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약 14분 · 총 7,013자

봉인된 진실

주인공: 강도혁

빈소 뒤편 창고 문이 닫히자 형광등이 깜빡였다.

민재가 한 발 물러섰다.

도혁은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형님."

존댓말이 입에서 나오는 게 어색했다. 10년 만에 돌아온 이 조직에서,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도혁은 여전히 남이었다.

민재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검은 봉투.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이었어."

민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나를 따로 부르셨지. 새벽 두 시에."

도혁은 팔짱을 꼈다. 민재의 눈이 창고 구석을 훑고 지나갔다. 뭔가를 확인하는 것처럼.

"이걸 자네한테만 전하라고 하셨어. 내가 죽거든, 도혁이한테 직접 줘라. 다른 놈들 손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봉투가 도혁 앞으로 밀려왔다.

USB였다.

테이프로 겹겹이 감겨 있었다. 누군가 뜯어보려 한 흔적은 없었다.

"왜 지금 주십니까."

"자네가 보스 자격을 증명할 때까지 기다렸지."

민재가 웃었다. 하지만 입꼬리만 올라갔을 뿐 눈은 웃지 않았다.

'거짓말이야.'

도혁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민재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오늘 장례식장에서 황태식이 칼 들고 날뛰었잖아. 그걸 보고 자네가 진짜구나 싶었어. 회장님 아들 맞구나."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아버지 닮았다는 거지."

민재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려다 라이터를 떨어뜨렸다.

바닥에 라이터가 굴러갔다.

'뭔가 있어.'

도혁은 USB를 집어 들었다. 무게가 이상했다. 너무 가벼웠다.

"형님."

"왜."

"무서우십니까?"

민재의 손이 멈췄다.

담배 연기가 형광등 아래로 피어올랐다.

"...자네, 지금 날 시험하는 거야?"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도혁이 USB를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창고 문이 박살나듯 열렸다.

유진이었다.

"그거 열면 안 돼, 오빠."

목소리가 차가웠다.

도혁은 손을 멈췄다. 유진의 눈빛이 USB에 고정돼 있었다.

"무슨 소리야."

"이틀 전 보안팀장 김성훈 오빠 사라지기 직전에."

유진이 한 걸음 들어왔다. 창고 안 공기가 무거워졌다.

"누군가랑 통화하는 거 들었어. 상대가 USB 얘기를 했어. 내용도 알고 있었고."

민재가 담배를 바닥에 내던졌다.

"유진아,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형님."

유진이 민재를 똑바로 쳐다봤다.

"회장님 돌아가시던 날 밤 어디 계셨습니까?"

정적이 흘렀다.

민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대답 안 하시는 거예요?"

유진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도혁은 두 사람 사이에 섰다.

'이거 잘못하면 여기서 피 본다.'

민재의 눈에서 뭔가 타오르고 있었다. 분노가 아니었다. 공포였다.

"유진아."

도혁이 입을 열었다.

"일단 나가자. 경찰 올 거야."

"오빠는 몰라."

유진이 도혁의 팔을 잡았다.

"김성훈 오빠가 사라지기 전에 나한테 문자 보냈어. '민재 형 조심해. USB는 절대 열지 마.' 그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됐어."

민재가 벽을 쳤다.

쾅.

"닥쳐! 네가 뭘 안다고!"

목소리가 갈라졌다.

도혁은 민재의 손을 봤다. 주먹을 쥐고 있었는데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 사람 진짜 뭔가 숨기고 있어.'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경찰입니다! 문 여세요!"

유진이 재빨리 창고 뒤쪽 비상구로 움직였다. 민재는 그대로 멈춰 섰다.

도혁은 USB를 꺼내 민재 앞에 들이밀었다.

"형님, 이거 진짜 아버지가 주신 겁니까?"

"...그래."

"거짓말 마십시오."

"거짓말 아니야."

민재가 도혁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힘이 엄청났다.

"자네 아버지, 죽기 전에 날 불렀어. 도혁이한테 이거 전해주라고. 근데..."

"근데요?"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나도 몰라."

민재의 눈이 흔들렸다.

"그게 뭔지 알면, 난 죽어."

창고 문이 열렸다.

경찰 두 명이 들어왔다. 뒤따라 황태식이 걸어 들어왔다.

"아, 여기 계셨네요. 경찰 분들이 진술 좀 듣자시는데."

황태식이 웃었다.

도혁은 USB를 재킷 안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까 그 소동 때문에. 근데 뭐, 합의했으니까 별일 없을 겁니다."

황태식이 도혁 옆으로 바짝 붙었다.

"그치, 강 이사님?"

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합의했습니다."

경찰이 수첩을 꺼냈다.

"그럼 진술서 작성 좀 하시죠. 쌍방 폭행 아니고 우발적 충돌이었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도혁이 대답했다.

황태식이 도혁 귀에 속삭였다.

"이제 한배 탄 거지?"

목소리가 끈적했다.

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

차 안은 어두웠다.

지하주차장 형광등이 깜빡였다.

도혁은 차 문을 잠그고 노트북을 켰다.

경찰서에서 나온 지 20분째였다. 황태식은 '먼저 가보겠습니다'라며 사라졌고, 민재는 전화 한 통 없었다.

'다들 이걸 기다리고 있어.'

USB를 꺼냈다.

테이프를 뜯는데 손끝이 저렸다. 10년 전 집을 나올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아버지 서재 문을 열던 순간.

노트북에 USB를 꽂았다.

화면이 깜빡이더니 폴더 하나가 떴다.

'최종유언.mp4'

재생 버튼을 눌렀다.

검은 화면이 이어졌다. 5초쯤 지나자 아버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혁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걸 듣고 있다면 내가 죽었다는 뜻이겠지."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기침 소리가 섞여 있었다.

"내 옆엔 세 명의 배신자가 있다."

도혁은 볼륨을 낮췄다. 주차장은 비어 있었지만 누가 들을지 몰랐다.

"첫 번째는..."

잡음이 섞였다.

"...민재다."

숨이 막혔다.

"그 새끼가 2년 전부터 황태식이랑 손잡고 장부 조작했어. 증거는 USB 두 번째 폴더에 넣어뒀다."

도혁은 폴더를 열었다.

엑셀 파일 스무 개가 쏟아졌다. 날짜별로 정리된 거래 내역이었다.

'강남 부동산 비자금 조성 내역 — 박민재·황태식 공모'

손이 떨렸다.

"두 번째는..."

아버지 목소리가 끊겼다. 기침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김성훈이다."

'보안팀장?'

"그 새끼 경찰 첩자야. 내가 확인했어. 증거는 세 번째 폴더."

도혁은 폴더를 열었다.

사진 파일 열 개. 김성훈이 누군가와 만나는 장면이었다.

상대는 정장 입은 남자. 얼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서울지방검찰청 형사2부 박재훈 검사'

뒤통수가 서늘해졌다.

"세 번째는..."

아버지가 말을 멈췄다.

10초쯤 지났을까.

"...도혁아, 미안하다."

"?"

"세 번째는 네가 알아서 찾아야 해. 내가 말하면 넌 못 믿을 거야."

화면이 흔들렸다. 아버지가 카메라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았다.

"단서 하나만 줄게. 그 새끼는 네 곁에 있어. 아주 가까이."

영상이 끊겼다.

도혁은 노트북을 응시했다.

'세 번째는 누구지?'

민재는 황태식이랑 손잡았고, 김성훈은 검찰 첩자였다.

그럼 남은 건.

'유진이?'

아니야.

도혁은 고개를 저었다. 유진은 아버지가 직접 키운 애였다. 15살 때 조직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배신한 적 없었다.

'그럼 누구야.'

뒷좌석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심장이 멎었다.

백미러를 봤다.

누군가 앉아 있었다.

"오빠."

유진이었다.

목소리가 차가웠다.

"그거 끄는 게 좋을 거야."

도혁은 손을 멈췄다. 유진의 손에 총이 들려 있었다.

"언제부터 타고 있었어?"

"경찰서 나올 때부터."

유진이 앞좌석으로 몸을 기울였다. 총구가 도혁 뒤통수를 향했다.

"USB 봤지?"

"...봤어."

"민재 형 얘기 나왔어?"

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 웃었다. 입꼬리만 올라갔다.

"나왔구나. 그럼 김성훈 오빠 얘기도 나왔겠네."

"너 알고 있었어?"

"응."

유진이 총을 내렸다. 하지만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김성훈 오빠 죽인 거 나야."

피가 식었다.

"뭐?"

"회장님 명령이었어. 2주 전에 직접 부르셨어. '성훈이 경찰 첩자다. 처리해라.' 그래서 죽였어."

유진의 목소리엔 감정이 없었다.

"오빠는 몰랐겠지만, 회장님은 다 알고 계셨어. 민재 형이랑 황태식이 손잡은 것도, 김성훈이 검찰이랑 통하는 것도."

도혁은 노트북을 덮었다.

"그럼 왜 가만히 있었어? 왜 죽기 전까지 손 안 썼어?"

"세 번째 배신자를 찾으려고."

유진이 도혁 어깨에 손을 올렸다.

"회장님 말씀이, 세 번째가 진짜래. 민재랑 성훈은 졸개고."

손이 어깨를 꽉 눌렀다.

"세 번째는 회장님 죽인 놈이야."

도혁은 유진을 돌아봤다.

"너 아니야?"

유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나였으면 오빠 진작 죽였어. USB고 뭐고 필요 없지."

총구가 다시 올라왔다. 이번엔 도혁 이마를 향했다.

"근데 오빠."

"뭐."

"USB에 내 얘기 나왔어?"

심장이 쿵쾅거렸다.

"안 나왔어."

"거짓말."

유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회장님이 날 의심했다는 거 알아. 마지막 한 달 동안 나한테 중요한 일 안 시키셨거든."

"그게 무슨..."

"오빠, 나 15살 때 기억나?"

갑자기 과거 얘기였다.

도혁은 기억을 더듬었다. 15년 전. 유진이 처음 조직에 들어왔을 때.

"회장님이 날 데려온 날, 오빠도 거기 있었어. 기억 안 나? 내가 울고 있었잖아."

"...기억 안 나."

"거짓말. 오빠가 나한테 손수건 줬어."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 오빠가 말했어. '여기선 울면 안 돼.

도혁은 유진의 눈을 똑바로 봤다.

"손수건 줬던 거 기억해."

"그럼 그 다음은?"

유진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렸다.

"내가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해?"

"...기억 안 나."

"'오빠가 지켜줄게.'"

총구가 도혁 이마에 닿았다. 차가웠다.

"근데 오빠는 다음 날 집 나갔어. 날 버리고."

"유진아."

"닥쳐."

목소리가 갈라졌다.

"15년 동안 기다렸어. 오빠가 돌아올 줄 알았어. 근데 회장님 죽고 나서야 나타났잖아. 유산 때문에."

도혁은 손을 천천히 올렸다.

"총 내려."

"싫어."

유진이 웃었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오빠, USB에 내 이름 있지?"

"없어."

"거짓말하지 마!"

유진이 소리쳤다.

차 안이 울렸다.

"회장님이 날 의심한 거 알아. 마지막 한 달 동안 나만 빼고 다들 회의했어. 민재 형도, 황태식도, 김성훈 오빠도 불렀는데 나만 안 불렀어."

도혁은 노트북을 슬쩍 봤다. 화면이 꺼져 있었다.

'네 번째 폴더가 있을지도 몰라.'

"유진아, 진짜 없어. 아버지가 널 의심했으면 진작 손봤을 거야."

"그럼 왜 김성훈 오빠 죽이라고 했어?"

"그건..."

"시험이었어. 내가 배신자인지 확인하려고."

유진의 손이 떨렸다.

"근데 나 죽였어. 명령대로. 그 다음 날 회장님 돌아가셨어."

총구가 흔들렸다.

도혁은 그 틈을 노렸다.

손을 뻗어 총을 쳤다.

퍽.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유진이 비명을 질렀다.

"오빠!"

도혁은 총을 집어 들었다. 손에 익은 무게였다.

"차에서 내려."

"싫어."

"내리라고."

"쏴. 어차피 오빠는 날 믿지 않잖아."

유진이 눈을 감았다.

도혁은 총을 내렸다.

"...미안해."

"뭐가?"

"15년 전에 널 두고 나간 거."

유진이 눈을 떴다.

"그거 사과야?"

"응."

"늦었어."

유진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USB 다 보면 연락해. 그때 다시 얘기하자."

문이 쾅 닫혔다.

도혁은 유진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주차장이 다시 조용해졌다.

노트북을 켰다.

'네 번째 폴더.'

있었다.

파일명이 없었다. 숫자만 적혀 있었다.

'1004'

도혁의 생일이었다.

더블클릭했다.

영상이 재생됐다.

아버지가 아니었다.

민재였다.

"도혁아, 이걸 보고 있다면 회장님이 돌아가셨다는 뜻이겠지."

민재의 얼굴이 화면 가득 찼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었다.

"나 황태식이랑 손잡은 거 맞아. 2년 전부터 장부 조작했어."

심장이 뛰었다.

"근데 그거 회장님이 시킨 거야."

"...뭐?"

"회장님이 2년 전에 나 불러서 말씀하셨어. '황태식 놈이 나 죽이려고 한다. 증거 잡아라.' 그래서 일부러 손잡은 척했어."

민재가 담배를 피웠다. 연기가 화면을 가렸다.

"근데 회장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어. 계획보다 1년 빨리."

"그럼 황태식이..."

"아니야."

민재가 고개를 저었다.

"황태식 놈도 놀랐어. 회장님 돌아가신 날 새벽에 나한테 전화했거든. '이거 우리 아니지?' 그러더라."

도혁은 화면을 멈췄다.

'그럼 누가 죽였어?'

재생 버튼을 눌렀다.

"도혁아, 회장님 죽인 놈 찾아야 해. 그 새끼가 진짜 배신자야."

민재가 카메라 가까이 왔다.

"단서 줄게. 회장님 돌아가시기 전날 밤, 서재에 누가 들어갔어. CCTV에 찍혔어."

"누군데?"

"영상 마지막에 넣어뒀어. 근데 도혁아."

민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거 보면 넌 못 믿을 거야. 나도 안 믿겼으니까."

영상이 끊겼다.

다음 파일이 자동 재생됐다.

CCTV 화면이었다.

날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 밤. 시간은 새벽 2시 47분.

서재 문이 열렸다.

누군가 들어왔다.

뒷모습만 보였다. 검은 후드를 입고 있었다.

그 사람이 서재 책상 서랍을 열었다.

뭔가를 꺼냈다.

작은 병이었다.

'독약?'

그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보였다.

도혁은 숨이 멎었다.

"이게..."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황태식'이었다.

받지 않았다.

5초 후 문자가 왔다.

'USB 다 보셨습니까? 할 얘기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만나시죠. 안 오시면 민재 형 먼저 처리하겠습니다.'

손이 얼었다.

두 번째 문자가 왔다.

'참, 강 이사님. 혹시 차 트렁크는 확인해보셨습니까?'

심장이 쿵 떨어졌다.

도혁은 차에서 내렸다.

트렁크로 걸어갔다.

손이 떨렸다.

열쇠를 꽂았다.

트렁크가 열렸다.

안에 사람이 누워 있었다.

민재였다.

입에 재갈이 물려 있었다. 눈은 떠 있었다.

살아 있었다.

도혁은 재갈을 풀었다.

"형님!"

"도혁아..."

민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USB... 다 봤어?"

"봤습니다."

"그럼... CCTV도?"

"...예."

민재가 웃었다. 피가 섞인 웃음이었다.

총 7,013자 · 약 14분

- 3 화 끝 -

AI 생성 콘텐츠 · 작가 남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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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배신#심리전#조직물
남일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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