉬었다.

"10년 전 그날."

민재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가 죽였다고 믿었던 남자는..."

형광등이 또 깜빡였다.

"사실 황태식이 처리했어."

세상이 기울었다.

"뭐라고요?"

"넌 그냥 기절시켰을 뿐이야."

도혁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말이 안 나왔다.

"그럼 나는..."

"10년 동안 착각한 거야."

민재가 벽을 등지고 주저앉았다.

"회장님이... 네가 죄책감에 묶여 있길 원하셨어."

도혁의 다리가 풀렸다. 의자를 붙잡았다.

'10년이... 거짓이었다고?'

가슴속에서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밤마다 꿨던 악몽, 손에 묻은 피, 죽은 남자의 얼굴.

전부 거짓.

"형님은 알고 있었어요?"

"...응."

"처음부터?"

"...그래."

도혁이 웃었다. 웃음이 나왔다.

"미친."

민재가 고개를 들었다. 도혁의 눈에서 뭔가 빛났다.

"도혁아—"

핸드폰이 울렸다.

도혁이 주머니를 뒤졌다. 화면에 '유진'이라는 이름이 떴다.

"여보세요?"

"오빠..."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뒤에서 쇳소리가 들렸다.

"어디야?"

"황태식이... 여기 있어요."

심장이 멈췄다.

"컨테이너 17번..."

비명.

"유진아!"

통화가 끊겼다.

도혁이 벌떡 일어섰다. 민재가 손을 뻗었다.

"가지 마."

"비켜요."

"함정이야."

"비키라고!"

도혁이 민재의 손을 뿌리쳤다. 창고 문을 향해 달렸다.

"도혁아!"

민재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유진이 죽으면 형님도 끝이야."

도혁은 돌아보지 않았다. 문을 발로 차 열었다.

계단을 뛰어 올랐다. 폐공장 밖, 차가 세워진 곳까지.

시동을 걸었다. 핸들을 꺾었다.

라디오가 켜졌다. 옛날 발라드가 흘러나왔다.

'...사랑했지만 이젠 안녕...'

아버지가 좋아하던 노래.

"아버지는 이 노래 좋아하셨지..."

도혁이 중얼거렸다. 핸들을 꽉 쥐었다.

'10년 동안 날 속였어. 죄책감에 묶어뒀어.'

액셀을 밟았다. 차가 어둠 속으로 미끄러졌다.

***

남양주 외곽, 컨테이너 야적장.

녹슨 컨테이너들이 미로처럼 쌓여 있었다. 가로등은 두 개만 켜져 있었다.

도혁이 차에서 내렸다. 핸드폰을 꺼냈다.

"유진아, 어디야."

대답 없음.

발소리만 자갈을 밟았다.

17번.

빨간 페인트로 쓰인 숫자가 컨테이너 옆구리에 붙어 있었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도혁이 문을 밀었다. 녹슨 경첩이 비명을 질렀다.

안은 어두웠다.

"유진아?"

목소리가 쇠벽에 부딪혀 돌아왔다.

손을 더듬어 휴대폰 손전등을 켰다.

빛이 안을 훑었다.

사람은 없었다.

대신.

벽에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10년 전 그날 밤의 사진들.

피 묻은 셔츠가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민재의 셔츠.

"뭐야, 이거..."

도혁이 사진 하나를 떼어냈다. 손이 떨렸다.

사진 속엔 쓰러진 남자와, 그 위에 선 아버지가 있었다.

'회장님이 직접...?'

# 증언의 대가 — 전개부 (Part 2/3)

도혁이 사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잘 찾아왔네."

황태식이었다.

컨테이너 입구에 실루엣으로 서 있었다. 손에 든 담배 끝이 주황빛으로 타올랐다.

"유진이는?"

도혁이 돌아섰다.

"어디 있냐고."

"그게 중요해?"

황태식이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10년 전 진실보다?"

도혁의 손이 주먹으로 말렸다.

"장난하냐?"

"장난은 너희 아버지가 했지."

황태식이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왔다. 발소리가 쇠바닥을 울렸다.

"회장님이 널 죄책감에 묶어둔 건 이유가 있어."

"닥쳐."

"네가 보스 자리 안 물려받게."

도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황태식이 벽에 붙은 사진을 손가락으로 툭 쳤다.

"10년 전 그날, 넌 강철민 머리를 깼어."

"그래서?"

"근데 죽인 건 내가 아니야."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민재 형이 거짓말했다는 거냐?"

"반은 맞고 반은 틀려."

황태식이 웃었다.

"민재는 네가 죽였다고 믿어.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무슨 개소리야."

"근데 강철민은 살아 있어."

세상이 멈췄다.

도혁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뭐?"

"USB 4화 들어봤어?"

황태식이 손을 내밀었다.

"거기 회장님 목소리 나와. '철민이 살려둬. 나중에 쓸 데 있어.'"

도혁의 손이 주머니로 향했다. USB가 만져졌다.

'민재 형은 몰랐던 거야?'

황태식이 한 발 다가왔다.

"USB 내놔. 그럼 유진이 어딨는지 알려줄게."

"씨발."

도혁이 USB를 꺼냈다. 손에 쥐었다.

"이거 주면 유진이 안 다쳤다는 보장은?"

"없지."

황태식이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안 주면 확실히 다쳐."

도혁의 입술이 피를 물었다.

'이 새끼가 날...'

USB를 바닥에 던졌다. 플라스�틱이 쇠바닥에 부딪혀 튕겼다.

황태식이 몸을 숙였다.

그 순간.

총소리.

황태식의 어깨가 뒤로 젖혀졌다. 피가 컨테이너 벽에 튀었다.

"크윽—!"

황태식이 바닥에 쓰러졌다. 손으로 어깨를 감쌌다.

도혁이 뒤를 돌았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검은 코트, 짧은 머리, 오른손에 든 권총.

얼굴이 가로등 빛에 드러났다.

도혁의 다리가 풀렸다.

"...형님?"

그 남자는 웃었다.

"오랜만이네, 도혁아."

강철민.

10년 전 그날 밤, 도혁이 죽였다고 믿었던 남자.

"어떻게..."

"놀랐어?"

강철민이 총구를 도혁에게 겨눴다.

"나도 놀랐어. 10년 동안 죽은 척하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도혁의 입에서 말이 안 나왔다.

"넌... 죽었잖아..."

"회장님이 살려주셨지."

강철민이 황태식을 내려다봤다.

"이 새끼 말 맞아. 회장님이 날 살려둔 건 너 때문이야."

"무슨..."

"네가 보스 되는 걸 막으려고."

도혁의 눈이 흔들렸다.

강철민이 바닥에 떨어진 USB를 주웠다. 주머니에 넣었다.

"10년 동안 죄책감에 묶여 사는 아들. 조직 물려받을 자격 없지."

"아버지가 왜..."

"왜긴 왜야."

강철민이 비웃었다.

"넌 약하니까."

도혁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회장님은 네가 자기 닮을까 봐 무서웠어."

강철민이 한 발 다가왔다.

"폭력적이고 충동적이고, 감정 하나 못 잡는 미친놈."

"입 닥쳐."

"근데 알고 보니 회장님 걱정이 맞았네."

총구가 도혁의 이마에 닿았다.

"넌 결국 아버지 닮았어."

도혁이 웃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형님."

"왜."

"나 지금 참는 중이야."

강철민의 눈썹이 올라갔다.

도혁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총을 옆으로 쳤다.

총알이 컨테이너 벽을 뚫었다.

도혁의 주먹이 강철민의 턱을 강타했다.

"크윽!"

강철민이 비틀거렸다.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도혁이 총을 주우려 몸을 숙였다.

강철민의 발이 도혁의 옆구리를 찼다.

"으윽—"

도혁이 벽에 부딪혔다. 갈비뼈가 울렸다.

강철민이 총을 집어 들었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이제 끝—"

"강철민."

새로운 목소리.

컨테이너 밖에서 누군가 걸어 들어왔다.

민재였다.

손에 또 다른 총을 들고 있었다.

"그만해."

강철민이 피식 웃었다.

"민재 형."

"총 내려."

"아직도 이 애 지키려고?"

강철민이 도혁을 가리켰다.

"이 애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 죽인 거 알면서?"

도혁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

민재의 손이 떨렸다.

"도혁아..."

"형님, 그게 무슨 소리야."

"20년 전."

민재가 입을 열었다.

"철민이 아버지가... 회장님 밑에서 일했어."

도혁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근데 배신했지."

강철민이 끼어들었다.

"우리 아버지가 다른 조직이랑 손잡으려 했거든."

"그래서 회장님이..."

# 증언의 대가 — 위기부 (Part 3/3)

도혁의 손이 벽을 짚었다.

"우리 아버지가... 철민이 아버지를?"

민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20년 전 부두에서."

강철민이 총구를 민재에게 돌렸다.

"형은 그때 봤잖아. 회장님이 우리 아버지 머리에 총 대고—"

"그만."

민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도혁이 바닥을 더듬었다. 손에 차가운 게 닿았다.

USB.

강철민이 떨어뜨린 거였다.

'4화... 끝까지 안 들었어.'

주머니에 넣었다. 강철민이 눈치채지 못했다.

"형님."

도혁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날 죽이려고?"

"죽이긴."

강철민이 피식 웃었다.

"난 널 미치게 만들려고."

도혁의 눈썹이 올라갔다.

"1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고, 유진이 배신하게 만들고."

"유진이가 뭐?"

"아직도 몰라?"

강철민이 컨테이너 밖을 턱으로 가리켰다.

"유진이 누가 시켜서 네 옆에 붙었는지."

심장이 얼어붙었다.

"거짓말."

"회장님이 3년 전에 심어놨어. 네가 조직 물려받을까 봐."

도혁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유진이는 날..."

"사랑한 적 없어."

강철민이 방아쇠에 힘을 줬다.

"다 연기였어."

도혁의 머릿속에서 뭔가 끊어졌다.

유진의 웃음, 아침마다 끓여준 커피, 악몽 꿀 때 안아주던 손.

전부 거짓?

"이 새끼가..."

도혁이 벽을 박차고 일어났다.

강철민이 방아쇠를 당겼다.

민재가 강철민의 팔을 쳤다.

총알이 빗나갔다. 천장에 구멍이 뚫렸다.

"도혁아, 뛰어!"

민재가 외쳤다.

도혁이 컨테이너 밖으로 굴렀다. 자갈이 얼굴을 긁었다.

뒤에서 총소리 두 발.

민재의 비명.

"형님!"

도혁이 돌아보려 했다.

누군가 뒤에서 도혁의 목을 감았다.

"으윽—"

여자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미안해, 오빠."

유진이었다.

도혁의 온몸이 굳었다.

"너..."

"회장님 명령이었어."

유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오빠 옆에 붙어서, 오빠가 보스 되려 하면..."

숨이 막혔다.

"죽이라고."

도혁의 손이 유진의 팔을 잡았다. 힘을 줬다.

'아버지... 이것까지 계획한 거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참는 데도..."

도혁이 이를 갈았다.

"한계가 있어."

힘을 폭발시켰다. 유진의 팔을 뿌리쳤다.

돌아서서 유진의 멱살을 잡았다.

"3년이... 전부 거짓이었어?"

유진이 고개를 돌렸다.

"대답 안 해?"

도혁의 손이 유진의 목을 조였다.

"대답하라고!"

유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니야."

"뭐?"

"처음엔... 명령이었어."

유진이 도혁의 손을 잡았다.

"근데 지금은..."

컨테이너 안에서 발소리.

강철민이 걸어 나왔다. 총을 들고.

"감동적이네."

피가 코트 어깨를 적셨다. 민재가 쏜 총알 자국이었다.

"민재 형은?"

도혁이 물었다.

"죽었어."

세상이 무너졌다.

"거짓말..."

"직접 확인해볼래?"

강철민이 컨테이너를 가리켰다.

도혁이 유진을 밀쳤다. 컨테이너로 뛰어갔다.

안에 민재가 쓰러져 있었다.

가슴에서 피가 흘렀다.

"형님..."

도혁이 무릎을 꿇었다. 민재의 손을 잡았다.

"도혁아..."

민재가 눈을 떴다. 아직 살아 있었다.

"USB... 5화..."

"형님, 말하지 마."

"들어봐..."

민재의 손이 도혁의 주머니를 더듬었다.

"진짜... 진실은..."

손에 힘이 풀렸다.

"형님!"

민재의 눈이 감겼다.

도혁이 민재를 흔들었다. 대답이 없었다.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5화?'

뒤에서 강철민의 목소리.

"그거 소용없어."

도혁이 돌아섰다.

강철민이 총구를 겨눴다.

"5화는 내가 조작한 거야."

"뭐?"

"회장님 목소리 합성해서 만들었지."

강철민이 웃었다.

"민재 형도 속았어."

도혁의 손에서 USB가 떨어졌다.

"그럼... 10년 전 진실은..."

"아무도 몰라."

강철민이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유진이 강철민의 등에 매달렸다.

"오빠, 도망쳐!"

"이 년이!"

강철민이 유진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도혁이 달려들었다. 주먹이 강철민의 얼굴을 갈겼다.

한 대, 두 대, 세 대.

"이 새끼가... 내 인생을... 10년을..."

멈출 수 없었다.

주먹이 피로 물들었다. 강철민의 얼굴이 무너졌다.

"도혁아, 그만!"

유진이 도혁을 잡아당겼다.

"죽여, 이러다!"

도혁의 손이 멈췄다.

강철민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했다.

"크... 큭..."

도혁이 일어섰다. 손이 떨렸다.

'나... 또...'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주먹으로 어머니를 때리던 그 얼굴.

"안 돼..."

도혁이 뒤로 물러났다.

유진이 도혁을 안았다.

"괜찮아, 오빠."

"난... 아버지 닮았어..."

"아니야."

유진이 도혁의 얼굴을 감쌌다.

"오빠는 달라."

총 7,121자 · 약 14분

- 7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남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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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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